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2015.9.12.토 09:45-16:05(6시간 20분 산행, 10.23km) 날씨: 흐림
오늘 가는 코스는 지난 2011년 10월 어느 날, 안개가 껴 시계가 매우 불량한 날 다녀왔다. 많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안개
사이로 보이는 비경에 취하기도 했다. 그런 아쉬움과 얼핏 보이던 비경이 생각나 다시 찾기로 했으나 좀체 기회가 닿지
않는다. 드디어 세미 백두대간의 한 구간으로 다시 밟게 된다. 지난번엔 장각폭포를 들머리로 잡았지만, 이번엔 천왕봉
과 최단거리인 도화리에서 산행을 시작해 거리와 시간을 줄인다.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 모르지만, 자주 찾지 못하는
곳이니 부지런히 다니고 살펴봐야겠다.
□ 속리산
한국 팔경 중의 하나인 속리산은 1970.3.24.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충북 보은군, 괴산군, 경북 상주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백두대간이 지나고 있다. 해발 1,057m인 속리산은 화강암을 기반으로 불쑥 솟아오른 봉우리가 곳곳에 기묘한
절경을 이루고 있어 소금강산(小金剛山)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능선에 최고봉인 천왕봉(天王峰)을 중심으로 비로봉(毘盧峰), 문수봉(文殊峰)등 8봉(峯)과 문장대(文藏臺), 입석대
(立石臺), 신선대(神仙臺) 등 8대(臺), 그리고 8석문(石門)이 있다.
이러한 속리산에 들어가면 겹겹이 펼쳐놓은 절경으로 속세를 잊게 된다. (속리산국립공원 안내문 편집)
속리산 등산코스
산행은 천왕봉을 오르는 최단거리인 도화리를 들머리로 삼는다. 이쪽은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라 들머리부터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제 내린 비로 낙엽이 젖어들고 일어난 데다 너덜길이라 길을 잡기도 영 마땅치 않다.
해발 300m가 좀 넘는 지점에서 시작한 산행은 천왕봉(1,058m)까지 약 700m 고도를 가파르게 올라야 한다.
그러니 능선을 잡아탈 때까지 계곡이라 조망도 없어 지루함은 천왕봉까지 계속된다.
하지만 천왕봉을 오르면 문장대까지 즐비한 기암 기봉에 가슴이 시원하고 눈이 즐겁다.
속리산 정상석 치고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북한산 정상 표지석처럼 정상석 뒤 바위에 새기는 것도 좋은 방법일 텐데...
석문
두껍등
반대편에서 보면 두꺼비가 웅크린 모습이라 하여 두껍등바위라 불린다는데, 반대편으로 갈 방법이 없다.
저 아래쪽으로 한 마리 도룡뇽이 기어오르는 듯 보여 도룡뇽바위로 불린다
고릴라바위(상고외석문)
어미와 새끼 고릴라가 앉아 속리산 비경을 살피는 모습
잠시 후 저 암봉을 돌아 입석대를 보게 된다
△▽ 입석대, 참 잘 섰다. 가장이 바로 서야 나라가 잘 된다는 알듯말듯한 경구가 생각난다.
암봉이 있어 오르다가 본 기암, 틈새를 잡고 고난도의 바위 타기로 겨우 암봉을 오르는 순간, 옆에서 왜 이렇게 어렵게 오르느냐고 한다.
옆으로 돌아오면 아주 쉬운 길이 있었는데 비경을 보려는 욕심에 우회로를 살피지 않은 것이다.
어렵게 오른 암봉 전망대에서 넓게 다시 본다
이 능선이 창법대에서 성불사로 내려가는 산수유리지 구간이다. 하산은 저 구간을 타며 비경을 감상할 생각이다.
좀 더 당겨본 산수유리지 상단부
그래, 저 계단을 올라선 곳에 비경으로 스며드는 입구가 있지. 하산길에 다시 보자.
산수유리지 구간 일부
문수봉에 도착하니 드디어 문장대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 20여분 후면 속리산의 제1경인 문장대에 도착한다.
산행을 시작한 지 네 시간 15분 만에 문장대에 도착했다. 천왕봉(1,058m)에서 불과 3.4km의 짧은 거리지만 볼거리가 풍부해
조망처만 있으면 오르내리다 보니 시간이 길어졌다. 천왕봉에서 문장대까지는 두 시간 30분, 고도 편차가 크지 않은 능선
이므로 두어 시간이면 뒤집어쓸 거리지만 30여 분 더 걸린 셈이다.
문장대(1,054m)는 주봉인 천왕봉보다 4m가 낮지만, 불쑥 솟은 암봉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라 가장 인기가 많은 코스다.
관음봉에서 북가치, 묘봉으로 내려가는 코스가 가장 화려하나 길이 막혀 군침만 삼키는 코스다.
외톨바위로 넘어가는 코스 또한 만만치 않은 비경을 보여주지만, 그 길도 막혀 있다. 안전한 등로가 설치되어 살아있는 코스로
누구나 갈 수 있는 날이 오길 소원한다.
문장대
큰 암봉이 하늘로 치솟아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다 하여 운장대(雲藏臺)라 하였다. 후에 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하고 있을 때
꿈 속에 귀인이 나타나 "영봉에 올라가 기도를 하면 신상에 좋다"는 말을 듣고 찾았는데,
정상에 삼강오륜을 명시한 서적이 있어 그 자리에서 온종일 책을 읽었다 하여 문장대(文藏臺)라 불리게 되었다.
문장대 표석이 정상인 천왕봉 표석과 비교도 안 될만큼 좋다. 표석만 봐도 이곳의 의미나 중요성이 더 큰 걸 알 수 있다.
드디어 문장대에 올라서서 관음봉 구간을 조망한다. 이 구간은 막혀 있으니 그림의 떡이다.
한 칸 뒤로 보이는 암봉은 잠히 후 갈 산수유리지 구간
이곳도 막힌 구간, 왜 이리 비경을 다 막아놓았누....
아쉬움에 눈길 한 번 더 주고 하산을 재촉한다
문장대에서 화북분소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지루한 데다 가파르기까지 해 피하고 싶은 구간이다.
그 3.2km를 마냥 걷느니 즐길만한 다른 코스가 있는지 검색해본다. 멋진 곳이지만 다소 위험한 구간을 찾았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산 인수봉처럼 이곳 암벽가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그 코스로 하산하자면 문장대에서 문수봉을 지나 다음 능선으로 하산해야 하니 30여 분 되돌아와야 한다.
암벽 구간은 우회하면 된다. 첫발을 딛는 순간부터 긴장이 엄습하지만, 걷는 동안 사방으로 트인 조망이 좋다.
산행 대장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이곳부터는 나 홀로 산행을 이어간다.
저 바위를 지나면 하산길은 지워진 듯 희미하게 보인다. 길은 산죽이 자라 눈에 띄지 않으므로 발이 닿는 느낌으로 걸어야 한다.
때로는 끊어진 듯 이어지는 길은 암봉을 오르기도 하고 우회하기도 한다. 암봉으로 오르고 보면 길이 끊겨 뒤돌아 간 곳도 있다.
그런 고생으로 숨은 비경을 헤치며 나아간다.
앞에 있는 큰 암봉은 문수봉에서 내려오다 끊기고, 뒤에 있는 암봉구간은 문장대를 타고 내려가는 관음봉 구간이다.
역시 산을 오르내리기엔 조망이 좋은 능선 길이 최고다.
모르긴 해도 여기가 창법대라 생각된다. 어느 지도엔 천덕봉으로 표시된 곳도 있다. 부분적으로 더 당겨으면 좋았을텐데...
창법대에서 뒤돌아 본 암봉, 당연히 우회했다.
창법대의 또 다른 입석, 팽팽한 긴장감이 좋다.
창법대에서 바라보는 문장대 원경
건너편 관음봉에서 속사치로 내려가는 구간이다
산수유 구간 끝에 성불사가 보이고, 길을 따라 가면 날머리인 화북분소도 보인다.
이 암릉구간의 마지막 암봉이다
이쪽은 관음봉 구간과 반대편인 입석대에서 내려가는 암릉구간
저 바위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모진 비, 바람을 견디며 살아갈까?
저런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건 우리 민족의 지난 역사와 닮아있다.
은근과 끈기가 우리 민족의 자랑이듯 저 소나무도 염천과 북풍한설을 다 이겨낸 기상이 그렇다.
산수유리지에서 갈라진 지능선의 마지막은 이 암봉을 끝으로 멈춘다.
암봉구간을 타고 내려오다 어느 순간 길이 끊겼음을 알았을 땐 이미 너무 멀리 내려와 다시 올라갈 수도 없다.
몇 군데 낭떠러지기가 있지만, 나무와 크랙을 이용해 무사히 계곡으로 내려선다.
목우와는 트랭글에서 내 위치를 20분 간격으로 알림 설정을 해 놓았으나 혹여 불상사가 있더라도 어느 언저리인지
찾기는 쉽다. 다음엔 10분 간격으로 설정을 바꿔야 정확도가 높아지겠다.
계곡으로 하산할 때 숲은 우거졌으나 잔 나무가 없어 뚫고 지나갈 만하다. 하지만 물이 흐르는 계곡은 가파르고
이끼가 껴 위험한 곳이 몇 군데 있다. 내려받은 지리산 정밀지도를 보니 어느 순간 만나게 되어 있다.
드디어 문장대에서 내려오는 하산길을 만났을 때 사지를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거의 성불사에 도착할 즈음이다.
계곡 하산길에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이다. 속리산은 올들어 처음 보는 단풍 마중산행이 되었다. (그림사랑님 사진 빌려옴)
오늘은 지난번 속리산 탐방 때보다 조망이 좀 더 멀긴 하지만 여전히 흐린 날씨가 아쉽다.
오전엔 비가 온다기에 우비와 레인 팬츠까지 준비했는데, 그나마 비가 안 왔으니 다행이랄까.
이동할 때야 덥지만, 가을이 시작되면서 찬 기운이 느껴지니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구간의 비경을 탐방할 기회도 가졌고, 없는 길을 뚫어 활로를 찾기도 했다.
이래저래 속리산 비경의 여운이 길게 남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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