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노적봉 원효봉, 이사 전 마지막 산행

2020_67

 

 

 

2020.10.4. (일)  06:20~12:30(전체 시간 6시간 10분, 전체 거리 13.6m, 28분 휴식, 평속 2.2km/h)  맑음

 

 

추석 전날 원주에 내려가 고구마을 캐야 했다.

봄에 갈아놓은 고랑에 비닐을 치고 쭈그려 앉아 일일이 고구마 모종을 심을 때

지하 펌프가 고장 나 개울에서 물을 져다 일일이 물을 줘야 하는 부담이 컸다.

제일 막내인 즐풍이 물이 가득 찬 양동이를 양손에 들고 개울 둑을 오르내리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소림사가 주요 무대인 중국 영화에선 이런 고역은 체력 증강 훈련이지만, 현실은 죽을 맛이다.

 

예년과 달리 이번엔 장마 뒤끝이라 흙이 뭉쳐 떡이 져 딱딱하게 굳어 파기도 힘들다.

흙을 파는 게 얼마나 고된지 호미질을 끝내고 나니 심장이 아픈 게 아니라 가슴이 아파온다.

고구마가 풍년이면 이런 고역도 견딜 만 한데, 긴 장마와 태풍으로 형편없는 작황이다.

원주에 사는 처가 등 여기저기 한두 박스씩 주고 나니 이번엔 겨우 한 박스가 즐풍 몫이다.

심고 캐는 데 들어간 노동력이나 이동 비용을 따지면 고구마 몇 박스를 사고도 남겠다.

고구마 농사를 짓느니 사 먹는 게 났지만, 이렇게라도 형제들과 만나 우애를 다지자는 게 형님 생각이다.

 

늘 밀리던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상일 IC에서 하남 IC 구간은 추석 연휴 첫날인데도 순조롭게 잘 빠진다.

최근 보수단체의 서울 집회 이후 부쩍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정부는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시행하고,

가족이나 일가친척들도 혹여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관습법이 되다시피 한 명절 전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도 이번만큼은 적용되지 않았다.

꼬박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고구마 캔 후 막내 동서 집에서 저녁 먹고 정담을 나누다 귀가하니 밤 열두 시 반이다.

 

이틀을 쉬며 피로를 덜어내고 일산을 떠나기 전 오랜 친구와 작별 인사를 하러 간다. 

 

 

북한산 산성계곡-노적봉-원효봉 등산코스

 

지난 10년간 거의 300번 정도 다닌 북한산이니 새로울 것도 없다.

그간 나눈 정을 아쉬워하며 쉬운 산성계곡으로 올라가니 이른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북한산성 행궁 앞길의 운치

 

보국문

 

보국문은 북한산성 동남쪽에 있는 암문이다.

산성이 축성된 1711년(숙종 37)에 지어졌으며, 소동문 또는 동암문이라고도 한다.

평상시에는 백성의 출입문으로 이용되었으나, 전시에는 비밀통로로 사용된다.

 

건너편 칼바위도 이젠 계단이 설치되어 바위를 오르내리던 긴장감도 없어졌다.

등산객의 안전이 우선이니 어쩔 수 없다.

 

평소 대동문 공터엔 등산객으로 왁자지껄 한데, 이른 시각이기도 하거니와 거리두기로 쉼터를 막아 놓아 한산하다.

 

 

북한산성

 

이 산성은 1711년에 북한산에 쌓은 것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뒤 유사시에 대비에 한양 외곽에 성을 쌓자는 논의가 대두되면서 만들어진 산성이다.

당시 완성한 성곽의 길이는 7,620보(步) 즉 21리 60보이며,

지역에 따라 적절하게 축성 방식을 달리하여 성벽을 쌓았다.

성곽 시설로는 군사 지휘소인 장대(將臺)를 세 곳(동장대, 남장대, 북장대)에 만들었고,

성문 6개소(북문,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 대남문, 대서문), 암문은 6개소, 수문은 1개소를 두었다.

성을 쌓는 것을 반대하던 사람들이 문제 삼았던 식수 문제는 99개소의 우물을 파서 해결했다.

저수지도 26개나 만들고, 여덟 개의 창고를 두었다.

성 안에는 승군(僧軍)을 주둔시키기 위한 사찰을 여러 곳에 두었는데,

승군 총섭이 머물던 중흥사는 규모가 136칸에 달했다.

1712년(숙종 38)에는 상원봉 아래의 130칸 규모의 행궁과 140칸에 이르는 군창(軍倉)을 지었다.

근래에 훼손되었던 대서문, 대남문을 보수하였고, 대성문, 대동문, 보국문, 동장대 등은 다시 지었으며,

성곽과 여장 등도 보수·정비하였다. (안내문)

 

왼쪽 대동문과 능선 뒤로 노적봉 약수암 릿지, 백운대, 만경대, 용암봉, 인수봉이다.

 

동장대

 

동장대는 북한산성의 동쪽에 있는 장대로 1711년(숙종 38년)에 지어졌다.

장대는 장군의 지휘소로 북한산성에는 동장대 외 남장대 북장대가 있었다.

현재는 동장대만 남아 있다.

동장대는 최고 지휘관이 사용하던 곳으로 장대 중에서도 가장 중요시되었다.

장대의 평면은 정방형이며, 중층 구조로 아래층은 벽 없이 트여 있어서 지휘하기에 편리하도록 했다.

위층은 창으로 막아 방을 만들어 사용했다.

장대의 구성이나 모습은 수원 화성의 서장대와 거의 같다.

이 장대는 소실된 것은 1996년에 복원한 것이다. (안내문)

 

동장대를 지나 기룡봉에서 보는 백운대 일원 

 

당겨본 용암봉, 만경대, 인수봉, 백운대, 약수암 릿지

 

왼쪽은 노적봉

 

용암문

 

북한산성 대동문 북쪽에 있는 암문으로, 산성이 축성된 1711년에 지어졌다.

용암봉 아래에 있어서 용암봉 암문이라고도 부른다.

보국문과 달리 성 내부 쪽을 홍예형으로 만들었다. 

상부 여장은 무너졌던 것을 1996년에 새로 복원한 것이다. (안내문)

 

지난달에 노적봉 인근에서 60대 등산객의 추락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있었다.

늘 다니던 데가 아니라 다른 바위를 타고 노적봉에 오른다.

사망 사고가 있으면 가족들이 쉽게 보내지 못하니 영혼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구천을 맴돈다.

누가 사망하든 너무 슬퍼하지 말고 맘 편히 보내야 안식을 얻으며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그분의 슬픈 영혼이 아직 머무를지 몰라 노적 서봉은 오르지 않는다.

이 소나무 앞으로 노적 동봉을 올라섰다. 

 

좀 전 소나무 앞에서 만경대를 잡으니 위쪽 바위의 소나무가 딸려와 근사한 풍경이 된다.

 

동봉 정상에서 보는 만경대

 

이번엔 백운대와 인수봉이다.

마른 폭포를 지나 여우굴을 통과해 말바위 위쪽으로 백운대를 올라가던 게 엊그제 같은 데, 이젠 갈 수 없다.

마지막 백운대와 연결되는 와이어로프 구간을 모두 잘라내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여우굴도 한번 가 보고 싶으나 여우굴만 뻘쭘하게 가기도 그렇다.

 

북한산성 중 천혜의 지형 중 하나인 염초봉은 그 자체로 산성이다.

저 염초봉에도 많은 땀과 용기가 밴 곳이다.

맨손으로 책바위를 넘나들던 곳인데, 마지막엔 용기가 안 나 내려서질 못했다.

이젠 추억으로 간직할 곳이다.

 

여기까지가 노적 동봉에서 담은 주변 풍경이다.

 

서봉과 동봉 사잇길로 약수암 터 방향으로 하산하려고 길을 찾으니 숲이 우거져 보이지 않는다.

전에 두어 번 오르내렸던 곳인데, 눈이 침침해졌는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노적사 방향으로 방향을 돌려 노적봉을 반 바퀴 돌아 북장대 방향으로 길을 낸다.

 

일견 코로나처럼 보이는 산부추, 코로나가 왕관을 뜻하니 멋진 모습이기도 하다.

 

미역취

 

남동쪽으로 내려가며 보는 노적 서봉

 

 

 

노적봉에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올라가고 또 대기 중이다.

하루 종일 암벽에 매달리냐, 아니면 하루 종일 걷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북장대 방향으로 내려가며 보는 노적봉

 

백운대에 휘날리는 태극기가 보일 정도로 날씨가 좋다.

언제 눈 맞추러 다시 오마.

 

염초봉은 앞쪽에 소나무 숲 속에 있는 작은 봉우리를 오르겠다고 별렀는데, 기회가 없었다.

아쉬움 하나 점처럼 남긴다.

 

상운사(祥雲寺)

 

한국의 약사여래 부처님 성지는 대구 팔공산 갓바위, 경주 백률사, 북한산 상운사 약사굴(1497년)을 꼽는다.

약사여래불 성지는 '약사여래 부처님이 계시는 성스러운 곳'이란 뜻으로

이곳에서 기도하면 그 어느 곳보다 약사여래 부처님의 가피를 잘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내문 일부)

 

상원사와 아래쪽 대동사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원효봉

 

 

 

계곡 건너 대동사를 지난다.

한 칸 위 상운사는 쉽게 들어가겠는데, 대동사는 왠지 어렵다.

 

상운사도 코로나-19로 막혀 밖에서 염초봉을 바라본다.

등 위로 갈기가 달린 무슨 동물처럼 보이기 때문인지 우측 끝에 말바위가 있다.

 

원효봉과 염초봉 사이 안부에 놓인 북문

 

염초봉 오른쪽으로 백운대이다.

 

백운대 옆으로는 만경대와 노적봉, 여기까지는 염초봉이 가장 높아 보인다.

 

한 칸 위 원효봉에서 보는 백운대가 이제야 맏형임을 알겠다. 

 

 

원효봉(元曉峰)

 

북한산성은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를 연결하여 쌓은 선성으로 길이는 11.6km이며 내부 면적은 5.3㎢에 달한다. 
북한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후 한양에 있는 도성의 외곽을 지키기 위해 쌓은 것이다.
산성 공사는 1711년 4월 3일에 시작하여 6개월 만인 10월 19일에 끝났다.

이것은 삼군문(훈련도감, 금위영, 어영청)이 각각 영역을 분담하여 성을 쌓은 결과이다.
성벽은 평지, 산지, 봉우리 등 지역에 따라 높이를 달리하고 있다.

이처럼 성벽의 높이를 지형에 따라 달리 한 점,

성문의 여장(공격과 방어를 위해 낮게 쌓은 담)을 한 장의 돌로 만든 점,

옹성과 포루를 설치하지 않은 점,

성곽을 이중으로 쌓아 보강한 점 등은 다른 산성과 구별되는 북한산성의 특징이다.

원효봉은 북한산 해발 505m 위치의 봉우리이다.

원효봉이라는 이름은 봉우리 아래의 원효암에서 유래하였다.

원효봉 정상에서 보이는 봉우리는 왼쪽으로부터 영취봉,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 나한봉, 나월봉,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 의상봉이다.

원효봉 정면에서는 장대(군사 지휘본부) 중 북장대 터가 보이고, 아래쪽으로는 대서문,

하창지(전란을 대비하여 양곡을 보관하던 창고) 등 산성의 서쪽 지역을 볼 수 있다. (안내문)

 

원효대사가 수행했다는 이 원효대는 의상능선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암봉이다.

 

원효대 양쪽 오르내리는 계단은 바위를 직접 다듬어 만든 것이다.

 

원효대에서 바라보는 백운대 방향이다.

선명한 바위는 염초봉(영취봉), 정상이 백운대, 왼쪽으로 흘러내리며 불쑥 튀어나온 곳인 인수봉

제일 아래쪽 끝은 숨은벽 능선이다.

 

원효대를 내려서서 조금 진행하다 왼쪽 방향으로 바위를 타고 내려가 원효암으로 나간다.

 

원효암

 

원효암은 원효대사가 수행했다는 원효봉 아래에 있는 암자로 북한산성을 쌓을 때 지어졌다.

북한산성의 수비와 관리는 병사들과 승려 병사인 승군이 함께 맡았는데,

이 승군의 주둔을 위해 1711년(숙종 37)에 북한산성을 쌓으면서 11개의 사찰과 2개의 암자를 새로 지었다.

이때 지어진 10개의 사찰은 용암사, 보국사, 보광사, 부왕사, 서암사, 원각사, 국녕사, 상운사,

태고사, 진국사(현 노적사)이며, 2개의 남자는 원효암과 봉성암이다.

원효암은 7세기 후반에 원효대사가 좌선에 수행했다는 원효봉 아래 있다 하여 부쳐진 이름이라 전한다.

원효암 근처에는 원효가 좌선했다는 원효대가 있고,

원효암에서 보는 낙조는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성호 이익이  '삼각산 8경'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안내문)

 

원효암 뒤를 지키는 사천왕

 

서암문

 

1711년(숙종 37) 북한산성 성곽을 축조하면서 설치한 여덟 개의 암문 중 하나이다.

암문은 비상시에 병기나 식량을 반입하는 통로였으며, 때로는 구원병의 출입구로도 활용됐다.  
주로 적의 공격이 예상되는 취약한 지점에 설치하였다.

서암문도 창릉천에서 쉽게 오를 수 있는 구릉의 정상부에 위치하고 있다.
서암문은 여느 암문과 마찬가지로 성문 상부에 문루(門樓)를 설치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암문 출입구가 네모난 형태를 보이는데 서암문은 외관상 무지개 모양의 홍예(虹蜺) 형태를 띠고 있다.
문 내부에는 문짝을 달았던 지도릿돌과 장군목이라는 빗장을 건너질렀던 방형의 구멍이 남아 있다.

서암문의 주변은 지영이 낮고 험하지 않아 취약지대에 속했다.

이를 감안해 다른 성벽에 비해 높게 쌓았다.

또한 성문과 연결된 성벽을 ㄱ자 모양으로 돌출시켜 접근하는 적을 측면에서도 공격할 수 있도록 했다.
서암문은 성내에서 생긴 시신을 내 보내는 문이라 해 시구문이라고도 불렀다.  (안내문)

 

서암문을 지나며 성벽길을 따라 북한산성 주차장으로 방향을 튼다.

산성 벽면 어느 한 곳이라도 누군가 암호 같은 글자를 새겼을 거란 예감은 들어맞았다.

 

위 두 글자는 윤곽이 흐려 잘 안 보이고, 끝 자는 말(末) 자가 분명하다.

성을 쌓은 어느 백성의 이름이겠다.

 

6개월 만에 쌓은 성치고는 비교적 오밀조밀하게 잘 쌓았다.

 

추석에 고구마를 캐고 와 잠깐 틈새를 이용해 북한산에 다녀왔다.

멀리, 그러나 아주 먼 곳이 아니기에 가끔 딸들과 마주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한동안 못 볼 이별이기에 산과 교감을 위해 노적봉에 올랐다.

정상인 백운대를 비롯해 만경대와 용암봉, 염초봉

살짝 고개를 내민 인수봉, 모두 잘 있거라.

머지않은 장래에 다시 만나자....

 

 

평택으로 이사한다고 어물쩡거리다 1주일만에 블로그를 작성한다.

이틀 안에 블로그를 작성하지 않으면 밀린 숙제처럼 작성하기 귀찮다.

산행할 때 느낌도 다 사라진 뒤라 생뚱맞기조차 하다.

숙제를 끝내고 나니 해방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