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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북한산 향로봉과 비봉 응봉능선

by 즐풍 2020. 3. 28.

2020_19

 

 

 

2020.03.27. (금)ㅈㅌ  11:06~16:32(전체 시간 5시간 26분, 전체 거리 8.4km, 휴식 30분)  맑음

 

 

의상능선을 오를 생각이었으나 부담스러워 지난주 올랐던 향로봉과 비봉을 탈 생각이다.

진관사 입구 비포장 주차장에 주차하고 계곡을 따라 오른다.

기자촌능선의 암봉을 릿지할 생각이었으나 코스를 잡지 못하고 지나 바로 대머리바위와 만난다.

코스가 어려운 건 아닌데, 길이 없어 숲을 뚫는 게 제법 귀찮다.

북한산에서 아직도 즐풍의 발 디딘 곳이 없다니 탐구정신이 부족하다.

하기야 이 넓은 북한산을 다 디딜려면 아직도 멀었다.

 

 

북한산 대머리바위 향로봉 비봉 응봉능선 등산 코스

 

 

 

 

 

여기까진 일반적인 등산로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바위틈으로 나오는 약수터가 있으나 고여 있는 물이라 청태가 낀다.

관을 타고 흐르는 물은 불순물이 섞일 염려가 적어 마시긴 하지만, 그 외에는 지참한 물만 마신다.

여기서 바로 능선을 치고 오르며 길이 없어 고생 좀 한다.

 

이 노간주나무는 키도 제법  큰데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열매가 달린 노간주는 처음 본다.

노간주나무는 척박한 바위 틈이나 메마른 땅에서 잘 자라는 바늘잎나무다.

나무가 가늘어 보여도 단단해 가끔 지팡이를 만들어 등산할 때 쓰는 사람도 있다.

즐풍도 바위를 탈 때 다른 나무보다 이왕이면 단단한 이 노간주나무를 잡는다.

 

농가에서 농업용으로 키우는 소는 대부분 노간주나무로 만든 코뚜레로 코를 뚫어야 소를 제어하기 쉽다.

송아지에게 코를 뚫어 코뚜레를 걸면 헌 게 다 나을 때까지 고통이 말이 아니겠다.

요즘은 코뚜레를 문에 걸어 놓으면 액운을 막고 행운을 가져온다고 팔기도 한다.   

소를 키우지 못해도 코뚜레로 방안에 소 한 마리 들여놓은 셈이다.

 

엉뚱한 방향으로 대머리바위에 올라왔다.

대머리바위는 북한산에서 사막화가 진행되는 현장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바위가 부서지고 모래가 생겨 흘러내리는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는 독특한 대머리바위다.

 

대머리바위의 적당한 홈에서 바람을 피해 잠시 쉰다.

 

 

 

 

발가락바위 또는 낙타바위라고도 한다.

기자촌능선에서 대머리바위와 함께 제법 좋은 볼거리 중 하나다.

 

 

 

멀리서 조망하는 발가락바위와 대머리바위

 

지나온 기자촌능선

 

드디어 향로봉능선으로 들어간다.

지난주 이곳을 다녀갔으나 날씨가 흐려 감흥이 별로였기에 오늘 다시 찾는다.

 

향로봉능선 내려가는 길

 

 

 

하늘엔 여전히 구름이 있으나 지난 주보다 조망이 좋다.

 

향로봉 정상과 우측으로 관봉도 보인다.

 

왼쪽 기자촌능선을 거쳐 향로봉 정상이다.

 

 

 

오른쪽 경사진 위험구간보다 왼쪽 발자국 찍힌 바위를 릿지로 오르내리는 게 더 안전하다.

 

이 바위는 경사가 너무 급하지만, 홀더가 좋아 별로 위험하지 않다.

언제나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게 문제다.

 

우측에 기다란 기둥처럼 생긴 바위를 잡고 통과하면 된다.

잠시 후 여성 세 분이 올라가는 장면을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향로봉능선은 이런 위험스러운 구간을 지나가는 게 맛이지.

 

향로봉 마지막 구간인 저 전망바위까지 다녀온다.

 

이 바위를 지나 내려가면 감시초소가 있다.

걸리면 과태료를 내야 하니 이곳은 반환점인 셈이다.

 

마지막 전망대

 

건너편 비봉남능선의 로봇바위 측면과 아래는 1봉 정상이다.

 

향로봉 마지막 구간의 전망바위에서 보는 비봉과 잉어바위, 우측은 보현봉과 사자능선이다.

향로봉은 극히 짧은 구간이나 전망이 좋아 알만한 등산객을 늘 이곳을 지나간다.

 

끝까지 왔으니 되돌아간다.

 

 

 

이 여성들은 반환점까지 가지 않고 바로 이 바위를 내려가 기둥바위를 잡고 정상을 간다고 한다. 

 

 

 

오늘 산행의 백미는 향로봉 구간과 비봉능선이다.

자꾸 비봉에 눈이 간다.

 

맨위 여성이 두 분을 이곳으로 안내하며 오르는 요령을 알려준다.

두 분도 겁내지 않고 잘 따라 오른다.

 

알려준 요령대로 하나 둘 셋 끝...

 

 

 

처음 이곳을 내려갈 때 기둥바위로 내려가는 걸 몰라 우측 변색된 바위로 내려온다고 엄청 고생했다.

지금 봐도 어떻게 내려왔을까 싶을 정도로 아찔하다.

 

소나무는 인간이 알 수 없는 눈이 있는지 사람이 안 다니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자란다.

바위에서 자란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어느 방향으로 가지를 뻗어야 인간과 공생하는지를 알고 있다.

 

건너편 비봉으로 올라가는 길의 물개바위를 보러 가는 길에 한 번 더 향로봉에 눈길을 준다.

 

비봉과 길게 꼬리를 늘어뜨린 잉어바위 슬랩

언젠가 저 잉어슬랩을 타야 겠다.

 

막 바위를 오르는 물개바위

 

물개바위인 줄 알고 왔으나 가까이서 보니 네 발 가진 짐승처럼 보인다.

 

물개바위를 지나 전망 좋은 공간에서 다시 보는 비봉과 잉어바위는 좀 전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관봉 조금 못 미친 전망대에서 비봉을 다시 잡는다.

벌써 몇 번째 비봉 사진인지 모르겠다.

그만큼 보기 좋은 비봉과 잉어바위이다.

 

관봉

 

비봉을 오르는 데 젊은 부부가 비봉 가는 길을 묻는다.

그들을 안내하며 코뿔소바위까지 오는데, 아내분이 덜덜거리며 제대로 오르지도 못한다.

아내는 코뿔소바위  앞에서 기다리고 남편만 나를 따라 비봉까지 오른다.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터 (사적 제228호)


신라 진흥왕(재위 540~570)이 백제의 한강 유역을 영토로 편입한 뒤

직접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순수비를 이곳에 세웠다.

이곳에는 비석이 있던 자리와 비석을 꽂았던 홈이 남아 있는데,

비석이 세워진 곳이라 하여 북한산 비봉이란 이름이 생겨났다.

비석을 세운 이래 1,200여 년 동안 잊혀 오다가 19세기 전반에 추사 김정희가

비문을 판독하여 진흥왕 순수비임을 확인했다.
비문에는 진흥왕이 북한산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지나온 여러 고을에 세금을 면제해주고,

죄수들을 석방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 후 비석이 마모되어 글자는 알아보기 어렵게 되고,

비석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기도 하자 1972년에 국립중앙박물관 옮겨서 보전하고 있다.

순수비 자리에는 비석의 옛터임을 알려주는 표석을 세웠다가 2006년 10월 19일

순수비의 복제품을 만들어 원래 자리에 설치하였다.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는 국보 제3호로 지정되었으며,

광개토왕비와 함께 삼국시대 역사 연구에 귀중한 금석문이다.

 

º 금석문: 돌이나 철로 된 재료에 새겨진 글     (안내문)

 

비봉까지 함께한 어느 남편분이다.

 

비봉 정상에서 바라본 잉어바위와 로봇바위

 

사모바위로 이동하며 바라본 비봉

 

사모바위다.

이제는 응봉으로 내려가는 길이니 어려운 고비는 다 끝난 셈이다. 

 

승가봉 뒤로 왼쪽부터 나한봉, 상운봉, 문수봉, 연화봉 그 뒤로 비룡봉, 보현봉이다.

 

응봉능선을 조금 더 내려오니 증취봉 뒤로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 노적봉, 용암봉도 눈에 들어온다.

 

돼지바위가 있는 암봉

 

등산객이 많이 다녀 바위도 닳는 게 눈에 드러난다.

 

응봉능선의 명물인 돼지바위

 

 

 

방금 내려온 암봉

 

건너편 의상능선의 정점인 나한봉, 문수봉, 비봉능선의 연화봉, 사자능선의 보현봉 모두가 멋지다.

 

의상봉은 낮으니까 제외하고 고만고만한 용출봉과 용혈봉, 증취봉이다.

의상능선을 탄다면 북한산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의상봉까지오르는 게 가장 힘들다.

첫 번째 봉우리만 오르면 그다음부터는 봉우리 넘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모른다.

막상 봉우리를 탈 땐 힘든 줄 몰라도 어느 순간 힘들 땐 전망 좋은 자리에서 쉬어도 좋다.

그게 의상능선을 걷는 재미다.

 

위 사진과 조금 다른 위치에서 잡은 의상능선이다.

 

설악산 공룡능선 부럽지 않은 북한산의 절대 비경이다.

 

이번엔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도 끼워놓기

 

 

 

진관사가 내려다 보이는 암봉까지 내려가면 거기서도 진관사까지 지루할 만큼 오래 걷는다.

지루함을 생략할 생각에 그 암봉 바로 전에 좌측 진관사 계곡으로 질러 내려간다.

처음엔 보이던 길도 어느 정도 내려가니 길이 없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넓은 바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중년의 남성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역시 내 발자국 소리에 깜짝 놀라며 일광욕을 즐긴다고 한다.

정규탐방로에서 떨어진 곳이라 앞으로도 즐풍처럼 정처 없이 쏘다니는 사람에겐 들킬 수 있겠다.

즐풍은 여름에 집에서도 양말을 신어야 할 만큼 부실한데, 그분은 14℃인 날씨에 나체로 풍욕을 즐기다니 대단하다.

피부가 제법 구릿빛이라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거 같다.

뜨거운 한여름엔 더위를 어떻게 참을까?

 

이 바위 위쪽이 진관사를 조망할 수 있는 암봉이 있다.

 

정규 등산로에 접어들자 어느 할아버지가 대여섯 살 손자를 앞세우고 나무데크를 따라 올라간다.

손자가 물 멕히다며 물을 찾지만, 할아버지나 할머니 모두 빈손이다.

배낭에 있던 개봉도 안 한 생수를 건네며 왜 물을 안 가져왔냐고 하니 진관사에 들렸다가 심심해 산책하는 중이란다.

잠깐 올라갔다 내려오겠지만, 산은 산이니 갈증이 날만도 하다.

 

부처님 오신 날이 꼭 한 달 남았다.

진관사는 벌써 연등이 달리고 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그전에 코로나-19가 잡혀야 행사를 할 수 있는 데, 잘 잡히길 기대한다.

 

진관사 개울 건너 공터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봄을 즐긴다.

시내로 나가는 것보다 이런 산속에서 자연을 즐기는 것도 괜찮겠다.

 

짧은 산행이지만,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다.

천천히 걸으려고 노력했고, 외진 곳으로도 다녀 길이 없는 곳도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자연과 하나 되는 별난 사람까지 만났다.

흥미로운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