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3
2020.6.14. (일) 13:08~18:00(4시간 52분 8.2km 등산, 48분 휴식, 평속 1.8km/h) 맑음
사위와 큰딸이 이번에 국내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비긴 어게인 코리아 버스킹에 각각 응모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 19로 인해 멈춰버린 평범한 일상 속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국내의 다양한 장소에서 ‘거리두기 버스킹 음악여행’으로 위로하는 프로그램이다.
3,000여 건의 응모에서 겨우 30명을 선정했는데, 딸의 사연이 선정된 것이다.
아버지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공로연수에 들어간다는 사연을 심금 울리게 썼나 보다.
셋이 비긴 어게인 코리아를 끝내고 귀가하니 날이 바뀌어 토요일 1시가 넘었다.
아내와 버스킹 얘기를 나누고 거의 두 시가 다 돼 잠에 들어 아침 08:30에 잠을 깼다.
비가 온다던 날씨가 멀쩡하지만, 일기예보엔 비가 온다기에 하루를 쉬었다.
버스킹은 재미있었으나 장거리 여행에 1단짜리 나무 빠레트에 두 시간 쭈그리고 앉았더니 삭신이 쑤신다.
날씨가 흐려 빈둥거리다 점점 날이 좋아져 배낭 꾸리고 들머리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한 시가 넘었다.
북한산 로봇바위-잉어슬랩-잉어 바위-비봉-관봉-향로봉-족두리봉 산행코스
북한산에 수없이 많은 길이 있다.
이 계단은 약 110개 정도가 놓인 걸 보면 예전엔 제법 많은 사람이 다닌 길이다.
로봇 바위로 연결되는 첫 번째 암릉과 연결되는 계단으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첫 번째 바위로 질러가는 길을 이번 기회가 알아두긴 했으나 쉽지 않다.
계단을 타고 올라오긴 했어도 중간에 길이 끊겨 마지막 구간은 릿지를 해야 하니 이용하지 않는 게 좋다.
앞쪽의 로봇바위를 매번 좌측으로 돌았는데, 오늘은 우측으로 돌 예정이다.
어렵게 오른 첫 번째 바위
정상에서 바라본 옆 바위
이 바위를 끝으로 비봉 남능선엔 더 이상 바위가 없다.
앞쪽으로 파도처럼 물결치는 능선은 왼쪽 봉우리부터 북악산-인왕산-안산이고,
도심 뒤쪽으로 남산, 더 멀리 관악산이 보인다.
왼쪽은 연화봉과 문수봉이 하나로 보이고, 가운데 제일 높은 봉우리가 보현봉이다.
보현봉에서 흘러내리는 암봉 능선에 숫사자봉과 암사자봉이 있는 사자능선은 막힌 구간이다.
개구리바위를 이제야 만난다.
첫 번째 암봉을 우측 뒤로 올라왔다.
제법 경사가 있는데다 마땅히 잡을 곳이 없어 걱정했는데,
누군가 세 손가락 들어갈 정도로 홀더를 만들어 놓아 겨우 오를 수 있었다.
겁만 내지 않는다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다.
이렇게 홀더를 만들어 위험을 제거했다.
이 돌은 그라인더로 갈아 놓은 듯 평편해 걷기 좋다.
하지만 떨어지면 죽음이다.
제법 많은 사람이 다녀 바닥이 닳아 변색됐다.
폰카로 압축한 로봇바위는 실제로 보면 엄청난 높이다.
다음 사진에서 멀리서 잡은 로봇 바위를 보면 얼마나 왜곡된 사진인지 알 수 있다.
바로 이 사진이 로봇바위로 중간중간에 있는 나무로 바위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뒤에 있는 비봉과 앞쪽 잉어바위가 겹쳐 구분이 쉽지 않다.
잉어슬랩은 한참 아래쪽부터 연결된 암릉으로 전체가 나오게 찍었는데, 흔들려 올리지 않았다.
비봉과 관봉 사이의 조망이 터진 곳에서 찍은 사진으로 잉어슬랩을 본다.
아래쪽에서 쭉 이어진 잉어슬랩을 타고 올라 잉어바위 뒤로 돌아가게 된다.
제법 경사가 있어 오를 땐 다리 근육이 팽팽하게 조여온다.
로봇바위를 지나 다음 바위에서 조스바위를 만나고 이내 잉어슬랩으로 내려선다.
잉어슬랩으로 가기 위해선 물개바위 쪽에서 오르는 게 맞고, 이쪽에선 길이 없어 감으로 내려간다.
로봇바위 옆으로 도는 길을 확인하기 위해 오르다 보니 진작 잉어슬랩을 찾기 힘들다.
그래도 바위에서 대충 위치를 확인하고 내려갔기에 수월하게 들머리를 찾았다.
처음 오르는 구간이다.
잉어슬랩 첫 구간으로 오르며 본 잉어슬랩 들머리다.
경사가 너무 급해 방금 올라온 곳도 잘 안 보인다.
로봇바위를 지나며 안부처럼 생긴 데서 잠시 쉬며 간식을 먹었다.
로봇바위에 막힌 바람이 지나는 통로라 바람이 만하 시원하기 그지없다.
이런 바람이 잉어슬랩에도 분다면 위험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자 고민이 많다.
하지만 오늘 못 타면 다음에도 기회가 없을 테니 맘 굳게 먹고 잉어슬랩으로 발길을 돌렸다.
멀리서 볼 땐 제법 위험스럽게 보였으나 막상 오르면 누구나 오를 수 있다.
잠수함바위로 오르는 슬랩보다 좀 더 경사사 심해 종아리와 장딴지가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다.
벌써 잉어바위 머리가 서서히 보이는 걸 보면 마지막 경사가 제일 높은 곳이 멀지 않다.
마지막 구간이다.
왼쪽으로 홈이 많은 곳에 발 딛기 편하니 그쪽으로 이동하며 잉어바위 우측으로 돌아간다.
이 정도면 누구나 스틱을 접겠지만, 즐풍은 스틱을 가장 짧게 고정한 다음 여전히 스틱을 찍으며 오른다.
두 다리로 오르는 것보다 스틱까지 이용해 네 다리를 이용하는 게 훨씬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북한산 슬랩 중에서 이 잉어슬랩이 가장 길고 경사가 높은 슬랩이다.
가끔은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도 좋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기며 한 발 전진하여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이다.
오늘 잉어슬랩을 지나며 잠깐이지만 이곳의 주인이 되었다.
옆 능선의 암봉
잉어슬랩에서 바라본 로봇바위와 이북5도청 방향
절반은 보이고 나머지 절반은 높은 경사로 보이지 않는다.
잉어바위를 지나 오른쪽 바위틈으로 길을 낸다.
잉어바위로 올라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아래위 띠 사이가 너무 벌어져 오를 수 없다.
잉어 머리에 해당하는 바위
왼쪽 잉어바위는 밖으로 나왔고 오른쪽 이 물고기는 몸체는 산에 처박고 꼬리지느러미만 살짝 밖으로 뺐다.
비봉 밑으로 모두 두 마리 잉어가 있는 셈이다.
드디어 잉어바위로 올라와 머리 부위 끝에 있는 옥황상제 바위에 도착했다.
안쪽엔 앉기 좋게 엉덩이만큼 파였고, 오른쪽엔 팔걸이가 있다.
누군가 이 자리에 앉아야 그림이 제대로 나오는데, 혼자 왔으니 설명으로 부족하다.
한 발 더 앞으로 디디면 옥황상제의 바둑판이 보인다.
또는 인절미 떡이라고도 하는데, 여기까지 사진을 찍어야 잉어바위 끝까지 온 증거가 된다.
잉어바위에서 바라보는 비봉
잉어바위를 끝내고 비봉은 실선을 따라 정상에 바위가 놓인 굴로 빠져 나갈 것이다.
이름하여 굴통바위인데, 처음 북한산 오를 때 한 번 가 본 경험이 있으니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이 몸통을 지나 꼬리로 올라가는 길인데, 경사가 제법 있어 쉽지 않다.
두 부분을 건너뛰기도 망설여질 만큼 제법 간격이 있다.
건너왔으니 다시 건너야 하는 구간이다.
잉어바위 꼬리에 얹힌 바위
꼬리에서 보는 잉어 몸통의 등지느러미
건너편 비봉 정상
잉어바위를 내려와 비봉 굴통릿지로 오르며 보는 잉어바위, 여기선 잉어의 모습이 제대로 안 나온다.
오랜만에 오르는 굴통릿지도 제법 어렵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오래전에도 이렇게 힘들었을 텐데, 가끔은 살 떨리는 릿지를 오르며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한다.
마지막 구간의 통천문에 들어서며 바라보는 남쪽 방향
드디어 비봉 정상이다.
오늘 산행은 제법 난코스로 다녔다.
비봉탐방지원센터에서 비봉남능선으로 오르는 첫 번째 바위부터 쉽지 않았다.
두 번째는 로봇바위를 반대편으로 돌기였고,
세 번째는 잉어슬랩, 네 번째는 잉어바위, 마지막으로 비봉 굴통릿지다.
짧으나 긴장 있는 산행이다.
구글 지도로 본 잉어슬랩과 잉어바위, 굴통바위 진행과정
이번엔 비봉 정상에서 보는 잉어바위다.
비봉에서도 잉어라고 느끼기엔 다소 부족하다.
잉어바위는 관봉에서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비봉의 명물인 코뿔소바위
관봉은 늘 오가는 등산객의 쉼터이다.
관봉으로 이동하며 보는 비봉과 우측 잉어바위다.
이제야 잉어바위를 제대로 식별할 수 있다.
북쪽 방향의 문수봉과 보현봉이 시원하게 보인다.
의상능선 너머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 주변으로 만경대와 노적봉, 용암봉이 조망된다.
날씨가 청명하면 그림이 더 좋을 텐데...
잉어슬랩은 아래쪽으로 숨겨진 부분도 있다.
저 가파른 슬랩을 무사히 통과했으니 날씨만큼이나 기분 좋은 날이다.
향로봉을 오르며 조망한 건너편 기자촌능선의 마지막 구간
향로봉을 지나갈 수 있는 데까지 갈 생각이다.
향로봉에서 제일 어려운 구간이다.
거칠고 가파른 암릉이나 홀더가 좋고 발 딛기도 편해 의외로 쉬운 곳이다.
사실, 향로봉능선에서 가장 어려운 곳이 저 경사진 곳을 내려올 때다.
까딱 잘못해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황천길이다.
저 바위를 타기 위해선 돌기둥을 타고 내려가는 게 먼저다.
2m가 좀 넘는 돌기둥은 제법 홀더가 좋아 문제 될 건 없다.
직사각형 안의 돌기둥을 잡고 오르내려야 한다.
향로봉 구간에선 이 구간이 위험해 막아놓은 것이다.
향로봉 구간도 이젠 마지막이다.
저 둥근 바위 앞쪽 소나무 많은 곳으로 하산해 족두리봉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지나온 봉우리
향로봉 끝에서 보는 비봉과 잉어바위. 잉어슬랩이다.
저 가파른 곳을 다녀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향로봉 마지막 구간에서 기자촌 방향을 보고 떨어진다.
반대로 내려갈 때보다 족두리봉으로 가는 게 좀 더 쉽겠단 생각이 든다.
족두리봉으로 가며 보는 향로봉
족두리봉을 오르려면 우측으로 한참 돌아가야 하지만, 우측 중간 부분에 오를 수 있게 작은 홈이 보인다.
이 사진 정상에서 우측으로 홈이 일부 보이기도 한다.
그 홈은 길게 이어졌는데, 그곳으로 어렵게 올랐다.
즐풍처럼 가볍다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으나 체중이 좀 나간다면 다소 어려울 수 있겠다.
왼쪽 하단부 나무가 있는 곳으로 올라온 것이다.
아무나 따라 하면 안 됨
족두리봉 올라온 코스인데, 코스가 실제 올라온 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위쪽 화살표가 끝나는 부분 왼쪽 그림자 진 부분으로 올라왔다.
대호아파트 쪽으로 방향을 틀어 버스를 타고 귀가한다.
오늘 산행을 별로 내키지 않았다.
내일 월요일 하루만 더 출근하면 월말까지 연가 내고 7월부터 1년간 공로연수가 시작된다.
편하자고 하루 쉬면 습관이 돼 즐풍의 일상이 다 무너질 수 있다.
게으른 권태를 예방하려면 동네 뒷산인 고봉산 산책으로 하루를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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