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_89
2023.5.9. (화) 해 질 녘에 탐방
밀양 월연정은 조선 시대의 문신이 지은 한옥으로,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밀양강과 단장천이 만나는 절벽 위에 자리 잡은 월연정에서는 강물과 달이 함께 맑게 비치는
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뜻을 갖고 있는 곳이다.
여름에는 배롱나무꽃이 불게 물들고, 가을에는 단풍이 붉게 수놓아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월연정 주변에는 탄금암, 쌍천교 등의 유적과 백송, 오죽 등의 희귀한 나무들도 있어
역사와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고요한 시골의 느낌이 가득한 밀양 월연정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나,
저녁 늦게 찾은 데다 이미 봄꽃은 지고 없어 고즈넉한 외로움만 감돈다..
월연정으로 들어가는 길은 차량이 들어갈 수 없다.
입구부터 천천히 걸어간다.
ㅁ 밀양 월연정(密陽 月淵亭)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조선 중종 때 한림(翰林)을 지낸 월연(月淵) 이태(李迨 1483~1536)가 기묘사화가 일어나기 직전에
벼슬을 버리고 밀양으로 돌아와 1520년에 지은 쌍경당과, 월연대 일원을 일컫는다.
쌍경당과 월연대는 추화산 동쪽 기술, 밀양강과 단장천이 만나는 절벽 위에 들어선 정자를 겸한 별장이다.
달이 하늘과 강물에 떠 있는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지던 곳으로 "쌍경",
"월연"은 각각 '강물과 달이 함께 맑기가 거울 같다'. '달빛이 고요히 내려앉는 연못'이라는 뜻이다.
쌍경당은 주변 경관을 조망하기 좋도록 방과 대청을 개방형으로 꾸미고,
사철 기거할 수 있도록 아궁이를 뒀다.
월연대는 정자 기능이 두드러지도록 가운데에 방 한 칸을 두고 사방을 대청으로 둘렀다.
임진왜란 때 모두 불타 없어졌다가 후손들에 의해 쌍경당은 1757년, 월연대는 1866년 복원됐다.
제헌(霽軒)은 이태의 맏아들을 추모하는 건물로 1956년 건립됐다.
쌍경당, 월연대, 제현은 각기 다른 지형에 다른 형태로 들어섰다.
풍경이 뛰어난 자연 지형을 이용하면서 환경을 최대한 살리려는 조선 사대부의 자연관과 전통조경 양식을 보여 준다.
* 한림: 조선시대에 예문관에서 춘추관, 기사관을 겸임한 봉교, 대교, 검열을 달리 부르던 말.
* 기묘사회: 중종 때 조광조 등 중앙 정계에 진출한 사림파가 개혁 정치를 펼치다 1519년 무더기로 처형되거나
파직당한 사건. (안내문)
너무 늦게 와서 들어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문은 열려있고, 아무도 없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차에서 내려 90여 m를 걸어서 들어와야 한다.
입구에도 딱히 주차시설이랄 것도 없어 주차 관리도 쉽지 않다.
옛날엔 다소 외진 곳에서 안빈낙도하는 삶을 영위하기에는 좋았으나
그만큼 외부와 단절된 형태로 살아가야 하는 곳이다.
솟을대문을 들어가면 처음 만나는 곳이니 손님을 받는 사랑채란 생각이 든다.
이쪽의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채가 있다.
바깥채가 외부인을 맞거나 남정네가 기거하는 곳이라면 이곳은 마님과 여인들의 공간이다.
문을 통과하면 바로 안채가 나타난다.
월연정은 오래전에 집을 비운 듯 적막만이 흐른다.
역사성이 인정돼 지방문화재로 등록되었을 뿐 더 이상의 거주 공간은 아니다.
이곳은 제헌(霽軒)이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태의 맏아들을 추모하는 건물로 1956년 건립됐다고 한다.
이태의 맏아들이 덕망이 있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나 보다.
쌍경당
달이 하늘과 강물에 떠 있는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지던 곳으로 "쌍경당"이다.
달은 하늘과 강물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달덩이 같은 네 얼굴이 내 마음에 도 있으니, 즐풍은 삼경을 갖고 있다.
담장 밖으로 보는 행랑채
행랑채와 솟을대문
안채에서 월연대로 나가는 쪽문
추화산(推火山)
추화산은 해발 243m이며, 8부 능선에 삼국시대 초기에 축조된 추화산성 (경상남도 지정기념물 제94호)이
남아 있으며 그 둘레가 약 1,430m이다.
추화산성은 밀양읍성에서 3km 지점에 있으며,
경북 청도와 울산 방면으로 통하는 교차점에 위치하여 밀양읍성의 배후 산성의 기능을 수행했다.
매년 정월 대보름날을 가해 봉수제(달집 태우기)가 개최된다. (안내문)
월연대다.
이 건물 왼쪽으로 올라가면 추화산 정상의 봉수대를 만날 수 있다.
주변엔 추화산성이 있다고 하지만 거의 흔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월연대는 사각에 담장을 들러 있고 빗물은 모퉁이 배수로를 통해 빠진다.
월연대
양반집 자제들이 시문을 짓고 글 읽기 좋은 곳이다.
문을 열면 밀양강이 한눈에 들어오고, 새소리며 바람소리가 심심의 안정을 가져오겠다.
뒤쪽 공간
담장 아래에서 보는 월연대
월연대와 안채 사이를 흐르는 실개천
이 실개천을 넘으면 월연대라고 하는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이 아래 있는 밀양강은 곳곳에 보를 막아 가둔 물이 제법 깊게 보인다.
보가 없던 옛날 가물 땐 물이 흐르지 않을 때도 많았겠단 생각이 든다.
배롱나무 꽃이 필 때나 단풍이 들어 운치가 있을 때는 제법 거니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오늘은 봄꽃도 이미 지고 없는 데다 벌써 어둑어둑해지니 서둘러 보고 나간다.
밀양 용평터널이다.
1905년에 경부선 철로로 시작하여 1940년, 이곳에 터널이 뚫리면서 지금은 인도와 차도로 이용된다.
터널 길이는 300m로 은은한 조명이 인상적이고, 사진을 찍으면 아주 환상적이다.
처음엔 경부선 철로가 지나가던 곳인데, 직선화되면서 터널은 차도로 변했다.
용평터널은 배우 정우성의 주연 영화 「똥개」에 나온 적이 있어 생뚱맞세 똥개터널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터널은 일방통행만 가능하므로 신호 시스템에 따라야 한다.
터널 사이에 이렇게 트인 공간도 있다.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둘러본 월연정이다.
교통이 좋아 사람이 거주하면 건물 관리가 잘 될 텐데, 사람이 살지 않아 아쉬운 곳이다.
옛날에 머슴을 두고 살 때는 제법 양반가란 소리를 들었겠지만 이젠 지방 역사의 한 편린일 뿐이다.
방치되다시피 한 곳이라 안타까움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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