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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충청도·대전·세종

아름다움에 취해 달도 머문다는 영동 월류봉

by 즐풍 2022. 1. 6.

2022_01

 

 

2022.1.4 (화) 08:53~13:47 (4시간 54분 탐방, 10.4km 이동) 맑음

 

 

2022년 첫 산행을 어느 산으로 갈까 고민하다가 충북 영동에 있는 월류봉으로 선택했다.

눈이 오면 그때 또 가기로 하고 금년은 충청지역의 산행과 여행에 좀 더 치중할 생각이다.

지난해에는 여수에서 6개월 살다 보니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은 제법 많이 다녔다.

그렇다고 해도 대부분은 해안가 위주로 한정되었으니 앞으로도 가야 할 곳은 많다.

이젠 비교적 가까운 충청도 지역의 명소를 다녀올 차례다.

 

영동 월류봉은 진작부터 몇 번이나 가고 싶던 곳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는 지역 명소나 산을 하나둘 수집한 자료에서 꺼내 든 것이다.

서울 쪽 산악회를 이용하자니 거리가 멀어 귀찮고, 그 대부분은 산으로 한정되어 선택지가 적다.

요즘은 산은 물론이고 계절 따라다닐 수 있는 지역 명소나 관광지도 서서히 눈에 들어온다.

자료 수집을 해도 하루 맘 편하게 다녀올 정도의 거리엔 산이나 여행지가 그렇게 많지 않다.

 

이런 산행이나 명소 탐방을 위해 지역으로 갈수록 버스 이용이 불편하다.

시골의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며 젊은이들은 도심으로 빠져 대부분 노년층 밖에 없다.

버스 이용객이 적다 보니  운수회사도 일반버스가 아닌 농어촌버스를 하루 겨우 몇 차례만 운행한다.

지방으로 갈수록 기차와 버스를 연결하는 노선을 찾는다 해도 시간이 안 맞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승용차보다 가성비가 좋은 기차와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 월류봉(月留峰)

한천팔경은 충북 영동군 황간면에 있는 월류봉의 여덟 경승지를 일컫는데,
우암 송시열 선생이 머물던 한천정사에서 이름을 땄다고 전해진다.
높이 약 400m의 봉우리로 동서로 뻗은 능선은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달이 머무르는 봉우리’라는 뜻의 이름처럼 직립한 절벽에 걸려 있는 달의 정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영동군청)

 

월류봉, 월류정 등산코스

 

 

멀리 보이는 월류봉,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1, 2, 3, 4봉 순이다.

 

에넥스 공장을 지나며 올라갈 월류1봉을 본다.

 

월류봉 들머리엔 야자매트를 깔아 걸을 때 등산화에 딸려 오르는 먼지를 뒤집어쓰지 않아 좋다.

 

건너편 민둥산은 바위라 나무가 자라지 않은 것이다.

블로그를 보면 월류봉만 끝내기엔 시간이 너무 짧아 우측 사군봉까지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다.

사군봉 가는 길의 민둥산은 기룡대란 이름이 붙었다.

말 그대로 용이 서서히 일어서는 느낌이 살짝 난다.

 

1봉을 거의 다 올라가다 옆으로 난 길이 있어 잠깐 들어섰다가 아래쪽으로 햇빛이 든 걸 봤다.

월류봉이 너무 높아 월류봉 그림자로 월류정이 응달이 들기 전 보겠다고 다시 내려간다.

경사가 무척이나 높은 나무계단인데, 사진은 그런 입체감을 살리지 못한다.

 

생각과 다르게 개울 건너까지 응달이 져 월류정도 그렇겠단 불길한 생각이 든다.

 

 

 

월류봉이 워낙 높은 바위로 된 봉우리다 보니 아래쪽 월류정은 캄캄한 밤이겠다.

저렇게 경사가 심한 곳은 월류봉을 중심으로 한 한천8경에서 산양벽 (山羊壁)이라 한다.

산양이나 겨우 다닐 수 있는 벽이란 뜻으로 지었겠지만, 산양조차도 다닐 수 없는 낭떠러지이다.

 

이 돌다리는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모양이다.

시멘트로 찍어낸 돌다리이다.

 

예상한 대로 햇빛이 아직 산봉우리를 넘지 못해 아쉽게 됐다.

 

개울 건너 옆 산

 

 

 

 

 

한천정사 기둥엔 한천8경의 이름이 하나씩 걸려있다.

왼쪽부터 화헌악, 용연대, 산양벽이다.

 

 

 

 

월류봉 품 안에 든 월류정

 

월류봉보다 월류정에 반해 이곳에 왔는데, 응달이 지는 바람에 풍경이 별로다.

다시 월류봉으로 올라갔다가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내려와 다시 봐야겠다.

 

어느 블로그에서 월류5봉에서 월류정으로 내려오는 길이 있다는 걸 봤다.

월류봉에서 바로 올라가는 길이 없어 한참을 찾은 끝에 겨우 길을 발견해 오르다 만난 작은 굴 속의 역고드름이다.

이 굴을 만나기 전 거대한 수직의 바위틈으로 된 미끄러운 굴 옆을 지났다.

그 수직 굴에 빠지면 전화 통화도 안 되고 탈출할 수 없으니 귀신이 되어야 혼백이 탈출할 수 있는 곳이다.

이쪽은 활엽수 낙엽이 쌓여 미끄러지기 쉽고 낭떠러지로 추락하면 죽음이다.

특히, 내려오는 길은 더 위험하다.

 

한참을 더 진행하다 보니 이번엔 제법 큰 굴이 보인다.

 

굴 안으로 들어가 보니 갱도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다.

멀리 들어갈 것도 없이 사진만 찍고 나온다.

굴에 보이는 바위가 전부 황금색인 걸 보면 금광이었겠단 생각이 든다.

 

굴이 있는 사면 길은 정신이 쏙 빠질 만큼 어렵게 탈출했다.

낙엽이 미끄럽고 가파른 길이라 낙엽 속으로 발을 딛고 미끄러지지 않게 발을 앞뒤로 움직이며 흙을 디뎠다.

까딱 잘못해 추락하면 황천행이기 때문에 발걸음마다 진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 고생 끝에 만난 월류5봉이 부모형제를 만난 듯 반갑다.

 

4봉으로 진행하며 보는 1, 2, 3봉 

 

이번엔 월류4봉인 상상봉이다.

월류봉 6개 봉우리, 아니 5봉부터 내려섰으니 5봉 중 1봉만 표지석이 있을 뿐 나머지는 매직으로 썼다.

 

 

 

월류봉 바위는 대게 이런 붉은색이 많이 들어갔다.

이런 색깔의 바위를 보니 올라올 때 있던 광산은 금광이겠단 생각이 든다.

 

4봉과 5봉

월류봉은 멀리서 볼 때 제법 봉우리 타는 맛이 나겠단 생각이 든다.

막상 봉우리를 지날 땐 암봉미를 볼 수 없다는 게 아쉽다.

 

3봉은 작은 돌탑을 쌓으며 소망을 빌고 간 곳이다.

 

이제 2봉과 1봉이 남았을 뿐이다.

 

멀리 백화산 방향

 

월류2봉의 산불감시초소이다.

산불감시초소 창을 모두 이렇게 신문지로 가려놓은 이유는 뭘까?

이렇게 가리고 어떻게 산불을 감시하겠단 걸까?

 

지나온 봉우리들

 

초강천 앞으로 대한민국 지도 모양의 작은 동산이 보이고, 우측 산은 100m  높이의 왕산이다.

대한민국 지도가 있는 봉우리는 왕산보다 높으니 대왕산이란 이름이 어울리겠다.

왕산 앞은 초강천이 막고 뒤는 농경지가 잘 발달된 특이한 지형이다.

 

밤에는 달이 머물고 낮엔 해가 머무는 곳이다.

 

월류봉에서 조망하는 월류정과 초강천

 

기룡대와 사군봉 

 

1봉에서 아침에 내려온 길을 따라 월류정을 보기 위해 다시 내려왔다.

이제야 중천에 뜬 태양이 즐풍의 아쉬움을 달래주려 햇빛을 내려 붓고 있다.

그러나 겨울이라 햇빛은 약하게 내려앉았다.

 

월류정에서 뒤로 연결된 암봉은 화헌악(花軒嶽)이다.

봄에 진달래며 철쭉이 핀 곳의 정자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데, 

바위 능선이 설악산만큼 오지게 험한 곳이라 악(嶽) 자를 추가했다.

오전에 월류정까지 올라간 김에 화헌악을 오를 생각이었으나 너무 험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최근 강추위가 몰려와 초강천은 얼음이 두껍게 얼어 건너편까지 걸어가도 되겠단 생각이 든다.

 

오전의 아쉬움을 달래 보지만, 겨울 햇볕은 촛불만큼 약해 성에 차지 않으니 몇 번 더 와야겠다.

 

 

 

왼쪽 바위는 용연대(龍淵臺)다.

못에서 나온 용의 모습이란 뜻이니 머리만 나왔을 뿐 몸통은 아직 못 안에 있다.

초강천을 사이에 두고 용연대와 화헌악의 월류봉이 환상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용연대 옆으로 도로를 개설하며 본래의 아름다움을 거의 대부분 삼켜버렸다.

 

초강천 뒤로 보이는 마을의 느티나무?에 새순이 돋거나 단풍이 필 때 풍성해진 나무는 더욱 멋지겠다.

즐풍이 이곳 영동역을 지나 황간역에서 하차했다.

하루가 지난 다음날 오전 11시 58분경 영동터널에서 떨어진 철제 구조물과 추돌하면서 

KTX 차량은 궤도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7명이 다친 가운데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6명은 귀가 조치됐다고 한다.

하루 앞서 다녀온 즐풍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초강천과 월류정은 다시 보아도 환상적인 그림이다.

 

 

 

 

 

 

해 짧은 겨울이라 귀가하기로 한다.

황간역 방향으로 이동하며 보는 기룡대는 말 그대로 용이 고개를 쳐들고 일어서는 모습니다.

 

즐풍처럼 기차로 영동 월류봉을 찾는다면 버스 이용은 필수다.

황간역에서 월류정 전망대까지는 2.9km, 월류봉 들머리는 1.4km이다.

황간역에서 오후에 서울로 가는 기차 시간은 16:18에 한 차례밖에 없다.

반면, 영동역은 오후엔 12번이나 있을 만큼 자주 있다.

월류정 전망대에서 영동역으로 가는 가장 빠른 에넥스 정류장까지는 2.2km이므로 걸을만한 거리다.

아래 시간표의 황간역에서 에넥스 정류장까지는 약 2분 정도의 거리를 감안하면 된다.

 

황간역에서 영동역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

 

 

영동 황간에 있는 월류봉을 다녀왔다.

월류봉은 덤이고 화헌악에 아름다운 자태로 들어선 월류정이 초강천과 어울리는 풍경이 그림 같다. 

이 월류정이 언제 생겼는지 모르지만, 자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주변과 잘 어울리는 풍경을 만들었다.

과하게 크지도 않고 적당한 크기다.

귀로에 노근리 평화공원을 들리려던 생각은 접고 바로 귀가했다.

앞으로도 몇 번 갈 생각이므로 노근리 평화공원, 사군봉 등 인근 명소를 하나씩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