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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경상도·부산·울산·대구

울릉도 남양리 칡소농가 방문으로 알게 된 사실

by 즐풍 2022.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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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19 (화)  오후에 방문

 

 

울릉도 남양리에 있는 어느 칡소 농가를 방문했다.

농장주는 칡소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풀어낸다.

긴 시간 강의를 들었으나 이 글을 쓸 때는 벌써 열흘이 지났으니 그 내용이 온전히 남아 있지 않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땐 풀 한 포기, 돌 하나도 새로워 주야장천 포스팅하는 게 일과 중 하나였으나 이젠 시들한 느낌이다.

 

울릉도 칡소는 일제강점기 때 왜놈들이 많이 밀반출한 후 품종 개량을 거듭하여 질 좋은 일본 육우로 만든 것이다.

맛 좋기로 유명한 일본 와규의 모태가 되다시피 한 것이다.  

놈들은 그렇게 품종개량을 하고 우리나라에서 한우 심사 표준에서 칡소를 제외해 자연도태시켰다.

놈들의 고의적인 방해로 울릉도의 칡소는 거의 멸종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렇게 멸종 위기에 처한 칡소는 우리나라의 전통 한우의 한 품종으로 호랑이 같은 줄무늬가 있는 게 특징이다.

워낙 칡소의 개체수가 적다 보니 누렁이 황소와 자연스럽게 교배되어 점차 본연의 줄무늬가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고심 끝에 육지까지 수소문하여 울릉도로 입양한 후 이곳의 대표적인 칡소로 육성하게 되었다.

방문한 칡소 농가의 칡소 중엔 누렁이 황소도 섞인 줄 알았으나 모두가 칡소라고 한다.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수탈된 데다 한우 심사 표준에서 제외되면서 농가에서 농사일에 쓸 일소만 겨우 남은 상태였다.

이렇게 남은 칡소는 당연히 황소와 교배되었으나 칡소의 DNA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제 울릉도의 칡소는 모든 개체가 등록되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까지 계보를 밝혀낼 수 있다고 한다.

칡소끼리만 교배하여 유지·관리함으로써 울릉도 칡소의 혈통보존을 이어가고 있다. 

 

 

 

칡소 농가에 갑자기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닥치자 칡소들은 놀란 듯 황급히 뒤로 물러난다.

가운데 소는 말하지 않아도 한눈에 칡소를 알아낼 수 있는데,

왼쪽 소는 무늬가 약하고, 오른쪽 소는 평범한 한우로 보인다.

그러나 이 모두 칡소 DNA 유전자를 갖고 있다.

외부에 나타난 모양만으로 칡소를 확인하는 건 아니다. 

 

칡소는 골격이 크고 단단한 느낌이다.

줄무늬가 언뜻 호랑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놈도 너도밤나무처럼 나도 칡소야 하며 말하는 듯 하다.

 

칡소도 성격이 온순해 잘 놀라고 얌전한 기질을 보인다.

 

이놈들 콧등에 털이 없는 곳을 비경이라고 하는데, 이 비경이 검을수록 칡소의 무늬가 선명하다고 한다.

이 두 마리 송아지는 커 갈수록 칡소 특유의 검은 색깔이 선명하다고 한다.

 

이 오렌지 색 네모 판은 미네랄 블록이다.

미네랄 블록을 핥아먹으면 초유 항체 흡수 촉진, 흡수율 우수, 면역력 증진, 질병 예방, 튼튼한 골격 형성, 발정 강화, 

식욕 돋아주는 등 소에게 좋아 만병통치약 같다는 느낌을 주는 광고를 잠시 옮겨 놓았다.

그만큼 소에 좋다는 것인데, 가끔 소가 핥는 걸 볼 수 있다.

 

칡소는 왠지 강인한 느낌이 준다.

그렇게에 맛도 강한 것이냐?

 

왼쪽보다 오른쪽 칡소의 비경이 검게 보인다.

 

이놈은 얼굴만 검은 페인트를 바른 듯 보인다.

 

난 이제 알아, 넌 커도 연한 칡소 무늬를 띤다는 걸.... 

 

모든 소는 이렇게 귀에 유전자 정보를 담고 있다.

 

 

 

 

소에게 줄 꼴을 베어 한 지게 짊어지고 간다.

소가 좋아한다는 섬바디는 섬바디(somebody)가 아니다.

섬바디를 이곳에선 돼지가 잘 먹는다고 하여 돼지풀이라고 하는 데, 전호나물보다 잎이 훨씬 크다.

전호 나물이 지금 한창 꽃이 피어 울릉도를 온통 하얗게 바꾸는 데,

섬바디는 9월에 비슷한 모양의 꽃이 펴 또 한 번 울릉도 지형을 바꿀 것이다.

 

 

 

칡소는 젖소가 아니므로 젖에 크게 발달하지 않았다.

송아지만 해도 덩치가 크니 젖꼭지 두 개로 부족해 네 개를 주는 특혜를 부여했다.

 

 

울릉도에서는 칡소의 개체수를 일정 부분 조절한다고 한다.

너무 많으면 가격이 폭락하므로 소를 키울 사람이 없기 때문일 텐데, 그렇기에 가격이 한우에 비해 월등히 비싸다.

워낙 유통량이 적어 전문 식당이 아니면 글쎄....

 

 

칡소의 맛은 모두가 극찬한다.

왜 안 그럴까?

울릉도의 모든 자생식물은 맛이 좋고 순한데 그런 식물을 먹고 자라니 육질도 좋고 고기가 고소한 맛이 난다고 한다.

더군다나 부지갱이 등 나물은 가을에 예초기로 베어 수매 후 사료로 판다고 하니 놈들은 1년 내내 약초를 먹는 셈이다.

 

울릉도는 8천 명도 안 되는 작은 섬에 도축장이 따로 있다고 한다.

경상북도에서도 도축장이 없는 시·군이 더 많은 데 울릉도에 도축장을 준 이유는 뭘까?

예상하겠지만, 울릉도 칡소를 안정적으로 보존할 이유 때문이다.

 

사실 울릉도에서 명이나물이나 부지갱이, 삼나물 등 농사만 지어도 4월 한 달에 3~4천만 원 벌기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칡소는 1년 농사를 지어야 그 정도 번다.

그러니 다른 농업과 겸업해야 하는 실정이니 칡소 정책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가 된다.

 

뒷산 막등에서 이달 초 명이나물을 채취하던 지역 주민이 추락하면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어딜 가든 실하게 자란 명이나물은 많다.

봄바람에 명이나물이 살랑살랑 흔들리면 만 원짜리 파란 지폐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 봄철엔 누구나 명이나물 채취에 목숨을 건다.

울릉주민에게는 20일간 국유림에서 명이나물을 채취한 허가를 준다.

이를 노리고 외부인도 몇 달 전부터 위장 전입하여 명이나물을 채취하기도 한다.

1kg에 18,000원에 수매한다고 하니 하루 열심히 하면 거의 1백만 원 가까이 벌기도 한다고....

이런 명이를 장아찌를 담아 팔면 1kg에 2만 원인데, 이때 명이는 400~500g이 들어간다.

지역주민은 명이나물 장아찌를 만드는 게 훨씬 유리하다.

육지에서도 명이나물을 기르지만 울릉도의 부드럽고 특유의 향을 따라갈 수 없다.

토양이나 기후 등 환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칡소 농가에서 보는 앞산

 

 

울릉도는 명이나물이나 부지갱이, 삼나물, 미역취 등 자라는 대부분의 나물을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지역에 멧돼지나 사슴, 고라니는 물론 뱀조차 없어 육지에서 흔히 보이는 가시 달린 나무도

이곳에서는 쓸모가 없으므로 대부분 가시가 도태되었다.

엉겅퀴도 가시가 거의 없어 먹기 좋고, 엄나무 순도 가시를 보이지만 삶아 먹으면 가시를 느낄 수 없다.

그런 물을 먹고 자란 칡소는 약소라고 부르기도 한다.

울릉도를 방문한다면 눈 꼭 감고 칡소를 먹어봐야 울릉도를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