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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전라도·광주

영암~해남의 별매산 가학산 흥석산 깃대봉 산행

by 즐풍 2023. 4. 5.

2023_026

 

 

 

2023.3.4. (토) 09:58~16:14 (6시간 16분 산행, 10.0km 이동, 50분 휴식) 흐림

 

 

이번 산행은 4년 전 같은 코스로 돌며 허벅지 경련으로 오르지 못한 호미동산과 두억봉을 기필코 오르며

그날의 아픔을 설욕하겠단 욕심으로 신청했다.

오늘 산행 거리가 12.5km라고 하니 타이트하게 주어진 여섯 시간으로 어림없겠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늘 머릿속에 그리던 호미동산을 포기할 수 없어 초반부터 쉬지 않고 걷고 또 걷는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별매산은 스치듯 지나치고 가학산에 다다를 즈음 갑자기 허벅지에 근육이 뭉치기 시작한다.

겨우내 동면을 취하던 쥐가 날이 풀리자 먹이를 찾아 나선 건지 종아리 근육을 지나 허벅지까지 타고 올라온다.

애를 쓰며 뭉치지 않게 노력하지만, 발걸음 떼기도 어렵다.

마침 함께하신 동행하신 분께서 근육이완제와 소염제를 두 번이나 주셔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아무리 산이 좋다고 해도 가야 할 산이 많으니 네 시간씩 달려 별매산을 더 올 생각은 없다.

그러기에 이번에 호미동산을 오르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없다.

걸음을 재촉하자 잠시 약에 취했던 쥐가 살아나 슬슬 종아리와 허벅지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런 즐풍의 처지를 이해하시는 동행자께서 시간이 안 되겠다며 그만 가자고 하신다.

 

호미동산의 호랑이 꼬리를 잡기 위해 호랑이 등줄기는 밟았으나 손가락만 한 쥐의 공격에 포기한 것이다.

한때 밤을 새우며 불수사도북이나 강남칠산 종주를 단행했던 패기는 사라지고 650여 m의 낮은 산에서 무너지다니...

영원한 젊음은 없다.

이젠 내 꼬락서니를 알고 세월 앞에 겸손하고 겸허한 마음을 가지라는 산의 경고로 받아들인다.

 

 

지난 주말 카메라의 보증기간 종료를 앞두고 카메라의 전체적인 성능 보증을 위해 A/S를 맡겼다.

그리고 찾은 카메라를 걸치고 사진을 찍으며 화면을 보니 자동에 설정한 모드 다이얼이 P로 돌려져 있다.

서둘러 자동 모드인 A+로 돌려놓았으나 P 모드로 찍은 사진은 빛이 너무 많이 들어가 버려야 했다.

그동안 별매산에서 찍어드린 사진 전부를 망치게 되어 사진을 기대하신 분들께 위로와 양해를 구했다.

 

최근 시청 중인 「순정 파이터」에서 "이생망"이란 분의 닉이 재밌단 생각을 했다.

그분의 '이번 생은 망했어요.'가 즐풍의 「이번 산행은 망했어요.」로 바뀌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조바심에 호미동산과 두억봉 둘 다 놓치는 불상사는 물론 사진까지 망쳤다.

끝까지 기다리며 산행을 함께 동행하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카페에 올렸던 글로 들어가기를 시작한다.

 

 

별매산-가학산-흑석산 등산코스

 

 

 

산행 내내 함께하신 동행자 분이시다.

쥐가 났을 때 근육이완제를 제공하신 고마운 분이다.

 

 

별매산 오를 때 이정표를 보니 별매산에 별뫼산이라고 괄호를 해 놓았다.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다 하여 별뫼산이면 성산(星山)이라 불러도 무방한데,

한글로는 별뫼라 하면 될 것을 별뫼라 하기엔 고약했는지 요즘은 별매산으로 부른다.

호미동산을 가지 않는다면 마을에서 별뫼산까지 오르는 풍경이 절경인데.

카메라가 말썽을 일으켜 정상까지 오는 동안의 사진을 올리지 못해 지금도 배가 아프다.

 

 

 

 

 

근육이완제를 먹고 호미동산을 가다가 쥐가 다시 올라와 결국 뒤돌아서야 했다.

지난 산행에 이어 이번 산행도 그놈의 쥐 때문에 호미동산을 포기한다.

이번에 미련을 둔다고 해서 다시 올 생각도 없으니 이젠 호미동산 생각을 영원히 떨쳐야 한다.

 

 

 

호미동산으로 가려다가 뒤돌아가는 구간

 

굿바이 호미동산...

 

 

 

멀리 가학산 정상이 보이는데 쥐는 여전히 꿈틀거리며 허벅지를 공격하려 한다.

천천히 쉬며 가며 하다 보니 발걸음이 늦다.

 

 

 

 

 

 

 

 

 

 

 

 

 

 

 

 

 

 

 

 

 

 

 

 

 

 

 

 

 

 

 

 

 

 

 

 

 

 

전투에 패한 패잔병 같은 느낌이라 딱히 쓸 말도 없다.

세상사 이런 일 저런 일 많다고 하지만 두 번째 호미동산에서도 접수를 못하고 물러섰다.

언젠가 정말 파란 바닷물이 떨어질 만큼 청명할 때 영암에 있다면 시간 넉넉히 두고 오를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