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20. (목) 영농 일지
오전 10시부터 갓 피클을 만든다.
갓으로 돌산갓김치만 만드는 줄 알았더니 물김치를 포함하여 김피클까지 다양하게 만든다.
피클은 통닭을 시켜 먹을 때 따라오던 오이 피클만 알았는데, 오늘은 갓 피클을 만들기로한다.
제법 속대가 굵게 자란 갓으로 피클을 만들었을 때 씹는 식감이 좋다고 한다.
돌산갓이 유명해지지 시작한 것으로 불과 30년 조금 더 넘었을 뿐이다.
88올림픽이 열리던 해 옆 마을로 시집간 어느 처자가 일본인들이 재배했던 갓 씨앗을 고향사람에게
가져다준 걸 심어 보고 이 작물의 가치를 확인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갓은 이 지역 명칭인 돌산도를 일략 전국적 지명도를 높이는데 이바지한다.
강원도 태백 등 고산 평원에서 재배되는 고랭지 배추 재배지역은 돌이 많은 척박한 지역이다.
공교롭게도 전국 최대의 갓 재배지역인 돌산도도 돌이 많기는 태백 못지 않다.
이런 척박한 땅에서 바다가 주는 선물인 해풍을 먹고 먹고 자라 쌉싸롬한 맛이 일품이다.
이런 특화된 맛은 다른 지역에선 생산할 수 없는 돌산도의 특산물이다.
갓 피클은 파뿌리, 매운 고추, 양파, 생강, 마늘, 다시마, 설탕, 식초 등의 양념을 끓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양념을 다리는 동안 갓을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낸 다음 김치통에 들어가도록 적당한 크기로 재운다.
기본 양념은 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식었을 때 소주를 넣으면 잡내가 잡힌다.
이렇게 만든 양념을 갓을 재운 김치통에 붓고 며칠 지나면 시큼하고 상큼한 특유의 갓 피클이 완성된다.
갓 피클 만들기를 끝내고 가까운 사무장님 댁으로 이동한다.
최근에 새로 지었다는 집은 밖에 음식을 먹으며 모임을 갖기 좋게 만든 지붕이 있는 별도공간이 있다.
마당엔 잘 손질된 잔디가 비를 맞아 더 푸르게 반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화덕엔 장작에 불이 피어오르고 남편분께선 삼겹살을 맛나게 구워 내신다.
평소에도 많은 손님을 치룬다는 사모님은 음식 솜씨가 깔끔해 어느 것이든 삼겹살과 궁합이 좋다.
명이나물이나 갓김치에 삼겹살을 싸 먹기도 하고 김치, 매실청, 고추와 마늘짱아치 어느 것이든 좋다.
삼겹살만으로도 배가 부른 데, 볶은밥에 군고구마까지 먹었으니 배는 이미 포화상태다.
원래 맛있기로 소문난 전라도 음식에 정성까지 더해진 별미를 먹으며 행복이 쌓여만 간다.
점심을 끝내고 다시 모인 곳은 비닐하우스 안이다.
지난번 고추, 수박, 참외, 토마토, 오이, 가지, 상추, 대파, 부추를 심고 남은 공간에 갓씨를 파종한다.
고랑이 있던 두렁을 평탄하게 만들고 비료와 섞인 갓씨를 파종했으니 때가 되면 갓을 먹을 수 있다.
농촌 살기로 얼굴이 그을리는 만큼 풋내기 티를 벗으며 농군으로 한 발 더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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