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_01
2020.01.04. 토 11:35~15:06 (전체 거리 5.56km, 전체 거리 03:31, 평속 1.7km/h, 휴식 시간 20분) 맑음
새해 첫날 북한산에서 일출을 보려고 했으나 날씨가 흐리다기에 집에서 잘 쉬었다.
가끔은 이렇게 쉬는 것도 좋다.
금년 첫 산행을 어디로 갈지 카페 산악회를 이리저리 뒤져봐도 갈만한 산이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거제도 산방산이 눈에 띈다.
어?!
산방산이 거제도에도 있었어!
섬 산이 대개 그렇듯 적당한 암릉에 바다까지 조망되는 멋진 산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2020년 새해 벽두부터 먼 데 산행을 나서게 됐으니 올해는 대체로 원거리 산행을 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100대 명산을 완등하고 나면 마땅한 산행지를 찾기가 점점 어렵다.
산행지를 200대, 300대 명산으로 지평을 넓힌다고 해도 성원 미달로 취소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가끔 눈이 번쩍 뜨이는 산행지가 숨은 보석처럼 발견될 때의 기분은 최고다.
2020년은 그동안 미뤄왔던 섬 산행을 하러 많이 갈 예감이 든다.
육지 산이야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이 아니면 별반 차이는 없다.
간혹 멋진 산이 나와도 성원 부족으로 불발되기 일쑤니, 욕심을 채울 수 없다.
하지만 섬 산은 작아도 아기자기한 맛이 좋아 은근히 기대된다.
산방산(山芳山)
거제시 둔덕면 산방리에 있는 산으로 높이 507.2m로 정상엔 큰 바위 세 개가 하나의 산봉우리를 이룬다.
가뭄이 심할 땐 정상 10m 아래의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석간수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기우제단 아래쪽엔 벼락바위와 약수터가 있고, 임진왜란 때 옥씨가 피난했다는 옥굴, 삼신굴, 베틀굴 등이 있다.
삼봉분지의 흙 색깔은 다섯 가지 빛이 난다고 해 오색토라 부른다.
들머리에는 청마 유치환 시인의 생가가 있고 산골짜기엔 보현사가 자리 잡고 있다.
정상엔 암봉이 우뚝 솟았고, 능선을 따라 이어지며 작은 암봉을 만들기도 한다.
정상 주변엔 철쭉, 진달래 등이 많아 봄철엔 탐방객이 많이 찾는다. (거제시청 홈페이지 편집)
산방산 등산코스
팽나무 보호수
나무 나이: 350년, 지정 연도: 1997, 나무 높이: 18m, 나무 둘레:3.5m
팽나무는 곰솔과 함께 짠물과 갯바람을 버틸 수 있는 나무로 유명하다.
내륙지방에서도 자라기는 하지만 바닷가에서 심고 가꾸는데 가장 적합하다.
우리나라의 보호수로 지정되어 산림청의 관리를 받는 고목 1만 3천여 그루 중 팽나무는 약 10퍼센트인 1,200본으로서
느티나무 7,100본 다음으로 많다.
이 중 대부분은 전남, 경남, 제주에서 자란다. (박상진 저, 우리나라 나무의 세계1 발췌)
청마기념관은 팽나무 보호수 옆 건물이다.
시간이 많으면 들려보면 좋겠지만, 산행에 주어진 시간은 세 시간 50분이라 겉만 보고 산행에 돌입한다.
청마 생가
회원들은 산행 안내대로 청마유치환 묘소로 올라갔으나, 산행 준비로 지체해 삼거리로 바로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본 정상 일대의 암릉이 멋지게 다가온다.
조망이 트인 바위에서 좀 전에 산행을 시작한 마을을 본다.
가운데 파란 지붕이 높게 솟은 건물이 청마기념관이다.
한결 가까워진 산방산
일부 구간을 생략하고 마을에서 농로를 따라 질러오는 바람에 이 암봉 아래까지 단연 선두였다.
암봉에 다다를 무렵 두 명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즐풍을 추월한다.
그중 한 명은 산행에서 자주 본 회원이고, 다른 사람은 처음인데 일반 복장에 하얀 고무신을 신었다.
산방산뿐 아니라 모든 산엔 바위가 얼마간 있기 마련인데, 고무신으로 등산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신발 바닥이 얇아 밑창으로 전해지는 모래는 물론 자갈이나 바위의 느낌이 그대로 발바닥에 전달된다.
그 느낌이 발바닥의 경혈을 자극해 오장육부에 전해져 자극되면 건강에 좋긴 하겠다.
전에 설악산에서 슬리퍼로 산행하던 사람을 우연히 두 번이나 마주쳤는데, 이번엔 고무신이라니...
즐풍은 무릎 아프단 핑계로 속에 깔창 하나를 더 깔고 다녀도 불편하다고 투정인데, 그분은 정말 대단하다.
산방산은 거대한 암릉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산이다.
산행도 불꽃처럼 강렬하게 시작해 정상만 찍으면 금새 사그러진다.
암릉을 오르고 난 뒤 반대편으로 내려가 정상을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혼자 내려간다.
하지만 조망할 수 있는 봉우리는 있으나 나무가 시야를 가려 더 내려가지 않고 다시 올라가야 했다.
나무로 가려진 정상 방향
잠깐 내려갔다가 올라오며 옆에 있는 바위에서 진행 방향을 담는다.
이 사진 말고도 앞으로 혼자만 담은 여러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왼쪽 봉우리가 낮아 보여도 산방산 정상이다.
정상에서 인증샷을 하는 회원들
정규 등로로 가다 보니 까다로워 보이는 암봉을 우회하게 되어 있으나 무조건 올라간다.
그 암봉은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낭떠러지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시야조차 가릴 나무가 없어 조망이 좋다.
암을 두 칸을 건너뛴 곳의 산방산 정상엔 표지석을 배경으로 인증샷 찍는 풍경도 보인다.
올라온 방향
이 역시 우회하여 지나온 암봉으로 세 개의 암봉이다.
모두 단애 절벽이라 우회해야 했는데, 나중에 다리를 설치하면 더 많은 등산객의 사랑을 받겠다.
나중에 하산하며 찍은 사진을 보면 어떤 모습인지 알게 된다.
서두에 거제시청의 산방산 안내문을 편집한 게 있으나 정상에 설치된 안내문을 다시 옮긴다.
산방산
산방산은 둔덕면 옥동, 산방과 거제면 송곡마을 뒷산이다.
산 정상이 온통 바위산으로 마치 금강산을 보는 듯 하고, 신라 시대 귀절암(貴絶庵)과 설매암(雪梅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산의 생김새는 메 산(山) 자 같이 생겼으며, 3개의 봉우리가 붓 통에 꽂혀 있는 모양같이 보여 거제의 필봉이라 한다.
산 정상을 돌아 바위틈을 타고 가면 오색 터가 있다.
바위틈 아래 물이 나오는 샘을 무지개 터라 하며, 산방쪽으로 내려가면 임진왜란 때 옥씨가 피난했다는 옥굴이 있다.
그 아래 염소굴, 베틀굴, 미륵굴이 있다.
산방산 진달래 군락지에서는 매년 삼월 삼짇날 축제를 하며, 원근 각지에서 많은 사람이 이 산에 올라 소원을 기원하는 명산이다.
가까운 곳은 맑게 보이나 먼바다는 역광인 데다 가스층까지 있어 흐리다.
산달도로 연결된 연륙교가 보이고, 더 멀리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 대승을 거둔 한산도도 보인다.
대봉산 방향
좀 전에 우회했던 암봉을 전망대에서 다시 본다.
삼봉(三峯) 정상부 분지에는 봄철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가 수억 년 쌓여 청, 황, 적, 백, 흑색의 다섯 색깔 흙층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천하 대명지로 알려져 보름달 밤에 암매장하면 그 후손은 흥하나 대한 가뭄이 계속되었으니,
마을 사람들이 올라가 그 암장묘를 발굴했다고 전해진다. (안내문)
오색토가 있다는 곳인데, 낙엽이 깔린 데다 사실 본다고 해도 뚜렷이 구별할 수 없다.
정상을 앞에 두고 혼자 올라갔던 암릉을 하산길에 숲을 뚫고 들어간 조망에서 다시 본다.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즐풍이 올라갔던 그 장소에 동향 사람인 치악산님도 올라갔다.
치악산님이 그 자리에 있어 그림의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
이 얼마나 멋진 풍경인가...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흘러내리는 암봉
저 바위로 건너가 밀어서 굴려보려고 했는데, 갈 방법이 없다.
조금 더 남쪽으로 이동해 사진이 잘 나올 만 한 조망처에서 다시 잡으니 세 봉우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맨 우측 봉우리가 좀 전에 치악산님이 있던 그 암봉이다.
산방산(山芳山)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화초의 꽃다운 느낌이 사방으로 퍼진다는 산이다.
인구가 별로 없던 예전엔 온갖 야생화가 유난히 많아 산방산이라 이름이 붙었겠다.
지금도 봄엔 철쭉꽃이나 진달래꽃이 많다고 하니 여전히 이름값을 하는 셈이다.
부처굴
이곳은 부처굴 또는 삼신굴이라 부른다.
신라시대 때부터 이곳 굴 밑에 절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원래 삼존 석조좌불이었으나 해방 후 석가모니불의 머리가 훼손당하고,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불은 도난당하고 없다.
지금은 가끔 찾는 신도와 박쥐만이 서식하고 있다. (안내문)
굴 내부엔 조화와 제수는 물론 천 원권 지폐 몇 장이 어지럽게 뒹굴고 있다.
안내문은 무속과 관련해 촛불을 켜지 말라는 경고도 있는 걸 보면 간간히 촛불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나 보다.
이런 건기엔 조그만 불씨가 큰 화재를 일으킬 수 있으니 산에선 담배도 피지 말아야 한다.
이 삼존불 뒤로도 굴은 얕고 길게 연결돼 있으나 기어가야 할 만큼 좁다.
하산길에 처음 만났던 암릉을 보기 위해 능선을 따라 다시 올라간다.
그때 주어진 마감 시간인 15:20까지 불과 50분밖에 안 남았다.
거친 숨 몰아가며 암릉을 어렵게 올라갔으나 결국 조망할 수 있는 높이까지 이르지 못하고 시간상 하산해야 했다.
이 앞은 낭떠러지다.
하산길에 만난 평탄한 암봉
평탄한 암봉에서 삼봉산 정상을 조망한다.
하산길에 올랐던 맨 우측 암봉은 8부 능선까지 오르다 하산한 것이다.
우측에 보이는 저 달이 다 영글고 이지러진 다음 새달이 돋을 때 기다리던 설날이 돌아온다.
어려서야 세뱃돈 욕심이 기다리기도 하겠지만, 요즘은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와 여러 관계를 이어가야 하니 부담이다.
현관을 나서면서부터 산행지까지 약 다섯 시간 이동에 산행 시간은 불과 세 시간 반밖에 안 된다.
왕복 열 시간을 차에 갇혀야 하니 산행보다 이동이 더 힘들고 불편하다.
세 시간 산행에서도 이런 암릉에 혹한 볼거리를 위한 긴 여정인 셈이다.
그래도 임팩트 있는 이런 암릉을 보는 재미에 온전히 하루를 투자했다.
산방비원 주차장에 산악회 버스가 있다.
산방비원은 여러 조경수와 화원이 볼만하다고 하는데 어른 이용요금은 8천 원이다.
제법 볼거리가 풍부해, 한 시간 이상을 할애해야 제대로 본다고 한다.
시간이 충분하면 볼 수 있겠으나 하산 후 10분 만에 버스는 예정 시간보다 빨리 출발했다.
모두가 바람처럼 빠르게 산행한 덕분이다.
하산 지점에서 200m쯤 오르면 보현사가 있다는 데, 하산길에 암봉으로 오른다고 시간이 없어 생략한다.
주차장에서 다시 보는 삼방산
산행 거리라고 해봐야 5.6km 남짓한 거리를 여기저기 쏘다니다 보니 3세간 30분이 훌쩍 넘었다.
산행으로 치기엔 너무 짧은 거리라 내일 가까운 북한산을 더 다녀와야겠다.
보통 사람이 이 블로그를 보고 암릉 풍경에 혹해 산행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절반 가까운 사진은 남들 가기 어려운 조망처를 찾아내 숲을 뚫고 들어가 찍은 사진이기 때문이다.
여느 블러그를 통해 보는 풍경이 일반적이다.
굳이 찾는다면 낙엽이 지고 수풀이 다 진 이런 겨울이 숲을 뚫고 들어가기 쉬우므로 산행 적기다.
새해 첫 산행을 가장 먼 데 산인 거제도 산방산으로 시작했다.
'■ 지역별 탐방 > 경상도·부산·울산·대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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