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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계룡산

한겨울의 계룡산 남매바위, 삼불봉, 관음봉, 동학사

by 즐풍 2021. 1. 30.

2021_05

 

 

 

 

2021.1.29. (금)  07:09~11:45(4시간 36분 산행, 휴식 없음, 산행 거리 11.2km, 평속 2.4km/h) 맑음

 

 

 

결혼 전에는 시골 농가주택에서 살았다.

그 추운 겨울에도 수채 구멍 옆 밖에서 머리 감고 방문을 열 때면 손가락이 문고리에 쩍쩍 달라붙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니 지금은 돈 주고 하라고 해도 못 한다.

세상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런 생활을 즐기는 "자연인"을 TV 화면에서 보면 존경스럽다.

 

며칠 초봄 같던 날씨가 눈이 내린 뒤 기온이 곤두박질쳐 소빙하기가 다시 온 느낌이다.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며,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며, 자식은 자식다워야 하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겨울은 역시 겨울다워야 하니 이런 강추위는 어쩌면 당연한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이런 추위 속에 잠깐 날이 풀렸을 때 제설제를 하얗게 뒤집어쓴 차량을 광나게 세차한 게 엊그제다.

어제 오후 눈이 조금 내린 데다 밤에는 습도가 높고 기온이 떨어지며 바람도 제법 분다는 기상 예보다.

눈꽃은 물론 상고대도 볼 수 있겠단 생각에 중무장으로 산행 채비를 하고 계룡산으로 길을 나선다.

도로의 눈은 다 녹았어도 매연을 뒤집어쓴 제설제 잔유물이 앞차에서 튀어 유리창에 달라붙는다.

 

 

□ 계룡산 국립공원

 

계룡산 국립공원은 지리산에 이어 1968.12.31에 두 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충남 공주시에 주로 위치하면서 일부가 대전광역시와 논산시, 계룡시에 위치한다.

다양한 야생 동 · 식물과 국보, 보물, 지방문화재가 곳곳에 분포하고 있으며,

동학사, 갑사, 신원사 등의 고찰이 자리하고 있다.

계룡산 국립공원 및 주변은 장석 화강암, 편마상 화강암, 화강섬록암 등 화강암 계열의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급애, 절리, 토르(tor), 암석 돔(dome) 형태의 다양한 화강암 지형을 관찰할 수 있다.

계룡산이라는 산 이름이 갖는 의미는 조선조 초기에 이태조가 신도안(계룡시 남선면 일대)에 도읍을 정하려고

이 지역을 답사하였을 당시 동행한 무학대사가 산의 형국이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금닭이 알을 품는 형국)이요,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용이 날아 하늘로 올라가는 형국)이라 일컬었는데,

여기서 두 주체인 계(鷄)와 용(龍)을 따서 계룡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백두대간 중 금남정맥의 끝부분에 위치한 계룡산은 847m의 천황봉을 중심으로 관음봉, 연천봉, 삼불봉 등

16개의 봉우리와 동학사 계곡, 갑사계곡 등 10개소의 계곡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 자태와 경관이 매우 뛰어나 삼국시대에는 백제를 대표하는 산으로 널리 중국까지 알려졌으며,

신라통일 후에는 오악(五嶽)중 서악(西嶽)으로 조선시대에는 삼악(三嶽)중 중악(中嶽)으로 봉해질 정도로

이미 역사에서 검증된 명산이다.                                                                   (계룡산 국립공원 홈피)

 

 

계룡산 등산 코스

 

눈꽃이나 상고대를 기대하고 왔으나 눈꽃은커녕 바람이 안 불어 상고대조차 없다.

맑은 날씨에 바람이 없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주차장 주변 상가가 끝나는 지점에서 천장 지킴터를 들머리 잡고 남매탑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좀 더 올라가 미타암과 동학사 사잇길로 남매탑을 오르자면 입장료 3,000원을 내야 한다.

 

우리 또래라면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이상보의 「갑사로 가는 길」을 배웠을 것이다.

1975~1983년까지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었다고 하니 9년 동안 배운 셈이다.

한국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한 이상보 선생은 1927년 생으로 2020년 10월 별세하셨다.

산행을 끝내고 동학산 탐방지원센터에서 국립공원 스탬프 도장을 찍을 때 「갑사로 가는 길」란 소책자가 보인다.

맨 뒷장에 스탬프 도장을 찍는 게 있는데, 표지는 주홍색과 검정색 두 가지가 있다.

왜 색상이 틀리냐고 물으니 검정색 책자는 작년에 작고하신 이상보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한정판이라고 한다.

졸지에 한정판까지 덤으로 얻는다.

 

□ 남매탑

 

공주 청량사지 오층 석탑 청량사 터에 있는 고려시대의 불탑이다.

정밀 조사를 한 결과 이 탑은 고려 중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건축 양식은 목조 건축물과 같이 여러 매의 석재를 이용하여 탑을 만드는 백제의 양식을 따르고 있다.
이는 9세기 이후 이 지역에 불교가 자리 잡을 때 백제의 옛 땅이자 후백제의 영향을 받고 있었던

공주에 문화적 특징이 반영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량사 터에는 이 탑과 칠층 석탑이 남아 있는데, 이 두 탑을 일컬어 "남매탑"이라고도 한다.

조선 후기 문인 오재정의 「유계룡산록(遊鷄龍山錄)」에서 남매탑이 각각 7층, 9층이라고 전하고 있는데

이는 두 탑의 최초 모습이 형제와 달랐음을 말해 준다.

1961년에 칠층 석탑을 고쳐 짓는 과정에서 오층 석탑도 일부 변형되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공주 청량사지 칠층 석탑은 청량사 터에 남아 있는 두 개의 답 중 하나이다.

이 탑은 신라계 양식이 섞여 있고, 미륵사지 석탑에서 나타나는 백제계 양식도 보인다.

나란히 있는 오층 석탑은 백제계 양식을 따랐다.
청량사지 남매탑에는 다음과 같은 전해 전해진다.

신라가 멸망할 무렵 당나라 승려 상원 대사가 어려움에 처한 호랑이를 구해 주자

호랑이가 상원 대사 앞에 여자 한 명을 물어다 두고 가버린다.
상원 대사는 호랑이에게 화를 입은 여자를 구해 주고 불법으로 그녀를 감화하여 

남매의 연을 맺고 불도의 함께 힘쓰게 된다.
이후 이들이 세상을 떠나자 이들을 기리는 사리탑인 남매탑이 세워졌다.

조선 후기 문인 오재정의 「유계룡산록(遊鷄龍山錄)」에는 본래 이곳에 두 개의 석탑 있었으며,

그중 칠층 석탑은 전설 속의 스님을, 구층 석탑은 전설 속의 여자를 상징한다고 전하고 있다.

 

 

 

 

상원암으로 내려오니 벽에 반석이란 좋은 글이 있어 올린다.

 

상원암 쉼터 의자

 

마을에서 즐풍 뒤를 따라 오른 마을 주민인 여성은 이곳 남매탑에서 몇 바퀴 탑돌이를 하고 내려간다.

오늘처럼 추운 날도 운동 겸 산책을 하며 맨몸으로 이곳을 올라 소원을 비니 원이 잘 이루어지겠다.

눈을 맞은 상원암이 정갈하게 느껴진다.

 

계룡산이 설악산이나 월출산, 북한산 등 쟁쟁한 국립공원을 제치고 두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는 뭘까?

이 돌계단을 다 오르면 병사골에서 장군봉, 신선대를 거쳐 오는 길과 만난다.

 

몇 년 전 다녀온 병사골, 장군봉, 신선대 코스

 

계룡산 종주와 자연성릉

탐방일자 2017.4.29.토 10.47~16:26(이동거리 11km, 이동시간 5:40) 날씨: 맑음 봄꽃은 매화, 진달래와 벚꽃, 개나리꽃이 큰 시차없이 줄줄이 핀다. 높은 산의 진달래꽃이 끝나갈 때 철쭉꽃이 시즌2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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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봉(三佛峯)이다.

천황봉이나 동학사에서 보면 바위 형상이 마치 세 부처가 앉아 있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계룡산 국립공원에서 제공하는 지도엔 높이가 777m로 표기되어 7이 세 개가 겹쳐 삼칠봉이란 별칭도 괜찮겠다 싶었다.

표지석엔 775m로 표시되었는데,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다.

 

 

 

삼불봉에선 사방 일망무제로 뚫린 시야가 좋다.

관음봉에서 왼쪽으로 쌀개봉을 거쳐 천황봉이 백설을 머금고 시원하게 달린다.

오른쪽 뒤로는 문필봉과 연천봉이 문인의 기상을 엿보이기도 한다.

 

쌀개봉과 천황봉은 갈 수 없는 곳이나 언젠가 기회를 얻어 다녀온 곳이다.

그 비경이 궁금하면...

 

계룡산 머리봉 천황봉 쌀개봉 문필봉 연천봉

2019.05.04. 11:04~16:20(전체 시간 05:16, 전체 거리 8.87km, 휴식 시간 35분, 평균 속도 1.9km/h) 흐림 2012년 9월 계룡산에 첫발을 디뎠을 때 흐린 데다 박무가 심해 조망이 형편없었다. 동학사에서 남매봉-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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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뒤집에 쓴 바위는 입체감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나온 삼불봉 

 

계룡산에 본 눈꽃이라곤 겨우 이 작은 소나무뿐이다.

날은 오지게 춥고 새벽엔 제법 습기도 있었다는 데, 바람이 없으니 상고대는 구경도 할 수 없다.

잠깐 장갑을 벗을 때 손이 얼어버릴 듯 시리다.

 

검은색과 흰색뿐인 산 그리메는 농담 짙은 동양화를 보는 느낌이다.

그 위로 푸른 하늘색이 이곳이 산에서 보는 풍경을 말한다.

 

계룡 저수지 

 

다시 보는 삼불봉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서늘하도록 시원한 느낌이다.

 

 

 

나선형으로 감싼 나무 데크

 

송곳니처럼 박힌 바위가 추위를 견디도록 멋진 모습을 보인다.

 

 

 

이곳을 지날 때면 늘 자연성릉의 이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암봉에 올라야 이 자태를 찍을 수 있는데, 눈 쌓인 바위를 오르기가 쉽지 않다.

 

이 바위능선은 뒤를 돌아 보이지 않는 데까지 이렇게 깎아지른 절벽이다.

관음봉에서 동학사로 내려갈 때 전체적인 모습을 다시 볼 기회가 있다.

 

관음봉과 문필봉, 연천봉이 연달아 보인다.

 

실질적인 계룡산 정상인 천황봉 일대

 

한 칸 더 내려와서 보는 자연성릉 

 

 

 

 

 

자연성릉을 지나는 능선길 

 

 

 

좀 전 자연성릉을 찍던 암릉

 

 

 

 

 

 

 

 

 

관음암에서 동학사로 내려가는 계단이 능구렁이처럼 길게 보인다.

왼쪽 옆으로 칼날 같은 바위가 계단을 따라서 내려간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관음봉이다.

 

관음봉은 끝없이 이어진 나무데크를 걸어야 하니 계룡산의 최후 보루인 계단 지옥인 셈이다.

 

지나온 자연성릉 

 

계룡산이 어려워 보여도 별로 높지 않은 데다 아기자기한 구간이 많아 어려운 줄 모르고 산행하게 된다.

 

계단 지옥을 오를 때가 9:45밖에 안 됐어도 아침 먹은 지 네 시간 반이 지나 배고픈 느낌이다.

불과 11km 남짓한 거리라 산행을 서둘러 끝내고 하산해 식사할 생각에 도시락에 차에 놓고 왔다.

비상식량인 쇠고기 육포를 미리 잘게 썰어 온 걸 씹으며 허기를 달랜다.

 

앞서 지나온 삼불봉이 이 관음봉보다 높으나 계룡산 최고봉인 천황봉이 옆에 있어 관음봉이 정상처럼 느껴진다.

천황봉엔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어 갈 수 없으니 막내가 대장 노릇을 하는 셈이다.

 

갑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구간의 문필봉과 연천봉이다.

연천봉에서 우측으로 가면 갑사요 좌측으로 내려가면 신원사이다.

양쪽 모두 가봤다.

 

천황봉

 

차량 회수를 위해 동학사로 내려가며 보는 자연성릉은 앞서 숨겨져 볼 수 없던 단애를 볼 수 있다.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풍경이겠다.

 

 

 

블로그 작성을 하지 않던 10여 년 전에도 이 나무가 있었는 데, 지금도 여전히 이곳을 지킨다.

 

하산하며 보는 관음봉

 

쌀개봉

 

계룡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로 바위가 움푹 들어간 곳이 디딜방아의 쌀개 모양과 비슷하다고 하여

불리는 이름이다.

현재 쌀개봉은 군사보호구역으로 탐방객의 출입이 금지되었다. (안내문 편집)

 

□ 봄 여름 나들이의 명소, 계룡산 동학사

 

동학사는 신라 성덕왕 때 창건되어 비구니의 불교 강원으로 유명한 사찰로

신라시대에 상원 조사가 암자를 짓고 수도하다가 입적한 후 그곳에 남매탑(보물 1284, 1285호)을

건립하였다고 전해진다. 

당시에는 문수보살이 강림한 도량이라 하여 절 이름을 ‘청량사’라 하였으나 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고 상원암이 있다. 

신라의 시조와 신라의 충신 박제상의 초혼제를 지내기 위해 동계사(東鷄寺)를 짓고 절을 확장한 뒤

절 이름도 지금의 동학사가 되었다.

 

동학사에는 고려 충신을 기리는 삼은각(三隱閣)과 단종(端宗)과 충신의 위패를 모신 숙모전(肅慕殿)에서

우리 역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계룡산의 3개의 사찰에서 사찰로 등산하는 코스가 있고,

계룡산 줄기 금수봉에서 빈계산 각 절의 산봉우리에서 능선을 타는 방법이 있다.

 

* tip

매년 벚꽃이 피는 4월에는 축제를 하지 않아도 각지에서 오는 상춘객으로 밤과 낮 구별 없이 붐빈다. 

명산 아래 피는 벚꽃은 그 산세 때문인지 개화시기를 맞추기 어렵지만 고목에서 피어나는 그 꽃은 장관이다.

                                                                                                                  (공주 시청)

 

□ 동학사 삼층석탑

 

동학사 삼층석탑은 계룡산 남매탑이 있는 청량사에서 옮겨온 것이다.

전설에는 신라 성덕왕 22년(723)에 동학사를 지을 때 함께 만들어졌다고 하나,

탑의 모습으로 볼 때 고려 시대의 석탑으로 추정된다.

원래 탑의 1층과 2층만 남아 있었는데 2008년에 기단부의 3층을 복원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1층 한 면에 자물쇠 모양이 조각되어 있다.  (안내문)

 

동학사 일주문 

 

장군봉 방향의 암봉

 

여권 기준으로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여권은 조금 더 크고,

「갑사로 가는 길」은 훨씬 더 크다.

 

계룡산 국립공원에 스탬프를 날인함으로써 10개를 채웠다.

10개 인증 신청서에 여권번호를 기입해 제출했으므로 

곧 기념 메달과 패치, 인증서를 받게 될 것이다.

이젠 정말 먼 곳만 남았는데, 나머지 11개를 언제 다 채운담...

 

 

관음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무척이나 가파른 데 눈까지 덮여 위험스럽다.

아이젠을 착용하면 쉬운 걸 귀찮아 그냥 내려오다가 세 번이나 넘어졌다.

끝끝내 고집을 부렸다.

지루하다 싶을 만큼 걸은 끝에 동학사에 도착했다.

동학사에서도 2km를 걸은 끝에 차량에 올라 점심을 해결했다.

오전에 계룡산 1부인 남매봉-삼불봉-관음암-동학사를 끝냈다.

9.6km 지점에 있는 계룡산 수통골 주차장으로 이동해 수통골 지구의 빈계산, 금수봉,

백운봉, 도덕봉을 오르며 2부를 이어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