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4 (화) 오전에 잠시 들림
충북 영동 황간에 있는 월류봉 탐방을 위해 첫차로 황간역에 내렸다.
어디가 고장 났는지 화물차가 나가는 출구를 막아 짐칸이 없는 화물칸 위로 넘어가야 했다.
덕분에 기찻길이 오렌지색 물이 들어 밝은 기운이 느껴진다.
화물차가 뒤를 막고 있는 바람에 황간역 역사가 너무 가깝게 잡혀 전체를 담을 수 없다.
황간의 간(澗) 자는 흔하게 보던 자가 아니어서 직원에게 뜻을 물어보니 옥편을 찾아 「산골물 간」 자라고 알려준다.
계곡 사이(間)에 있는 물(氵·水)이니 산골물이다.
나중에 폐금광을 지나고 정상의 바위는 황금색을 띠고 있으므로 누런 바위가 있는 계곡으로 흐르는 물이란 뜻이므로
절묘하게 지명을 잘 지었단 생각이 든다.
역사 안팎으로 큰 항아리를 설치해 좋은 시 하나씩 적어놓았다.
역사 안 작은 방에 책과 그림 등이 비치되어 기다리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예전 황간역을 배경으로 증기기관차 미니어처도 만들어 놓았다.
그림은 세 벽면을 둘러가며 걸렸다.
지역민과 열차 이용객을 위한 작은 책방이자 미술관인 셈이다.
작으나마 마음이 차분해지며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지역주민들의 역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황간역을 이용해 월류봉을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었다.
밖에서 보는 황간역 역사도 안에서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은 주차장엔 기차로 출퇴근할 이용객이 세운 차량이 즐비하게 주차되어 있다.
아직 해는 낮게 떠 낮은 역사의 그림자가 길게 누웠다.
완행열차란 멋진 시가 쓰였다.
많은 항아리마다 하나씩 시라 쓰여 있으나 일일이 읽기보다 탐방에 맘이 가 대표 시 하나만 클로우즈 업하고 떠난다.
정말 열차를 놓쳐 시간이 제법 많을 때 이곳에 놓인 항아리와 시를 감상하면 기쁨도 그만큼 쌓이겠다.
황간역 입구를 지키는 지하대장군, 여장군
황간역에서 영동역으로 가는 버스시간표를 편집해 올린다.
황간역 상행선은 오후에 1번 정차하고, 영동역에서 12번 선다.
월류봉 등 주변 탐방을 끝내고 시간이 맞지 않으면 황간역까지 올 필요가 없다.
에넥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영동역으로 가는 700m 거리를 줄일 수 있다.
황간역은 작지만 묘하게 아름다운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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