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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북한산 악어새바위와 백운대 서벽밴드

by 즐풍 2020. 9. 14.

2020_60

 

 

2020.9.13. (일) 08:41~18:47(전체 시간 10:06:15, 전체 거리 12.5km, 휴식 3시간 27분, 평속 1.6km/h)  맑은 뒤 흐림

 

 

그제 일기예보를 보니 토요일인 어제 오전 6시까지 비가 오고 점차 맑겠다고 한다.

출가한 딸까지 두 딸을 데리고 막상 불곡산으로 가는 데 많지 않아도 비는 계속 내린다.

양주시청을 지나 불곡산 백화사로 가는 길에 아침을 안 먹은 두 딸을 데리고 식사를 했다.

식사하는 동안 비가 그치길 기대했으나 여전히 비가 내려 결국 산행을 포기한다.

즐풍 혼자 산행하면 이 정도 비야 감내하겠지만, 바위가 많은 산이니 딸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귀로에 송추에 있는 도봉산 오봉 탐방지원센터에 들러 세 권의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여권」을 받았다.

즐풍은 며칠 전 이미 받았으므로 한 권은 아내인 목우의 몫이다.

「국립공원 스탬프 투어 여권」은 방문자에게만 제공되므로 오늘은 목우를 대신해 받았다.

7월 15일부터 배부한 4만 권의 여권이 소진되어 9월 1일부터 3만 권을 추가 배부 중이다.

3만 권마저 소진되면 추가 인쇄가 불분명하므로 소진되기 전에 서둘러 받은 것이다.

 

오늘은 평택으로 이사 가기 전 가끔 함산 했던 산우님들과 마지막으로 북한산 비경을 탐방한다.

10년의 산행 중 오늘까지 겨우 세 번째 가는 인수봉 허리에 있는 악어새 바위가 목표다.

악어새 바위가 깔고 앉은 바위틈으로 생긴 굴을 빠져나가는 건 힘들고 바위에 올라가 앉기는 위험하다.

어렵게 오른다 해도 인증 사진을 찍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는데, 오늘은 셋이 함산 하므로 좋은 기회이다.

어제 산행하지 못한 몫까지 더해 이번 산행의 의미는 각별하다.

 

 

북한산 악어새 바위와 서벽 밴드 등산코스

 

아침 식사할 때 9시에 만나기로 한 갯버들님이 벌써 도착했다는 전화가 왔다.

70분이나 일찍 도착하셨다니 마음이 급해진다.

결국, 고속도로를 올라타 08:33분에 현지에 도착해 산행을 시작한다.

숨은 벽 능선을 탈 때 밤골계곡 국사당 앞에 주차하는 게 가장 좋으나 태풍이 지나간 뒤 도로가 엉망이다.

요즘은 주변을 정리해 좁은 주차공간이 더 좁아져 주차도 전쟁이다.

이럴 땐 사기막 계곡에 여유롭게 주차할 수 있다.

 

올 들어 가장 푸른 하늘이다.

보통은 편서풍(계절풍)이 부니 중국에서 오는 바람이라 미세먼지가 많다.

겨울엔 시베리아 기단의 북풍이 분다 해도 중국 상공의 미세먼지가 끼어든다.

요즘 태풍이 지나가고 어제 소나기가 내린 끝인 데다 남풍이 부는 여름이라 하늘은 티 없이 맑다.

매일 이런 날이면 참 좋겠다.

 

 

 

영장봉

 

건너편 파랑새능선이다.

악어새 바위를 보고 인수V협곡을 타고 오른 후 백운대를 지나 서벽 밴드로 타고 내려 올 예정이다.

차량 회수를 위해 저 장군봉 옆 바람골로 탈출하며 밤골계곡을 이용해 원점 회귀할 것이다.

 

해골바위 위에 있는 전망바위다.

날씨가 좋으니 바위도 선명하게 잘 보인다.

 

통신탑이 있는 사기막봉을 지나가며 잡은 영장봉 정상

 

 

 

영장봉에서 바라본 인수봉과 숨은벽, 백운대 정상으로 이어지는 파랑새 능선이다.

다소 역광이긴 해도 날씨가 좋아 시원한 느낌이다.

 

이사 갈 평택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북한산까지 대략 세 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북한산보다 주변에 있는 산을 탐방할 기회가 많겠다.

주소지에서 100km 이내에 6개의 국립공원과 여러 개의 도립공원과 군립공원이 있다.

복잡한 도심과 가까운 명산을 건너뛰고 주변 명산이나 생소한 산을 탐방할 기회를 자주 가져야겠다.

 

오늘은 북한산에서 남기게 될 마지막 사진 중 하나다.

푸른 하늘에 솜사탕이 멋진 배경으로 잡혔다. 갯버들 님 작품이다.

영장봉 정상이다.

 

영장봉에서 바라본 전망바위 방향 

 

시루떡 바위로 흘러내리는 영장봉 

 

인수봉 악어새 바위로 이동하며 보는 영장봉 

 

같은 영장봉이다. 

 

인수봉 뒤쪽인 설교벽 

한여름 정오에도 이렇게 그늘이 지니 겨울엔 내내 그늘이다.

겨우내 내린 눈은 봄까지 녹지 않고 그대로 있어 설교벽이란 거창한 이름을 얻었다.

 

도봉산 오봉부터 정상인 자운봉 일대까지 한눈에 잡힌다.

 

악어새 바위에 접근하며 작은 건너편 숨은벽 능선 

 

숨은벽 능선 일부

 

지난번 도솔님과 오를 때와 다른 코스를 이용해 악어새 바위로 진입했다.

그때와 달리 거리는 줄였으나 바위 경사면의 릿지가 훨씬 어려웠다.

습기 많은 흙을 털어내고 릿지를 해도 미끄러지기 일쑤다.

어렵게 이곳까지 오른 후 허기를 재우기 위해 식사한다.

 

숨은벽으로 오르는 구간의 마지막 껑충 계단 

 

 

왜 하필이면 악어새 바위일까?

부리가 뾰족하니 새 부리를 닮았어도 우리나라에 없는 악어새라니...

악어새 바위에 오면 누구나 새 부리에 앉아 인증사진을 찍어야 직성이 풀린다.

용기를 내 새 부리에 앉고 보면 고소감에 공포가 몰려든다.

떨어지기라도 하면 뼈도 못 추리는 천 길 낭떠러지이니 악어의 이빨을 청소하는 악어새를 보는 만큼 간담이 서늘하다.

즐풍이 비록 고소공포증을 극복했다고 해도 이 바위에 앉으면 오금이 저린다.

그러고 보니 악어새 바위란 이름이 절묘하게 맞아 들어간다.

 

끝에 앉기가 두려워 공간 하나를 띄우고 아닌 척 억지웃음을 짓는다.

 

 

 

도솔 님과 악어새 바위에서... 

 

오늘 북한산 산행을 주선하신 갯버들 님

 

왼쪽 해골 바위 위 전망 바위와 오른쪽 영장봉 

 

다시 보는 숨은벽 능선에서 밤골계곡으로 떨어지는 마자막 구간의 풍경이다.

 

악어새 바위 탐방을 끝내고 내려갈 때 헬리콥터가 몇 번 왔다 갔다 한다.

뉴스를 검색해 봐도 별다른 뉴스가 보이지 않으니 다행이다.

 

악어새 바위에서 백운대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인수V협곡을 이용하는 것이다.

숨은 벽 능선을 건너뛰자면 온 길을 뒤돌아가야 하니 거리가 너무 멀다.

하여 악어새 바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인수V협곡으로 떨어지는 길을 이용하기로 한다.

처음 가는 길이라 낭떠러지가 나타나면 자일을 이용하기로 했으나 다행히 길은 무난하다.

이후 인수봉 아래까지 오르는 구간은 습기 많은 바위를 헤쳐야 하므로 고난의 행군이다.

 

인수협곡을 두세 번 쉰 끝에 어렵게 인수봉 아래 도착했다.

오후 세 시가 되자 임수봉 암벽꾼들도 철수하기 시작한다.

 

 

 

이 분은 무슨 일이길래 이곳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을까?

숨은벽 정상에서 바라보는 숨은벽 능선

 

인수봉에서 악어새 바위로 흐르는 바위 군락

 

미국 요세미티 계곡의 엘케피탄에는 913m의 직벽 던월(The Dawn Wall)은 지금껏 그 누구도 시도할 엄두조차 하지 못한

오르기 불가능 암봉이다. 

6년을 한결같이 던월에 매진한 토미 칼드웰과 케빈 조거슨은 마침내 던월에 도전한다.

무려 19일 간 벽에 매달린 채 먹고 자며 계속된 이들의 도전은 한 편의 짜릿한 영화다.

무수히 많은 실패를 거듭해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마침내 정상을 정복하며 세계 암벽 등반의 메카가 된다.

인수봉에 매달린 모든 이들 역시 그러한 도전의 결과로 저곳에 섰으리라.

 

고개를 파랑새능선으로 돌리니 그곳에도 암벽을 즐기는 모습이 멋진 사진으로 남는다.

 

맨 아래 뾰족한 바위가 우리가 탔던 악어새 바위다.

지근은 누군가 자리를 바꿔 악어새 바위를 즐기고 있다.

어렵게 올라야 멋진 추억 하나를 남길 수 있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날갯짓을 부단히 해야 오늘 하누 먹이를 찾을 수 있다.

 

숨은벽 능선 정상을 내려서며 보는 만경대 방향 

선바위를 내려서는 사람이 어렴풋 보인다.

 

숨은벽 능선 조망

 

백운대로 이동하며 바라보는 인수봉 

 

백운봉암문의 만경대를 막아선 스타 바위 

 

숨은벽 능선의 정상을 내려와 백운대로 걸음을 옮긴다.

벌써 제법 시간이 흐른 데다 운동량이 많아 백운대는 생략하고 백운봉암문을 지나 서벽 밴드 방향으로 들어왔다.

구름 그림자가 남쪽을 지나고 있다.

 

백운봉암문이 있는 안부

 

 

 

누구나 갈 수 있는 암봉이 아닌 염초봉이다.

 

약수암 릿지와 백운대 서벽 밴드

 

서벽 밴드로 들어서며 올려다본 백운대

 

자꾸만 눈이 가는 염초봉 

 

드디어 서벽 밴드 입구에 들어섰다.

 

막 건너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한 명이 들어오는 중이다.

그쪽은 한 명이라 우리가 양보한다.

 

와이어로프는 새끼손가락 정도로 가늘어 그립감이 없다.

그래도 누군가 사비를 들여 설치한 것이라 늘 감사한 마음으로 이용한다.

 

이곳까지 오면 와이어 로프에서 손 떼고 걸어도 올 수 있는 구간이다.

 

평소엔 서벽 밴드를 지나 마른 폭포로 이곳을 탈출해야 하는 데, 어제 내린 비로 위험해 자일을 이용해 내려간다.

 

파랑새능선으로 이동하며 바라보는 백운대 방향엔 말바위가 먼저 눈에 띈다. 

 

이제야 백운대가 보이는군...

 

폭넓게 잡은 백운대 일원

 

노적봉이다.

 

파랑새능선 중간부에 있는 장군봉 

 

춘향이 바위 하단부는 부끄러워 감추고 말았다.

 

 

 

멀리 의상능선 방향

 

장군봉 우측으로 성벽을 넘으면 바람골로 하산해 밤골 능선과 만난다.

백운대에서 사기막 계곡으로 원점 회귀하는 가장 빠른 구간이다.

바람골 상단은 장군봉과 위쪽으로 연결된 파랑새능선을 빠져나가는 바람의 길목이라 바람이 시원하다.

잠시 쉰 후 바람골로 내려가며 보는 건너편 숨은벽 능선 뒤로 인수봉 정상도 보인다.

 

바람골로 하산하는 구간은 이런 바위 계단의 연속이다.

내려올 때라 쉽지 좀 전에 인수V협곡처럼 오르는 구간이라면 이곳도 죽을 맛이다.

 

 

 

 

 

 

 

갯버들 님, 도솔 님과 함께한 마지막 산행이다.

시간만 내면 늘 함께할 수 있다고 믿었던 산행은 즐풍이 이사를 가게 돼 오늘이 아니면 기회를 만들기 어렵다.

어쩌다 지방 산행할 때 산악회 버스에서 마주할 기회가 있겠지만, 기대하기 힘들다.

각자의 생활과 행동반경이 있으니 만나기는 쉽지 않다.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진 사람은 언제가 다시 돌아온다는 옛말대로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난 5월의 악어새 바위

 

북한산 악어새바위-시루떡바위-잠수함바위-밤골계곡

2020-31 2020.5.30. (토) 09:14~19:07 (전체 시간 9시간 53분, 전체 거리 13.4km, 휴식 2시간 5분, 평속 1.6km/h) 흐림 꺼져가던 산불이 잔불을 타고 다시 불길이 일듯 코로나-19도 깜깜이 확진자가 늘며 산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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