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75
2020.10.26. (월) 08:48~14:35 (전체 거리 11.6km, 5시간 46분 산행, 35분 휴식, 평속 2km/h) 맑음
인제 자작나무숲을 보러 온 김에 하루 더 자고 한가한 북한산 단풍을 보기로 한다.
아마도 어제, 그제 주말은 북한산은 단풍을 보겠다는 등산객으로 북새통이었을 것이다.
그런 번잡을 피해 어제 아침 일찍 인제 자작나무숲을 다녀왔고, 오늘은 고즈넉하게 북한산을 오른다.
오늘 북한산 단풍이 중부지방의 단풍 산행으로는 마지막 일정이다.
11월 9일부터 13일까지 1주일간 제주에서 미래설계 교육을 받는다.
교육에 앞서 이번 주 금요일쯤 배에 차를 싣고 제주도에 들어가 한라산 단풍과 오름 등을 볼 생각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까지 제대로 알지 못 한 계곡 탐방도 한 몫할 것이다.
제주도는 까면 깔수록 여러 비경이 튀어나오니 기회가 될 때 그런 비경을 섭렵해야 한다.
북한산 단풍 탐방 코스
이 코너만 돌면 북한산성 역사관 앞 광장이다.
대서문에서 도로를 따라 이곳으로 오는 동안 산 그림자가 진 데다 아직은 단풍이 좋지 않아 사진이 없다.
북한산성 역사관 앞 광장부터 본격적인 단풍이 시작된다.
그러니 앞으로 1주일 정도는 아래쪽 단풍이 볼만하겠고, 좀 더 위쪽은 끝물이다.
산성계곡을 따라 부왕사 암문쪽으로 단풍이 좋으나 국녕사 방향으로 방향을 튼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단풍이 즐비하게 도열해 즐풍을 맞는다.
고맙다, 단풍아....
한월당 대사 승탑
승탑 정면에 "한월당 대선사"라고 새겨져 있지만, 한월당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승탑이 위치한 국녕사가 북한 북한산성이 만들어질 당시 지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조선 후기에 세워져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네모 반듯한 모양의 기단석 위에는 종 모양의 탑신석이 올려져 있는데, 재료는 모두 화강암이다.
이로한 종 모양의 승탑은 고려 후기에 고려 후기에 등장하여 유행하던 형식이다.
탑신은 상단의 어깨 부분이 넓으며, 아래로 내려가면서 조금씩 좁아진다.
탑신에는 오목하게 새겨진 '한월당 대선사'라는 글자 외에는 무늬가 없다.
탑신 위에는 연꽃무늬가 새겨진 봉우리 형태의 조각이 있다.
승탑은 가로 104cm, 세로 77cm, 높이 24cm인 기단 위에 놓여 있으며,
탑신을 높이는 117cm, 탑신의 최대 지름은 67cm이다.
기단의 상단에는 원형의 고임부를 만들어 탑신을 안정적으로 지탱할 수 있도록 했다. (안내문)
국녕사
1711년(숙종 37)에 북한산성을 축성한 뒤, 성
내의 군사 요충지에 사찰 13을 건립하여 산성의 수비와 성곽 관리를 맡겠다.
이런 사찰을 승영사찰(僧營)이라고 하는데,
이곳에 승군을 주둔시키고 무기를 보관하는 창고로 두어 병영의 역할을 겸하게 하였다.
국녕사는 북한산성의 축성과 함께 창건된 승영사찰의 하나로 당시엔 86칸 규모였다.
사찰의 위치로 미루어 의상봉과 용출봉 사이의 성벽과 그 중간에 위치한 가사당암문의
수비와 관리를 맡겼을 것으로 짐작된다.
국녕사는 갑오경장으로 의승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존속했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폐사되었다가 근래 들어 새롭게 조성됐다.
문화재로는 절로 올라가는 계곡 우측에 "한월당 대선사"라는 명문이 새겨진 조선 후기 양식의 사리탑이 있다. (안내문)
국녕사를 오르며 가사당암문으로 가지 않고 능선을 가로지르는 길이 보여 들어선다.
의상능선의 첫머리인 의상봉
다시 정탐으로 들어서 용출봉과 용혈봉을 지난다.
두 봉우리야 즐풍에겐 특별할 것도 없으니 용혈봉 오르며 본 이 용출봉 하나를 대표 사진으로 올린다.
이어서 증취봉 직전에 좌측의 샛길로 들어서서 마음 닿는 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다시 단풍 비경 속으로 들어선다.
이 바위는 북한산성 축성 당시 성벽을 만들기 위해 바위를 자르려던 흔적이다.
북한산에 이런 흔적이 많다.
오늘도 국녕사 뒤로 벽돌 크기로 잘라 놓은 돌무더기를 보았다.
온통 단풍나무 천지다.
나름대로 단풍 군락지를 잘 찾은 셈이다.
고도가 조금 낮아지자 단풍이 막 물들기 시작하는 곳이다.
북한산도 웬만한 산 못지않게 단풍이 좋다.
단풍이 좋다기보다 단풍나무 군락지가 많아 멀리 가지 않고도 곳곳에서 이런 단풍을 쉽게 볼 수 있다.
붉게 타오르는 불구덩이 속이라면 아비규환이겠지만, 이런 단풍숲을 걸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이 숲은 어딜 보아도 온통 단풍뿐이다.
빈틈없는 단풍이다.
부왕사 암문 길에서 내려와 부황사터로 들어간다.
어느 부부가 예쁜 아내를 모델로 사진을 찍는다.
부황 사지라고 하지만, 움막을 짓고 터를 잡았으니 언젠가 새 건물이 들어설 것이다.
주변엔 온통 단풍나무라 사찰이 들어서도 볼만 하겠다.
부황사에서 중흥사 가는 방향을 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간다.
북한산 백운대 일원도 보이고...
단풍 사진을 모두 담으려면 끝이 없다.
대부분을 버리고 겨우 50여 장 조금 넘게 압축했다.
이분들도 올라가며 연신 감탕이다.
산영루
산영루 지나 중흥사 뒤로 돌아 노적사로 가려는데, 길이 너무 안 좋다.
옆으로 돌아 노적사 가는 길과 만나 노적사로 이동한다.
노적사로 들어가는 길을 만났다.
노적사에서 바라본 노적봉
노적사 경내의 단풍
노적사 내려서는 길의 단풍 모습
노적사에서 바로 길로 내려서지 않고 암벽꾼이 노적봉 가는 길로 들어서서 어디든 무작정 걷는다.
그렇다고 노적봉 가는 길을 아니고 걷다 보니 중흥사로 내려가는 북한산성 낮은 성벽을 넘는다.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많은 갈래길 중 하나를 골라 호젓하게 걷는다.
이쪽은 아직 녹색이 더 우세한 지역이다.
어떤 곳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이곳은 오직 즐풍만이 독점하는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다.
혼자 신났다.
이 단풍잎 참 멋지게 붉다.
오늘 본 단풍 중 최고의 색상이다.
하산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즐풍에게 바람처럼 나타난 행운이다.
중성문을 조금 지난 곳으로 개울을 넘어 정탐 코스와 만났다.
딸 집에서 하루를 더 묵고 난 여정에 만난 단풍은 지금껏 본 북한산 단풍 중 최고였다.
짧게 스치듯 지나가는 가을은 내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못내 아쉬워 가슴에 붉은 핏덩이를 남긴다.
이번 주말부터 약 3주간 제주도 여행과 올라오는 길에 주변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블친님들과는 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내내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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