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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전라도·광주

용궐산 하늘길과 섬진강 요강바위

by 즐풍 2022. 11. 30.

2022_211

 

 

 

2022.10.22. (토) 07:37~10:30 (2시간 53분 탐방, 6.4km 이동)  다소 흐림

 

 

경남 함안군에 있는 기백산을 가려다 너무 멀다는 생각에 목적지를 채계산으로 변경했다.

목적지를 한 번 흔들고 난 뒤 오늘 탐방할 지역 명소를 채계산으로 바꾼다.

채계산만 타려던 생각은 인근에 용궐산이 있다는 걸 알고 편의상 용궐산부터 오르기로 한다.

기백산을 갔다면 분명 다른 명소도 들렸겠지만, 이곳 역시 용궐산, 채계산에 + 알파가 될 것이다.

 

용궐산이나 채계산은 여러 블로그를 통해 익히 보아왔다.

많은 사람이 용궐산 잔도와 체계산 출렁다리를 경험했으나 즐풍은 이제야 발을 딛게 된다.

잔도나 출렁다리가 놓이며 한동안 들끓던 인파도 이젠 빠졌을 테니 여유로운 탐방이 되리라 본다.

산악회를 이용하기 어려웠으나 고창에 숙소를 둔 까닭에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한다.

 

 

 

□ 용궐산 하늘길

 

용궐산 하늘길은 2021년 4월에 개장해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전라북도 순창의 여행지다.

용이 거처하는 산이란 뜻의 용궐산은 거대한 암벽과 기암괴석으로 화려한 곳이다.

용궐산 치유의 숲에서 출발해 가파른 돌계단을 40분쯤 오르면 수직 암벽에 놓인 하늘길을 만날 수 있다.

총길이 530m 정도의 하늘길은 그 자체가 작품이라고 느껴질 만큼 암벽에 낸 데크 길이 인상적이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바위산을 타고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지만,

하늘길에서 바라보는 섬진강 물줄기는 선물처럼 아름답다.

전망대에 오르면 이름 그대로 하늘에 보는 것처럼 멋진 풍경이 좌우로 펼쳐진다.

하늘길에서 용궐산 정상까지는 40분쯤 걸린다.

중간중간 나무 의자도 마련되어 있어서 섬진강변을 조망하며 쉬어 갈 수도 있다.

하늘길만 둘러보려면 데크 길이 끝 지점에서 옛 등산로가 이어지는 산림 휴양관 방면으로 하산하면 된다.

                                                                                                                        (출처_대한민국 구석구석)

 

용궐산 등산코스

 

 

 

 

 

주차장에서 보는 용궐산 잔도 풍경

 

 

 

 

 

용궐산은 크고 작은 돌 투성이라 주변에 널린 돌로 등산로를 갈았다.

 

 

 

 

 

잔도를 오르며 보는 섬진강변 장군봉 방향

 

계산무진(谿山無盡)은 시냇물도 산도 다함이 없다는 뜻이다.

추사 김정희가 열 살이나 아래인 안동 김씨 세도가인 김ㅇㅇ에게 써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김ㅇㅇ의 호가 계산초로(谿山樵老)로 시냇물 따라 산에 올라 나무하는 노인이라는 뜻이다.

나무꾼을 가장한 세도가의 위세에 눌려 계산의 (욕심은) 다함이 없다는 뜻으로 써줬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안내문은 사뭇 다르게 해석했다.

 

 

잔도라 하지 않고 하늘길이라 했으니 다행이다.

암벽 등반가가 아니면 올라올 일도 없을 바위에 나무 데크를 설치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하늘길을 만들며 용궐산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바위 곳곳에 귀감이 될만한 한자 성어를 줄줄이 새겼다.

다른 덴 전부 검은 페인트로 글자를 마감했는데, 이곳은 아직 마감하지 않았다.

이런 한자를 새기는 데 결정권자가 즉흥적으로 결정한 느낌이다.

이러 유치한 발상으로 자연환경을 훼손한 주범의 인생도 유치 찬란하겠다.

 

 

 

삼류 무협지를 읽는 것도 아니고 이런 산속에서 읽기도 힘들게  용비봉무가 뭐냐?

용이 날고 봉황이 춤춘다는 게 현대사회에 줄 가르침이 있기는 한 걸까?

 

그나마 이 한자는 바위에 새기지 않아 봐줄 만하다.

 

 

엊그제인 '22.10.19. 장성에 있는 필암서원을 다녀왔다.

그곳에선 하서 김인후 선생을 학덕과 정신을 추모하는 서원이다.

호남사림을 형성한 김인후는 인종의 스승이었으나 재위 9개월 만에 병사하자

그 충격으로 낙향한 이후 후진 양성에 전념했다.

 

 

 

안중근 의사의 글자는 성품만큼이나 절개가 드러나는 글자이다.

 

 

 

위로 보이는 하늘길은 지금 설치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하늘길 곳곳에 쓸데없이 새긴 한자성어가 이곳엔 더 이상 새기지 않기를 기대한다.

 

하늘길이 끝나며 등산로엔 크고 작은 바위가 깔려 위험하다는 생각에 곳곳에 로프가 걸렸다.

이제야 산행할 맛이 난다.

 

 

 

용이 하늘을 난다는 의미로 지은 비룡정이다.

단청을 하지 않아 목재 기둥 색이 점차 갈색으로 변색된다.

자연스럽게 변색되는 게 단청한 것보다 보기 좋다.

 

 

 

이곳에서 사진 찍을 때가 08:30인데, 계곡엔 아직 안개가 드리워졌다.

산구비 곳곳에 깔린 안개가 다소 몽환스럽게 보인다.

 

 

드디어 용궐산 정상에 올랐다.

계속 진행하며 종주하고 싶지만, 중간에 용굴이 있다고 하니 찾아가야겠다.

 

 

 

용골산이었다니 용굴로 짓는 건 당연하겠다.

하지만 용굴이라 부르기엔 굴이 너무 단순한 느낌이다.

 

 

 

 

 

용굴에서 나오면 반대편으로 올라가는 돌계단이 멋지게 포장되어 있다.

 

 

용굴산은 한 때 용여산이라고 불렀단다.

용이 물에 사는 상상의 동물이라 음에 해당하여 여성성을 붙였나 보다.

사진에 보이는 용알은 어디에 있었는지 놓쳤다.

 

 

 

 

위 바위 앞에 용유암이란 안내문이 걸렸다.

용유암은 지금은 없어진 작은 암자였겠단 생각이 든다.

이젠 전설로 남은 나주 임씨 중시조의 이야기다.

 

 

 

인걸지령: 걸출한 사람은 신령스러운 땅에서 태어난다는 뜻이라고...

 

등산로 한쪽에 평평하고 넓은 바위가 쉬어가기 좋게 생겼다.

 

 

 

워낙 돌이 많은 지역이라 이런 돌로 등산로를 깔았으니 많은 공력이 든 산행길이다.

 

 

 

임도를 지나며 곳곳에 세워진 돌탑을 볼 수 있다.

 

귀룡정

위 안내문에도 있듯이 마을을 흐르는 섬진강에 장수한 거북이가 목욕하며 살았다는 장구목이 있다.

장구목 바위에 거북이가 드나들던 구와는 지금 요강바위라 부른다.

섬진강에 있던 거북이와 용궐산에 있는 용을 합쳐 이곳에 귀룡정자를 지었다.

 

귀룡정을 지나 마을 앞 장군목 유원지에 있는 요강바위까지 가려고 하니 왕복 2km가 넘는다.

주차장으로 돌아가 차량을 회수해 요강바위로 다시 간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의 바위에도 이렇게 요산요수란 글자를 새겼다.

잘못된 결정으로 중국이나 북한에서 선전 도구로 쓰이는 글자처럼 바위를 훼손했다.

 

 

 

현수교 앞 공간에 주차하고 요강바위로 들어선다.

 

많은 사람들이 요강바위를 보기 위해 연신 오고 간다.

한 무리의 학생들이 떠나고 예닐곱 명의 친목계원이 사진을 찍는다고 막 몰려든다.

그분들에게 사진만 찍고 가겠다며 양해를 구하고 두세 장 얼른 찍는다.

 

보기보다 달리 구멍이 제법 커 두세 명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다.

사진 찍기 전에 이미 여성 두 명이 들어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나오니 자전거 라이더 몇이 더 합세했다.

요강바위가 이곳의 명물은 틀림없다.

 

 

 

 

 

 

처음엔 용여산에서 용골산으로 1차 개명을 했다.

용골은 용의 뼈다귀이니 죽음 걸 의미한다고 용이 사는 대궐이란 뜻의 용궐산으로 2차 개명했다.

그래서일까, 별로 인기 없던 용궐산에 하늘길을 놓자 생동감 넘치는 산행지로 변했다.

이에 더해 장구목의 요강바위는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