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국립공원 탐방/속리산

속리산 토끼봉-상모봉-상학봉-묘봉 한 바퀴

by 즐풍 2020. 5. 6.

2020-27

 

 

 

2020.5.5. (화) 어린이날  09:45~15:10(산행 시간 5시간 25분, 산행 거리 9.5km, 휴식 42분, 평속 1.9km/h) 흐린 후 비 

 

 

코로나 19로 지방 산행을 멈춘 지 3개월 만에 가는 지방 산행이다.

그와 상관없이 다들 무탈하게 지방 산행을 잘들 다니기만 하던데, 즐풍은 그간 너무 겁먹었다.

세상사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니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이제 긴 기지개 끝에 다시 가고 싶던 속리산 묘봉을 찾는다.

 

속리산 묘봉은 2013.5.5. 어린이날에 다녀온 기록이 있으니 꼭 7년 만에 다시 간다.

그땐 미세먼지가 많아 시야가 별로 좋지 못했다.

코로나 19를 극복한 중국은 그간 밀린 일감을 만회하려고 가동할 수 있는 모든 공장을 돌려대겠다.

공교롭게도 7년 전과 같은 날로 중국의 나쁜 대기는 여전히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를 덮친다.

 

산이 좋아 산에 간다지만, 산에선 편서풍 타고 이동하는 나쁜 공기에 더 취약하다.

편서풍은 일정 고도 이상에서 바람 따라 이동하므로 산이 더 위험하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란 속담처럼 미세먼지 무서워 산행을 멈출 순 없다.

이럴 땐 원인 제공자인 이웃나라 중국이 한없이 얄밉다.

 

 

속리산 묘봉 등산코스

 

 

4월 30일 목요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라 쉬고, 금요일인 5월 1일 근로자의 날엔 대부분 직장이 쉬었다.

이어서 주말인 토, 일요일에 쉬고 월요일 하루 휴가를 내면 어린이날인 오늘까지 6일간 쉬는 황금연휴다.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외출을 자제하던 시민들이 황금연휴를 놓치지 않고 일거에 야외로 쏟아진다.

그러니 주말 동안 고속도로가 정체돼 도로에 꼼짝없이 갇혔다고 아우성이다.

오늘은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인데, 연휴를 즐기고 집에서 마지막 충전할 때라 도로는 한가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 번 쉬고도 산행 들머리인 묘봉 두부마을엔 두 시간 반 만에 도착했다.

(즐풍도 근로자인데 뭔 놈의 직장이 근로자의 날엔 쉬지 않고, 어젠 휴가를 안 내고 근무했다.)

 

들머리에서 진행할 방향을 조망하니 업다운이 심하다.

 

산행 시작할 때 트랭글을 켜야 산행 거리나 시간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데,

깜빡하는 바람에 660m 지난 지점의 이정표를 보고 트랭글을 켰다.

이곳 우측은 정탐으로 가는 길이고, 토끼봉 가는 길은 위험하다고 막았다.

얼마나 위험하길래 막아놓았는지 확인할 겸 가고 싶던 곳이기도 해 살짝 금을 넘는다.

 

속리산 국립공원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보면 오늘 산행할 토끼봉 묘봉 구간은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한다.

충북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경관이 빼어난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를 "충북 알프스"라 정하고 

'99.5.17. 특허청에 "업무표장" 등록을 했다.

이후 충북 알프스 구간을 추가로 연장했다는 아라리 대장의 산행지 설명이다.

속리산을 공유하는 경북에선 눈 뜨고 코 베인 셈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암릉 산행이 시작된다.

 

정탐 구간의 능선

 

바위틈을 비집고 자리한 철쭉이 앙증맞게 꽃을 피웠다.

작은 나무에서 핀 꽃이라 더 아름답다.

 

토끼봉으로 오르는 이 바위가 가장 난코스다.

자일 잡고 오르기엔 너무 가파른 데다 허공이 넓어 안쪽으로 통하는 해산굴을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

배낭이 걸릴 만큼 구멍이 작아 굴 앞에 벗어놓고 이동한다.

 

드디어 토끼봉에 올라 진행할 방향의 바위를 보니 참 멋지게 생겼다.

나중에 저 바위 일부를 넘는다.

 

좀 더 가까워진 정규 탐방로 바위

 

창이 긴 워터쉽 모자를 챙겼으나 깜빡 잊고 버프만 챙겨 하루 종일 이 스타일이다.

 

토끼봉을 지나 진행할 방향의 능선

 

누군가 폰으로 찍어 준 사진 색감이 좋다.

같은 하늘이라도 푸른색이 시원하게 들어가 카메라보다 화질이 더 좋아 보인다.

이런 사진을 보며 폰과 카메라 중 어느 것을 사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토끼봉에서 본 이 바위를 오르고 싶었다.

파란 상의를 입은 등산객과 달리 즐풍은 앞쪽 바위를 타고 오른다.

더 오르는 길을 찾지 못해 이내 탈출한다.

 

 

 

 

바위에 올라와 사진 찍을 땐 몰랐는 데, 지금 보니 바위 끝까지 오른 사람이 보인다.

즐풍도 갔으면 좋은 데, 길이 있는지 몰랐다.

 

정규 탐방로로 가는 길

 

상모봉에 잠깐 올라가 토끼봉을 잡는다.

묘봉 구간에서 토끼봉을 놓치면 앙꼬 없는 찐빵이니 산행은 백번을 다녀와도 무효다.

 

토끼봉을 지나 묘봉으로 가는 능선의 상모봉에서 조망하는 왼쪽 토끼봉

이 능선을 따라 묘봉으로 오르는 길은 왼쪽 충북 보은 땅이고 오른쪽은 경북 상주 땅이다.

산을 오르는 동안 왼발은 보은 땅을 오른발은 상주 땅을 밟고 지나가는 셈이다.

 

다른 위치에서 다시 잡은 토끼봉

저 토끼봉으로 인해 묘봉을 卯峯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산행의 최종 목적지인 묘봉은 妙峯으로 오묘하게 생겼다는 뜻이다.

 

방금 묘봉을 조방 한 장소로 드나드는 바위틈

 

다른 장소에서 조망하는 토끼봉

 

 

하늘은 점점 더 먹구름을 짙게 드리운다.

푸른 하늘이라면 더없이 아름다울 이 구간이 먹색 구름으로 칙칙한 느낌이다.

그나마 암릉이 멋져 이런 사진이라도 나오니 좋다.

 

이 ㄱ자 바위 굴을 돌아 아기 업은 바위로 오른다.

7년 전 아기 업은 바위를 나중에 보고 다음 산행 때 꼭 올라가겠다고 버렸는데, 오늘도 놓치고 말았다.

바로 코 앞에선 보이지 않고, 거꾸로 하산하면 위치가 확인돼 갈 수 있겠다.

 

꾸물꾸물하던 날씨가 "ㄱ자형 석굴"을 통과하여 점심 먹을 때 비가 내린다.

그릇도 다 비우기 전이라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비옷을 입는다.

비가 온다는 예보로 오래된 등산화를 신었으니 망정이지 새 등산화를 신었으면 낭패 볼 뻔했다.

 

상학봉

 

우측 바위가 엄마 등에 기댄 형상이라 아기 업은 바위로 불린다.

 

스핑크스 바위라는 데, 우측 라인이 이마부터 코, 턱으로 이어지는 게 두상을 닮았다.

 

가야 할 능선이 꾸물거리는 날씨로 더 멀게 느껴진다.

 

 

 

이곳으로 오를 때 어느 회원을 만났는데, 가야산 건너편 남산제일봉 느낌이 난다고 한다.

묘봉까지 이동하면 이곳 풍경을 자세히 보니 남산제일봉보다 더 멋지다며 칭찬 일색이다.

아닌 게 아니라 맑은 날 오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암릉이 멋진 구간이다.

 

암릉이란 표지석을 만들 만큼 의미 있는 봉우리는 아니다.

좀 생뚱맞은 표지석이다.

국립공원이라 공단에서 표지석을 관리해야 하는데, 충북알프스의 한 구간이라 보은군에서 표지석을 세운 건가?

공단 권리를 침해한 셈이다.

 

 

 

계속 비가 내리며 렌즈에 빗방울이 튀었다.

왼쪽 등산객이 보이는 바위가 묘봉이다. 사실상 산행도 거의 끝나는 시점이다.

 

 

 

 

 

묘봉으로 올라가며 지나온 능선을 본다.

토끼봉 직전부터 묘봉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기기묘묘한 바위로 힘든 줄 모르는 산행이다.

 

지나온 능선

 

"원래 묘봉은 지금의 봉우리보다 서북쪽으로 600여 m 떨어진 곳에 뾰족하게 솟아 있으며, 

특이한 모양 때문에 예로부터 '아기 업은 바위'로 불렸다"는 곳이 묘봉이란 일부 주장도 있다.

좀 전 'ㄱ자 동굴'을 지나 바로 올라와 점심 먹은 바위다.

묘봉의 한자 妙峯은 말 그대로 묘하게 생긴 봉우리인데, 이곳은 다소 평범한 바위다.

사료 등으로 고증을 거쳐 뒷말이 더 나오지 않게 확실히 해야 한다..

 

묘봉에서 더 직진하면 관음봉을 거쳐 문장대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문장대에서 관음봉 방향을 보면 안 가고는 못 배길 정도로 빼어난 비경이다.

더 이상은 막혀 갈 수 없는 곳이라 아쉽게 하산한다. 

 

 

7시간 20분 주어진 산행시간이라 날씨만 좋다면 아주 여유롭게 암봉을 즐기고도 남을 시간이다.

'아기 업은 바위'가 있는 바위에서부터 비가 내려 일부 구간에선 카메라는 배낭에 넣기도 했다.

폰으로 찍은 사진은 추후 올려야 할 사진도 있다.

 

묘봉을 지나면 날머리까지 내려가는 내내 조망이 없는 계곡으로 하산한다.

비가 오니 어디 앉기도 불편하고 앉을 장소도 없다.

산악회 버스 주차장소까지 4.3km를 쉬지도 않고 걸어 마을에 도착하니 산행 마감까지 한 시간 50분 남았다.

 

마을 끝의 어느 식당에 들었는데, 여성 회원 한 명이 나오며 1인분을 안 판다며 합석할 수 있냐고 양해를 구한다.

산에선 비가 와 점심도 못 먹었다고 하니 최소 여덟 시간 이상 굶은 배를 움켜쥐었겠다.

그는 허기를 재우기 위해 호기롭게 생판 모르는 남자 두 명 틈에 끼어 곡기는 물론 곡주까지 곁들인다.

 

이 식당은 직영농장에서 곰취나 곤드레나물, 야채 등을 재배하여 온라인 판매까지 하는 겸업 사업자다.

점심 준비를 작게 해 우리 이후 몇 손님을 받은 뒤 더 받지 않는다.

채소를 부탁하면 타박하면서 갖다 주긴 하는 데, 아무리 야채가 비싸기로서니 인심치곤 너무 야박하다.

 

날씨가 좋았으면 빛났을 산행이다.

천기를 바꿀 능력이 없는 인간이므로 날짜만 선택하면 산행을 취소하지 않는 한 갈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산행의 한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