2023_119
2023.7.28. (금) 10:30~16:45, 6시간 16분 산행, 두 시간 휴식, 8.1km 이동, 평속 1.9km/h,
7월 중순에는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그로 인해 산사태와 하천 붕괴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꼼짝없이 10여 일 집에 갇혀 있다가 모처럼 영동에 있는 갈기산과 금산의 월영산을 연계산행하기로 한다.
하지만 갈기산까지 교통 연결이 좋지 않아 산행은 느지막하게 시작한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면 아침에 영동역에 도착하는 시각은 08:30, 08:38, 09:06, 09:51이다.
갈기산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는 영동역 정류장에서 06:40, 09:50, 14:50, 18:20에 출발한다.
그러니 09:06에 기차에서 내려도 45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그 짧은 시간에 770m 거리에 있는 용두공원을 다녀온 내용은 앞서 포스팅한 바 있다.
영동역에서 갈기산 입구까지 버스로 약 35분 걸린다.
그 시각에 버스를 타는 사람들 대부분은 노인분들이다.
걸음이 느려 버스를 오르거나 내릴 때 힘들게 이동하는 걸 보면 미래의 즐풍을 보는 느낌이다.
나이가 들수록 만일을 위해 병원 가까이 사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든다.
갈기산~영동산 등산 코스
영동역 광장에 설치된 바위동산
버스는 알뜰주유소가 있는 지내리입구 다음 정류장인 갈기산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갈기산 입구에 차량 열네댓 대 댈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자차를 이용한다면 한껏 갈기산만 이용가능하다.
월영산까지 다녀오려면 금산에서 갈기산 입구까지 대중교통은 연결되지 않으니 애매하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에 산을 오르다니 숨이 턱턱 막힌다.
하늘과 한 뼘이라도 더 가까운 산은 벌걸게 달아오른 데다 제법 오랫동안 산행을 하지 않아 발걸음 떼기도 어렵다.
헬기장까지 얼마 되지도 않는 거리인데 벌써 늘어지게 쉬고 다시 마음을 잡는다.
정자가 보이길래 정상인가 싶었는데, 바로 옆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멀게 느껴진다.
애써 쉬려는 마음을 접고 산행을 이어간다.
정상을 제법 앞두고 바위 사이를 가른 소나무가 운치 있다.
바위 아래로 금강이 유유히 흐른다.
갈기산을 오를 때까지 지금까지 본 바위가 전체 풍경을 대변한다.
멀리 보이는 월영산은 ㄷ 자로 한참 돌아서 능선을 따라가게 된다.
산행지도가 없어도 등산로가 그려지는 산세다.
갈기산 정상은 암봉이라 안전을 위해 로프가 설치되었다.
검은 바위는 햇빛에 달궈져 갈색을 띠며 열기를 내뿜는다.
오래전에 사 둔 JOBY 고질리포드란 관절형 미니 삼각대를 지참했다.
카메라를 걸치기에 무게 감당이 안돼 아이폰을 끼우고 사진을 찍었다.
애플워치에 무선 리모컨 기능이 있으니 시계 화면을 보면서 구도를 잡을 수 있어 편리하다.
앞으로 걸어야 할 능선이다.
거친 암봉을 지나가야 한다.
ㅁ 갈기산
생긴 모양이 말갈기 같아 갈기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암이 많은 돌산이다.
높이가 해발 585m에 불과하지만, 갈기산은 누가 뭐래도 영동의 숨은 명산이다.
그 이유는 외강내유의 미(美)를 속 깊이 지녔기 때문이다.
주능선은 암릉으로, 능선 좌우로는 절벽으로 꽤 남성적인 모습을 보이며 등산객에게 암릉 산행의 묘미를
느끼게 하면서도 정상에서는 그림 같이 흐르는 금강을 시원하게 보여주며 한없이 부드러운 조망을 선물한다.
암릉지대가 많지만 소나무길과 번갈아 등산로가 이어지며,
등산 기점과 종점이 같아 자가운전으로 찾아가도 부담이 없다. (출처_영동군청, 문화관광)
갈기산을 오르는 동안 젊은 여성 두 분이 짧게 정상만 오르고 다시 하산하는 걸 본 뒤
월영산까지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월영산으로 이동하며 보는 갈기산 오른 곳
가운데에 있는 바위가 갈기산 정상이다.
알뜰주유소 방향으로 떨어지는 암릉구간
갈기산에서 가장 멋진 암릉구간으로 안전을 위해 나무데크를 설치했다.
멀리서 잡은 나무데크 구간의 암릉
반대편 암릉이다.
갈기산을 다 지나갈 때 즈음 성인봉이란 표지석을 만난다.
이 봉우리는 월영산 능선의 시작이자 갈기산을 끝내는 구간이기도 하다.
갈기산 끝에서 월영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고만고만하니 어렵지 않다.
평상시라면 콧노래 절로 나오는 평이한 구간이겠지만, 날씨가 더우니 언제든 무너지기 쉽다.
가다 쉬고 또 쉬기를 몇 번 하는 동안 시간은 하릴없이 흐른다.
월영봉 큰 봉우리를 오를 때도 암봉이 골탕 먹이려는 듯 바짝 일어섰다.
이젠 로프 잡을 힘도 없어 힘겹게 오른다.
웬 놈의 날이 그렇게 더운지 도저히 힘을 낼 수 없다.
올 때 게토레이 600㎖짜리 한 병만 들고 왔는데, 아껴 먹는다고 해도 금세 바닥이다.
하긴 지난 5월 설악산 산방기간이 끝나고 귀때기청봉의 털진달래를 보고 내려와 매점에서 산
게토레이를 순식간에 해치웠는데, 이런 짐통더위에 겨우 한 병이라니 계산 착오다.
월영산을 갈기산에서 오른다면 두 번째 봉우리가 월영산이니 사실상 마지막 봉우리가 정상이다.
마지막 봉우리를 남겨두고 도저히 오를 기운이 없어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얼마나 쉬었을까.
한 모금도 안 되는 게토레이를 털어 넣고 기력을 다해 정상에 올라섰다.
정상 표지석을 보니 히말라야 정상에라도 오른 듯 살아서 정상을 밟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생각 같아선 인증사진을 찍고 싶은데, 모든 게 귀찮으니 그저 정상 표지석만 찍고 서둘러 하산한다.
정상 표지석 사진을 찍을 때가 16:14이니 금산으로 출발하는 16:35 버스를 타려면 서둘러야 한다.
ㅁ 금산 월영산(月迎山)
정상부가 바위봉우리여서 거침없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정상에 오르면 갈기산 천태산,
마니산, 백화산,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 등 이웃고을 영동 명산들의 원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전북무주의 덕유산, 전북진안의 마이산, 충남의 최고봉 서대산이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그런가 하면 금산의 진산 진악산, 양각산, 대둔산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충청과 전북의
명산을 파노라마 속에 담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정상부 북쪽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금강이 제원면의 산하를 휘저으며 흐르는 장관도 함께 펼쳐지는
월영산의 산 이름의 유래가 멋있다.
월영산(月迎山)의 한자를 풀어보면 ‘달을 맞이하는 산’이라는 뜻으로,
이름만 들어도 달밤과 어우러진 산이 주는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제원면 사람들은 월영산과 성인봉 사이 비들목재를 중심으로 달이 월영산 쪽으로 기울어 뜨면 풍년,
성인봉 쪽으로 기울면 흉년이라 여기며 정월대보름 달맞이 때 한 해 농사를 점쳐왔다고 한다.
월영산을 바라보고 살고 있는 이 고장 사람들의 달맞이 풍습도 정겹다.
(출처_금산군청, 문화관광)
길 힘도 없이 겨우 정상에 올라섰는데, 얼른 버스를 타고 월영산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축지법을 쓴다.
하산길이 가파르다고 해도 스틱으로 겨우 균형을 잡아가며 성큼성큼 발을 내딛는다.
마을까지 약 2km를 초인적인 능력으로 도착했을 때 버스는 불과 50여 m를 앞두고 떠난다.
월영봉 아래에서 너무 많이 쉬어 버스를 코앞에서 놓친 것이다.
버스를 놓치고 나니 걸을 힘도 없이 배가 뜨거워지며 체력이 고갈됐음을 느낀다.
마을엔 어죽이 유명한지 처음 만난 어죽집으로 들어가니 2인이 기본이라 팔지 않는다.
잠깐 의자에서 기력을 찾아 다음 집으로 갔더니 고맙게도 어죽 1인분을 판다.
어죽이 나올 때까지 양해를 구하고 작은 쪽방에서 드러누웠다.
어죽은 2인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양이 많다.
겨우 한 공기를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절반을 남겼다.
남들은 맛있다고 하는데 너무 힘들어선지 모래를 씹는 맛이다.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으로 주말에만 11명이 사망했다는 데, 즐풍은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즐풍은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보려고 했던 월영산 출렁다리는 다음 기회로 마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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