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지역별 탐방/경상도·부산·울산·대구

경남 함양의 오봉산과 옥녀봉 천령봉

by 즐풍 2019. 8. 6.






2019.07.28. 일  10:54~16:07(전체 시간 05:13, 휴식 시간 29분, 전체 거리 13.5km, 평균 속도 2.8km/h, 시작 고도 500m)



이번 주부터 매주 금요 무박으로 설악산으로 갈 생각에 설악산을 신청했다.

35명 넘게 신청한 설악산도 비가 온다고 대부분이 취소하다 보니 성원 부족으로 결국 산행도 취소됐다.

근교 산행을 하자니, 중부지역은 주말 내내 비가 온다기에 비 소식이 없는 남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설악산을 갈 수 없으면 대타로 함양의 오봉산을 찜해뒀으나 지리산 칠선계곡이 자꾸 눈에 밟힌다.

며칠 전 태풍 다나스가 지나간 데다 이후에도 계속 비가 내려 계곡에 많은 물이 흐를 테니 계곡 산행으로 그만이다.

함양 오봉산은 잘 안 나오는 산이라 이번에 빠지면 언제 기회가 다시 올 지 몰라 결국 오봉산으로 방향을 튼다.


오봉산이나 칠봉산, 팔봉산, 구봉산 같이 뾰족뾰족한 봉우리 개수로 지어진 산이 전국엔 제법 많다.

오봉산을 검색하면 춘천, 임실, 양산, 조치원, 보성, 강릉 등 여러 지역의 오봉산이 따라 올라오니 모두 궁금해진다.

춘천 소양강에 발을 담근 오봉산이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으나 그외 오봉산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한자권 중에서도 중국과 한국은 산이나 사람 이름을 거의 세 글자란 한계로 같은 이름이 수없이 많다.

올해 4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표한 "전국 산 높이 및 위치 자료"를 찾아보니 7,367개 산이 제공된다.

제공 자료가 PDF 화면이라 일일이 오봉산 개수를 확인할 수 없으나 위에 안내한 지역 보다 많을 것이다.



함양 오봉산 등산 코스


 



흥부 고향마을

이곳은 남원시 인월면 성산마을로 "흥부전"의 발상지다.

흥부가 제비노정기의 전설에 의하면 '전라도는 운봉이요, 경상도는 함양이라, 운봉, 함양 두얼품에 흥부가 사는지라'라는

대목과 이곳 마을의 유래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이 마을의 유래는 흥부의 고향마을이 틀림없다. (안내문)


산행은 이 흥부 가족을 형상화한 성산마을 입구에서 시작한다.


 

일종의 방사탑을 이 마을 성황(당)으로 이용하고 있다.

마을의 기가 약한 곳에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 쌓은 것으로 성산마을임을 알리기도 한다.  



석장승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인 남근석

산정에 옥녀봉이 있다보니 마을엔 남근석을 설치해야 음양의 조화가 맞다고 생각했나보다.

옥녀봉이래야 이름일 뿐 오봉산은 암봉이 제법 많아 양기도 어느 정도 있는 산이다.



흥부마을로 알려진 성산마을이다.

마을 앞엔 이런 저수지가 있어 오봉산의 양기를 이 저수지가 상쇄시킨다.





흥부네 자식이 많은 이유가 뭘까?

어느날 배고픈 흥부가 놀부네 집에 갔는데, 마침 형수가 부뚜막에서 밥을 푸고 있었다.

흥부가 밥이라도 얻어 먹을까 싶어 그윽하게 형수님 하고 부르자 형수가 누구냐구 대뜸 묻는다.

"흥분데유~"하자 형수 보고 흥분댄다며 주걱으로 싸다귀를 올려 부쳤다.

맨날 이렇게 흥분대는 흥부이다 보니 자식이 많을 수밖에...


조금 더 오른 곳에서 보는 흥부마을



오봉산 암봉 두 개는 바위라 눈에 잘 띈다.

오른쪽 두 암봉 왼쪽에 표도 잘 안 나게 있는 봉우리가 오봉산 정상이다.




왼쪽에 있는 봉우리는 오봉산 가기 전 봉우리로 뒤쪽 능선을 가렸다.

오봉산 정상은 잘 표가 나지 않지만 정상부터 오른쪽으로 다섯 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정상에 오른 후 화강암 바위인 2봉과 3봉을 각각 다녀온다.






최근에 설치한 이 나무계단의 난간은 너무 얇아 하중을 별로 이겨내지 못한다.

겨울에 눈에 미끄러지며 난간을 잡으면 힘을 못 받으니 위험할 수 있겠다.






올라가는 길에 바로 바위를 타고 오르는 곳이 있으나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별로 없어 길이 잘 난 우회로를 이용했다.

능선에 오른 후 바로 올라오는 길이 히미하게 보여 내려가다 보니 잡목이 우거져 통행이 많이 불편하다.

겨우 숲을 헤치고 300여 m 내려왔으나 겨우 이 사진 외 볼 게 없다.



이제야 오봉산 정상이 제대로 눈에 띤다.









마을에서 2봉으로 연결되는 능선의 암봉이 제법 훌륭하다.

제 능선을 올라타려고 오봉샘을 지나 오불사쪽으로 하산하는데 왼쪽 능선을 잡아탈 길이 안 보인다.

숲을 헤치며 가려고 보니 잡목이 너무 우거져 포기할 수밖에 없다.




오봉약샘

오봉산의 유일한 샘물로 사철 내내 솟는 물이 일정하고 맛이 좋다.

해발 725m에서 솟는 오봉약샘은 게르마늄을 비롯한 몸에 이로운 미량의 원소가 섞여 약수 중에 약수로 알려졌다.

약수터 앞엔 암자가 있던 곳으로 양지 바르고 바람이 적어 추운 겨울에도 땅이 얼지 않았다고 한다.

오봉산 서기가 어린 곳으로 아낙들이 소원을 빌며 제를 올리던 곳이기도 하다. (안내문)



능선에서 400m까지 내려왔으나 건너편 암봉능선으로 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더 지체했다가는 마감 시간에 늦을 거 같아 되돌아 간다.



건너편 능선



나중에 오봉산 정상을 오른 후 저기 보이는 2봉과 3봉까지 내려가 주위 풍광을 둘러본다.








오봉산

오봉산은 고려말 이성계 장군이 황산벌 대첩에 앞서 병사 5천 명을 큰골에 매복시켜 왜구를 대파한 곳으로

바위 능선 중간에 장군대좌라는 지명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옛날에는 기우제를 지내던 성스러운 산이다.

전북 도계에는 신라와 백제의 경계에 쌓았던 해발 553m의 팔령산성이 있다.

등산로가 다양해 종주 산행은 물론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고 코스에 따라선 릿지 산행이나 클라이밍 등을 즐길 수 있다.

또 부드러운 능선길을 따라가면 길 잃을 염려도 없어 가족동반 산행에 그만이다. (함양군청 안내문 편집)




상산(霜山)

오봉산 정상은 화강암 바위로 된 암봉이라 서리가 내린 것처럼 보여 상산(霜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성계와 관련된 역사 외에도 성산은 신라(함양)와 백제(남원)의 경계를 이루던 곳으로 팔령산성(해발 551m)이 있다.

서기 500년 신라 지증왕 때 중국에서 귀화한 오첨을 천령백으로 임명하여 다스리게 했다.

오첨은 우리나라 최초로 소로 밭을 가는 우경법을 전래했고, 그 후손 오광휘가 부원군으로 임명되며 함양 오씨의 시조가 된다.

오씨가 갓을 걸어두고 밭을 갈았다는 데서 유래한 관동(갓거리)마을로 하산할 수도 있다. (안내문 편집)



오봉산에서 하산하는 구간




하산 코스에서 바라본 오봉산 정상



하산하려다 치악산님과 동행인의 목소리가 왼쪽 바위 쪽에서 들려 나도 그곳을 들려 기로 한다.

치악산님은 지난번 운암산에서 뵌 분으로 원주가 고향이자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는데 나와 동향이다.

어제 부산 어느 산을 산행하며 비를 쫄닥 맞고 올라와 신사동 찜질방에서 자고 오늘 오봉산 산행에 나선 것이다.

내일은 또 원주에서 청화산 인근의 어느 장군봉을 간다고 하니 삼일간 연속으로 산행할 만큼 산행 열정이 대단하시다.

아무쪼록 무리없이 산행을 잘 마무리하시길 빈다.




2봉으로 가며 바라보는 오봉산 정상



잠시 후 가게 될 3봉



2봉에서 올라온 능선을 바라본다.



좀 전 오봉샘에서 좀 더 내려가 저 바위 위에서 이곳 2봉과 3봉을 조망했던 곳이다.



이 3봉을 가는 길은 위험하여 막아놓은 곳이다.

새벽까지 비가 내려 바위나 설치된 자일엔 이끼가 껴 미끄럽다.

그만큼 위험하여 등산객이 별로 이용하지 않는 구간이다.









어렵게 3봉에서 잡은 2봉의 모습



폰의 파노라마로 찍은 2봉의 모습

오른쪽으로 두 번째 바위에 걸린 로프를 타고 3봉으로 건너왔다.







치악산님이 포즈를 잡아준다.




2봉으로 다시 건너와 잡아보는 3봉



올라오며 두 군데를 혼자 다녀오는 바람에 남들 보다 약 1.2km 정도를 더 타 맨 후미가 됐다.

저 멀리 보이는 옥녀봉을 넘어 또 천령봉까지 찍은 후 마을로 내려가자면 지금까지 올라온 거리 보다 멀다.

아침에 이곳 함양 오봉산까지 오는 동안 차창 밖으로 비가 오는 지역도 많아 혹여 우중산행이 염려됐다.

비를 머금은 구름은 낮게 가라앉았으나 다행히 산행 내내 비는 내리지 않았다.

며칠 동안 내린 비를 머금은 대지는 습기가 가득한데, 일행을 따라 잡으려 바쁘게 걷다보니 온몸은 땀 투성이다.




나 보다 한 발 앞서가는 치악산님과 함께 동행하는 원주분 창봉님



옥녀봉으로 가며 뒤돌아 본 오봉산 정상 방향










옥녀봉

옥녀봉에 대한 안내문이 있으나 내용이 산만해 갈피를 잡기 힘들다.

그렇게 두서없이 적을 안내문이라면 차라리 옥녀봉이란 표지석 하나로 족하다.




전국의 여러 산하를 다녀봤어도 오봉산과 옥녀봉, 천령봉의 등산로처럼 엉망인 곳은 없었다.

언젠가 억새축제를 보기 위해 지억산에서 출발해 민둥산을 갈 때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등산로를 전부 예초기로 밀었던 것을 봤다.

산행하는 동안 융숭한 대접을 받는 기분은 처음이다.

강원도 오지 산골도 억새를 보러 오는 등산객을 위해 이렇게 노력을 하는 데, 오봉산은 나무에 가려 등산로가 보이지 않는 곳이 많다.

그런 숲에 반팔이나 반바지 차림의 등산객이라면 나뭇가지와 풀로 여기저기 상처가 많이 생기겠다.

긴바지에 긴팔 옷을 입었어도 몇 군데 긁혀 상처가 났다.

등산로가 이렇게 엉망인 줄 았았다면 올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천령봉

천령봉(556m)은 함양읍에서 4km 정도에 있는 작은 산이며 천령은 함양의 옛 이름이다.

해마다 열리는 함양 군민 축제인 천령제(지금은 물레방아 축제)는 천령봉에서 봉홧불을 점화해 대회장인 상림숲으로 가져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원래 산은 하늘에서 처음 내려오는 곳이고 땅이 하늘로 올라가는 곳의 마지막인데 이런 뜻을 잘 표현한 봉우리가 천령봉이다.

하늘로 오르는 고갯마루에서 함양읍을 굽어보면 바로 코앞이다.

중국에서 귀화한 오첨이 소로 밭을 가는 우경법을 개척하였고, 그 후손인 오광휘를 부원군으로 책봉하여 함양 오씨의 시조가 되었다.  (함양군청 안내문 편집)



물레방아 축제 때 사용할 채화대를 우선하여 천령봉 표지석이 한 칸 뒤로 밀렸다.

이 천령봉을 끝으로 사실상 산행은 끝난다.

천령봉에서 1.05km만 하산하면 임도를 따라 마을로 하산하게 된다.



낙엽송 군락지



임도 옆으로 대숲을 지나게 된다.

지금까지 본 대나무 중 가장 굵다.




오봉산 풍광은 좋으나 이곳만 벗어나면 등산로에 숲이 우거져 옥녀봉이나 천령봉으로 가는 길은 흉악하다 못해 흉포하다.

게다가 요 며칠 내린 비로 길은 미끄러워 몇 번 넘어질 뻔했다.

등산 시간이 넉넉히 주어져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꼴찌로 하산했어도 30분의 시간이 남았다.

마을의 빨래터는 함께 쓰는 공간 특성상 남여 회원이 그저 세수만 할 정도라 상의를 벗고 몸을 씻을 수 없다.

혼자 산쪽으로 올라가 조그만 도랑에서 전신을 씻고 마지막으로  버스에 승차 후 귀가했다.

온몸이 얼어붙을 겨울 산행 보다 여름철 산행이 더 어렵고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