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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두 딸과 함께한 북한산 향로봉-비봉-사모바위-응봉

by 즐풍 2020. 6. 7.

2020-32

 

 

 

2020.6.7. (토) 08:51~16:34(7시간 43분 산행, 7.4km, 2시간 26분 휴식, 평속 1.3km/h) 흐림

 

 

가장 부러운 산행은 부부가 함께 산행하는 걸 볼 때이다.

더 부러운 건 자녀들까지 가족이 함께하는 산행이다.

두 딸과 의기투합해 처음으로 북한산 산행에 나선다.

딸이 어렸을 때 서너 번 산행한 적은 있으나 최근 10년 이내에 모두 함께 산행하는 건 처음이다.

 

큰딸과는 북한산과 오대산, 내장산 등을 몇 차례 다녀오긴 했어도 작은딸은 처음이다.

작은딸은 어려서부터 운동신경이 무척이나 발달했다.

유치원 다닐 때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자전거 타기 대회에서 너무 빨리 나가 실격인 줄 알고 다시 진행했다.

결과는 여전히 2등과 현격한 차이로 우승하며 다들 놀라게 했다.

 

이러한 운동신경은 초·중·고등학교 때도 이어져 매년 학교 대표로 달리기 대회에 출전해야 했다.

순발력과 지구력은 좋으나 체격이 작아 늘 장거리 달리기 선수로 뛰었다.

그 야리야리한 체격으로 장거리 달리기를 감당한다는 게 여간 큰 고역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슨 운동을 하든 늘 퍼펙트하다는 찬사를 받던 둘째까지 산행에 합류하니 기쁘기 그지없다.

 

 

북한산 기자촌능선-비봉능선-응봉능선 등산코스

 

 

큰딸이다.

 

 

 

두 딸과 함께하는 산행을 어디로 갈까 고민이 많았다.

북한산에서 가장 멋진 의상능선을 오를 생각이었으나 업다운이 심해 쉽지 않겠다.

반대로 북한산성 계곡으로 문수봉을 오른 후 의상능선으로 하산하면 좀 쉽겠단 생각도 해봤다.

아무리 운동능력이 타고나도 처음부터 의상능선을 타기엔 체력 부담이 너무 많아 포기한다.

 

생각을 바꿔 기자촌능선으로 오른 후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를 거쳐 응봉능선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무료주차가 가능한 진관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계곡에서 방향을 틀어 기자촌능선으로 들어섰다.

드디어 이 대머리바위에 오른 후 사진을 찍는데, 배터리 충전 후 카메라에 끼우지 않아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모처럼 두 딸과의 산행 기록을 남길 수 없어 아쉽게 됐다.

 

이번 포스팅에 사용할 사진은 지난 3월 27일 거의 같은 코스를 이용한 사진을 가져온다.

오늘도 그날과 거의 비슷하게 흐린 날씨라 풍경이 별반 다르지 않다.

셋이 찍은 스마트폰 사진에서 풍경사진과 인물사진도 몇 장 올린다.

다만, 두 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직접적인 얼굴 노출은 피할 생각이다.

 

 

 

북한산의 여러 풍경 중 이 대머리바위는 무척이나 신비한 현상을 보여준다.

바위가 급격히 풍화되는 사막화 현상을 보여줘 중동의 어느 사막을 보는 느낌이다. 

기자촌능선에서 볼 수 있는 매력 중 하나다.

 

 

 

 

발가락바위

 

 

지나온 발가락바위가 있는 능선

 

 

멀리 조망되는 발가락바위와 대머리바위

 

 

몇 년 전 큰딸과 원효암으로 들어가 암릉을 타고 원효봉을 올랐었다.

비탐 구간의 암릉이었는데, 바위를 무척이나 잘 타 그 아버지에 그 딸이란 생각을 가졌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은지 무척이나 힘들어한다.

쉬엄쉬엄 걸으며 향로봉에 올랐으니 오늘 산행의 어려운 구간은 거의 끝난 셈이다.

비봉만 조금 오를 뿐 사모바위까지는 거의 평지에 속한다.

 

 

향로봉 어느 나무 아래에서...

 

 

향로봉에서 바라보는 비봉과 잉어바위

 

 

작은딸은 쉽게 잘 따라온다.

아내 등산화에 깔창을 하나 더 깔아 헐렁거리지 않게 고정했고, 상의도 아내 등산복이다.

하의는 언니가 쓰던 등산복에 스틱 없이 등산한다.

세 번 더 등산하면 그때 등산화와 등산복을 사주겠다고 했는데, 스틱도 같이 구비해야겠다.

 

 

큰딸도 몇 년 전 등산할 땐 오늘 작은딸처럼 거침없이 잘했다.

30대에 들어서니 몸이 예전만 같지 않은 모양이다.

 

후훗, 폰에 깔린 앱으로 찍어준 사진이라 뽀샤시하다.

 

 

관봉에서 잡은 비봉

 

 

관봉에서 점심을 먹는데, 어떤 아저씨가 딸들과 함께한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한다.

본인은 아들만 있는데, 산에 가자고 하면 대꾸도 안 한다며 부러워한다.

즐풍은 오늘 두 딸과 함께 산행하는 거라 근래 들어 제일 기분이 좋다고 대답했다.

두 딸도 오늘 산행이 좋은지 앞으로 자주 산행하겠다고 하니 더욱 기분이 좋다.

 

비봉으로 이동하며 보는 관봉

 

코뿔소바위

 

코뿔소바위에서 사진 찍고 비봉을 올라가려고 하니 큰딸은 어렵다고 하고 작은딸은 오르겠다고 한다.

결국 다음에 함께 오르기로 하고 사모바위로 이동한다.

사실, 즐풍도 처음 비봉에 오를 때 오늘처럼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내려갔기에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1968년 1·21사태를 촉발한 김신조 일당이 숙영 한 V자형 동굴을 둘러본다.

사모바위 아래쪽에 있다.

딸도 반공교육으로 학교에서 배운 것이라 관심 있게 지켜본다.

이 사모바위를 끝으로 응봉능선에 발을 디디며 하산을 시작한다.

 

 

응봉능선의 이 바위를 오르는 데, 안전장치가 없어 조금 걱정스러웠다.

왼쪽 소나무에 가린 바위는 급경사로 떨어져 즐풍도 늘 조심하는 곳이다.

큰딸이 살짝 어려워했으나 무사히 내려섰다.

 

대지머리를 보고 참 재미있게 생겼다며 한 마디씩 한다.

 

 

내려선 암봉

 

 

건너편 의상능선

 

 

오늘 산행을 위해 즐풍이 가끔 산에서 즐기는 검은색 뚜껑으로 된 코카콜라를 준비했다.

검은색 뚜껑은 zero sugar로 무가당 콜라다.

콜라를 보며 웬 콜라라며 웃더니 막상 콜라를 먹자 맛있다며 무척이나 신나한다.

게다가 달곰한 Dole의 망고컵 복숭아컵도 맛있다며 좋아한다.

큰딸은 수박과 멜론 그리고 동네에서 유명한 수제 마카롱을 준비했다.

산에선 역시 당분이 많은 음료나 과일이 좋다.

이것저것 먹다 보니 신경 써서 준비한 고구마와 컵라면은 손도 못 댔다.

점심은 즐풍이 늘 애용하는 CJ 햇반인 고추장 나물비빔을 준비했는데 부드럽고 맛있다고 한다.

산행 끝내고 송추가마골에서 갈비탕 한 그릇씩 먹고 일이 있어 못 온 사위를 위해 2인분 포장을 구매했다.

날씨 점점 더워지겠지만, 딸과 함께라면 언제든 산행에 나설 참이다.

 

 

앱을 이용한 사진이 폰으로 보긴 좋으나 PC 화면으로 보니 색감을 많이 왜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