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상장능선-영봉-영장봉-숨은벽능선을 지나는 환종주

2020_22

 

 

 

2020.4.10. (금)ㅈㅌ  07:07~14:38 (전체 거리 14.1km, 전체 시간 7:31, 휴식 1:24, 평속 1.9km/h) 맑은 후 흐림

 

 

코로나 19에 대한 본격적인 뉴스로 초미의 관심사가 시작된 건 설 명절 이후다.

전염력이 워낙 강해 설 명절 이후 산행은 대부분 자차를 이용했다.

그러니 멀리 가지 못하고 만만한 북한산, 도봉산만 뱅뱅 돈다.

설 이후 강릉 선자령 눈꽃 산행을 다녀온 후 내내 근교 산만 다닌 게 벌써 열세 번째다.

 

그간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지역에 창궐했던 코로나 19 전염도 거의 잡혀간다.

요즘 서울 등 수도권에 완만하게 늘어나는 이유는 대부분 해외 입국자들 때문이다.

게다가 다중이용 시설인 콜센터와 유흥업 종사자, 교회 등에서도 감염돼 폭발 잠재력이 크다.

집중 관리하지 않으면,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에 코로나 19가 순식간에 퍼지는 건 순식간이다.

 

이런 위험한 시국이라 대중교통 대신 오늘도 자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고르고 고른 끝에 등산객이 거의 없는 상장능선과 영봉, 숨은벽능선을 연결하는 환 종주 코스를 만든다.

카카오 맵을 통해 도상거리를 연결한 결과 대략 15km 거리이므로 장시간 산행이 예정된다.

상장 2, 3, 4봉과 9봉인 왕관봉도 오를 생각이므로 제법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 

 

 

상장능선-영봉-영장봉-숨은벽능선 등산코스

※ 지도상 우이남능선은 우이능선의 오타임

 

 

 

들머리인 사기막계곡에서 상장봉인 1봉까지 2.1km를 걷기는 좀 지루하다.

특별히 볼 게 없어 사진을 남기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걷는다.

본격적으로 바위를 타게 될 2봉이 보이면 저 가파른 바위를 올라야 된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생긴다.

다행히 왼쪽 노간주 나무를 딛고 오르면 2단계 관문이 또 나타난다.

 

2단계 관문 역시 쉽지 않으나 1단계를 통과했다면, 이곳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2봉 정상을 내려오며 잡은 독수리바위

 

2봉을 내려가는 비탈은 경사가 제법 있는 데다 길어 자일을 깔아야 한다.

릿지를 잘하면 바위틈을 잡고 내려올 수 있겠으나 최고수에 국한된다.

 

유기된 강아지바위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린다.

 

강아지 바위에서 잡은 3봉 마지막 지점

 

 

배낭 가슴 벨트에 매단 카메라 렌즈가 바위에 긇힐까봐 배낭에 넣고 4봉을 오른다.

4봉에서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3봉 조망한 사진 밖에 없고, 그외에는 전부 폰 사진이라 화질이 구리다.

직벽 오르는 구간의 시작이다.

지금까지 4봉을 두 번 오른 이후 늘 이곳은 우회하여 통과했다.

더 이상 매너리즘에 빠지면 안 되겠단 생각에 적어도 1년에 한두 번 이곳을 오르며 투지를 다질 생각이다.

 

4봉을 오르다 보면 무게를 이기지 못한 바위가 이렇게 떨어져 큰 공간이 생겼다.

 

직벽을 10여 m 정도 오르면 이 바위를 타고 옆으로 돌아야 한다.

이 바위로 오르기가 마땅치 않다.

두 번째 4봉을 오를 때 뒤따라 오른 목우가 여기서 버벅거린다고 핀잔을 준 곳인데, 오늘도 마찬가지다.

 

상장 4봉 정상에서 잡은 상장 3봉이다.

늘 한쪽만 잡히던 3봉도 발치된 어금니 뿌리를 보듯 오른쪽으로 길게 뻗은 바위 뿌리까지 다 드러난다.

시원한 모습이다.

4봉을 오르면 3봉을 시원하게 본다는 것 외 특별히 볼 건 없다.

그저 힘들고 어려운 난코스를 올랐다는 자기 만족감이다.

 

3봉을 전체 다 볼 기회는 많지 않으므로 이번엔 좌측에 두고 찍는다.

 

바위 간격이 1m가 넘어 펄쩍 뛰어넘어야 하는 4봉의 뜀바위다.

 

5봉 쪽 방향에 있는 4봉의 정상 바위는 공간이 별로 없어 겨우 일부만 잡힌다.

이 바위를 끝으로 잠깐 되돌아서서 하산길로 접어든다.

 

정상 바위 바로 아래쪽 이 코스로 내려가야 하산길을 만난다.

 

바위와 소나무 사이 틈을 따라 내려선다.

 

이 홈통 안 작은 바위에 자일을 걸고 하산하게 된다.

4봉은 올라올 때 직벽을 타고 어렵게 올라야 하니 릿지 고수가 아니면 힘들다.

정상에선 뜀바위가 한 번 더 발길을 붙잡고,

마지막으로 하산길에선 바로 이 아래 홈통으로 된 직벽을 내려가야 하니 최종 관문인 셈이다.

전에 있던 삭은 동아줄은 없어진 지 오래다.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인데, 그때만 해도 젊을 때라 동아줄을 안 쓰고 맨몸 투혼으로 겨우 내려갔다.

오늘 2봉에 이어 4봉에서도 자일을 걸고 안전하게 내려간다.

 

자일을 걸고 내려갈 이 홈통은 날씬한 즐풍의 어깨가 겨우 빠져나갈 좁은 공간이다.

배낭이 연신 바위에 긁히는 소리가 들리고 바위는 직각을 넘어 발이 바위에 안 닿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자일을 타는 높이가 4~5m로 낮아 어렵지 않게 탈출할 수 있다.

 

5봉 오르며 뒤돌아 본 상장 1, 2, 3, 4봉, 2봉과 3봉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오늘은 상장능선에서 육모정고개와 영봉을 들린 후 인수봉을 빙 둘러 숨은벽능선의 영장봉을 오른 후

원점 회귀하는 원심력 큰 종주 산행이다.

그러자니 저 7봉(?)은 생략하고 바로 8봉으로 오른다.

 

8봉에서 바라보는 9봉인 왕관봉

왕관봉과 그 아래쪽 비탈엔 진달래꽃이 만개했는데, 갑자기 흐린 날씨로 화사한 꽃의 아름다움이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지난 연말에 고장 난 렌즈를 고쳤는데, VC(흔들림 보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이 안 돼 초점도 잘 안 맞는다.

다음 A/S 할 때 연한이 끝나가니 고치지 말고 새로 장만하라는데, 또 목돈 들게 생겼다.

 

 

우이령고개 너머 마주한 도봉산 오봉

 

9봉을 코앞에 둔 전망바위에서 다시 잡은 왕관봉

 

 

상장능선의 암봉과 도봉산 오봉이 삼각편대를 이룬 멋진 그림이다. 

 

9봉 오르는 홈통 입구에 꿀을 빠는 꿀 대롱을 가진 작은 벌 한 마리가 꼼짝하지 않는다.

딱 발 디딜 자리인데, 한 발 더 위로 디뎌 어렵게 오른다.

 

왕관봉의 명성을 듣고 경향 각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려와 발을 디뎠는지 아예 홈통이 생겼다.

 

 

 

왕관봉 정상의 쥐바위

어찌 보면 넓적한 귀가 코끼를 를 닮은 게 하늘로 코를 쳐든 형상 같기도 하다.

 

왕관봉을 하산할 땐 뒷모습이 멋져 꼭 이 모습을 담으려 일부러 내려선다.

 

왕관봉 내려오며 영봉으로 바로 오르자니 지루할 거 같아 시루봉(시루떡바위)으로 질러가기로 한다.

적당한 지점에서 연인길 가는 루트로 접어드는데, 양쪽으로 핀 진달래 꽃밭은 잡목이 많아 풍취가 없다.

 

물꼬 샘 주변정리가 잘 된 걸 보면 제법 찾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잠시 후 가게 될 숨은벽능선의 영장봉

 

인수봉과 설교벽

 

좀 전에 지나온 상장능선의 왕관봉 뒤로 도봉산 오봉과 정상인 자운봉 일대가 함께 보인다.

 

상장능선 1~5봉

 

이 시루봉을 오르내릴 때마다 아래쪽 연결부위는 남북 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와 비슷한 느낌을 갖는다.

협소한 통로가 두 대륙을 연결하는 개미허리처럼 잘록한 게 남미에서 북미로 올라가면 풍요한 세상을 만나듯

이곳엔 평생을 먹고도 남을 양의 거대한 시루떡이 4단으로 놓여 있다.

 

북미 대륙인 듯 한 지형의 시루떡바위

 

시루떡바위에서 약 400m  정도 오르면 인수봉 조망이 시원한 영봉에 도착한다.

저 인수봉을 우측으로 돌아 바로 영장봉으로 오를 셈이다.

 

영봉 동쪽에 있는 거대한 쌍둥이바위

 

노랑제비꽃

 

이 바위만 지나면 숨은벽능선도 머지않다.

하루재를 지나 인수봉 둘레로 방향을 틀 때부터 영장봉 지나 숨은벽능선과 만날 때까지 1.5km 거리다.

다소 지루하지만, 인수봉과 설교벽을 자세히 볼 수 있고 영장봉에서 흘러내리는 지능선도 볼 수 있다.

 

영봉의 또 다른 면모, 왼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을 따라 소나무 숲이 끝나고 나타난 바위가 시루떡바위다.

 

인수봉과 우측 설교벽

설교벽은 동남쪽이 벽으로 막혀 겨우내 내린 눈이 봄까지 녹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왼쪽 잘생긴 영장봉으로 오른다는 게 잠깐 실수로 길을 잘못 들어 오른쪽 소나무가 둘러싼 바위로 올랐다.

오르는 동안 길이 없어져 상장능선 4봉만큼이나 개고생 한 곳이다.

 

생강나무꽃

 

왼쪽 인수봉과 가운데 숨은벽능선 그리고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가 파랑새능선으로 흘러내린다.

 

열심히 아주 열씨미 전력을 다해 바위를 탄 덕에 바로 이 생쥐 머리처럼 생긴 바위 옆으로 올라왔다.

이제 영장봉만 오르면 오늘의 미션을 끝내고 순하게 생긴 길을 따라 하산하면 된다.

 

세로로 뻘쭘하게 크기만 해 위아래로 조금씩 잘라 균형을 맞췄다.

진달래가 지고 나면 곧이어 연분홍 철쭉이 수줍은 듯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영장봉 정상이다.

상장능선 2, 4, 9봉을 오르며 팔다리 운동을 하고 마지막 영장봉 오른다고 한 번 더했다.

오늘 같은 코스는 북한산에서 전신운동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구간이다.

힘든 만큼 재미도 있다.

 

영장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개미바위와 전망바위

 

숨은벽능선으로 이동하며 좀 전에 올랐던 영장봉을 조망한다.

 

해골바위 위 전망바위

 

해골바위

 

전망바위에서 보는 영장봉의 다른 모습

 

지난주 북한산에서 본 털제비꽃과 색깔이 같아 털 제비꽃인 줄 알았는데, 깜빡 속았다.

야생화 전문가인 갯버들 님이 제비꽃 종류만 해도 50 가지가 넘는다며 서울제비꽃임을 알려주신다.

이렇게 예쁘게 핀 곳이 북한산 자락인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 땅으로 북한산은 서울시와 고양시 땅을 깔고 앉았다.

서울과 어깨를 맞댄 동네라 서울제비꽃이 이 동네까지 놀러 와 눌러앉았다.

 

4.18. 갯버들 님과 산행할 때 호제비꽃이라고 다시 알려주신다.

워낙 종류가 많다 보니 헷살리기 쉬운 게 제비꽃이다.

일반인으로선 그 종류를 구분하기 어려우니 그냥 제비꽃으로 퉁치면 좋은 걸 전문가는 아닌 모양이다.

 

제법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산행이 평속 1.9km로 제법 빨리 끝났다.

상장능선 2, 3, 4, 9봉에서 소비한 시간을 육모정에서 시루떡바위로 오른다고 이용한 연인길,

인수봉을 둘러가는 순한 길과 숨은벽능선에서 내려가는 하산길이 속도를 높였다.

거의 10여 년 만에 오른 상장 4봉의 스릴이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