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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북한산 족두리봉 향로봉 비봉 문수봉 보현봉 작별 산행

by 즐풍 2020. 9. 25.

2020_65

 

 

2020.9.24. (목) 10:40~16:57(전체 거리 11.2km, 전체 시간 06:16, 1시간 3분 휴식, 평속 1.9km/h) 맑은 후 흐림

 

 

지난 지난 11년간 북한산은 즐풍의 산악 놀이터이자 심신을 어루만져 주는 멋진 친구였다.

북한산 산행을 시작으로 바위나 암봉 타는 방법을 터득했고, 고소공포증을 극복할 수 있었다.

때로 한계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실타래 풀리듯 벗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북한산 산행은 설악이나 월출산 등 전국 유명 산의 비탐을 경험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처음 목우와 함께한 북한산 비봉은 겨우 코뿔소 바위 앞까지만 오르고 그 이상은 고소공포로 오를 수 없었다.

릿지 기능이 약한 등산화를 신었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으나 고소공포증의 잠재를 떨칠 수 없는 것도 원인이었다.

북한산뿐만 아니라 도봉산이나 수락산, 관악산 등 서울 명산 역시 늘 가깝고 고마운 친구다.

이사를 앞두고 가게 될 근교 산행은 이별을 앞두고 눈을 맞추며 석별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북한산 족두리봉-향로봉-비봉-문수봉-보현봉-형제봉 산행코스

 

산행 코스를 다 돌고 시간이 되면 불암산을 간단히 다녀올 생각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불광역에서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는데, 족두리봉이 보일 때 폰을 꺼내 파노라마 사진을 찍었다.

이때 트랭글이 꺼진 걸 알고 다시 가동한다.

중간에도 트랭글이 꺼져 재가동한 게 또 꺼진 것으로 요즘 트랭글이 자주 말썽을 일으킨다.

아이폰만의 문제인지 지난 주말 딸의 폰도 산행을 끝낼 때 10여 분 먼저 꺼졌다.

 

건너편 비봉 남능선 

 

가까워진 족두리봉 

 

카메라로 부족해 폰을 이용해 파노라마로 찍은 족두리봉 일원이다.

 

왼쪽 향로봉과 비봉 남능선, 맨 뒤는 보현봉과 사자봉이다.

 

오늘 가야 할 비봉과 승가봉, 문수봉, 보현봉을 오후 세시 반까지 끝내야 불암산을 갈 수 있다.

너무 늦게 산행을 시작해 불가능해 보인다.

 

은평구 불광동 일대의 시가지

 

불광동 대호아파트를 기점으로 오르면 저 능선을 이용해 족두리봉에 오를 수 있다.

 

족두리봉 

 

저 암봉은 초보 암벽꾼을 위한 실전 연습 바위다.

몇 명이 바위를 기어오른다.

 

오늘의 첫 번째 미션인 족두리봉이다.

날씨가 좋으니 초입부터 제법 많은 등산객을 만난다.

 

족두리봉 한 칸 아래 있는 재미난 바위 

등산객이 오르내리기 좋게 홈이나 발 디딜 곳이 있다.

 

전에 한 번 가운데 단차가 생긴 홈으로 겨우 올라갔던 곳이다.

 

향로봉으로 이동하며 다시 보는 족두리봉 

 

오늘은 이 향로봉 왼쪽 소나무가 무성한 쪽 첫머리에 난 비탐 구간으로 바로 올라가 시간과 거리를 줄인다.

 

왼쪽 작은 봉우리는 기자봉, 오른쪽 정상은 진관봉이다.

진광봉으로 오르는 사면의 암봉 사이에 난 소나무 군락 바로 뒤에 김신조 굴이 있다.

김신조 굴이 궁금하면,?

 

북한산 김신조굴과 의상능선

2019.11.30. 토 07:57~16:21(전체 시간 08:23, 전체 거리 12.62km, 약 한 시간 휴식, 평균 속도 1.7km/h) 맑은 후 흐림 주말 산행을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관악산 육봉능선을 타기로 결정했다. 지방으로 가려

blog.daum.net

 

향로봉으로 오르는 암봉의 일부 

 

드디어 향로봉에서 탕춘대 능선으로 연결되는 끝단에 올라왔다.

여기서 탕춘대 능선 방향으로 내려가면 향로봉 지킴터가 나오고,

반대로 올라가면 비봉 가는 길과 만나는 비봉능선의 시작이다.

 

 

 

막 끝단으로 내려오는 등산객

 

왼쪽 가까운 봉우리가 비봉이고 바로 옆은 잉어 바위, 멀리 보현봉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한다.

 

이름도 없는 암봉 사면이 가파르다.

우측 능선을 따라 가면 별로 위험한 구간도 아니다.

 

바로 이곳 등판으로 오르게 된다.

 

 

처음 만났던 향로봉 끝단의 전체적인 모습

 

높은 도에서 한 옥타브 뚝 떨어진 다음 두 옥타브 올라가야 하는 구간이다.

어려워 보여도 홀더가 많아 조심스럽게 이동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앞쪽에 1자로 기둥처럼 선 바위를 잡고 오르는 게 가장 쉽다.

오르기 어렵다면 누군가 이동할 때 어떻게 오르내리는지 보면 별것도 아니라는...

 

방금 막 내려온 봉우리는 이 구간 탐방객을 위해 오랜 세월 침식되며 잡기 좋은 홀더를 만들었다.

가운데 주름 많은 곳으로 오르는 게 손 잡고 발 딛기 무난하다.

 

사실 향로봉에서 이 구간이 가장 어려운 구간이다.

왼쪽 서로로 갈라진 두 번째 바위는 많은 사람이 다녀 발 디딜 곳이 정해졌다.

우측 경사면은 낭떠러지 방향으로 기울어져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황천길이다.

겨울에 특히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왼쪽은 기자촌 능선 또는 진관사 방향에서 올라오는 구간이고,

오른쪽 암봉은 향로봉 정상 부근으로 이쪽으로 다니지 못하게 방책을 질렀다.

전에는 한 구간은 열어 놓았으나 이번엔 다 막았다.

 

실질적인 향로봉 정상인 이곳은 길 옆이라 정상인 느낌이 없다.

 

기자촌 능선의 마지막 구간, 이 향로봉과 연결되며 비로소 비봉 능선이 시작된다.

 

오른쪽 비봉

 

비봉 가는 길의 관봉 정상 

 

관봉에서 바라본 웨딩 슬랩 

 

 

 

맨 앞은 응봉능선, 가운데는 의상능선, 맨뒤가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 일원이다.

 

백운대 일원을 당겨 본다.

 

오늘 밟는 코스 모두 이사를 앞두고 걷게 되는 구간이다.

비봉은 즐풍에게 처음으로 오르지 못한 낭패를 안겼던 봉우리다.

그간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며 비봉의 굴통바위나 염초봉의 책바위, 상장능선 4봉 등 많은 곳을 맨손으로 섭렵했다.

그러고 보니 까꿍이 님이나 피터팬 님이 오른 만경대의 곰바위는 갈 기회가 없었다.

누구라도 한 명 짝꿍이 있으면 시도해 볼만 한데, 아쉽게 미완으로 남긴다.

 

지나온 관봉(관모봉)

 

비봉의 또 다른 명물인 코뿔소 바위 

 

비봉에서 내려다보는 잉어 바위와 로봇 바위 모두가 그리움으로 남는다.

 

비봉이다.

비봉으로 내려오며 보니 아래쪽에 누군가 버린 쓰레기 봉지가 있다.

"어떤 놈이 쓰레기를 여기다 버리고 갔냐?"라고 혼잣말을 하는 데,

뒤따라 오던 이 젊은이들이 자기네가 놓고 올라갔다며 회수해 가겠다고 한다.

잠깐 뻘쭘해 미안하다고 하니 괜찮다고 한다.

이렇게 자기가 생산한 쓰레기는 모두 되가져가야 한다.

 

비봉에서 바라보는 향로봉과 관봉은 방금 지나온 곳이다.

 

사모바위로 이동하며 보는 비봉은 관봉에서 보던 것과 전혀 딴판이다.

 

사모 바위 앞엔 무슨 공사를 할 건지 마대자루에 바위가 그득하다.

 

비봉과 사모바위 

 

승가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구간

 

승가봉 정상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끼고 있으니 따로 모자이크 처리할 필요가 없다.

 

승기봉까지 올라왔으니 통천문을 지나 문수봉에서 대남문을 거쳐 저 보현봉으로 오를 예정이다.

형제봉으로 가는 가장 빠른 구간이다.

 

통천문

 

저 연화봉이 허리에 힘 꽉 주고 뱃심 좋게 버티고 있다.

그래도 가드레일이 잘 설치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맨 왼쪽 의상능선, 다음으로 용출봉, 용혈봉, 증취봉으로 이어진다.

지난 주말 작은 딸과 하산한 구간이다.

 

왼쪽부터 나월봉, 나한봉, 상원봉, 문수봉, 원효봉이다.

 

방근 내려온 통천문, 오른쪽은 승가봉이다.

 

연화봉 오르는 구간엔 이렇게 가드레일이 설치되었다. 

 

지나온 구간

 

어디선 출발했는지 물병 하나만 들고 온 이 여성은 운동화를 신었다.

이런 험로에 이런 간편 복장이라니 재야의 숨은 고수다.

 

연화봉 오르는 구간이 이곳이 가장 위험하다.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놓치기라도 하면 인생 끝난다.

 

연화봉 정상의 횃불 바위

뭐 다른 이름도 있나 본데,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니 이름도 다를 것이다.

 

왼쪽 문수봉과 오른쪽 전망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문수봉 

 

지나온 구간의 암봉 군락이 각자 늠름한 기세를 보여준다.

이런 암봉을 지나오며 몸 안에 양기가 가득 스며든다.

 

 

 

보현봉이 한결 가까워졌다.

 

대남문 

 

보현봉으로 이동하며 바라보는 잠룡봉

즐풍은 이 바위가 용이라면 지금 막 일어날 기세이므로 기룡봉이라 부르는 게 더 낫겠단 생각이다.

 

건너편 연화봉과 문수봉, 그 아래 문수사 

 

보현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암봉. 이 바위를 넘어야 보현봉을 만날 수 있다.

 

 

 

 

 

보현봉 구간에선 보현봉보다 이 바위가 더 멋지다.

 

잉어 바위라고 하나 어찌 보면 웅크린 쥐를 닮기도 했다.

 

보현봉은 생략한다.

올라가 봐야 별로 볼 것도 없고, 이미 많이 봤으니 그만하면 됐다.

 

보현봉 작은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형제봉, 오늘 산행의 마지막 구간이다.

 

평소와 달리 보현봉 중간 부분에서 일선사 방향이 아니라 평창동 방향으로 길을 낸다.

얼마큼 내려왔을까?

어느 부부의 정담이 들리더니 그곳이 청담 약수터다.

두 분은 이미 여러 물병을 다 채우는 중이라 물맛을 물어보니 좋다고 한다.

마침 수질검사표를 붙여 놓았는데 모두 적합 판정이다.

고인 물이 아니라 파이프를 통해 흐르는 물이라 한 그릇 시원하게 들이켠다.

 

 

 

청담 약수터로 오르내리는 바위엔 이렇게 걷기 졸게 계단을 만들었다.

그러고 보면 이 약수터에 마을 주민이 얼마나 애정을 보이는지 알겠다.

 

드디어 형제봉으로 가는 접속 구간을 만났다.

질러온다고 했으나 얼마큼 거리와 시간을 줄였는지 모르겠다.

내려오는 길에 청담 약수터를 알게 된 것만으로 새로운 정보를 얻었으니 만족한다.

 

평창동은 단독주택이 많아도 고가주택이 대부분이라 재개발할 엄두도 못 낸다.

더 큰 이유는 유명인사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하산 지점에서 마지막 볼거리인 형제봉이다. 

 

형제봉을 하산해 국민대학교 정문에 도착하니 벌써 오후 다섯 시가 다 됐다.

불암산 들머리까지 50여 분 이동하면 산행할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다리까지 뻐근하니 더 이상 산행할 여력도 없다.

언젠가 갈 날이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