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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속리산

칠보산 구봉능선과 쌍곡계곡

by 즐풍 2019. 6. 27.










2018.07.15. 일  09:58~15:30(전체시간 05:32, 휴식 시간 01:18, 이동 거리 7.62km,  평균 속도 1.8km/h)  폭염



속리산국립공원은 속리산만으로 면적이 너무 작아 인근의 칠보산, 도명산, 군자산, 대야산, 장성봉을 편입시켰다.

영암평야를 뚫고 우뚝 솟은 월출산과 달리 주변에 여러 산을 거느린 속리산은 다 고만고만한 풍광을 지녔다.

칠보산은 청석재를 지나 정상에 다다를 무렵부터 시작되는 버선코바위, 거북바위 등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정상에서 마당바위를 지나 쌍곡계곡으로 하산하는 동안 물이 제법 있다면, 신선폭포와 쌍곡폭포가 볼만하다.


칠보산은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니 낯설지 않은데 지난번에 내려온 구봉능선을 이번엔 반대로 오를 생각이다.

밋밋한 문수암골로 오르는 것 보다 아홉 개 봉우리를 심심찮게 넘는 재미도 있겠다.

쌍곡폭포가 있어 쌍곡계곡으로 불리는 계곡은 물이 맑고 시원해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가 높다.

짧은 코스이긴 하나 등산할 때 암봉을 타며 온몸을 젖신 땀을 쌍곡계곡에서 씻어내며 더위도 함께 날려볼까?





신사동에서 바로 경부고속도로로 들어가야 할 산악회 버스가 서울 시내를 돌고 돌아 송파구 어느 초등학교 앞으로 간다.

한꺼번에 23명이 신청한 일행을 태우러 간 것이다.

송파에서 신사까지 멀지도 않은 거리를 각자 오면 될 것을 거기까지 태우러 가는 건 뭐람.

죽전에서 승차할 사람 때문에 다시 경부고속도로로 들어가는 바람에 35분 이상을 허비했다.


기사가 나이가 많아 내비를 자주 다운 받지 않았는지 내 폰으로 검색한 카카오내비보다 40여 분이나 늦게 산행 들머리에 도착했다.

산행이 끝나고 귀가할 때도 국도를 이리저리 돌려 귀경하고 보니 검색 시간 보다 30여 분이나 늦었다.

앱으로 보는 내비는 실시간 정보로 가장 빠른 길을 알려줘 점점 도착 시간이 빨라지는데 구형 내비에 의존하니 답답하다.

버스는 버스대로 에어컨 성능이 부실로 냉기가 부족해 겨우 돌렸다는 시늉만 하니 죽을 맛이다.




칠보산 등산코스




칠보산 떡바위 입구인 들머리엔 전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제법 기다린 후에 들머리를 통과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곳임을 실감한다.

산행 실력이 월등한 사람이나 버벅대는 사람이나 외길을 가니 길은 막히고 시간이 지체될 게 뻔하다.

이렇게 지체되는 등산로를 포기하고 어렵지만, 구봉능선을 타기로 한다.



칠보산 입구로 오는길 왼쪽은 군자산, 오른쪽 칠보산 사이로 소금강계곡이 흐른다.

이곳엔 벌써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빽빽하니 여름 휴가 땐 차량이 움직이기도 힘들겠다.



2012년 7월 칠보산에 왔을 땐 떡바위로 올라가 정상에서 구봉능선으로 하산하며 바로 칠보산장이 있는 용소로 하산했다.

대충 구봉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은 감을 잡고 계곡으로 들어섰으나 도체 입구가 어딘지 찾을 수 없어 숲을 헤치고 올랐다.

길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정도로 산을 타는 덴 이력이 났기에 결국 능선을 잡아타며 제길로 들어섰다.


소나무도 아니고 참나무가 바위 틈새로 자라며 점점 바위 간격을 넓힌다.

언제가 더 자라면 바위가 갈라질 날도 있으려니...






산행 날머리인 쌍곡휴게소엔 그 많던 버스도 몇 대 없다.

기사들이 1만원인 주차비를 아끼기 위해 도로변에 주차했다가 회원들이 다 내려오면 휴게소 앞에서 태우기 때문이다.



산이 멋지다는 건 적당한 바위가 여기저기 배치되어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질 때다.

구봉능선이 그렇긴 한데, 워낙 숲이 우거져 그런 기암괴석을 가리는 게 흠이다.

당장 눈앞의 풍경은 멋지지만, 그것을 카메라에 담아내기엔 나무가 가리니 한계가 있다.



전엔 구봉능선을 하산 코스로 잡았기에 그리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었는 데, 막상 오르려고 보니 보통 힘든 게 아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만큼  무더워 땀이 나 몇 번이고 선글라스를 벗어 눈가로 흐르는 땀을 닦아야 했다.



다음에 다시 올 일이 있다면 저 능선을 타고 쌍곡휴게소로 바로 빠져야겠다.

사진이 다 보여주지 못하지만, 저 능선에 기암괴석이 몰려 있어 가는 내내 즐겁겠다.  



소나무가 원 줄기는 떨어져 나갔고 아래쪽으로 굽은 줄기는 끈질기게 살아나 위대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갑작스레 소나무 전시장이라도 된 거 같다.

누군가 가지 몇 개를 잘라낸 흔적도 보여 당분간 무게감으로 더 쓰러질 일은 없겠다.




아래쪽 왕성한 소나무와 왼쪽 말라죽은 가지는 한몸이다.

위로 뻗은 줄기는 죽고 옆으로 뻗은 가지는 왕성하니 기이한 형태의 나무다.






누군가 또 줄기는 제거하고 한쪽 가지만 살려 부자유스런 형태를 보인다.



구봉능선이라고 오르면서 고개를 하나 넘을 때마다 1봉이니 2봉이니 또 한 고개를 넘으니 3봉이겠거니 한 게 웬걸 9봉이 넘는다.

어디서 잘못된 건지 몰라 나중에 그냥 포기하고 봉우리가 유독 많다고만 생각하며 걷는다.

칠보산도 속리산국립공원의 한 구간인 만큼 내가 낸 세금을 들여 구봉능선을 개발해 정규 등산로로 만들어야 한다.

가야산 만물상능선은 36년 만에, 월출산 산성대능선은 국립공원 지정 이후 2015년 10월 말에 개방됐으니 구봉능선까지 차례가 오려면 아직 멀었다.






지나온 능선



구봉대산을 오르는 동안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산은 칠보산이로되 사람이 없으니 더 이상 칠보산이 아니라 무주공산이다.

이 무주공산을 오르며 이리 저리 발길을 돌려가며 멋진 풍경을 조망하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구봉능선을 좌충우돌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칠보산 정상까지 3.4km를 세 시간 37분 만에 도착했다.

아침에 올 때 지리산 삼신봉을 가는 도솔님이 구봉능선을 오를 때 세 시간 걸렸다는 게 사실임을 확인한다.

보통 산행은 2km에 한 시간씩 계산하는 데 비해 이번 산행은 더위까지 겹쳐 km 당 거의 한 시간 걸렸으니 결코 쉬운 코스가 아니다.

물론, 중간에 힘들어서 쉬고 간식 먹는다고 쉬고 점심 먹는다고 쉬었으니 이재저래 산행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모진 고생끝에 칠보산 정상에 섰다.

주어진 여섯 시간 중 벌써 3시간 37분을 넘겼으니 부진런히 하산코스를 잡아야겠다.















칠보산 마지막 반석과 소나무



그 앞을 지키는 거북바위



살아서 가지마다 솔잎으로 몸을 풍요롭게 덮었다면 더 멋졌을 소나무 고목이다.

그래도 여전한 소나무의 기개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산은 활목고개에서 잠깐 쉬고 산행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걷는다.

쌍곡계곡의 위쪽에 있는 신선폭포다.






제법 규모가 있는 계류와 용소









이 사람이 물에 가만히 서있자 물고기들이 몰려들어 발을 간지럽히는 걸 즐긴다.



쌍곡폭포, 자 잘찍어 봐 남는 건 사진 밖에 없잖아....



물 가운데 호흡기를 입에 물로 수영하는 사람에게 위험하니 나오라고 공단 직원이 소리쳐도 소용이 없다.

나 혼자 즐기면 그뿐이야.... ?  엉?!!






주차장 옆 계곡엔 사람들로 득실 득실









쉬운 칠보산이 구봉능선을 따라 오르다 보니 가장 어려운 산행이 되었다.

평소 산행의 절반 속도로 진행하면서도 찜통더위라 땀은 둘째치고 너무 힘들다.

약 2.5ℓ 정도 준비한 식수도 거의 다 써버릴 만큼 물도 많이 마셨다.

올여름은 한달 넘게 찜통더위가 계속될 거란 예보인데, 그 더위를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