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밀양 케이블카 타고 오른 영알 9봉의 재약산

2022_175

 

 

 

2022.9.21 (수) 14:30~17:30 (케이블카 하차 후 산행 시간만 3시간 소요, 왕복 10.1km 이동)

 

 

오늘 일정은 재약산 등산을 끝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아침부터 울주 언양읍성을 시작으로 가지산 입석대의 멋스러운 풍경을 풍경을 감상했다.

한 시간 반 넘게 기다린 끝에 예정된 14:00부터 Zoom을 이용한 화상 인터뷰도 했다.

인터뷰를 끝내자마자 케이블카를 올라타고 천황산과 재약산 연계 산행에 돌입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행한다고 나쁠 것은 없다. 

어쩌면 주최 측에서 내심 케이블카 이용객이 늘면서 소득이 늘어나는 걸 반길지도 모를 일이다.

영알 9봉 완등 인증을 위해 몰려들며 숙박업소나 식당, 주유소 등에 수입이 떨어지는 경제 효과를 보려는 것이다.

그에 더해 케이블카 운영을 위해 설치한 비용은 물론 종사자 급여까지 해결한 문제는 산적해 있다.

 

14:30에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에 발을 디디며 전쟁은 시작된다. 

마지막 케이블카인 17:50에 앞서 45분까지 도착하라고 하니 주어진 시간은 불과 3시간 25분이다.

상부 승강장에서 천황산까지 40분, 재약산까지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고 하니 쉬지 않고 3시간 20분이 걸린다.

인증 사진도 찍으랴, 잠깐 쉬면 시간은 쏜살처럼 지나갈 테니 케이블카를 타냐 마냐 하는 절체절명에 부딪친다.

 

 

 

□ 재약산

 

재약산은 울산과 밀양의 경계에 우뚝 선 준봉으로 산세가 부드러우면서 정상 일대의 거대한 암벽들이 장관을 이룬다.

주변에는 표충사, 층층폭포, 흑룡폭포 등의 명소와 함께 

영남알프스 명산들과 이어지는 광활한 억새능선이 산의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신라 흥덕왕 셋째 아들이 이 산의 영정약수를 마시고 고질병이 나은 뒤 

'약수를 가지고 있는 산'이라 하여 재약산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재약산 동쪽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억새평원인 사자평이 있고 서쪽 기슭에는 표충사가 자리 잡고 있다.

표충사는 귀중한 문화유산의 보물창고로 국보, 보물, 중요 민속자료 등 수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있다.

재약산 남쪽 옥류동천과 북쪽 금강동천에 있는 폭포들은 아름다우면서 신비로워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

 

재약산 산들늪은 7부 능선 자락에 형성된 고산습지로 환경부에서 지정한 습지보호지역이다.

진퍼리새, 오리나무, 복주머니난, 큰방울새난, 노랑무늬붓꽃, 멸종위기 동물인 삵, 

하늘다람쥐가 살고 있는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늪이 만들어지는데 천년의 세월이 걸린다는 걸 생각하면 함부로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출처_울산시청]

 

 

 

 

천황재 억새밭에서 올려다본 재약산이다.

보이는 게 정상이라면 쉽겠지만 또 봉우리를 넘어야 하니 아직 갈길은 태산이다.

 

천황산~재약산을 케이블카로 이동하면서 부담이 줄며 오전에 고헌산과 가지산 입석대를 보는 여유를 부렸다.

뿐만 아니라 내일 마지막으로 뛰게 될 영축산~신불산~간월산을 뛸 체력까지 일부 비축하는 셈이다.

그런데 쉬지 않고 걸어야 3시간 20분에 걸어야 하는 구간을 어찌 쉬지 않으랴.

결국 쉬는 만큼 빨리 걸어야 하니 속도전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오빠~, 달려~~~ 하는 순간 체력은 바닥날 판이다.

 

 

 

바쁜 와중에 이런 미역취 꽃 사진은 뭐하러...

 

바람처럼 들판을 가로지르고 바위를 오르며 재약산에 올라섰다.

이때가 16:06이니 상부 승강장에 발을 디딘 지 1시간 36분이 흐른다.

영알 9봉 인증 앱에 얼굴을 대고 인증사진을 전송하며 이틀 만에 6개 봉우리를 해치운다.

 

시간이 촉박해도 주변 풍경을 돌아보며 감상해야 등산객의 미덕이다.

혹여 케이블카를 놓치면 걸어내려갈 생각이다.

 

평소라면 재약산 정상에도 많은 등산객 북새통을 이루겠지만, 이젠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오늘 즐풍이 재약산 인증의 마지막 순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산엔 이렇게 바위가 있어야 풍경이 살아나지...

 

 

 

같은 바위라도 위치에 따라 이렇게 선명하게도 보인다.

 

산구비 돌아 나오니 저 멀리 천황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천황재 억새밭의 해발이 960m이니 천황산(1,189m)까지 약 230여 m 고도를 높여야 한다.

그나저나 천황재까지 내려가는 거리도 만만치 않으니 먼저 내려갈 일부터 걱정해야 한다.

 

이곳은 표충사로 가는 방향의 바위 군락이다.

 

 

 

표충사가 아득하게 보인다.

 

 

 

드디어 하산에 돌입하며 다시 전투태세를 갖춘다.

 

 

 

내려가는 길도 올라오는 길과 같은 데, 바위가 많으니 지뢰밭을 밟는 느낌이다.

 

 

 

햇빛에 반사되는 억새가 아름답다.

 

시간의 여유가 많다면 천황재에서 쉬며 억새와 친구 될 시간을 갖겠지만 눈빛으로 일별 할 수밖에 없다.

 

 

 

솜털 같은 억새가 바람결에 이리저리 쓸리는 모습이 2002년 월드컵 경기 때 붉은 악마의 응원하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푸르던 산이 갈색을 띠는 가 싶더니 겨울도 아닌 데 흰색 일색이다.

겨울에 눈 덮인 산이 아닌 다음에야 억새꽃의 풍경에서나 볼 수 있다.

 

 

 

억새숲인 천황재를 벗어나며 다시 천황산을 지나게 된다.

 

 

 

쥐손이 풀꽃인지 이질풀 꽃인지 영 헷갈리는 꽃이다.

 

 

케이블카가 17:20분에 출발하는 줄 알았더니 35분에 출발해 여유롭게 탈 수 있었다.

영알 9봉 인증 이틀째인 오늘까지 6개의 봉우리를 끝냈다.

봉우리라고 하지만 사실 각각의 산 정상이다.

영남알프스 전체를 하나의 산으로 본다면 각각의 봉우리 개념이 맞겠다.

이제 내일 산행을 위해 저녁은 푹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