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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북한산 향로봉 비봉 로봇바위 금선사 목정굴

by 즐풍 2020. 3. 22.

2020_18

 

 

 

2020.03.21. (토)  08:48~15:15(전체 시간 6시간 27분, 전체 거리 7.1km, 평속 1.3km/h) 흐림

 

 

지난주 가까운 수락산에 다녀오고 다시 북한산으로 간다.

이번 북한산은 수없이 많은 갈래 중 선림 슬랩-차마고도-향로봉-비봉-로봇 바위를 연결할 생각이다.

짧지만 임팩트한 산행코스다.

 

로봇 바위는 2011.6.4. 어느 산악회를 따라 올라갔으나 당시엔 블로그를 작성하지 않았다.

그 이후 혼자 이곳을 여러 번 지나가긴 했으나 오르지는 않았다.

벌써 9년 가까이 됐으니 제법 많은 세월이 흘렀다.

 

선림 슬랩이나 향로봉은 자주 갔으니 특별한 건 없고, 잉어바위는 한번 올라가 봐야겠다.

산행코스를 반대로 타면 잉어 슬랩을 오를 수 있겠으나 하산 코스이다 보니 내려가긴 애매하다.

모처럼 간단한 산행이 될 것이다.

 

 

북한산 향로봉 비봉 로보트바위 등산코스

 

도솔 님과 버스에서 만나 지하철 6호선으로 환승해 독바위역에 도착했을 때

갯버들 님도 같은 지하철 다른 칸에서 하차해 만났다.

약속 시각보다 15분 일찍 도착해 산행을 시작한다.

 

선림사를 들린 후 선림슬랩을 타고 오르려던 계획을 바꿔 불광사에서 시작한다.

향림폭포 상단에서 선림능선으로 등로를 변경했으나 서둘러 계곡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산행을 고되게 시작한다.

즐풍이 가는 길은 늘 이렇게 좌충우돌하며 없는 길을 접어들며 새로움에 눈뜬다.

향림폭포에는 토끼 오줌만큼 물이 흐르고 건너편엔 정규 등산로가 보인다.

 

선림능선을 내려와 향로봉 입구 차마고도로 가며 만나는 향나무 군락지에서는 숲속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북한산에서 이렇게 계획적으로 조림된 숲은 이곳 외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때죽나무

갯버들 님은 봄을 가장 빨리 알리며 새순이 돋는 나무로 때죽나무를 꼽으며 꽃도 핀다고 한다.

오늘 산행하며 이 때죽나무 외 새순이 돋은 나무는 보지 못했다. 

 

북한산의 차마고도로 일컫는 이 길을 처음 봤을 때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꼈다.

비가 올듯 흐린 날씨라 운치가 덜한게 아쉽다.

멀리 북악산과 남산, 인왕산 줄기가 없는 듯 보인다.

 

차마고도에서 보는 족두리봉

 

비봉에서 흘러내린 지능선은 로봇바위와 1봉으로 이어진다.

 

탕춘대성벽 끝 바위에서 보는 향로봉은 그야말로 뾰족한 봉우리다.

하지만 기자촌능선이나 비봉에서 볼 땐 거대한 병풍바위다.

잠시 후 비봉에 올라가서 다시 본다.

 

향로봉을 앞두고 잠시 쉬고 있을 때 전에 함께 다녔던 산악회의 백산 님이 지나간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갯버들 님과 셋이 정담을 나누며 향로봉, 비봉까지 동행한다.

그 산악회 전임 대장과 총무단이 사소한 오해에서 물러난 이야기를 들으며 큰 아쉬움을 갖는다.

10여 년이 넘는 산행 리딩과 봉사가 오해로 한낱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니 통탄할 일이다.

 

향로봉을 앞두고 공단 직원의 옷차림과 비슷한 30대 여성이 나타났다.

어디서 왔느냐고 하니 오산에서 왔다는데, 향로봉을 오르고 싶다고 한다.

모자를 보니 공단을 표시한 마크가 없어 안심하며 함께 오르기로 한다.

 

향로봉 끝이다.

여기서 내려가면 향로봉 아래 지킴이가 있는 초소와 만나는 지점이다.

 

향로봉 끝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오산에서 왔다는 이 여성도 나와 마찬가지로 스틱을 접는 일이 없다.

처음엔 향로봉을 잘 탈 수 있을까 걱정했으나 어려운 구간을 모두 잘 통과했다.

비봉까지 같이 가고 싶었으나 약속이 있어 향로봉을 지나 바로 하산했다.

 

향로봉 끝에서 보는 족두리봉

 

향로봉에서 저 봉우리를 넘어가는 가파른 구간과 다음 봉우리로 올라가는 곳만 지나면 된다.

이 구간도 북한산에선 제법 멋진 구간에 속한다.

 

향로봉 끝에서 잠시 풍경을 조망하고 비봉을 가기 위해 길을 낸다.

이 바위를 뒤로 넘을 때가 가장 가파른 곳이나 홀더가 좋아 무난히 넘을 수 있다.

막상 그 앞에 서면 너무 가팔라 섬찟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름을 거의 다 오른 지점

 

저 뒤에 세 명은 길이 너무 험해 갈까말까 잠시 갈등 중이고, 갯버들 님과 도솔 님은 조심조심 내려선다.

 

담력 테스트 구간이다.

 

향로봉에서 이 구간도 무시하지 못한다.

왼쪽 어깨높이의 바위엔 발 디딘 자리가 움푹 파였다.

릿지를 잘하면 그리 오르면 되지만, 오른쪽은 제법 낭떠러지로 경사가 기울어 위험스럽기 짝이 없다.

정신 팔다 떨어지면 뼈도 못 추리니 긴장하고 지나가야 한다.

 

지나온 구간

 

향로봉 마지막 구간이다.

절반은 막아놓고 절반은 열어놓았다.

알아서 갈 사람은 가되 책임은 각자의 몫이란 뜻인가?

 

으랏차, 이 구간은 어디 한 군데 편한 곳이 없다.

 

향로봉과 맞닿은 건너편 기자촌능선의 끝이다.

 

관봉을 지나며 보는 비봉과 잉어바위

 

비봉 정상에서 바라본 잉어바위 상단, 잠시 후 내려가게 된다.

 

무심히 지나온 관봉

 

향로봉과 관봉

 

관봉 아래쪽 웨딩바위

 

진흥왕 순수비인 비봉

 

비봉을 오를 땐 왼쪽 파인 바위 면을 따라 오르는 게 편하고,

내려올 땐 사진처럼 아래쪽 바위 면으로 내려오는 게 편하다.

왼쪽에 파인 홈은 진흥왕 순수비를 세울 때 비석을 이동하기 쉽게 홈을 판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단단한 화강암이 저렇게 파일 리 없다.

 

비봉에서 방향을 틀어 잉어바위 쪽으로 내려선다.

 

잉어바위에 올라가 바라본 비봉 정상

두 분이 안 올라간다기에 혼자만 올라갔다.

 

잉어바위 몸통의 지느러미

 

잉어바위에서 내려다 본 목마, 아니 석마(石馬)이다.

 

오늘의 마지막 미션인 로봇바위다.

 

로봇바위로 가며 뒤돌아 본 비봉

 

 

 

죠스바위와 로봇바위

우리가 바위에서 쉬고 있을 때 지난간 사람이 릿지로 바위에 올랐다.

그분 바위를 참 잘 탄다.

 

로봇바위를 타는 걸 보다가 잉어바위 슬랩으로 눈을 돌리니 일군의 사람들이 슬랩을 탄다.

제법 경사가 높은 곳이나 다들 무리 없이 잘 탄다.

이곳에서 보기와 달리 슬랩을 탈만하는가 보다.

즐풍도 언젠가 저곳을 가야겠다.

 

자일을 지참하긴 했으나 20m 짜리라 높이가 10m를 훨씬 넘어 왕복으로 걸 수 없다.

결국 포기하고 방향을 바꿔 하산길로 접어든다.

좀 전에 로봇바위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

 

로봇바위 앞에서 다시 보는 비봉

 

쐐기가 박힌 이 석문을 지나 비봉지능선의 1봉으로 향한다.

 

이 틈은 겨우 한 사람 지나가기 딱 좋을 정도의 공간이다.

로봇바위 옆을 이 길로 지나간다.

 

드디어 제1봉에서 바라보는 비봉을 로봇바위가 일부를 가렸다.

1봉에서 한참을 쉰 후 금선사의 목정굴을 보기 위해 발길을 옮긴다.

1봉의 바위도 빙산의 일각처럼 보이지 않는 뿌리가 길어 한참을 돈 후에 정규 탐방로와 만났다.

탐방로와 만나면 간이화장실을 지나 바로 금선사로 들어가는 길이다. 

 

금선사(金仙寺)의 仙자를 僊자로 바꾼 것은 신선 선字로 의미가 같기 때문이다.

같은 글자라도 어렵게 써야 더 있어 보이기 때문일까...

 

□ 금선사

 

금선사는 고려와 조선의 왕조 교체가 때 무학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져 있다.

무학대사는 조선의 도읍을 정하고자 삼각산 살피던 중 지금의 금선사 터에 삼각산의 정기가 서려 있고,

부처님이 상주하시며 중생을 제도하는 형상과 같다고 하여 절을 짓고 금선(金仙: 금빛의 신선, 즉 부처)사라고 했다.

조선시대에는 목정굴이 관음기도 성지로 알려졌다.

또한 금선사 농산스님이 정조의 왕세자인 순조로 환생하였다는 설화도 전해지는데,

이를 계기로 1791년 정조의 명으로 원찰(願刹)이 되기도 하였다.

설화에 의하면 금선사의 농산스님은 조선 후기 사찰에 가해지는 각종 국역에 위해 피폐해지는

불교를 구해낸 인물로 묘사되어 있어 사찰의 규모는 작아도 위상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금선사는 조선후기 사대부 문인들(신정하, 조수삼, 박규수 등)과 스님들이 활발하게 교유한 장으로도 기능하였다.

특히 김정희의 아우 김명희와 초유선사의 교유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처럼 신령한 기운과 문학이 숨 쉬는 명찰로 법등을 잇다가 일제강점기에 관리 소홀로 인하여 퇴락하게 되었다.

이후 1957년에 이를 안타깝게 여긴 도공스님이 중건하고,

법안스님이 주석하며 1996년 목정굴을 복원한 것을 필두로 대적광전, 삼성각, 반야전, 미타전,

설선당, 적묵당, 범종루 등의 각 전각과 요사를 신·증축하여 현재 가람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안내문)

 

아이폰은 음성으로 문자를 작성하는 기능이 좋다.

일상 생활언어는 대략 90% 정도의 싱크로율을 보이나 이런 안내문은 80% 이하로 떨어진다.

정확하게 천천히 읽으면 정밀도는 높이고 발음은 교정된다.

 

 

금선사 경내로 들어가려고 하니 어느 보살님이 방명록을 기재해달라고 한다.

코로나 19로 문제가 생기면 역추적하려는 뜻인지 모르겠다.

보살 님의 의견을 존중하고 목정굴을 거꾸로 아래쪽으로 통과해 내려와 부처님을 뵌다.

 

밖에서 본 목정굴은 유리창문을 달아 비·바람으로부터 잘 보존하고 있다. 

 

아이폰 들고 부산에서 등산했는데, 가까운 일본 쓰시마 섬의 기지국 전파를 수신하며 국제 요금이 나왔다는 뉴스가 떴다.

즐풍도 아이폰으로 목정굴을 나서자 두어 걸음 옮길 때마다 500m를 지나는 안내 멘트가 연거푸 세 번 울린다.

졸지에 1.5km 거리가 늘어난 셈이다.

산행을 끝내고 함께하신 갯버들 님과 비교해 보니 약 1.4km 차이가 난다.

화장실 같은 실내나 바위가 많은 협곡을 지날 때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건 아이폰이 갖는 고질적인 문제다.

그러나 아이폰은 업데이트 설정을 30초 간격으로 높일 수 있어 5분으로 설정된 안드로이드폰보다 거리 정확도가 높다.

 

 

모처럼 갯버들, 도솔 님과 함께한 북한산 향로봉과 비봉, 로봇바위로 이어진 산행이었다.

코로나 19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이때 우리나라는 이제 치유 단계에 들어섰다.

큰 혼란 없이, 아니 신천지 신도를 매개로 한때 극심한 혼란에 빠지기도 했으나

국내 코로나 19는 거의 잡혀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로 멀리 가지 못하고 가까운 북한산에서 함산하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한 두 분께 감사드린다.

 

 

왼쪽부터 갯버들 님, 도솔 님, 즐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