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4.26 (화) 노후 2시부터 한 시간 탐색
이번 농가 체험은 좀 특이한 경험이었다.
체험 농가의 농민은 약 20여 년 전에 울릉도 성인봉을 등산하러 왔다가 이곳에 매료되어 정착한 분이다.
울릉도에서 만난 여러 분이 울릉도의 매력에 혹해 둥지를 튼 분이 많다.
즐풍 역시 울릉도의 풍경과 특히 좋은 수질에 반했다 해도 눌러 살 생각은 없다.
1975년 울릉도 인구는 29,199명으로 정점을 찍고, 2021년 12월 말 인구는 8,867명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이다.
외지로 나간 자녀들이 고향을 찾을 때 배값 할인을 받기 위해 주민등록을 남겨둔 경우가 많고,
임산물 채취 허가를 받기 위해 무단 전입한 인원을 빼면 실제 인구는 더 줄어든다.
병의원이 부족하니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고, 울릉도에 정착하기엔 섬이 너무 작다.
그런데도 이런 울릉도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사나흘 잠깐 울릉도를 관광하면 섬은 아름답기 그지없으나 생활하기엔 물가가 너무 비싸다.
부동산 가격은 육지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아 웬만큼 돈을 싸들고 오지 않으면 땅 한 평 사기도 힘들다.
몇 년 후 울릉도 공항이 생기면 서울 집값과 맞먹는 고평가를 기대해도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숙소 앞 거북바위 사진 한 장 찍고 농가로 가는 봉고에 오른다.
이번 농가 체험은 오후에 있다.
농민을 만났으나 밭으로 가지 않고 산으로 들어간다.
이분은 자칭 '건달 농법'이란 이름 하에 특이하게도 나무 아래에 산양삼을 심고, 명이 씨를 뿌려놓았다.
특별히 농사에 신경쓰지 않아도 지들 스스로 알아서 크도록 방치하는 것이다.
안개가 끼니 어째 으스스한 기분이다.
넌 이름이 뭐니?
산양삼을 심었다.
이게 삼이라니 앞으로 산행 중 삼을 만나면 모르고 지나가지 않고 횡재하겠다.
산에 아무렇게나 뿌린 씨에서 자란 2년생 명이나물이다.
2년이 지나 겨우 작은 풀 한 포기만큼 자랐으니 이런 성장이라면 앞으로도 몇 년 더 키워야 한다.
이젠 울릉도 명이나물도 육지로 반출할 수 있다고 한다.
성체의 뿌리 하나에 3,000원씩 나간다고 하니 잘 자란 뿌리를 심으면 2년 후에 연년이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육지에서 키우면 토질과 기후가 달라 울릉도 고유의 명이나물 맛은 기대할 수 없다.
울릉도 여행을 끝내고 육지의 명이나물을 구매했는데, 역시 뻣뻣하고 향이 많이 부족한 걸 느꼈다.
이게 몇 년 자란 명이나물이다.
이 명이나물보다 더 크게 자란 명이를 팔아야 돈이 되므로 아직 더 키워야 한다.
이렇게 자연 상태로 알아서 크게 내버려 두면 자연산 명이나물이 되는 것이다.
하여 자칭 건달농법을 창안한 것이라 건달 농사꾼이 된 것이다.
씨만 뿌리고 방임하면 언젠가 돈이 되는 것이니 육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농법이다.
그저 기다려주기만 하면 된다.
자연산 명이나물이 인기가 더 많으므로 임산물 채취 허가를 받아 높은 산에서 명이를 채취한다.
울릉도는 자체가 화산섬이다 보니 가파르기 그지없다.
이 지역 농민이라도 아차 하는 순간 낭떠러지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많다.
올해도 명이나물을 채취하다가 추락해 숨진 분이 두 분이나 된다고 하니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
일반 농가의 명이나물과 산채나물 밭
이렇게 농부인 듯 아닌 듯한 농가를 견학했다.
이곳에서 농사는 느리게 기다려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손길을 거부하고 스스로 크고 자라며 상삼의 가치를 더한다.
조급하게 살지 않고 라면으로 몇 년을 때우며 기다릴 자신이 있다면 울릉도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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