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10. 토 11:08~16:18(이동 거리 10.1km, 산행 시간 05:10, 휴식 시간 15분, 평균 속도 2.2km/h ) 맑음, 미세먼지 다소
남자는 백화점에서 사냥하듯 원하는 물건만 사면 더 이상 쇼핑도 필요 없이 문을 나선다.
하지만, 여성은 층층이 내려오며 쇼핑도 즐기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쩌다 한 번 아내를 따라나서기라도 하면 여기저기 끌고 다니는 데 다리는 아프고 지루하기만 하다.
그러나 남성인 나도 자주 쇼핑을 즐길 때가 있다.
여러 개 가입한 카페에 들려 계절에 맞는 산행지나 특별히 눈에 띌만한 상품이 있는지 눈요기를 자주 한다.
그러다 걸린 게 듣도 보도 못한 경북의 군위에 있는 아미산의 암릉에 느낌이 왔다.
인생 오십 줄 중반이다 보니 어쩌다 한두 번 군위에 대해 들어봤겠지만, 특별한 기억이 없는 도시다.
대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제법 먼 거리임이 틀림없다.
더 먼 남해바닷가의 산악지역까지 다녀온 마당에 대구 정도라면 여유 있게 다녀올 만한 거리다.
개구리가 튀어나온다는 경칩을 지난 지 사흘이나 됐지만, 아침은 여전히 쌀쌀하다.
오늘 아침 영하 3℃에 한낮엔 영상 9℃로 일교차가 10도가 넘으니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다.
산행지인 군위군은 아침 최저 영하 7℃에 낮 최고 영상 10℃로 서울보다 한참 남쪽인데도 어떻게 된 게 더 춥다.
그제 대구지역엔 기습폭설로 전동차가 멈춰 출근길 대란에 방천시장 김광석길의 천장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컸다.
새벽에 식사하며 뉴스를 보니 군위와 가까운 영천시도 폭설로 포도과수원 비닐하우스가 주저앉아 피해가 크다.
대구와 영천 중간에 있는 군위도 마찬가지로 눈이 많을 테니 아이젠과 스패츠, 모자, 장갑, 스틱 등 산행 준비를 마친다.
아미산 방가산 등산코스
신사역에서 산행지로 이동하는 동안 안개가 많은 게 쉬이 걷히질 않는다.
산행지에 도착할 때 가까스로 안개는 걷혔으나 미세먼지 영향인지 시계가 별로 좋지 않다.
아미산 입구인 주차장에서 솟아오른 암봉을 바라보니 벌써부터 산행이 즐겁겠단 생각에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다리를 건너기 전 화장실 뒤쪽까지 돌아가 잡아본 송곳바위가 하늘을 찌를듯 날카롭기만 하다.
좀 전의 뾰족한 암봉에 올라서서 가야할 방향을 바라보니 넘어야 할 바위도 거칠기 그지없다.
주차장에서 봤을 때 송곳처럼 뾰족하게 보이던 바위 이름도 송곳바위다.
내 뒤를 따라오른 사람이 비경에 넋을 놓고 한참이나 주변 풍경을 즐긴다.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다시 조망하니 아미산을 산행하러 온 차량들이 몇 대 보인다.
저 앵기랑바위를 오를려고 다가가니 자일을 갖고 함께 오른 사람이 포기하고 내려온다.
마지막에 나와 또 한 사람이 도전했으나 눈이 내린데다 잡을 곳이 없어 결국 포기하고 만다.
군위군에서 경비를 들여 저 바위에 오를 안전계단을 설치하면 좋겠다.
이 암봉은 아예 처음부터 오를 수 없으니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아미산은 주차장부터 약 1km에 걸쳐 공룡이 으르렁거리는 이빨 틈새를 비집고 올라야 한다.
너무 날카롭고 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이렇게 눈이 내린 날은 우회로가 있으니 안전하게 돌아가는 게 좋다.
이 공룡능선에서 앵기랑바위가 백미이나 넘을 수 없으므로 왼쪽으로 우회해 올라와야 한다.
잠깐 저 암릉 정상까지 올라가려 했으나 하나 늘어진 로프를 보니 삭아 끊어질 듯 보여 오르길 포기한다.
왼쪽 암봉이 이 구간에서 제일 크고 멋진 앵기랑바위다.
한국의산하, 산림청 200대 명산 어느쪽에도 들어있지 않으나 벌써부터 많은 사람이 알음알음 찾아드는 산이다.
2~3년 지나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는 명산이 될 것이다.
앵기랑바위는 보는 위치에 따라 천의 얼굴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보니 오른쪽으로 천길 낭떠러지라 엉청나게 위험해 감히 안전계단을 설치할 엄두가 안 나겠다.
사방을 둘러봐도 모든 산이 눈을 뒤집어썼다.
뉴스를 검색하니 2010년 7월, 군위군은 3년에 걸쳐 아미산 등산로 정비를 했다고 한다.
그 이후 벌써 8년의 세월이 흐르며 많은 등산객이 이 구간에서 가슴 뚫리는 시원한 암릉과 경관을 즐겼겠다.
아미산 첫머리에서 벌어진 공룡의 이빨 사이를 헤집고 다니다가 이곳에서 탈출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난한 육산으로 이어진다.
아미산 버스 주차장에서 여기까지 꼭 1.2km이니 나무계단까지 약 200여 m를 빼면 꼭 1km가 공룡능선인 셈이다.
설악산의 공룡능선이 아니어도 이곳 아미산에서 설악의 공룡을 만날 수 있다.
비록 짧은 구간이지만, 설악의 공룡능선이나 용아장성을 한 구간을 지나는 느낌이었다.
사실, 아미산주차장에서 이 암릉구간을 지난 뒤 아미산 정상과 방가산을 가지 않고 건너편 능선으로 넘어가
지금 지나온 아미산 공룡능선을 조망하는 게 더 좋겠단 생각이다.
가까이서 암릉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건너편 능선에서 전체를 조망하다면 얼마나 멋질까?
오늘처럼 산악회를 따라오면 날머리까지 너무 먼거리라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가 여의치 않아 함께 산행하긴 했지만...
다음에 다시 온다면 그리 하겠다.
군위군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앵기랑바위와 단풍
어느 산이나 그렇듯 가을이 가장 아름다울 테니 기회가 되면 다시 들려야겠다.
이렇게 눈이 많고 봄기운이 강해 습설로 변한 산엔 외피가 가죽으로 된 등산화를 신으면 습기를 먹어 망가지거나 변형될 수 있다.
그래서 험하게 신어도 아까울 게 없는 오래된 마무트 등산화를 신었는데 일부 천으로 되어 있어 습기를 흡수한다.
스패츠를 하고 아이젠을 착용했어도 산행을 끝내고 나니 안에 습기가 스며들어 양말이 눅눅하다.
산악회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동안 양말이 다 마르긴 했지만, 워낙 습기가 많아 질퍽거려 산행이 힘들었다.
높은 산 위에 또 하나의 높은 산이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아미산(峨嵋山)
756봉
돌탑봉
산행 시작 후 1km를 지나는 동안이 가장 멋졌다.
거의 들머리다시피한 데다 암릉으로 되어 있어 눈도 거의 없어 무난히 오를 수 있었다.
이후 본격적인 흙길로 들어서자 나타난 눈길이 끝없이 펼쳐져 마땅히 쉴 장소도 없어 산행내내 힘들었다.
암릉구간을 지나면서부터 부드러운 육산이 시작되지만 어느 산이나 그렇듯 오르내리막이 끝없이 펼쳐진다.
산은 온통 눈길이라 걷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아미산은 여러 사람들이 왔지만, 우리 산악회 선두가 러셀을 했다고 한다.
보통은 종아리까지 눈이 쌓였고 더러는 무릎까지 눈이 빠지는 곳도 있다.
그길을 한 사람이 길을 냈다니 체력이 좋다.
방가산
산의 모양이 상제가 밖에 나갈 때 쓰던 방갓[方笠]처럼 생겨서 붙여졌다고 한다.
방가산을 지나 경주김씨 묘를 지나면서 우측으로 하산하는 이정표가 있다는 데, 찾지 못해 그냥 진행했다.
7.2km를 지나며 시작된 임도를 따라 길머리를 잡는다.
임도는 편한 듯 보여도 눈이 더 많아 가장 힘든 구간 중 하나다.
대략 9.5km에 도착하니 정자가 나타나자 여기서 쉬며 어디로 가야 하는 지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트랭글에서도 등로가 확인되지 않아 임도를 따라 더 갈 것인지 바로 하산할 건지 의견이 분분하다.
임도를 따라가면 한참을 돌고 돌아야 하니 바로 능선을 따라 내려가기로 한다.
결국, 조금 내려가자 최종 목적지인 장곡휴양림에 주차한 산악회 버스도 보이니 제대로 길을 잡은 것이다.
산행 시작할 때 10km의 산행거리이나 암릉을 구간만 지나면 무난한 육산이므로 네 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시간을 넉넉히 준다며 16:30에 산행을 마감한다고 했으나 대장을 포함한 절반의 회원은 17:00에 하산을 끝냈다.
눈이 없다면 쉬웠을 산행이 하산 코스를 바르게 잡지 못한 데다, 눈길을 헤치며 걷는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일부가 늦기는 했으나 이런 눈길에선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처음엔 황홀하게, 나중엔 지루하게 끝낸 산행이었다.
'■ 지역별 탐방 > 경상도·부산·울산·대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흘산 비경과 다랭이논 유채꽃의 황홀경 (0) | 2019.06.27 |
---|---|
영덕 팔각산과 옥계계곡 (0) | 2019.06.27 |
통영 미륵산도 알고 보니 바위산이네 (0) | 2019.06.27 |
사량도 지리망산의 진달래꽃 절경 (0) | 2019.06.27 |
암릉이 아름다운 거창 우두산의 비경 (0) | 2019.06.27 |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있는 경남 사천의 와룡산 (0) | 2019.06.27 |
운달산 수리봉과 성주봉 (0) | 2019.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