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1
2020.5.30. (토) 09:14~19:07 (전체 시간 9시간 53분, 전체 거리 13.4km, 휴식 2시간 5분, 평속 1.6km/h) 흐림
꺼져가던 산불이 잔불을 타고 다시 불길이 일듯 코로나-19도 깜깜이 확진자가 늘며 산발적인 확산 추세다.
이번 확산은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가 학원강사로 이어지며 꺼져가던 산불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한동안 대구를 쑥대밭으로 만든 코로나-19가 수도권으로 불똥이 튄 것이다.
슬슬 발동을 걸려던 지방 산행을 다시 미루기로 한다.
갈 곳은 가까운 북한산이다.
인수봉 끄트머리의 악어새바위와 영봉 지능선의 시루떡바위, 그리고 잠수함바위가 오늘의 미션이다.
악어새바위는 9년 전에 다녀왔고, 시루떡바위와 잠수함바위는 얼마 전 다녀왔다.
언젠가 도솔 님이 악어새바위를 가고 싶다기에 동참하기로 한다.
밤골계곡-악어새바위-시루떡바위-잠수함바위-밤골계곡 등산코스
버스에서 하차해 밤골계곡으로 오르다 바로 해골바위 전 암릉구간으로 치고 오른다.
오를 때 보니 헬기가 두어 번 선회하더니 부상자를 싣고 나른다.
해골바위 전망바위에 있던 등산객에게 물어보니 바나나바위 근처에서 다리 골절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산에선 낮은 바위라도 내려설 땐 조심조심 내려서야 한다.
해골바위
건너편 영장봉
해골바위 위 전망대
좀 더 가까워진 영장봉
악어새바위 방향으로 이동하며 다시 보는 영장봉
노루오줌 꽃이거나 금마타리 꽃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들꽃 전문가이신 갯버들 님께서 금마타리 꽃이라고 알려주시니 절반은 맞은 셈이다.
악어새바위로 가려면 이 바위를 만나기 전 약 50m 전에서 우측으로 빠져야 했다.
이 옆 바위로 오르려다 아무래도 위험하다 싶어 정 코스로 길을 낸다.
네가 팥배나무 꽃이냐?
아니요, 나는 노린재나무 꽃이요. (갯버들 님 말씀)
가을에 단풍이 든 잎을 태우면 노란색 재를 남긴다 하여 `노린재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하나의 줄기가 곧게 올라와 많은 가지를 내어 우산모양의 수형을 만든다.
흰꽃이 만발하면 나무 전체가 눈에 덮인 듯한 모양이고 가을에 하늘처럼 푸르게 익는 열매 또한 일품이다.
(출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악어새바위가 가까워지자 건너편 숨은벽능선에서 밤골계곡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구간의 바위가 보인다.
일반 등산객과 전문 암벽꾼의 경계선이니 전문가와 비전문가를 가르는 구분선이기도 하다.
멀리서 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아래쪽으로 눈을 돌리면 왼쪽은 해골바위와 전망대가 있고, 오른쪽은 영장봉이다.
숨은벽능선이 가파르게 치고 오르니 이곳은 전문가 영역인 셈이다.
드디어 악어새바위 입구에 도착했다.
오른쪽 바위 아래로 들어가면 악어새바위로 나가는 작은 굴이 있다.
굴이라기 보단 바위가 얹힌 틈 사이로 이동해야 한다.
바위틈으로 난 작은 굴을 이동할 땐 배낭을 벗고도 제법 낑낑거리며 발버둥 쳐야 빠져나갈 수 있다.
숨은벽능선 방향의 하늘이다.
효자2동 주차장에서 내려 4.4km 거리를 3시간 30분 걸려 도착했다.
올라올 때 잠시 잠깐 길을 헤매긴 했으나 알바랄 것도 없이 이내 길을 찾았다.
이곳도 인수봉으로 올라가는 한 구간이므로 제법 많은 사람이 다니는 길목이기도 하다.
이게 악어새바위다.
악어새는 상상의 새인 줄 알았는데, 함께한 도솔님이 악어새는 실존하는 새라고 한다.
검색 결과, '악어와의 공생관계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한다.
밑에서 보면 가슴 떨리는 높이다.
잘못해 떨어지기라고 하면 흔적도 찾을 수 없는 높이지만, 막상 오르면 평편하고 안정적인 자리다.
도솔님과 함께라 인증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매직으로 눈동자라도 그려주면 어느 순간 악어새가 고향으로 날아갈지도 모르겠다.
화룡정점이 아니라 화조정점이라 해야겠다.
한참을 쉬며 놀다 다시 이 작은 굴을 통해 내려간다.
모든 일정을 함께한 도솔님
북한산에서 가장 늦게까지 눈이 남아있다는 설교벽
정향나무 꽃이다.
라일락 향기처럼 짙은 향기에 매료되며 산행의 피로가 풀린다.
이 계절 산행에서 느끼는 힐링인 셈이다.
악어새바위에서 내려와 그 능선을 따라 함참이나 걸었다.
1.3km를 걸어 방향을 튼 뒤 개울로 내려가는 300m 거리에서 만난 함박꽃이다.
꽃 몽우리도 예쁘던데, 언젠가 이렇게 함박웃음을 내보이며 만개할 것이다.
개울에서 작은 능선 하나를 더 넘어 드디어 시루떡바위가 보이는 능선에 접어들었다.
예닐곱 명의 등산객이 왁자지껄 사진 찍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당겨본 시루떡바위
북미 대륙인 시루떡바위로 오르는 파나마 운하다.
이 좁은 바위 왼쪽 디딤대를 딛고 조심조심 오르면 된다.
크게 어려울 것도 없으나 경사가 심해 요령을 모르면 겁나는 한 구간이기도 하다.
4단 시루떡바위
아래쪽 길에서 시루떡바위까지 연결구간은 500m, 시루떡바위에서 영봉까지 또 500m이다.
이 바위가 영봉 정상으로 헬기장 모퉁이에 있다.
영봉에서 하루재까지는 300m를 내려가야 한다.
인수암에서 백운대 방향으로 조금 오르면 잠수함바위 입구를 만난다.
신랑신부바위에서 보면 제법 가파르게 보여도 막상 오르면 어렵지 않게 오를만하다.
언젠가 건너편 능선에서 본 잠수함바위는 제법 경사가 높아 보인다.
막상 오르면 마지막 구간을 제외하곤 무난히 오를 수 있다.
여기까진 별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즐풍은 왼쪽 틈바구니 속 흰색 A 돌을 잡고 붉은색 A에 왼발, B에 오른발을 딛으며 흰색 B를 잡으며 올라갔다.
사진을 분석하면 붉은색 A나 B에 왼발을 딛고 오른손으로 노란색 A홈을 잡고 왼손으로 흰색 B를 잡는다.
다음 오른손을 노란색 B홈으로 옮기며 왼손을 한 칸 더 위쪽 홈을 잡으며 올라갈 수 있겠다.
청색 A와 B는 발 디딜 곳이다.
물론 현실과 실제의 차이는 있겠으나 키 큰 사람은 좀 더 유리한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다.
이 바위는 보기와 달리 막상 바위 앞에 서면 질리기 마련이다.
처음 이 바위를 용을 써 겨우 올랐으나 두 번째 탐방에선 실패했다.
세 번째인 오늘은 어렵게 성공했다.
어느 면에선 염초봉 책바위보다 오르기가 더 까다롭고 힘들다.
함께한 도솔 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하루재에서 탈출하려고 했다며 하산 후 알려준다.
그런데도 자일을 이용해 어려운 이곳을 함께했으니 미안한 일이다.
잠수함바위를 다 오르고 선수인 이 바위 앞 평평한 곳에서 잠시 누워 쉰다.
선수에서 인증사진 찍고...
좀 전에 지나온 영봉
이 길도 오르는 게 만만치 않다.
오늘은 북한산에 유난히 송충이가 많이 보인다.
뉴스를 찾아 보니 송충이는 매미나무 유충으로 지난 겨울에 따듯해 많다고 한다.
송충이와 달리 주로 활엽수 잎을 먹는다고 한다.
산행하면서 배낭이나 옷에 달라붙기 일쑤다.
올 산행은 매미나무 유충으로 골머리 좀 썩겠다.
시간이 충분하면 백운봉암문으로 넘어가며 서벽밴드를 탈 생각이었으나 벌써 오후 다섯 시가 넘었다.
시간이 애매해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 협곡을 넘어 밤골계곡으로 하산한다.
오늘 주어진 미션 세 개를 끝내는 데, 쉬엄쉬엄 9시간 50분 넘게 걸렸다.
그중 두 시간 쉬었으니 적당히 쉬며 산행한 셈이다.
최근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도솔 님께 무리를 준 산행이라 생각하니 죄송스럽기 그지없다.
빠른 시간 내 정상 컨디션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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