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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공원 탐방/북한산

작은딸 무릎 시큰거림으로 힘들었던 북한산 의상능선

by 즐풍 2020. 9. 22.

2020_62

 

 

2020.9.20. (일) 08:28~16:22 (전체 거리 13.7km, 전체 시간 7:52, 휴식 시간 2:32, 평속 2km/h) 맑음

 

 

10월 6일 평택으로 이사 가기에 앞서 막내딸이 어제 단출하게 직장 근처로 이사했다.

그제 남한산성 탐방에 나섰던 큰딸은 피로를 풀기 위해 하루 더 쉬기로 해 작은딸과 함께 산행한다.

오늘 산행은 북한산에서도 가장 풍광이 좋고 봉우리가 많아 산 타는 재미가 좋은 의상능선이다.

막 산행에 입문한 딸이라 산성계곡으로 오른 후 문수봉부터 의상능선으로 하산하며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의상능선의 최고봉인 문수봉은 해발 727m이고 막내인 의상봉은 502m이다.

들머리인 북한산 탐방지원센터가 해발 30여 m에 불과한 데다, 바윗길이라 의상봉까지 오르는 게 무척 힘들다.

더욱이 문수봉까지 고도 727m를 높이며 상원봉(715봉)까지 여덟 봉우리를 오르려면 초행자로선 진이 빠진다.

초심자는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북한산성 계곡을 통해 문수봉을 오른 후 의상능선으로 하산하는 게 가장 쉽다.

 

이사에 앞서 추석 명절이 끼어 앞으로 딸과 산행할 기회는 기껏해야 한번 정도밖에 없다.

생각 같아선 주말 이틀 내내 산행을 하고 싶어도 감당할 체력이 안 되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두 딸이 아빠 없이는 길을 몰라 산행하기도 힘들겠단 말을 나누었다고 한다.

남자는 겁 없이 혼자라도 산행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 한 여성이라 산행 동력이 떨어질까 걱정된다.

 

 

□ 북한산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의 자연공원인 북한산 국립공원은 1983년 우리나라 15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면적은 76.922㎢로 우이령을 경계로 하여 북쪽으로는 도봉산 지역, 남쪽으로는 북한산 지역으로 나뉜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화강암 지반이 침식되고 오랜 세월 풍화되면서 곳곳에 깎아지른 바위 봉우리와

그 사이로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계곡들을 이루고 있다.

또한, 2,000년의 역사가 담긴 북한산성을 비롯한 수많은 역사, 문화유적과 100여 개의 사찰, 암자가 위치하여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역사 문화 학습의 장이 되고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북한산 의상능선 등산코스

 

중흥사에서 운영하는 작은 카페 앞 장독대를 화분으로 이용했다.

 

집에 딸이 신던 흰 운동화를 이렇게 화분으로 꾸미면 좋겠다.

비가 오면 빗물을 먹고 자연 그대로 사는 싱그런 모습이 아름답다.

 

그 작은 카페에서 즐풍은 파인애플 주스를, 작은딸은 자몽 주스를 먹었다.

한 잔에 4,000원이나 상점과 달리 실물이 많이 들어 있어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중흥사에서 보시용으로 쓰인다니 일종의 이웃 돕기인 셈이다.

 

쉬엄쉬엄 어렵지 않게 대성암까지 올라왔다.

문화재 발굴공사로 한동안 닫혔던 문이 살짝 열려 사진에 담는다.

 

대남문에 오름으로써 본격적인 능선에 접어들었다.

문수봉까지만 오르면 봉우리를 타고 오르내리며 북한산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의상능선을 맛볼 수 있다.

 

대남문은 몇 달 전 복원 공사할 때 단청까지 끝내 산뜻한 느낌이 좋다. 

 

 

 

끙끙거리며 문수봉에 오르니 사방으로 트인 조망이 시원하다.

동쪽은 보현봉으로 막혔으나 남쪽은 훤히 열려 서울 시가지가 시원하게 보인다.

날씨는 맑으나 부연 가스층으로 먼 풍경은 흐린 게 흠이다.

 

문수봉 아래 자리 잡고 점심 먹으며 찍은 아래쪽 풍경

 

연화봉의 횃불 바위 등 일군의 암봉 

 

문수봉 전망바위 

 

문수봉을 내려와 청수동암문을 거쳐 의상능선으로 하산한다.

엊그제 본 남한산성의 제6암문은 겨우 한 사람이 어깨를 숙이고 드나드는 좁은 문이었다.

청수동암문은 여느 북한산성 암문과 달리 평거식으로 반듯하게 설치되었는데,

두세 명이 꼿꼿이 서서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상원봉(715봉)에 바라보는 나한봉과 치성

나한봉은 생략하고 능선 따라 내려간다.

 

하산 방향의 왼쪽은 나한봉, 증취봉, 용혈봉, 용출봉, 의상능선이 굴비 엮이듯 몰려 있고,

오른쪽 뒤로 원효봉이 큰 암봉을 내보인다.

 

나월봉의 암봉 군락 

 

에스컬레이터 바위를 오르려는 데, 10여 명의 등산객이 지나간다.

그들이 다 지나갈 때까지 양보하고 천천히 오른다.

입체감이 없는 평면 사진이라 가파르게 보여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윗부분 바위틈을 지날 땐 어깨에 부딪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에스컬레이터 바위 상단에서 내려다본 풍경 

 

반대편에서 에스컬레이터 바위로 들어오는 일종의 통천문인 셈이다.

 

에스컬레이터 바위에서 통천문까지 약 30여 m는 까마득한 절벽이나 발 디딜 정도의 공간이 있다.

조심조심 건너야 한다.

 

통천문을 지나 공간이 트인 곳에서 내려갈 방향을 잡는다.

저 봉우리 하나하나를 다 오르내려야 한다.

 

산행을 함께하니 산행 내내 할 얘기가 많다.

자녀들과 소원하다면 산행이 관계를 원만하게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증취봉을 배경으로 한 컷

 

증취봉 나무 그늘에서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를 배경으로 다시 한 장 찍는다.

 

 

 

왼쪽 용출봉과 오른쪽 용혈봉 

 

용혈봉 정상에서 용출봉과 의상봉을 배경으로 넣는다.

 

용출봉을 오를 때 딸이 무릎이 시큰거린다고 한다.

집안 내력으로 무릎관절이 약한데, 운동신경이 좋아 초등학교 때 중장거리 달리기로 학교 대표선수였다.

저런 야리야리한 몸매로 중장거리를 달린 여파가 오늘 산행에서 나타난다.

용출봉을 넘어 의상봉은 생략하고 바로 가사당암문에서 국녕사로 하산한다.

 

용출봉 오르며 뒤 돌아본 용혈봉

 

용출봉 오르는 마지막 구간

 

가야 할 의상봉이다.

의상능선을 오르는 첫 봉우리이자 하산 구간의 마지막 봉우리다.

오를 땐 고도 470여 m의 된비알을 올라야 하므로 산행 경험자도 힘든 코스다.

그렇다고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가파른 경사 대부분이 바위이기에 무릎에 많은 부담을 준다.

의상봉 하산은 생략하고 가사당암문에서 바로 국녕사 계곡으로 하산한다.

 

의상봉과 건너편 원효봉 

 

국녕사에서도 한참을 더 내려가며 지척인 염초봉과 백운대를 잡는다.

북한산도 머지않아 그리움으로 남을 산이다.

 

북한산 역사관 앞 쉼터에서 바라보는 백운대와 만경대

 

원효봉 

 

오늘 산행에서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서암사 전경이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사찰이니 앞으로 찾는 탐방객이 많이 늘겠다.

 

두어 번 딸과 북한산에 가겠다고 나섰으나 비로 인해 불발됐다.

이제야 때가 맞아 북한산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의상능선을 하산 코스로 잡았다.

쉽다고 생각한 산행이 딸의 무릎 통증으로 의상봉은 숙제로 남겨야 했다.

끊임없는 등산으로 무릎이 강건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