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_135
2022.7.19 (화) 10:10~13:30
사람마다 얼굴과 생각이 다르듯 산행 스타일도 모두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정상만 찍으면 그 산을 다 갔다 온 것으로 생각하는가 하면,
즐풍은 좋은 산이면 이 코스 저 코스 다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그러니 블로그 하기 전까지 합쳐 북한산을 다녀온 게 전부 300회가 넘는다.
어떤 스타일이 좋고 나쁨은 없으니 각자 즐기는 대로 산행하면 된다.
사실 산행지를 고른다는 게 늘 쉬운 것만은 아니다.
날씨와 컨디션, 접속 거리나 산행 거리, 산행 구간의 난이도 등 고려할 사항은 차고 넘친다.
그간 산행다운 산행을 한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태안 생활을 끝내면 염천인 8월에 영알 9봉 인증을 4일에 끝내야 하는 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죽기 살기로 한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진이 빠질까 염려된다.
장마철이라고 비가 찔끔찔끔 성가시게 내리더니 오늘은 날이 좋다고 한다.
이 틈에 계룡산 천단을 가겠다고 길을 나섰으나 신원사까지 접속 거리가 110km가 넘는다.
평택 집에서 출발하면 96km에 불과하니 잘못된 선택을 한 느낌이다.
맑겠다는 날을 골라 왔으나 그간 내린 습기가 안개로 변해 산은 온통 안개가 뒤덮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가까운 바다로 빠질 걸 그랬다.
□ 계룡산 국립공원
계룡산 국립공원은 지리산에 이어 1968.12.31에 두 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충남 공주시에 주로 위치하면서 일부가 대전광역시와 논산시, 계룡시에 위치한다.
다양한 야생 동 · 식물과 국보, 보물, 지방문화재가 곳곳에 분포하고 있으며,
동학사, 갑사, 신원사 등의 고찰이 자리하고 있다.
계룡산 국립공원 및 주변은 장석 화강암, 편마상 화강암, 화강섬록암 등 화강암 계열의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급애, 절리, 토르(tor), 암석 돔(dome) 형태의 다양한 화강암 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
계룡산이라는 산 이름이 갖는 의미는 조선조 초기에 이태조가 신도안(계룡시 남선면 일대)에 도읍을 정하려고
이 지역을 답사할 때 동행한 무학대사가 산의 형국이 금계 포란형(金鷄抱卵形:금닭이 알을 품는 형국)이요,
비룡 승천형(飛龍昇天形:용이 날아 하늘로 올라가는 형국)이라 일컬었는데,
여기서 두 주체인 계(鷄)와 용(龍)을 따서 계룡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백두대간 중 금남정맥의 끝부분에 위치한 계룡산은 847m의 천황봉을 중심으로 관음봉, 연천봉, 삼불봉 등
16개의 봉우리와 동학사 계곡, 갑사계곡 등 10개소의 계곡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 자태와 경관이 매우 뛰어나 삼국시대에는 백제를 대표하는 산으로 널리 중국까지 알려졌으며,
신라통일 후에는 오악(五嶽) 중 서악(西嶽)으로 조선시대에는 삼악(三嶽)중 중악(中嶽)으로 봉해질 정도로
이미 역사에서 검증된 명산이다.
(출처_계룡산 국립공원)
계룡산 등산코스
맑겠다던 날씨는 구름이 많고 안개는 산을 가렸으니 산에 올라가도 곰탕이겠다.
연화당 못 미친 곳에서 계곡으로 빠졌으나 요즘 들어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잘 안 보인다.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두 번이나 온 길인데도 풀이 자라 길을 찾기 어렵다.
결국 트랭글을 끄고 전에 기록한 트랭글을 끄집어 내 따라가기 기능을 설정한 후에야 길을 찾았다.
그동안 계속된 장마로 풀이 자라 생소하게 처음 온 숲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다음엔 그냥 연화당 앞을 지나는 길을 이용해야 헷갈리지 않겠다.
다래나무가 나무 하나를 쓰러트리며 넘어져 길을 막았다.
계룡산만 해도 남쪽인지 엄지 손가락만큼 큰 다래가 실하게 달렸다.
제대로 된 길만 접속하면 그다음부터는 문제없이 갈 수 있다.
이 구간에서는 상도리 마애불상만 만나면 머리봉까지 길은 잘 연결된다.
도원대학당에서 가는 길 곳곳에 "머리봉 가는 길"이란 띠를 단 걸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머리봉인데 안개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곳 바위에서 점심 먹으며 안개가 풀릴까 싶어 좀 더 기대리며 쉰다.
마을에서 올라올 땐 습기가 많아 산 모기가 벌떼처럼 몰려들어 쉬기도 힘들었다.
머리봉으로 오르자 고도가 높아져 점심 먹고 한참을 쉬어도 모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살짝 걷히는 틈을 타 문다래미의 강아지 바위를 보러 내려왔다.
이 구간의 가장 멋진 풍경 중 하나다.
오른쪽은 두꺼비바위라는 데, 그러기엔 별로...
많은 사람이 정도령 바위라는 데, 뜬금없이 웬 정도령이냐는 사람도 있다.
즐풍도 사자머리 바위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지나온 머리봉도 이젠 제법 윤곽이 잡힌다.
머리봉을 바라보며 포효하는 사자머리
사자머리 바위 상단
돌채송화
저 바위 두로 돌면 천단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오늘은 평일이라 이 끝에 있는 초소에서 보초를 설지 모른다.
이곳을 지나올 때 어디선가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어디에 설치했는지 위치를 알아두면 다음 산행에 도움이 되는 데, 별생각 없이 지나왔다.
오늘은 산행하면서 평일인 데다 날씨가 나빠 천단에 올라갈 생각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구간은 참 애매한 곳이다.
천단을 돌아가는 구간으로 금남정맥의 한 구간이라 이 구간을 타는 사람들에겐 필수 코스이다.
그런데 이곳에 슬레이트 깨진 게 흙더미에서 살짝 드러났다.
오늘 같이 습기가 많은 날이나 눈에 가려 보이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바로 아래는 낭떠러지라 잘못 밟으면 비명횡사할 수 있어 즐풍이 제거했다.
어쩌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니 짐짓 뿌듯하다.
꽃을 보고 날아든 작은 벌
계룡산 정상인 천황봉에 자리한 천단이다.
많은 사람이 저곳에 오르려 애쓰고 있으나 실제 오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도 즐풍은 지난 3월에 혼자 올라간 경험이 있으니 오늘 가지 않는다고 해도 미련은 없다.
지난번에 다녀온 천단이 궁금하면...
계룡산에 있으니 계룡산성이라 해도 틀리지 않겠다.
천단에서 쌀개봉을 거처 관음봉으로 가는 곳곳에서 이런 성벽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이곳이 계룡산에서 가장 험지이고 보면 바위 봉우리와 살짝 연결해도 훌륭한 성벽이 된다.
그러니 간간이 이런 성벽만 쌓으면 훌륭한 방어시설이 되겠다.
자주 보이는 성벽
이 바위틈을 지나면 쌀개봉과 연결되는 곳이다.
이 통천문을 지나 왼쪽 바위로 오르면 쌀개봉 정상이다.
앞 뒤에서 보는 통천문
이게 쌀개봉이었던가?
산성의 축조 방법으로 보면 적어도 조선시대의 것은 아니다.
이쪽이 충청도 땅이니 백제에서 쌓았거나 그 이후 고려시대까지 연장해 볼 수 있다.
잠시 후 이동하게 될 문필봉 연천봉 방향의 봉우리들이다.
자연성릉에서 삼불봉 방향의 능선
드디어 정규 코스인 관음봉으로 가는 길과 접속했다.
쌀개봉을 지나 관음봉과 가장 가까운 봉우리로 이름을 모르겠다.
이 봉우리는 우회했다.
계룡산 천단이 있는 천황봉은 금단의 지역이라 이 관음봉이 계룡산의 정상 역할을 담당한다.
천황봉이 846.4m인데 반해 관음봉은 766m에 불과하다.
관음봉 앞에 설치된 정자에 누군가 잃어버린 안경이 기둥에 달려있다.
안경 분실자는 분명 이 자리에서 분실한 걸 알 텐데, 너무 멀리서 왔기에 다시 올 수 없거나
너무 힘들어 다시 오르기 싫어 포기했는지 모른다.
안경 값도 비싼데...
관음봉에서 바로 문필봉으로 넘어가는 길을 이용한다.
첫 번째 까칠한 바위 봉우리를 넘어가 두 번째 봉우리에서 찍은 풍경이다.
오른쪽 끝에 관음봉이 살짝 보인다.
쌀개봉과 천황봉 방향
첫 번째 봉우리를 내려서며 보던 두 번째 봉우리?, 아니면 세 번째 봉우리인 문필봉인가.
이곳이 문필봉인 게 틀림없다.
이 봉우리가 멀리서 보면 붓 끝처럼 뾰족했기에 붙여진 이름일 텐데,
이곳을 신성시 여겨 제를 올리는 제단을 쌓은 걸까?
연천봉 고개로 내려왔으니 이젠 연천봉을 거쳐 신원사로 내려간다.
장마 끝에 반짝 비가 그친 날이라 습하고 덥지만 고난의 행군도 거의 끝나가는 셈이다.
연천봉 정상 바위에 새긴 석각이다.
여덟 자 글자에 많은 의미를 담았다.
이 글을 새긴 사람의 의미를 후세 사람들은 용케 알아냈다.
그 의미가 맞든 틀리든...
연천봉의 낙조가 이렇게 훌륭하다니 간혹 낙조를 보려고 오르는 사람도 더러 있겠다.
이 소나무는 어떻게 이렇게 자랐을까?
연천봉에서 하산하는 구간은 제법 길어 다소 지루한 편이다.
지루함을 이겨낸 끝에 신원사 경내에 다다르며 먼저 소림원의 대웅전을 지나가는 길에 본다.
신원사로 산행하면 얼마간 입장료를 내야 하는 데, 늘 내려올 땐 공짜다.
동학사와 갑사, 신원사는 계룡산의 3대 사찰이다.
같은 모양의 석등 한 쌍이다.
대웅전
맑겠다는 일기예보와 달리 하루 종일 비가 내릴 듯 구름이 많았다.
시계는 좋지 않아도 햇빛 따가움을 피할 수 있었으니 다행으로 생각한다.
예정했던 천단은 생각을 접으며 편한 산행이었으면 좋았는 데 실상은 아니다.
이 구간은 통제되다 보니 나무가 자라 이런 여름엔 숲을 뚫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낙엽 진 늦가을부터 초봄까지가 제격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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