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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영남알프스

다시 보려고 찾은 가지산 입석대의 장쾌함

by 즐풍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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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9.21 (수) 11:42~12:37 (54분 산행, 산행 거리 950m, 평속 1.1km/h)

 

 

작년 10월도 가지산 입석대를 올랐다.

그때 산을 오른다는 게 옆구리를 치고 오르는 바람에 명품 바위 구간을 놀쳤다.

하여 오늘 입석대까지만 짧게 오르기로 하고 제대로 된 구간으로 들어섰다.

독서로 말하면 명작 중에 중요 부분만 짧게 읽고 책을 덮는 느낌이다.

 

영알 9봉을 인증할 산행도 바쁜데, 가지산 입석대를 오르는 건 오후에 있을 Zoom 화상 인터뷰 때문이다.

고창의 농촌 살아보기를 신청했더니 대면 인터뷰가 아니라 신청자의 편의를 위해 화상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14:00에 예정된 인터뷰 때 산에 있으면 인터넷 상황이 좋지 못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하여 가지산 등산을 간단하게 끝내고, 인터넷이 잘 터지는 밀양 케이블카 주차장에서 대기하며 인터뷰할 생각이다. 

 

 

가지산 입석대 등산 코스

 

들머리를 찾아가는 길에 눈에 들어오는 입석대 주변의 암릉 구간이 멋지게 펼쳐진다.

 

 

지난번 들머리와 겨우 90m 차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능선으로 오르고 난 뒤 이 암릉 구간으로 올라왔다.

 

바위 구간을 지날 땐 특별하지 않아 보여도 더 높은 바위에서 보면 제법 길쭉하고 근사한 암릉구간이다.

 

 

 

사실, 이 바위가 먼저 보인다.

이 바위를 오른 다음에 앞서 본 길쭉한 암릉 구간을 찍은 것이다.

아이패드로 작성할 때는 여전히 사진이 뒤죽박죽이다.

 

그 암릉구간을 지나 점점 입석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드디어 가지산의 명물이자 많은 사람이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입석대다.

 

 

 

아무래도 길쭉한 바위는 세로로 찍어야 잘 생긴 바위를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용암이 굳으며 바위가 되고, 그 바위는 다시 세월이 흐르며 여러 형태의 잔잔한 바위가 떨어져 나갔다.

그중에 심지가 제일 굳은 이놈들만 살아남았다.

세월이 가면 약한 부분부터 떨어져 나가고 더 작고 뾰족한 상태로 남을 것이다.

 

어쩌면 이 선돌은 영알 9봉 인증이 마무리될 때까지 매년 계속 볼지도 모르겠다.

잘생긴 연놈은 사람이 아니라도 자꾸만 보고 싶으니까...

 

 

 

 

 

입석대 뒤로 있는 바위도 나름 멋지다.

녀석은 제법 수형이 좋은 소나무를 친구로 두고 있는 데다 얹힌 바위도 더 많다.

 

구름이 많으니 해는 연신 구름 밖으로 나왔다가 얼른 안쪽으로 숨기도 한다.

햇빛이 보일 때 사진이 훨씬 좋다.

 

 

 

뒷 바위만 당겨본다.

 

 

 

바위가 너무 멋져 좀체 이 바위를 떠날 수 없다.

 

이 바위 틈새에서 타 죽을 만큼의 무더위와 세찬 바람에 뿌리가 얼어 터질 만큼의 추위를 다 견뎠다.

이만한 크기라면 몇십 년이 아니라 몇백 년의 세월을 바위와 함께 했는지 모른다.

더위와 추위를 견디며 한 순간도 생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놀랍다.

 

어느새 바위를 돌아 뒤로 왔다.

바위가 쓰러져 바닥에 걸쳐진 게 제법 보인다.

뒤에 있던 바위가 더 컸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생긴 턱으로 간혹 등산객은 어렵지 않게 바위까지 올라가 사진을 찍는다.

즐풍 곁에도 누군가 사진을 찍어 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입석대를 사진의 중앙이나 좌우 어디에 두어도 좋다.

잘 생긴 바위는 어디에 있든 자리를 탓하지 않는다.

 

바위 상태로 보아 우리 생애 마지막 날까지 이 바위를 오른다고 해도 더 이상 무너질 염려는 없겠다.

근사한 저 바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을 날이 오면 좋겠다.

그때 사찰에 있는 당간지주처럼 깃대를 만들지는 않더라도 수건이라도 꺼내 흔들면 좋겠다.

 

입석대로 주변의 구름이 떼 지어 몰려드는 형국이다.

 

입석대를 지날 때 조금 더 위쪽에 여성 두 명이 이야기를 나누는 게 들린다.

그분들에게 사진이라도 한 장 부탁하려 이동해야겠다.

 

 

 

 

 

드디어 여성이 얘기를 나누던 바위에 올라섰다.

즐풍의 출현에 자리를 내주며 인사를 나눈다

 

멋진 소나가 있던 바위 뒷모습은 앞면이 많이 다르다.

 

여성분에게 사진을 부탁해 얻은 사진이다.

바로 입석대 앞뒤 어느 쪽에서라도 찍었으면 더 근사할 텐데, 너무 멀어 입석대가 작은 게 흠이다.

오후에 있을 인터뷰를 위해 오늘은 모자를 쓰지 않았다.

괜히 모자를 써 자국 난 머리를 보면 후줄근해 보일까 염려한 것이다.

이렇게 백발이 성성하니 너무 늙었다고 생각해 뽑지 않는 건 아닐까?

이 나이에 산신령처럼 백발로 뒤덮이다니, 즐풍도 이젠 나이가 든 게 분명하다.

 

사진을 찍고 다니 내려와 돌아가기 전 입석대를 다시 한번 감상한다.

 

 

 

 

 

다시 봐도 여전히 멋진 선돌이다.

 

 

 

 

 

 

 

 

왕복 한 시간 투자에 이렇게 멋진 바위를 볼 수 있다는 건 가지산이 보여주는 넉넉함이다.

가지산의 많은 바위 중 입석대는 그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이 망해갈 만큼 어지러운 속에서도 꿋꿋하게 세상을 받쳐내는 게 기특하지 않은가?

네가 있는 동안 우리나라는 그 작자가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도록 아무리 분탕질 쳐도 굳건히 지켜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