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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계룡산

계룡산 머리봉 천황봉 쌀개봉 문필봉 연천봉

by 즐풍 2019. 6. 27.

 

 

 

 

2019.05.04. 11:04~16:20(전체 시간 05:16, 전체 거리 8.87km, 휴식 시간 35분, 평균 속도 1.9km/h)  흐림

 

 

2012년 9월 계룡산에 첫발을 디뎠을 때 흐린 데다 박무가 심해 조망이 형편없었다.

동학사에서 남매봉-삼불봉-관음봉 찍고 동학사 계곡으로 하산할 때 본 쌀개봉에 혹해 언젠가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두 번을 더 다녀왔지만, 기회는 없었다.

 

신원사에서 동학사로 가는 산악회가 있으면 혼자 천황봉과 쌀개봉을 거쳐 동학사로 넘어갈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모집은 거의 없었고, 있어도 다른 일정상 갈 수 없었다.

그러다 두어 달 전 이 코스가 나왔기에 만사 제쳐두고 드디어 오늘 천황봉과 쌀개봉에 접어든다.

 

일요일이 어린이날이라 월요일이 대체 공휴일로 지정된 3일 연휴 첫날이라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로도 꼼짝을 않는다.

이번 산악회는 양재에서 탑승해 복정역을 거쳐 죽전과 신갈에서도 승차가 있어 길은 더 더딜 수밖에 없다.

두 시간 반이면 갈 들머리인 신원사 입구에 11:00에 도착했으니 꼭 4시간 동안 정체를 뚫고 온 것이다.

 

산행대장은 신원사 주차장에서 산행 안내를 하고 700m를 더 이동해 논산시 상월면 상도리 377-1에 하차시킨다.

내리자마자 미리 준비한 회원들이 잽싸게 계룡산 연화당 입구로 이동한다.

그 선두그룹에 대장이 있다는 생각에 그들을 따라잡으려 부지런히 걸으며 장갑 끼고 스틱을 펼친다.

 

 

 

계룡산국립공원

충남 제일의 명산 계룡산국립공원은 1968년 우리나라 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65.335㎢이다.
계룡산 정상인 천황봉(845m)을 중심으로 10개에 달하는 봉우리 사이에 약 7개의 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산의 능선이 닭의 벼슬을 쓴 용의 모습과 닮아 계룡(鷄龍)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계룡산은 산세가 아늑하면서도 변화무쌍하여 연중 탐방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풍수지리학으로도 뛰어나 조선의 수도로도 거론되었으며 나라의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산이기도 하다.

                                                                                                  [출처_계룡산 국립공원]

 

 

계룡산 천황봉 쌀개봉 등산코스

 

 

산악회 버스로 700m를 더 이동해 내린 다음 연화당 입구까지 약 500m를 더 들어와 이 문을 들어서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논산 상도리 마애불

 

불두 1구를 암벽 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화강석으로 길이가 132㎝로 매우 크며, 앞면의 너비는 70㎝이다.

자연 암반에 불신을 새기고 불두는 따로 만들어 올린 전형적인 고려시대 마애불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대형 석불이다.
[출처] 향토문화전자대전 일부

 

앞서갔다고 생각한 대장이 마애불을 지나 큰서문다리재에 이르는 동안 보이지 않는다.

마애불에서 사진 찍는 일행을 제치고 서문다리재에 여러 갈래 길이 있어 잠시 기다리다 막 도착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내가 선두라고 한다.

뒤따라 온 일행은 앞서가고 난 대장을 기다린다고 바위에 앉았는데, 대장이 도착할 때 앞서가던 사람들이 알바했다고 돌아온다.

그들을 쫓아갔다면 괜한 체력만 소모할 뻔했다.

늘 느끼는 것으로 이 산악회는 걸음이 너무 빠르다.

오늘도 처음부터 선두를 따라잡는다고 진을 뺐는데, 산행 내내 그렇다.

여섯 시간 주어진 산행에서 내가 40분 남겨두고 도착했을 때 일부는 문필봉 연천봉을 생략하기도 해 모든 사람들이 하산했으니 준족들이다.

ㄷㅅㅇㅂ산악회에 들어서면 천리마 전투처럼 오직 돌진밖에 없다.

 

 

드디어 머리봉이 시작되는 거대한 바위다.

왼쪽으로 조금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으나 나도 이들을 따라 오른쪽으로 오른다.

 

왼쪽은 좀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머리봉은 너무 길게 뻗은 바위라 어디가 시작이고 끝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불과 2주 만에 산천은 초록으로 뒤덮이며 싱그러운 봄기운이 가득하다.

 

사방 어느 쪽으로 서든 모두 훌륭한 배경이 된다.

멀리 천황봉에 철탑이 들어선 중요한 국가 시설물이라 출입이 통제된다.

저곳에 모두 가보고 싶어 하는 천단도 있으나 출입금지로 묶였다.

 

군부대나 통신시설이 있는 전국의 많은 정상이 점차 개방되고 있다.

모악산 정상, 금오산 현월봉, 삼성산, 팔공산, 용문산 등이 그런데, 이곳 천황봉도 개방하면 더 많은 등산객의 사랑을 받은 것이다.

 

지나온 머리봉

 

맑겠다던 일기예보도 미세먼지 때문인지 뿌연 게 사진빨이 잘 안 받는다.

이젠 길을 등산로 파악이 다 됐으니 맑고 푸른 하늘이 돋보일 가을이나 겨울에 이곳을 다시 찾아야겠다.

 

바위가 많아 위험해 보여도 조심하면 큰 문제없다.

 

 

 

건너편은 가까워 보여도 제법 밑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가야 하는 암릉이다.

 

이렇게 떨어진 후 다시 오르게 된다.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씨라 반팔로 입고 다니는 사람이 보인다.

덥다고 해도 아직은 습기가 없어 끈적거리는 땀도 별로 안 난다.

 

내려온 머리봉

 

금지된 구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곳 중의 하나인 문다래미다.

 

왼쪽 강아지 바위가 오른쪽 두꺼비바위와 입을 맞대고 있는 형상이다.

막 오르기 시작하는 회원들의 모습으로 바위의 크기가 가늠된다.

천황봉으로 오르는 길목이라 천왕문이라고도 한다.

 

어릴 때 시장에 가면 검증되지 않은 여러 정력제를 파는 떠돌이 장사꾼이 호객할 때 사용하던 말이 있다.

"애들이 가라~."라고 시작하면서 자신이 계룡산에서 도를 닦으면서 어쩌고 저쩌고~~.

그 시절 계룡산은 도사들의 천국인 줄 알았다.

 

바위 사이를 건너뛰어야 강아지 머리로 오를 수 있다.

바라만 봐도 간이 콩알만큼 쪼그라들어 오늘은 오르지 않고 천문을 통과해 뒤로 돌아 오른다.

강아지 바위와 두꺼비바위가 만들어 낸 천문은 도교는 물론 무속신앙에서도 속세와 선계를 넘나드는 문으로 보고 있다.

이제부터 계룡산에서 가장 양기가 센 천황봉과 쌀개봉을 눈앞에 두게 된다.

 

뒤에서 올라와 강아지 바위로 넘어오는 풍경을 잡아본다.

 

문다래미를 다 올라 머리봉을 잡아본다.

내려오는 코스가 가팔라 보여도 층이 지거나 홀더가 좋아 무리 없이 내려설 수 있다.

 

드디어 모습을 보이는 정도령 바위

 

정도령 바위에 올라선 대장과 회원들

 

사람 얼굴을 닮은 정도령 바위의 크기

정도령 바위라고도 하고 사자바위라고도 하니 보는 사람에 따라 모습이 다 다른 모양이다.

 

 

 

머리봉과 문다래미, 정도령 바위

 

한결 가까워진 천황봉

 

방금 지나온 정도령 바위 강아지 바위는 고개 뒤로 숨었고 머리봉만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이런 통신시설을 보면 관악산이나 삼성산의 어느 구간에 와 있는 느낌을 받는다.

 

 

 

 

 

또는 험하지 않은 어느 설악산의 한 구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이 바위에서 네안데르탈인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천황봉은 군사시설과 통신시설이 있어 군인이 지키는 곳이다.

보이는 통행 시설은 그들이 사용하는 통로로 일반인은 갈 수 없다.

감지기가 설치돼 저 시설로 들어서면 사이렌이 울리며 지금처럼 감시자가 나와 가지 못하게 한다.

그러니 천단을 보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우리 아래쪽으로 난 거친 길을 따라 우회해야만 했다.

 

 

 

어느 블로그에서 모셔온 계룡산 천황봉에 설치된 천단

 

좀 전에 본 네안데르탈인의 얼굴이 이들이 선 우측 뒤로 떨어지는 곳에 있다.

 

이 거대한 첨봉에 선 소나무가 제법 인상적인데 너무 멀어 그 형상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다시 보는 첨봉

 

지나온 천황봉, 왼쪽 통신탑 아래로 난 데크를 이용해도 천단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쌀개봉 오르는 바위가 너무 가팔라 그냥 돌아갔는데, 먼저 간 대장은 저 바위를 직등으로 올랐다고 한다.

 

쌀개봉을 우회하면 이런 석문을 만날 수 있으니 어느 쪽으로 가던 하나는 잃고 다른 하나는 얻는 셈이다.

 

앞 사진으로 석문의 크기는 가늠됐고, 이건 전체 모습이다.

 

쌀개봉을 마주 보는 건너편 봉우리

 

바위는 제법 가팔라도 조심조심 오르는 덴 큰 문제없다.

 

쌀개봉을 내려서는 회원

 

지나온 쌀개봉

 

계룡산 삼불봉과 왼쪽 아래로 이어지는 자연성릉

 

좀 더 멀리서 잡은 쌀개봉

계룡산을 처음 오르며 첫눈에 반했던 쌀개봉을 넘는 데까지 꼭 7년 걸렸다.

이렇게 계룡산의 속살을 하나씩 밟으며 좀 더 자세히 알아가는 계기가 된다.

 

 

 

 

 

건너편 자연성릉

 

멀리 보이는 관음봉(816m)은 천황봉(845m) 보다 훨씬 낮지만 계룡산의 실질적인 정상 자리를 차지했다.

언제가 천황봉으로 가는 길이 정비되고 천단이 열릴 때 천황봉이 계룡산의 정상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날 이어 어서 오너라.

 

관음봉 삼거리에서 관음봉까지 가자니 귀찮은 데다 좀 전에 실질적인 계룡산 정상인 천왕봉을 지나왔기에 

바로 문필봉으로 오른다.

문필봉 가는 길에 다시 본 쌀개봉과 천황봉 구간

 

 

 

문필봉 가는 첫 봉우리에서 가야 할 방향을 보니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문필봉이다.

 

지나온 첫 번째 봉우리

 

첫 번째 봉우리와 맨 앞 두 번째 봉우리, 맨 뒤가 관음봉이다.

관음봉에서 살짝 금만 넘으면 바로 문필봉으로 건너오는 길과 연결된다.

 

세 번째 봉우리에 작은 돌탑을 쌓고 제를 지낼 수 있는 상석까지 만들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연천봉이다.

 

 

 

연천봉에 표지석이나 표지목이 없어 누군가 나무에 연천봉이라 종이 코팅지를 붙여봤다.

 

연천봉과 천황봉

 

 

 

보광원 법당

 

“신원사 절 동쪽편의 시내는 곡곡청류(曲曲淸流)와 평평반석(平平盤石)이 있어
금강산 만폭동에 비유되고 상류를 주계(珠溪),
하류를 은암(隱岩)이라 부르며, 암반의 글씨는 우암 송시열의 필적으로 전한다”고 설명했다.
 

이 은암이 송시열 필적이라는 은암이다. 여기서 잠시 상의를 벗고 땀을 씻는다.

 

다음 주 일용일이 '부처님 오신 날'인데, 주말인 게 아쉽다.

 

 

 

 

그간 벼르고 벼르던 계룡산 천황봉과 쌀개봉을 다녀왔다.

날씨가 맑았다면 금상첨화지만 좋은 날 다시 다녀가라는 계룡산 신의 지엄하신 분부로 알겠다.

언젠가 다시 오면 천황봉과 쌀개봉을 거쳐 칼릉으로 하산하기를 기대하며 산행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