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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경상도·부산·울산·대구

영덕 팔각산과 옥계계곡

by 즐풍 2019. 6. 27.





산행일자 2017.6.17.토 11:44~17:27(이동시간 05:47,  휴식시간 53분,  이동거리 10.04km,  평균속도 2km/h)  날씨 : 구름 조금 



3주 전 팔각산 산행 공지가 올라왔을 때 바로 신청했으나 2주 내내 산행 신청이 적어 무산될까 걱정이 많았다.

이런 우려는 이번 주 초인 월요일에 20명을 채우더니 오늘 33석을 워 산행에 나선다.

사실 주초에 두타산 베틀릿지에 필이 꽂히면서 두타산으로 변경할까 고민하던 중 도솔님도 함께 하겠단 연락이 왔다.

결국, 두타산 베틀봉은 다음 기회로 돌린다.

두타산은 산행 공지가 많아도 베틀릿지 산행은 가뭄에 콩 나듯 워낙 드문 일이라 언제 갈지 모른다.

정 안 되면 혼자라도 연구해 다녀와야겠는데 온통 위험한 바윗길이라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팔각산은 말 그대로 뿔이 여덟 개 솟았다고 표현될 만큼 여덟 봉우리가 아름다운 산으로 옥계팔봉으로도 불린다.

산세를 보니 홍천의 팔봉산이나 진안의 구봉산과 비슷한 느낌이다.

홍천 팔봉산은 가파르긴 해도 계단이나 로프가 잘 설치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산행할 수 있다.

구봉산도 마찬가지로 계단은 물론 2015년에 구름다리가 설치되어 산행이 수월해져 요즘 한창 뜨는 산행지다.

팔각산은 3봉에서 몇 년 전 추락사가 있고 난 뒤 안전시설 보강은커녕 설치된 로프까지 잘라내며 3봉을 폐쇄했다.

책임 회피 의도가 있는 지자체의 이런 시대 역행을 뒤로 하고 3봉은 산행하면서 부딪쳐보기로 한다.



팔각산 등산코스 


 

옥계계곡은 신선이 노닐던 장소란 말씀, 뒤로 병풍바위가 보인다. 나중에 산행하면서 다시 한 번 조망할 기회가 있다. 


주차장에서 100여 m만 걸으면 바로 팔각산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

속담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라'고 했는데, 호랑이 이빨 사이로 겨우 한 사람씩 들어갈 좁은 계단을 설치했다.

옥계계곡으로 짧은 꼬리를 적시고 있다.  


사실 꼬리는 길게 드리워졌으나 영겁의 세월을 흐르며 물의 흐름으로 짧게 꼬리가 끊겼다.

빠르게 흐르던 물로 여기서 잠깐 숨을 돌린 후 유유히 옥계계곡을 빠져나가겠다. 


앞뒤로 산이 있고 마을 앞으로 냇물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명당 자리가 따로 없다.

마을에 있을 땐 세상을 욕심대로 살아가나 산 위에 오르면 누구나 신선의 마음이 된다.

산 위와 아래 있을 때 마음 가짐은 이렇게 달라진다.

그러니 일주일에 하루라도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며 마음을 키워보자. 


당초 사람이 없는 바위 사진만 올렸으나,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 사진을 바꿨다. 

사실상 이 바위가 1봉의 정상인 셈이다. 


별 특징 없는 2봉은 패쓰~ 


앞으로 진행할 방향은 각진 봉우리를 어떻게 넘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저 아래 오른쪽 마을을 들머리로 가운데 능선을 타고 올라왔다. 

지나온 1봉은 왼쪽에 옆으로 조금 불쑥 튀어나온 곳이다.  


2봉을 지나오면 거대한 직벽의 암봉과 만난다.

그 암봉 아래엔 40여 년을 함께 했다는 어느 남편이 "산이 좋아 신선한 산에서 살고 싶어 했다"는 아낙을 위해 추모비를 설치했다.

애잔한 맘으로 그 앞을 지나며 숙연한 느낌이 든다.

암봉을 옆으로 한참을 돌아 뒤로 올라가니 금줄이 쳐졌으나 쉽게 넘는다. 


이곳이 실질적인 3봉이나 앞서 본 사고 이후 금단 지역으로 묶어놓아 기존에 설치했던 안전로프를 끊어놨다.

누군가 3봉이라고 매직으로 표시를 한 봉우리를 찍고 임시방편으로 설치한 로프쪽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로프는 오래돼 몇 가닥 남지 않은 데다 썩은 동아줄처럼 보여 감히 잡을 생각을 못 하고 바위를 잡고 어렵게 내려섰다.

애초 설치된 로프 구간은 너무 가팔라 위험스럽기 그지없다.

지금 생각하니 그곳에서 사고가 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조금 전에 본 진짜 3봉에서 가야할 방향의 3봉~7봉까지 한 번에 잡아본다.

저 봉우리 뒤로 숨은 봉우리가 어떤 게 있는지 진행하면서 자세히 보기로 한다. 


진짜 3봉에서 내려오는 구간으로 왼쪽 소나무에 걸린 로프는 삭아서 잡지 못했고, 사고가 났던(?) 오른쪽 로프는 끊긴 채 로프 봉만 보인다.

엊그제 설악산 용아장성에서도 59세 남성이 오래 전에 설치된 삭은 로프를 잡았다가 끊어져 추락사했다. 

산에서는 장시간 노출된 데다 바위에 쓸려 몇 가닥 남지 않은 위험스런 로프는 가급적 잡지 않는 게 좋다.  


3봉이 두 개가 보인다. 

뒤쪽에 있는게 출입금지 된 진짜 3봉이고 앞쪽에 있는 작은 봉우리는 영덕에서 표시한 가짜 3봉이다.

진짜가 위험하니 가짜 봉우리 맨 아래 3봉 표지석을 설치했다.

1봉부터 8봉까지 각각의 표지석은 참고로 아래 팔봉 정상석 사진 다음에 묶어서 올렸다. 


한동안 4봉 정상을 지켰던 소나무는 이제 고목이 되어 길손의 아쉬움을 산다. 


미리 보는 5봉 


5봉 뒤에 숨은 6봉은 건너뛰고 7봉을 본다.  


5봉으로 내려가는 길에 보는 작은 암봉 


왼쪽 3봉과 오른쪽 4봉, 앞서 본 바위가 맨 오른쪽 바위다. 


4봉 확대 


5봉 정상 


왼쪽 7봉과 이제야 나타난 오른쪽 6봉 


6봉 정상에 어느 부부가 식사 중이길래 6봉 표지석이 있냐고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표지석을 정상에 위치하지 않고 조금 내려가 맨 오른쪽 로프 윗부분에 설치됐다. 


팔각산에서 암봉으로 제일 높고 장엄한 7봉이다. 

직벽이라 바로 올라가지 못하고 왼쪽으로 빙 돌아 올라간다. 

7봉 아래쪽으로 작은 바위능선이 또 재미있게 배치돼 걷는 즐거움을 더한다. 




왼쪽부터 6, 5, 4봉 순으로 키재기를 하고 있다. 


왼쪽 봉우리는 이름도 얻지 못한 작은 봉우리지만 지나놓고 보니 제법 멋지게 보인다.   


왼쪽부터 6봉에서 1봉까지 이어진다. 1봉은 푸른 숲만 보인다. 


실질적인 7봉 정상에서 지나온 구간을 다시 본다.

이 봉우리 왼쪽 능선은 가지 않은 구간이다. 오른쪽으로 넘어왔는데, 5봉이 제일 높아 보인다. 


7봉은 정상인 천왕봉 가는 구간에서 오른쪽으로 잠깐 들어와야 한다. 

7봉 마지막 봉우리에서 넘어온 능선을 담아본다. 


7봉에서 담아본 1~6봉까지의 전체 구간, 날씨가 맑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산행에 앞서 잠시 보았던 병풍바위다. 

이 병풍바위를 기점으로 하나의 능선이 시작되고 마을과 도로, 계곡이 갈린다. 


왼쪽이 실질적인 7봉 정상이다. 

7봉은 등산로에서 잠깐 튀어나간 저 정상 끝을 낭떠러지기로 장렬하게 끝난다.  


방금 지나온 7봉 구간 

7봉은 맨 왼쪽이나 오른쪽에 7봉 표지석을 세울 만 하지만, 오른쪽으로 좀 더 진행해 바위 아래 7봉 표지석을 설치했다.

3봉과 7봉은 정상에서 표지석을 상대로 인증 사진을 찍는데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봉우리 아래쪽에 표지석을 설치한 것이다. 

3봉은 사고 이후 가짜 3봉에 표지석을 설치했고, 7봉 표지석도 실질적인 정상이 아닌 다소 엉뚱한 곳에 설치한 느낌이다. 

지자체에서 다시 검증하고, 위험 구간엔 좀 더 안전한 계단이나 로프를 설치하면 좋겠다. 



7봉과 그 뒤 봉우리 


드디어 산행 시작 후 2.9km 거리에 있는 팔각산 정상을 2시간 56분 만에 도착했다.

휴식 및 점심시간을 포함해 평균 시속 1.2km에 불과하니 여기까지 오는 여정이 녹록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거친 산행이었다.


산세가 비슷한 강원도 홍천의 팔봉산과 전북 진안의 구봉산과 비교해보면,

팔각산의 체력 부담 정도를 100으로 보았을 때 팔봉산은 60, 구봉산은 85~90 정도의 비율 정도이다.

팔봉산 등산 기점은 해발 98m 정도이고 정상은 362m로 고도 약 260m 정도만 오르면 되는 데다가 전체 등산 거리는 약 5km 정도로 짧은 거리다.


구봉산 등산 기점은 해발 310m인 데 반해 정상인 천왕봉은 1,002m이므로 약 700m를 올라야 하므로 제법 난이도가 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4봉과 5봉에 구름다리를 설치했고, 안전시설도 잘 마련돼 있다.

해발 668m인 1봉까지 오르는데 좀 힘드나 2봉부터 8봉까지는 720m~780m 구간을 오르내린다고 하지만 봉우리가 재미있어 그리 힘들지 않다.

그러나 9봉인 천왕봉까지 가파르게 220여 m를 치고 올라가는 구간이 제일 힘들다. 

원점회귀 거리 약 6.3km에 천천히 산행하면 여섯 시간 정도 걸린다.


팔각산은 들머리에서 해발고도 약 280m 정도 오르면 1봉을 만난 이후 7봉 567m까지 계속 오르막이다.

팔봉산이나 구봉산이 계단이나 구름다리 등 제법 안전시설이 잘되어 있지만 팔각산은 좀 방치된 느낌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안전시설이 부족하다보니 조심하면서 대부분 완력을 써야 하기에 구봉산보다 낮으나 그만큼 더 힘들다.

트랭글 산행거리 10.04km에 5시간 47분 걸렸으니 구봉산 보다 거리는 길고 산행시간은 짧다.

정상만 찍으면 하산길은 내리막이라 다소 빠르게 걸음을 옮겨 평균속도를 시속 2km로 높였다.  



1봉부터 8봉까지 표지석을 모은 것으로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치하고 정상은 가운데 배치했다.

3봉은 진짜 표지석과 가짜 표지석 등 두 개를 올려 총 아홉 개가 되었다. 

7봉 표지석 시멘트에 "생수우리산악회"라고 글자를 새긴 걸 보면 영덕군이 아니라 지역 산악회에서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에서 약 300m를 내려와 왼쪽으로 내려가면 팔각산장으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산행코스다.

우리는 직진하여 작은 봉우리 두어 개를 더 넘어 옥계계곡으로 하산한다. 

그런데 이 갈림길에 옥계계곡으로 가는 길에 로프를 설치해 넘지 못하게 했다.

내 생각엔 팔각산장이나 그 지역 상가에서 장삿속으로 등산객을 유인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위를 품고 자라는 나무 

이제부터 영덕이 자랑하는 옥계계곡으로 들어선다. 


하산 코스인 옥계계곡은 물이 많으면 좋은데, 몇십 년만의 가뭄이라고 아우성이다 보니 계곡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옥계계곡에 들어선 순간 얼마간은 응봉산 아래 덕풍계곡이 연상되었다.

암반이 깔린 계곡은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구비 진 게 영덕 덕풍계곡과 흡사하다. 


물이 많다면 한결 운치 있고 즐거운 하산길이 될 텐데, 요 몇 년간 계속되는 가뭄이 아쉽다. 






언뜻 보를 막은듯이 보이지만 자연석이 보를 대신하고 있다. 




한참을 찾으며 내려온 독립문(개선문)은 이 계곡의 백미다. 



앞 뒤로 잡아본 개선문 


팔각산을 다 내려가다 보니 쇠뿔(牛角)처럼 보이는 바위가 인사를 건넨다. 




목교 








거의 산행을 끝내며 보는 마을 건너편 산 


출렁다리 


계곡의 하류도 물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며칠 비 피해 없이 넉넉하게 단비가 내려 농심을 달래고 물 부족을 해갈시켜주길 기원해본다. 



팔각산이 서울 근교에 있다면 산행 인구로 미어털질 만한 산세를 가졌다.

경북 영덕에 있는 팔각산은 서울 신사역에서 꼬박 네 시간 40분 걸려 도착할 만큼 워낙 오지에 있다.

앞서 비교한 팔봉산이나 구봉산 모두가 한국의산하 100명산에 들었다.

이 두 산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전혀 손색이 없는 산이다. 

지자체에서도 좀 더 관심을 두고 안전시설을 보강하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것으로 믿는다.

모두가 지역경제를 위함이다.

함께 한 도솔님께도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