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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폭염 속 숨은벽능선에서 백운대 오르기 죽을 맛이다

by 즐풍 2020. 8. 25.

2020_58

 

 

 

2020.8.24. (월) 10:05~16:55(6시간 50분 산행, 2시간 13분 휴식, 8.9km 이동, 평속 1.7km/h) 흐림

 

 

토요일 오후에 딸에게 일요일에 산에 가자고 하니 작은 딸만 가겠다고 한다.

일요일 북한산 날씨 예보는 오전에 소나기가 내린다고 하니 좀 늦게 출발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잠시 후 북한산 만경대에서 낙뢰사고로 여성 2명 중 한 명은 사망, 한 명은 중상이란 뉴스가 뜬다.

낙뢰 사고가 하루 시차를 두고 발생할리 없으나 기분상 산행을 고민하게 된다.

 

막상 일요일이 되자 오전에 내린다는 소나기는커녕 날씨만 맑아 구라청에 또 한 번 속았다.

작은 딸이 산에 안 간다기에 혼자 다녀와야겠단 생각을 실천에 옮기지 못해 맥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넷플릭스로 영화 보는 재미에 빠져 시리즈 물 하나 보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을 축낸 결과이다.

하루 종일 영화를 보거나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니 눈만 말똥말똥한 좀비가 되는 느낌이다.

 

월요일인 오늘, 오전에 다소 구름이 많고 오후에 맑겠다는 날씨 예보를 믿고 북한산으로 향한다.

숨은벽 능선을 타고 숨은벽 바로 아래까지 도착할 무렵 누군가 내려오며 이 길이 맞냐고 묻는다.

마지막 바위만 오르면 구멍바위로 하산하는 구간인데, 조금 이 바위를 오를 생각을 못했나 보다.

그를 안내하며 숨은벽 능선을 탈출해 백운대 방향으로 오른다.

 

 

숨은 벽 능선-백운대 등산코스

 

토요일에 내린 소나기가 이틀이 지나도 제법 수량을 보이며 폭포 흉내를 낸다.

폭포라기보다는 계류에 가깝다.

 

위쪽 폭포엔 즐풍 보다 한 벌 앞서 여섯 명이 올라와 피서를 즐긴다.

하산할 때 보니 물건을 담아온 박스를 그대로 방치한 채 떠났다.

접어서 나중에 분리수거하면 될 걸 버리고 가는 형편없는 놈들이다.

 

밤골계곡으로 오르다 보면 수량이 많을 때만 보이는 작은 폭포가 있다.

폭포 아래엔 작으나 제법 깊은 소가 있어 푸른 물이 인상적이다.

이 작은 폭포를 보고 해골바위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습도가 높은데다 숲을 지나니 바람 한 점 없다.

몸이 끈적끈적하며 옷이 젖어든다.

폭염경보가 발령되며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긴급재난문자가 온다.

 

 

 

 

 

해골바위 위 전망바위의 소나무 그늘에서 잠깐 쉬며 과일로 당을 보충한다.

평일이라 등산객도 드문드문하니 별로 없다.

 

해골바위 눈에 들어찬 물로 더 괴기스럽다.

 

해골바위 위 전망대

 

영장봉과 멀리 상장능선의 1~4봉까지 담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더 바꾸면 뒤쪽에 도봉산 오봉과 도봉산 정상 일대가 보인다.

 

지나온 숨은벽 능선

 

가야 할 상장능선

 

 

 

숨은벽 능선을 내려오면 밤골계곡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이곳부터 호랑이굴 협곡으로 이어지는 구간까지 급경사를 올라가야 한다.

이곳부터 갑자기 호흡이 가빠지며 전에 없이 힘들게 느껴진다.

이러다간 쓰러지겠단 생각이 들어 속도를 줄이며 마스크를 벗으니 그제야 살만 하다.

평소 버프를 쓰다가 요즘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바람에 산에서도 마스크를 썼더니 이렇게 큰 차이를 느낀다.

 

큰 바위 얼굴을 지난다.

 

늘 찍는 이 오리바위는 배경에 만경대를 집어넣는 게 보기 좋다.

 

드디어 백운대 광장까지 올라왔다.

광장은 약 500㎡ 정도라고 하니 150평 정도의 너른 공간이다.

오늘따라 피곤하게 느껴 배낭 베고 30~40분 정도 눕는다.

오전 내내 달궈진 바위가 뜨끈뜨끈한 게 한증막이 따로 없다.

날씨가 춥다면 이렇게 등 따신게 최고이겠으나 더위에 등까지 뜨거우니 이열치열로 견딘다.

그래도 가끔 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한 느낌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백운대 정상 사진을 찍으며 증거를 남긴다.

 

방금 올라왔던 숨은벽 능선 일대

 

건너편 인수봉

 

평일인데다 폭염의 날씨라 백운대 오르는 사람도 거의 없다.

 

날씨가 좋으면 노적봉에 올라가 백운대와 만경대를 조망할 생각이었으나 그럴 이유가 없다.

차량 회수를 생각하면 올라온 길로 되돌아가야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싱겁다.

서벽 밴드를 타고 내려가 바람골로 하산할 생각도 했으나 오늘은 송림제화를 신고 왔다.

송림제화는 릿지 기능이 약해 소중한 즐풍의 목숨을 걸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한 마디로 가성비가 형편없다.

결국, 약수암터에서 치고 올라가 염초봉으로 가는 입구에서 성벽을 넘는다.

내려가다 보니 춘향이 바위를 지나 장군봉 옆으로 빠졌어야 했는데, 백염골로 길을 잘못 들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건지, 기억력 부족인지 도통 모르겠다.

 

 

이 블로그를 작성할 때

"태풍이 예정된 26~237일에 북한산 등에

 낙뢰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

 입산을 금지하라."는 알림이 뜬다.

'07.7.29. (일) 11:55분경 북한산 의상능선인

용혈봉 인근에서 낙뢰사고로 4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있었다.

'20.8.22. 토요일에도 북한산 망경대에서

낙뢰사고로 1명 사망에 1명이 부상당했다.

 

 

 

지금까지 산행하며 스틱을 놓은 적이 없다.

즐풍에게 스틱은 등산화, 배낭과 함께 산행 삼우(三友)이다.

그런 스틱이나 우산은 쇠 파이프로 되어 있어 번개가 내려칠 땐 전기를 부르는 도구가 된다.

혹자는 낙뢰가 발생하면 스틱 등을 멀리 두라고 하는 데,

번개가 칠 기미를 알아채기도 힘들고 낙뢰가 내리칠 순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낙뢰가 칠 때 스틱은 위험하다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비 오는 날엔 등산을 삼가는 게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