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_202
2022.10.2 (일) 저녁
정읍 시내에서 저녁을 먹고 거리를 걷는데 정읍 쌍화차 거리라는 표지판을 본다.
여기저기 쌍화 찻집이 많이 보여 이 지역의 쌍화차 거리는 1970~80년대를 상기시킨다.
1980년대 직장생활을 할 때는 지금처럼 카페는 없었다.
그저 담배 연기 자욱한 다방에 들어서면 마담이 다가와 커피 주문을 받는 것으로 시작했다.
아침에 커피를 시키면 계란 노른자를 얹어줘 속이 든든한 느낌이었다.
쌍화차는 커피보다 더 고급진 차에 해당해 가격도 훨씬 비싼 것으로 기억한다.
벌써 40여 년이 훌쩍 지난 옛 추억을 안고 찻집에 들어선다.
□ 정읍 쌍화차거리
세종실록지리지와 신동국여지승람 등 옛 문헌에 정읍의 토산품으로 차가 기록되어 전해져 올 정도로
역사를 간직한 정읍은 차문화도 오래된 고장이다.
그중에서도 쌍화차를 주 메뉴로 하는 전통찻집이 새암로를 따라 자생적으로 형성되어 오다
쌍화차의 깊은 맛과 건강식으로 각광받으면서 장명동 주민센터 인근 지역에 점진적으로
확대되면서 조성된 거리이다.
궁중 탕약에서 영향을 받은 정읍 스타일의 쌍화탕은 숙지황, 생강, 대추 등 총 20여 가지의 엄선된
특등품의 약재를 달여서 밤, 은행, 잣 등의 고명을 넣고 정성을 다해 만들어진 보약이다.
쌍화는 “서로 합치다” 또는 “서로 짝이 되다”라는 뜻으로 부족한 기운을 보충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출처_정읍시청, 문화관광)
정읍 쌍화차 거리는 정읍시청 맞은편 다음 골목에 있다.
녹두꽃 쌍화탕은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방영된 곳이라기에 들어선다.
그동안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는 구수한 입담과 친근한 이미지로 친근하게 느껴졌다.
지금은 이만기가 배턴을 이어받아 진행 중이지만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씌워져 보기 불편하다.
실내로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고전적 소품이 많아 오래된 한옥에 들어선 느낌이다.
호박씨와 말린 대추, 누룽지가 먼저 나왔다.
호박씨는 한두 개 먹고 보았고, 씨를 뺀 대추에도 손은 그다지 가지 않았다.
이미 저녁을 먹고 왔기에 그다지 먹을 생각이 없었다.
쌍화차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려 실내를 더 살펴본다.
광목천인지 뭔지 모를 천에 간단한 그림을 넣어 액자 같은 느낌을 준다.
과하지 않은 그림에 여백이 많아 잔잔한 느낌을 받는다.
소품으로 놓인 그릇
이 시에서 나는 누굴까?
말하는 어투로 보아서는 아버지나 삼촌 같기도 하다.
예쁜 여자는 엄마겠지?
녹두꽃 쌍화탕 집에서 가장 큰 인테리어는 단연 문짝이다.
소품용으로 만든 문짝은 크지 않아 전시하기 좋다.
카운터에 놓인 쌍화탕 제품
가족이나 선물할 생각이 날 때 이런 쌍화탕도 좋은 대안이 되겠다.
쌍화탕을 마시며 젊은 시절로 돌아가 그때를 반추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가게 주인이 김용택 시인의 시를 좋아하나 보다.
이 시의 전문을 찾아본다. 참 좋은 시다.
이번엔 가래떡과 조청이 함께 나왔다.
가래떡을 먹는 것만으로도 시장기를 잠재울 수 있겠다.
조청은 너무 달지 않아 가래떡과 궁합이 잘 맞는다.
드디어 나온 쌍화차다.
곱돌 잔에 나온 쌍화차의 온도를 제법 오랫동안 유지시켜 준다.
대추와 당귀, 계피, 감초 등 여러 약재가 가미된 맛이다.
다소 한약의 냄새를 풍기는 쌍화차를 마시며 보약을 마신다는 느낌을 받는다.
숟가락을 들어 쌍화탕에 넣었더니 많은 밤이 들려 나온다.
쌍화탕은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가격과 별 차이가 없는 8,000원이다.
이렇게 몸에 좋은 여러 약재를 가미하고, 호박씨나 말린 대추, 가래떡이 추가되면 결코 비싸지 않다.
따듯한 쌍화탕에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포만감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이런 쌍화탕 집이 전국에 유행처럼 퍼지면 좋겠다.
건강은 물론 간단한 요기용으로도 좋은 전통차다.
이 등잔은 한 번도 불을 붙이지 않았다.
심지를 넣고 등유를 채운 등잔에 불을 붙이면 끝이 검게 그을려 시커멓게 변한다.
중학교 2학년까지 이런 등잔불에서 공부하다가 깜박 졸기라도 하면 이마 위 머리가 탔다.
화들짝 놀라 깨면 벌써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머리엔 서리가 앉았다.
정읍만 해도 시골이다.
즐풍이 마지막 손님이라 얼른 나와야 가게 문을 닫을 거 같아 밤 9시가 되기 전에 나왔다.
이 시각이라면 도심의 거리는 떠들썩할 텐데, 거리는 조용하고 어쩌다 겨우 차량이 한 대 지나갈 뿐이다.
주말이면 관광객이 좀 다닐까?
이 골목 역시 쌍화차 거리다.
이렇게 쌍화차 거리로 특화된 지역이 있다는 게 다행이다.
쌍화차 한 잔으로 시공을 넘나들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했다.
전통을 보고 느끼는 것은 물론 맛까지 느꼈으니 황홀한 밤이다.
정읍에 또 들릴 일이 있다면 다른 집도 체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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