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3. 토 13:01~16:47(전체 시간 03:46, 전체 거리 7.22km, 평균 속도 1.9km/h, 휴식 시간 없음) 맑음
행복의 첫째 비결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 몫의 삶이 있는데 남과 비교하니까 기가 죽고, 불행해지고 시기심과 질투가 생기는 것이다.
어떤 개인이라도 그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다.
둘째,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사람은 행복해진다.
셋째,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채소밭을 갖고 흙을 가까이하며 살아 있는 생명을 가꾼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넷째, 행복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한 개인의 삶은 다른 사람에게 유용해야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다섯째,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있다.
같은 장미꽃을 바라볼 때 어떤 이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돋았나?" 생각할 수 있다.
여섯째,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서로 나눌 때 행복은 몇 배로 깊어지고 넓어진다.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에 이를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법정 스님이 추천하는 책 50권을 "내가 사랑한 책들" 이란 제목으로 문학의숲 편집부에서 엮은 책에서
프랑수아 를로르의 "구뻬시의 행복 여행"을 소개하는 내용의 일부다.
이 중에 산행은 내게 두 번째 행복을 알게 해준다.
현재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은 산행과 이를 정리하는 블로그를 작성하며 많은 행복을 느끼고 있다.
아, 하나 더 있다면 아내가 차려주는 식사를 꼬박꼬박 군말 없이 먹으며 아내의 행복을 늘려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설흘산 등산코스
산악회 버스가 죽전과 신갈에서도 회원을 탑승하는 데 꼭 30분을 잡아먹는다.
제일 막히는 이곳만 들리지 않았다면 산행지에 한 시간 일찍 도착할 수 있는데 다섯 시간 반만인 12:40에 도착했다.
점심시간 지나 들머리에 도착하자 회원들은 뭐가 바쁜지 후다닥 등산할 때 나만 혼자 이 팽나무 아래서 점심을 먹는다.
버스 하차 지점이 해발 40m이므로 481m인 설흘산 정상까지 약 440m만 올라가면 된다.
보호수 팽나무
350년 정도 높이 14m (2001년 12월 지정)
팽나무는 제주에 군락지가 있는 데 식생이 비슷한지 이곳과 다랭이마을에도 팽나무가 있다.
여수 영취산, 천주산의 진달래꽃 축제나 진해의 벚꽃 축제는 이미 끝났으나
진안고원으로 일컬어지는 마이산의 벚꽃 축제는 지난 4월 10일부터 시작됐다.
오늘 날씨가 좋아 ㅎㅂ산악회에서 진행하는 마이산 벚꽃축제를 신청했으나 주중에 기온이 떨어져 마이산 도립공원에 문의했다.
4월 10일 마이산 벚꽃은 10% 정도의 개화율을 보인다는데, 같은 날 태백엔 무려 20여 cm의 폭설이 내렸다.
태백과 진안은 거리가 머니 비교 대상은 아니나 마이산은 고원인 데다 비 온 뒤라 주말까지 벚꽃이 만개하기엔 무리다.
하여 마이산 산행은 취소하고 암릉이 멋지다는 경남 남해군의 설흘산 산행을 신청한 것이다.
팽나무 너머 불쑥 솟은 곳은 망기산이다.
지중해 해안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주변 펜션엔 기후에 맞는 아열대 수목이 자라 이국적 느낌이 풍긴다.
고도를 좀 높이자 드디어 바위가 나타나며 긴장감과 함께 기대감을 높인다.
응봉산을 거쳐 설흘산으로 이어지는데, 건너편 남해 금산과는 불과 9.5km, 설흘산에선 7.8km 거리다.
잠시 바다를 건너뛰긴 하지만 같은 남해군의 금산과 산세가 거의 비슷한 바위 형태를 가져 산 타는 재미가 좋다.
좀 전 사진을 찍던 장소에서 회원들이 앉아 식사할 모양이다.
난 식사 먼저 하고 제일 늦게 시작했어도 이제부터 저들을 앞서게 된다.
하지만 화려한 응봉산과 설흘산에 도취해 풍광을 즐기다 보니 응봉산을 지나면서 추월당한다.
바위 아래엔 분홍색 개복숭아꽃이 바위와 어울려 환상의 콤비를 보인다.
이 바위는 직봉이라 바로 올라갈 수 없고, 오른쪽 홀더가 좋은 등로를 따라 정상으로 오른다.
이쪽은 황토라 땅심이 좋은 곳으로 마늘을 많이 심는다. 파랗게 보이는 건 모두 마늘밭이다.
마늘 수확을 끝내면 보통 깨를 심어 2모작을 한다는 걸 남해가 고향인 우리 직원을 통해 나중에 알게 됐다.
아직까지 식사 중인 후미팀
좀 전의 직봉을 오른쪽으로 올라오니 또 다른 바위가 기다린다.
산 넘어 산, 아니 바위 넘어 더 큰 바위를 만나게 된다.
가까이 갈수록 비슷한 듯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응봉산
지나온 바위능선
이곳은 등산로만 벗어나면 마디게 자란 작은 나무를 헤쳐나가기도 쉽지 않다.
이런 웅툴붕툴한 바위가 등산로 역활을 하니 산행이 만만치 않다.
푸른 소나무이거나 낙엽 진 앙상한 갈색 일색이던 산도 이곳 남쪽부터 연두색 나뭇잎 사이로 벚꽃이나 개복숭아꽃이 펴 다양한 산색을 보여준다.
가을 단풍만큼 화려하지 않아도 새순의 기운을 받아 마음이 상쾌하다.
이렇게 송곳닌 듯 칼날인 듯 날카롭고 험한 산길이라 걸음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나온 구간의 암릉
젊은 여성 두 분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거나 셀카를 찍으며 탄성을 그치지 않는다.
내 젊은 시절엔 교통이 불편하니 이곳까지 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엄두는커녕 사실 등산은 어쩌다 한 번 가는 연례행사였으니 변변한 등산복 하나 갖추지 못했다.
이제 힘 떨어진 장년이 되어서야 등산을 시작했으니 힘닿을 때까지 부지런히 다녀야겠다.
칼날 위를 걷는 박수무당처럼 조심스런 발길을 옮겨야 하는 곳이다.
위험하니 우측 펜스를 잡고 걸어도 되지만 제대로 산행 흥분을 느끼자면 칼날 위가 더 스릴 있다.
방금 내온 길
좀 전 젊은 여성이 사진 찍던 곳
한참을 지나온 뒤 뒤돌아 본 풍경
이곳은 진달래 보다 산벚나무가 더 많다.
산벚은 희기만 하니 진달래나 철쭉꽃의 더 화려함이 좋다.
지금까지 응봉산의 화려한 암릉구간을 걸었다.
여기서 설흘산을 가자면 좌측으로 걸었어야 했는데, 이정표를 보지 않고 우측으로 내려섰다.
내려서다 보니 먼저 내려갔던 팀이 잘못 왔다며 올라오길래 난 이곳으로 내려가 유채꽃을 보겠다며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정작 중요한 설흘산을 안 봤다는 생각에 허겁지겁 다시 올라와야 했다.
그러니 등산할 때 점심 먹던 후미 팀이 나를 추월했고 뒤에 남은 사람도 몇 명 없을 만큼 쳐졌다.
설흘산이다.
송곳처럼 뾰족한 바위를 응봉산 오르며 보겠거니 했는데, 산이 보기완 달리 가팔라 왼쪽으로 나선형처럼 길게 돌아 뒤로 올라갔다.
설흘산을 오르면서 저 암봉을 전혀 보지 못했으니 바위 옆으로 등산로를 개설하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다랭이논을 수놓은 유채꽃
나중에 하산해서 오른쪽은 보지도 못하고 왼쪽에 있는 유채꽃만 보는 데도 시간이 부족했다.
오른쪽에 대형 버스가 서너 대 보이는데, 나중에 하산하니 왼쪽에도 버스가 9대가 주차되어 있고 관광버스는 연신 오가고 있다.
그러니 유채꽃 피는 계절이면 이런 비경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여행객이 답지하는 곳이다.
수처작주(隨處作主)
어느 곳에 처하든 그곳의 주인이 되라는 말씀, 참 좋다.
좀 전에 송곳처럼 보인던 암봉도 나무 사이로 보이는 게 다소 순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이 바위 옆으로 등로를 개설해 저 바위에 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설흘산 봉수대
남해군 남면 홍현리 산 237-1
이 봉수대는 해발 490m 설흘산 정상에 주변 돌로 쌓은 것으로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하단부는 각이 있다.
높이 6m, 직경 7m, 둘레 20m로 남해 금산의 봉수를 받아 내륙의 망운산, 순천 돌산도 봉수와 연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남쪽 해안방어와 관련된 시설로 당시 통신체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학술자료로 인정되어 '03.6.7. 경남 기념물 로 지정되었다.
'07년 2월 봉수대 주변 복원 정비한 것이다. (안내문 편집)
설흘산 [雪屹山] 482m
설흘산은 경상남도 남해군에 있는 산으로서, 남해 금산과 더불어 일출(日出)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전체적으로 산의 서쪽에 있는 응봉산과 함께 기암괴석이 펼쳐져 있는 능선이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바위산이다.
능선에 오르면 사방으로 조망이 막힘이 없어 동쪽으로는 앵강만 너머로 남해 금산과 한려수도가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여수 영취산과 돌산도가 그림처럼 조망된다.
남쪽으로 유채꽃이 펼쳐진 다랭이마을이 평화롭고, 그 앞으로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의 바닷물결이 시리도록 푸르다.
정상에는 조선 시대에 축조된 봉수대의 흔적이 있는데, 현재 '경남 기념물 제247호'로 지정되었다.
설흘산의 한자는 "눈 설(雪), 산 우뚝 솟을 흘(屹)"자인데, 과거에는 소흘산으로 불리다가 설흘산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안내문 편집)
누군가 이 사진을 찍을 때 봉수대 기단에 공간이 거의 없어 한 화면에 다 넣지 못하자 카메라 화각이 더 넓으면 좋겠다고 푸념한다.
내 카메라 렌즈는 17-50이라 겨우 다 들어가는데, 스마트폰을 이용해 더 여유 있게 축소한다.
대장이 산행 안내할 때 설흘산 정상에 오르거든 뒤돌아 다시 하산하라고 한다.
앞으로 가면 길을 잃을 염려가 있으니 가지 말라는 것인데 다랑이 마을까지 위치만 잘 잡으면 등로를 벗어날 일이 없다.
앞쪽으로 이동하며 봉수대를 다시 잡는다.
앞서 응봉산에 보던 설흘산 암봉 중 맨 우측 바위다.
연두색 나뭇잎은 불과 일주일이면 푸른색으로 변하며 성숙미를 더할 것이고
산벚꽃도 며칠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돌고 돌며 새로운 생명을 뱉어내는 순환을 거친다.
다랭이논이다.
설흘산 앞다바는 절벽이 높아 배가 접안할 수 없어 마을 주민은 다른 지역에 배를 타러 가거나
다랭이논을 만들어 농사를 지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다.
1999년 이 지역 출신인 김종철님이 남면 면장 취임하며 설흘산 등산로를 개척한 후 산이 차츰 세상에 알려지며 관광객 유입이 늘어났다.
오늘도 이곳을 다녀간 관광객이 몇천명 잘 될 것이다.
현실적인 주민은 마늘을 심었고, 심어봐야 별 소득이 없는 유채는 지자체 지원이 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제주에 가면 이런 유채밭마다 천 원씩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이곳은 무료 개방하는 인심 후한 마을이다.
가천 다랭이마을은 경상남도 남해군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로서, 설흘산 남쪽 사면에 자리하고 있다.
바닷가에 위치한 이 마을은 해안이 모두 절벽으로 이루어져 방파제나 선착장이 없어 배 한척 댈 수 없는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경사가 심하고 척박한 땅에 한층한층 석축을 쌓고 개간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지형을 따라 벼랑에 걸려 있는 다랭이 마을과 논(畓)은 이렇게 태어났다.
108개의 손바닥만 한 10㎡에서 1,000㎡까지 다랭이 논(畓)이 구부러진 지형에 오선지(五線紙) 곡선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으로 지금도 농기계가 들어갈 수 없어서 여전히 소와 쟁기로 농사를 짓고 있다.
이 농경지는 '명승 제15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으며,
이외에도 이 마을에는 '경남 민속자료 제13호'로 지정된 암수바위와 밥무덤, 구름다리, 몽돌해변 등이 있다.
미국 CNN 방송은 '한국에서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곳' 중 하나로 선정하였다.
가천의 원래 이름은 간천(間川)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 중기에 갈대가 많은 시냇가가 있다고 하여 가천(加川)으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다랭이의 뜻은 산골짜기의 비탈진 곳에 있는 계단식의 좁고 긴 논을 뜻하며 지역에 따라 다랑이, 달뱅이라고도 부른다. (산악회 안내문 편집)
유채밭에서 올려다 본 설흘산 정상
마을회관으로 들어가는 아가씨가 보이길래 회관을 지나 유채밭으로 갈 수 있냐고 물으니 가능하다고 한다.
회관 2층으로 올라가 잠시 조망하고 다시 유채밭으로 걸음을 옮긴다.
유채밭 끝머리에 고즈넉한 정자가 있어 봄엔 유채꽃 조망이 좋고, 여름엔 바람이 시원하겠다.
노란 유채과 푸른 바다, 황토색 농지가 환상의 콤비다.
이 사래 긴 밭은 트랙터를 이용해 밭갈이했고, 허리 꾸부정한 할머니는 자식 오면 싸 줄 농작물 심을 궁리가 많겠다.
농지가 커 보여도 소출이 많지 않을 테니 살림난 아들이나 딸이 오면 바리바리 싸 줄 정도밖에 안 되리라.
연중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가장 붐빌 때가 오늘처럼 유채꽃 만발할 때다.
마이산 벚꽃도 다음 주면 거의 끝물일 거 같다는 생각에 다소 아쉬움은 있으나
제법 청명한 날 응봉산과 설흘산의 화려한 암봉에 이어 샛노란 유채꽃을 보게 된 행운에 감사한다.
오늘 이곳을 방문한 모든 이에게 행운이 함께하기를 빌어본다.
너무 먼 거리다 보니 마감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간다.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며 이 멋진 풍경을 가슴에 가득 채운다.
이렇게 좋은날 내가 여기 있었다.
내려올 때와 달리 올라갈 땐 신사역까지 387km를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이렇게 먼 거리를 안전하게 운전한 기사분께 감사드린다.
강남에서 가볍게 저녁 먹고 귀가하니 오후 11:30이 넘었다.
집 앞의 상가에선 무슨 드라마를 찍는지 늦은 시간까지 촬영 중이다.
밖으로 드러난 화려함과 달리 연예인도 밤낮없이 뛰어야 하는 어려운 직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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