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02. 토 11:37~16:13(이동 거리 10.46km, 산행 시간 04:35, 휴식 시간 00:12, 평균속도 2.4km/h) 구름과 미세먼지 많음
해 짧은 12월에 서울 신사역에서 네 시간 거리인 경남 사천시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와룡산을 간다.
올봄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사천에 있는 와룡산의 암릉에 꽂힌 후 언젠가 기회가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이 가고 겨울 초입에 들어설 때 마침내 와룡산 산행 공지가 떴다.
와룡산 지도를 보니 더 길게 탈 수 있는 데, 거리가 멀다 보니 딱 산행하기 좋을 만큼의 코스를 잡았다.
도착해서 택시를 불러 충분히 갈 수 있으면 원하는 코스로 갈 수도 있겠다만 시간과 거리가 문제다.
결국, 주어진 시간을 생각해 산악회에서 정한 코스를 가기로 한다.
□ 와룡산
하늘에서 보면 거대한 용 한 마리가 누워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란다.
옛 기록을 검색한 결과, 진양지(晋陽誌) 등에 나오는 백천사(白泉寺)의 위치가 "와룡산 서편에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렇다면 옛날에 지어진 이름인데, 지금처럼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용의 형상인 줄 알았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다음 지도에서 스카이뷰로 보니 산림이 우거져 누운 용을 찾아내지 못했다.
다시 구글맵을 이용해 보니 능선과 경사면의 입체감이 좀 더 확실하긴 하나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번엔 다음의 등고선이 나오는 일반지도를 조금씩 축소해 보니 어설픈 용 한 마리를 만들 수 있었다.
우리에겐 건국 신화인 단군신화부터 제주도 고·양·부 삼성(三姓)의 시조인 삼성혈까지 다양한 신화와 설화가 전해진다.
와룡은 누워있는 용이니 그 용을 일으켜세 워 국가적으로 큰일을 해낼 재목이 태어나길 바랐던 건 아닐까?
아직 오지 않았다면 이 시대에 나서서 지난 10년간 땅에 떨어진 국운을 일으켜 세워 통일 한국을 만들길 기원해 본다.
사천 와룡산 등산코스
산행 안내를 할 때 상사바위는 위험한 데다 시간이 부족하니 산을 잘 타는 사람만 도암재에서 500m 거리인 상사바위를 다녀오라고 한다.
지도에도 위험한 코스인지 상사바위로 바로 올라가는 길은 가는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다.
아무리 위험한들 못 갈 리 없다는 생각에 적당한 곳에서 방향을 돌려 오르는데 뒤따라 오던 사람이 길을 잘못 들었다며 되돌아간다.
난 좀 돌더라도 그냥 올라가다 보니 가시가 많은 나무줄기가 사방에서 휘감기며 달려들어 옷가지를 잡아끈다.
놈들을 한참이나 물리치고 겨우 제대로 된 코스를 잡았을 땐 별로 어렵지도 않은 코스인데, 왜 막아놨을까?
그러다 보니 선두를 한참이나 놓쳤지만, 결국 상사바위 정상에 오르니 도암재에서 이곳으로 오른 사람을 만난다.
멀리 사천시에서 서포면으로 가는 사천대교가 보인다.
같은 사천시라도 바다를 끼고 돌고 돌아 간다면 엄청 먼 길을 다리 하나로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로 줄어들었다.
현대 문명이 32km나 돌아갈 거리를 불과 9km로 줄였으니 세월이 좋기는 좋다.
왼쪽 세섬봉 방향의 봉우리와 오른쪽 천왕봉 중간에 도암재가 있다.
도암재가 고도 약 470m이니 500m 거리에 있는 해발 630m의 천왕봉까지 오르고
다시 돌아와 새섬봉으로 가느니 처음부터 천왕봉으로 오르는 게 좋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곳곳엔 크고 작은 바위가 널려있다.때 맟춰 바위에 올라선 그가 이쪽을 바라보니 그림이 한결 멋져보인다.
대부분의 와룡산 등산코스엔 상사바위로 표시되어 있으나 사각형 오석의 표지석은 천왕봉으로 적었다.
트랭글을 이용해 오를 때도 천왕봉이라고 되어 있어 상사바위로 짐작은 했지만, 각종 등산 지도의 상사바위도 천왕봉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천왕봉으로 보았으니 이제 도암재를 지나 저기 보이는 상투바위로 올라가야 한다.
처음에 길을 잘못 들어 힘 좀 뺐더니 오늘 산행은 쉽지 않겠다.
멀리 보이는 삼천포화력발전소를 지나 사량도지리망산이 어슴푸레 잡힌다.
한려해상공원을 사이에 두고 사량도지리망산은 벌써 두 번이나 다녀왔고, 이제 사천의 와룡산을 타게 되니 제법 지방 산행 경험이 쌓이는 셈이다.
천왕봉 하산길
좀 더 내려와서 보는 천왕봉 방향
도암재를 지나 상투봉 오름길에 이런 돌탑이 많다.
돌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소원 하나씩 얹고 지나가는 사람도 저마다 소원을 빌고 갔을 테니 소원성취 바위인 셈이다.
왼쪽 봉우리가 상투를 틀어올린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상투바위, 오른쪽 작지만 불쑥 튀어나온 바위가 와룡산 정상인 새섬봉이다.
상투바위로 오르는 계단
상투봉은 올라올 때 밑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기가 막히게 멋진데, 막상 올라오면 찍을 사진이 없다.
그러기에 올라올 때 등로에서 조금 벗어난 바위에 오르지 않으면 상투바위의 이런 멋진 풍광마저도 잡을 수 없으니 기회만 되면 무조건 찍어야 한다.
상투바위에서 바라보는 새섬봉 방향
상투바위를 내려서며 바라보는 왼쪽 봉우리가 와룡산 정상인 새섬봉이다.
새섬봉으로 내려가는 철계단은 지금껏 보지 못한 지그재그식 높이로 되어 있어 가장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을 각각 디디며 오르면 힘들지도 않게 편안히 오를 수 있고 보폭에 따라 한쪽만 이용할 수도 있다.
평소 이런 계단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드디어 사천시에서 마련했으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점점 가까워지는 와룡산 정상인 새섬봉
와룡산은 그동안 해발 799m나 789.6m로 알려져 지도 등에 표기됐는데 이는 산 정상을 민재봉으로 여겨 왔기 때문이다.
사천시는 그동안 제2봉으로만 알았던 새섬봉이 801.4m로 확인되자 새섬봉에 정상석을 새로 설치했다.
좀 전에 보았듯이 돋워라 지게 돌출된 데다, 암릉으로 되어 있어 와룡산 정상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장엄한 모습이다.
몇 해 전 국토지리정보원이 와룡산을 위성으로 정밀 측정한 결과 새섬바위가 민재봉보다 약 2m가 더 높다는 걸 밝혀냈다.2009년 이 사실이 알려진 후 2010년 801.4m 새섬봉에 정상 표지석이 세워졌다. 800미터가 넘어야 100만 분의 1 대한민국전도에 등재된다고 하니 와룡산은 경사를 만난 셈이다.
"새섬바위는 옛날 심한 해일로 바닷물이 와룡산까지 잠기게 했으나 산꼭대기에 있는 이 바위만은 물에 잠기지 않아서
그곳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죽음을 면했다"는 전설이 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가 실존했는지 모르나 해발 800m까지 물에 잠길 리 없으니 그만큼 높다는 걸 알려주는 전설이다.
새섬봉 정상석을 둘러싸듯 원래부터 있던 바위가 담장처럼 에워싸고 있다.
천왕봉은 외딴섬처럼 돌출된 암릉이고, 도암재로 내려선 후 상투바위를 오를 때 또한번 거대한 바위를 만나게 된다.
상투바위와 새섬봉은 거의 한 몸이듯 가깝게 붙어 있고, 새섬봉을 지나며 갑자기 부드러운 육산이 시작된다.
새섬봉에서 가야 할 방향을 보니 오른쪽 높이 솟은 봉우리가 민재봉으로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인 셈이다.
새섬봉을 내려서면서부터 진달래가 길 양쪽으로 거의 민재봉까지 쭈욱 연결되는 육산이니 이제부터 산길은 좀 편해진다.
잠깐 올라가야 하는 771봉
뒤돌아 본 상투봉과 연결된 능선을 따라 불쑥 솟은 새섬봉이 보인다.
역광이 아니라면 더 선명한 풍경을 만날 수 있었을 텐데...
민재봉에서 우측으로 연결되는 능선은 기차바위, 사자바위로 내려가는 구간이다.
711봉의 헬기장이다.
산방기간이라 봉우리마다 산불감시 요원이 지키며 산불 예방을 한다.
워낙 건조한 날씨다 보니 산에선 절대 야외취사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꼭 무용담처럼 자랑하는 덜 떨어진 사람도 있다.
와룡산(臥龍山)은 경남 사천시 외에도 경기도에 안양과 화성, 대구, 경북 안동과 예천, 경남 산청과 함안 등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
그만큼 국가적인 재목이 태어나길 바랬던 걸까?
천왕봉부터 새섬봉까지 제법 암봉의 골격이 많고 형세가 웅장하여 점점 인가가 많아진다.
이런 암봉은 딱 새섬봉까지이고 새섬봉을 50여 m를 지나면서부터 갑자기 부드러운 흙길을 지나게 된다.
그 흙길 양옆으로 진달래가 끝없이 펼쳐져 새봄에 여심을 뜨겁게 달굴 테니
3월 진달래 소식이 들릴 때, 그리고 5월 철쭉이 만발하 때 와룡산은 필수코스로 다시 와야겠다.
민재봉
711봉에서 민재봉으로 오는 동안 양옆으로 억새가 깔렸다.
초가을 은빛 억새가 햇볕을 받아 은빛 물결을 이룰 때 이곳에 또 한 번 억새 장관이 펼쳐지겠다.
민재봉을 끝으로 더는 오를 일 없이 하산길에 접어든다.
하산길에 만난 더덜
이게 좀 더 크면 암괴류라고 부르겠지만, 이 정도 크기라면 그저 너덜이 맞겠다.
하산 종점에 백천사라는 큰 사찰이 있다.
약사와불전에 누워있는 목조불상은 길이 13m, 높이 4m로 세계 최대의 누워있는 부처상이라고 한다.
절의 외양간엔 목에서 목탁을 두두리는 소리를 낸다는 우보살(소)도 한 마리 있다는 데 굳이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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