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_04
2021.1.19. (화) 07:56~15:56(8시간 산행, 휴식 20분(식사), 이동 거리 19.6km, 평속 2.6km/h) -18~-7℃
즐풍이 사는 평택에는 그제 밤부터 아침까지 제법 많은 눈이 내려 약 7~8cm 정도 쌓였다.
당장이라도 산으로 가고 싶으나 하루 종일 우중충한 날씨인 데다 멀리 가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다.
오후에 국립공원공단에 들어가 보니 치악산, 월악산, 속리산은 전면 통제이고, 대부분 산은 부분 통제이다.
저녁이 되자 일부는 부분 통제이고 대부분 산은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속리산만 유독 전면 통제 상태다.
오늘은 날씨가 청명하다니 근교 산 중에 아직도 전면 통제인 속리산에 눈이 많겠다 싶어 이곳으로 간다.
속리산은 새벽에 출발할 때까지 전면 통제가 안 풀렸는데, 근교 월악산이 정상으로 바뀐 걸 보면 비슷한 정도일 것이다.
여전히 통제될 만큼 눈이 많다면 공단 직원이 길목을 지키기 전 통과하려고 일찍 출발한다.
고속도로를 내려와 지방도로 들어서자 제설작업을 했어도 빙판 길이라 조심스럽게 운전한다.
들머리인 장각폭포 앞 주차장에 도착하니 영하 18℃인 극한의 날씨이다.
눈은 고작 3~4cm 정도밖에 안 되는 데, 아직도 통제가 안 풀렸다니 속리산 국립공원의 복지부동이다.
상의는 인진지 내의를 입어 후끈거리는 데, 하의는 타이즈 내복을 입었는데도 한참 동안 쌀쌀한 느낌이다.
1km 정도를 걷자 다리엔 훈기가 돌고, 상의는 다운을 벗어 등판이 앞으로 오게 소매를 걸치고 등은 배낭으로 덮는다.
□ 속리산 국립공원
한국 팔경 중의 하나인 속리산은 태백산맥에서 남서 방향으로 뻗어 나오는 소백산맥 줄기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남북으로 백두 대간이 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천왕봉에서 한남금북 정맥이 분기하고 있으며,
행정 구역은 충북 보은군, 괴산군, 경북 상주시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해발 1057m인 속리산은 화강암을 기반으로 변성퇴적암이 섞여 있어 화강암 부분은 날카롭게 솟아올랐다.
변성퇴적암 부분은 깊게 파여 높고 깊은 봉우리와 계곡은 가히 절경을 이루고 있어
광명산(光明山), 미지산(彌智山), 소금강산(小金剛山)으로 불리기도 한다.
속리산 국립공원 및 주변은 고생대층, 중생대의 화성암류, 신생대의 고기하성층과 충적층이 분포하고 있다.
화강암의 기봉(奇峰)과 산 전체를 뒤덮은 울창한 산림은 천년고찰 법주사와 잘 조화되어 승경(勝景)을 이루고 있다.
최고봉인 천왕봉(天王峰)을 중심으로 비로봉(毘盧峰), 길상봉(吉祥峰), 문수봉(文殊峰)등 8봉과
문장대(文藏臺), 입석대(立石臺), 신선대(神仙臺) 등 8대 그리고 8 석문(石門)이 있다.
법주사지구 학소대 주변 은폭동(隱瀑洞)계곡, 만수계곡, 화양동지구 화양동계곡,
선유동계곡, 쌍곡계곡과, 장각폭포, 오송 폭포(五松瀑布) 등의 명소가 있으며,
정이품송(正二品松천연기념물 제103호), 망개나무(천연기념물 제207호) 등
1,055종의 식물과 까막딱다구리(천연기념물 제242호), 하늘다람쥐(천연기념물 제328호) 등
희귀 동물을 포함하여 1.831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자연자원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속리산에 들어가면 속세를 잊게 된다.
산과 산들이 겹겹이 펼쳐놓은 절경을 통해 속세의 아름다움도 더불어 깨닫게 되는 산 또한 속리산이다.
속리산 국립공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특징이 뚜렷이 드러나는 곳이다.
법주사지구, 화양동지구, 화북지구, 쌍곡지구 네 지구로 구분이 되어 있는 사계절 탐방코스는
봄, 가을에는 문장대, 천왕봉, 도명산, 칠보산, 군자산을 탐방할 수 있고,
여름에는 화양/선유/쌍곡계곡을, 겨울에는 천왕봉 코스의 펼쳐진 설원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속리산 국립공원 안내문)
속리산 등산 코스
□ 장각폭포
속리산에 최고봉인 천왕봉에서 시작한 개울물이 장각동 계곡을 굽이쳐 흘러
6m 높이의 절벽을 타고 떨어져 작은 연못을 이룬다.
주변의 소나무 숲과 암석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이 한 용소로 깊숙이 떨어지니 이것이 바로 장각폭포다.
수량이 많아 산천을 진동하고 용소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며,
낙수의 여파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수면을 보고 있으면 금방 용이라도 치솟아 오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폭포 위에는 금란전(金蘭亭)과 노송이 고색창연하게 서 있어 그 풍경의 조화야 말로 무궁하며
조금 밑에 향북정이 있어 산, 폭포, 정자 모두가 한 폭의 그림이다.
폭포 위에 세워진 금란정은 "주위의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 하면 그 이로움은 쇠붙이도 끊을 수 있고,
마음을 같이 한다는 말은 그 냄새가 난보다 향기롭다."라는 뜻이라 한다.
금란정 동으로는 옥녀봉, 서쪽으로는 장각 동계 곡, 남쪽으로는 형제봉이 아래를 바라보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높이 솟은 사모봉이 있다.
장각폭포와 금란정은 사극 무인시대, 불멸의 이순신, 영화 낭만자객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안내문)
들판이던 장각동 폭포 앞은 눈이 조금이더니 오를수록 눈은 많아진다.
그런 눈길을 즐풍이 러셀 아닌 러셀을 하며 길을 낸다.
이곳을 길이 제법 넓어 보이지만, 조릿대가 크고 빽빽한 곳은 스틱으로 툭툭 치며 눈을 떨어트린다.
고도가 높아지며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했어도 눈이 달라붙으면 불편하기 때문이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던 조릿대의 눈을 털어내면 가볍게 일어선다.
두 시간 10분 만에 5.5km를 이동해 능선인 헬기장에 도착했다.
300m 거리인 천왕봉을 다녀올 생각이다.
다른 덴 눈이 바람에 다 떨어졌으나 이곳만 나뭇가지에 눈이 남아 멀리서 볼 땐 상고대인 줄 알았다.
시베리아 북풍과 편서풍의 방향을 면한 동쪽이기 때문일까?
아래쪽엔 가스층이 산 능선을 섬처럼 보이게 한다.
겨울엔 얼어 죽을 만큼 추워도 시베리아의 한랭전선이 만들어져야 중국발 미세먼지가 없어 깨끗하다.
등산을 시작할 땐 맨살이 드러난 이마가 깨질 듯 시려도 바람이 없으니 견딜만하다.
천왕봉은 1,057.7m로 1,054인 문장대보다 3.7m가 높은 속리산 정상이다.
정상인 이곳보다 주변 풍광이 보기 좋은 문장대에 등산객이 더 몰린다.
표지석만 해도 천왕봉과 문장대는 크기부터 다르니 공단에서도 문장대를 실질적인 정상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장각동 방향
가지만 남은 활엽수림은 골격이 드러나 산의 형태가 뚜렷하다.
산의 전체적인 윤곽이 거침없이 보이는 게 겨울 산의 매력이다.
천왕봉부터 입석대까지는 북진하고 이후 문장대까지는 북서진하게 되니 사진은 뒤돌아 보지 않는 한 순광이다.
순광의 풍경을 얻기 위해 장각폭포를 들머리로 잡았다.
멀리 보이는 문장대는 아직 갈길이 멀다.
같은 하늘 아래도 지역마다 공기가 다르다.
어떤 곳은 가스층이 있는가 하면 깨끗한 곳이 있다.
천왕봉에서 지체하며 주변 풍광을 조망하다 보니 발이 시린 느낌이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더니 다시 온기가 돈다.
날은 추워도 바람이 없으니 견딜만하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다.
가끔 조망이 터질만한 바위가 있으면 오르고 본다.
그러지 않으면 건질 풍경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통천문을 가린 구부러진 참나무
통천문 통로에 바위가 있어 조심스럽게 지나야 한다.
반대편에서 보면 두꺼비가 웅크린 모습이라 하여 두껍등 바위라 불린다는 데, 여기선 그저 선바위로 보인다.
혹한에도 굴하지 않는 늠름한 자세다.
두껍등 바위를 좀 더 가까이 가서 본다.
생김새가 특이하다.
좁은 바위틈을 지난다고 배낭이 바위에 긁힌다.
빠져나온 바위틈
뒤돌아 본 풍경
입석대를 지난다.
천왕봉에서 문장대까지 절반 정도의 거리다.
지나온 곳은 역광이다.
속리산도 은근히 바위가 많아 산행 내내 심심한 줄 모른다.
흑곰 한 마리가 바위에 앉아있다.
법주사에서 경업대를 지나 한 사람이 올라온 발자국을 본다.
처음 만나는 발자국이라 이제 혼자가 아니란 느낌인데, 이분은 이곳 신선대 주막을 지키는 주인이다.
그분이 빗자루를 들고 상가 주변 눈을 쓸고 있다.
신선대를 지나며 다시 혼자 길을 낸다.
여긴 웬 입석이냐?
바위를 깨 계단을 만들었으니 제법 품이 든 길이다.
이 계단이 보이면 동북쪽으로 청법대를 지나 칠 형제바위로 떨어지는 산수유 릿지길이다.
바위가 많아도 풍경이 멋진 구간이다.
산수유 릿지가 궁금하면...
벌써 12시가 넘어서 배가 출출하다.
먼길 오기 위해 새벽 다섯 시가 조금 지나 아침을 먹었으니 평소 같으면 허기질 시간이다.
산수유 릿지 입구에서 식사하고 다시 길을 낸다.
칠형제봉으로 내려가는 산수유 릿지
드디어 문장대가 보이니 오늘 능선도 거의 끝나간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는지 검은 연기가 공기층을 따라 청명한 하늘에 긴 흠집을 낸다.
아이고 아까워라.
문장대 인근 바위와 통신탑
속리산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있는 곳이라 통화 품질과 편의를 위해 통신탑이 서 있다.
다행히 여기선 검은 연기 띠가 보이지 않는다.
구상나무
드디어 속리산 마지막 비경인 문장대에 도착했다.
관음봉이다.
속살이 드러나 저곳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았다.
화북탐방센터로 가는 길에서도 좀 돌아가지만, 가는 길을 알아냈으니 오늘 수확은 제법 큰 셈이다.
두 번이나 다녀간 건너편 산수유 릿지
문장대 정상
멀리 화재 연기가 긴 띠를 보인다.
화재에 의한 검은 띠도 자연의 일부다.
이렇게 보니 연기도 오늘만 볼 수 있는 하나의 작품이 된다.
국립공원은 막힌 구간도 많은 데, 사실은 어렵지 않게 다 갈 수 있는 곳이다.
바위 하나하나가 모여 큰 암릉 군을 만든다.
저런 비경을 보는 맛에 힘들고 추워도 견디며 산행하는 재미를 붙인다.
어디로 가야 할까?
하산길에 보아 둔 비경으로 빠지는 구간은 이곳에 싣지 않는다.
이상하게 그런 구간은 눈 속에서 더 잘 보인다.
속리산은 오늘 오전 아홉 시를 기해 전면 통제가 해제됐다.
굳이 통제를 할 만큼 눈은 많지 않았어도 장각폭포에서 문장대까지 혼자 러셀 하며 길을 냈다.
전혀 힘들지 않은 눈길이었으나 날이 춥다 보니 쉰 것을 점심 먹을 때뿐이다.
여덟 시간 내내 약 20km를 걸었더니 다리에 걸린 부하가 많아 제법 피로가 크다.
지상의 눈의 이동편의를 위해, 산보다 높은 기온으로 쉽게 녹아 오래 보지 못 한다.
산에선 눈은 제법 오래 볼 수 있으니 굳이 눈을 봐야겠다면 산으로 가자.
하산 구간에서 보는 칠형제봉
관음봉 방향의 암봉
문장대에서 화북 방향으로 내려가는 구간은 상당히 급경사다.
성불사까지 가는 차도를 만나야 산을 다 내려왔다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다.
속리산 국립공원 화북분소를 지나고도 1.8km를 내려가야 버스가 다니는 차도를 만난다.
화북 버스정류장에서 하루 일곱 차례 있는 상주행 버스가 18분 전에 출발했다.
다음 버스까지 약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데다 택시도 없으니 차량 회수를 위해 3.8km를 걷는다.
자차를 이용할 경우엔 이런 불편도 산행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산행에 비하면 도로를 걷기는 쉽다.
눈꽃과 상고대를 염두에 두고 강추위에 맞서 감행한 속리산 산행이다.
습도와 바람이 없어 서리꽃은 구경도 못했고, 일부 구간의 눈꽃을 보기는 했다.
올겨울 20여 년 만의 강추위로 입김으로 눈썹에 서리가 내려앉는 강행군의 연속이다.
추워도 시야가 선명하니 즐길만한 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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