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2017.4.22.토 11:12~16:25(산행시간 5:13, 휴식시간 00:30, 이동거리 11.5km) 날씨: 다소 흐림
어느 해 가을
억새가 다 지고 난 뒤 화왕산 억새군락지를 찾았다.
드넓은 고원에 펼쳐진 갈색의 억새군락지에 매료되기 전
관룡산을 오르며 건너편 구룡산의 멋진 암봉을 보며 입맛을 다진 적이 있다.
다시 화왕산을 찾는다면 기필코 저 암봉을 넘으리라 다짐했던 그곳을 오늘 오를 예정이다.
올해 마지막일지 모르는 진달래꽃 산행을 화왕산에서 마무리 한다.
화왕산을 가며 지난 번에 가지 못했던 구룡산 암릉구간 탐방에 더 큰 목표를 둔다.
위험 구간으로 산악회에서 기피하는 구간이라 길이나 제대로 있을지 모르겠다.
바위가 많은 구간이니 모처럼 정강이 보호대와 슬링도 하나 준비한다.
그곳은 오직 나 혼자 가야 하는 구간이라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구룡산 암봉 구간을 타기 위해 등산지도를 보며 어느 곳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지 숙독했다.
모든 준비를 끝내고 진중하게 발걸음을 딛는다.
구룡산 관룡산 화왕산 등산코스
석장송
돌로 만든 장승으로 고대 성기 숭배에서 나왔다는 설과 사찰 토지의 표지로 이용했다는 설 등이 있다.
지방에 따라 벅수, 벅시, 수살목, 당산할배 등으로 불렸다.
화강암으로 만든 관룡사 장승은 절 입구에 세워져 있는데, 왼쪽은 남장승, 오른쪽은 여장승이다.
두 장승은 절을 지키는 위상에 걸맞게 다문 입술 사이로 송곳니를 드러내 위용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민간 예술의 특징인 소박함과 친밀함을 잘 드러내고 있다. (안내문 편집)
지난 주 큰딸의 결혼식으로 일주일 쉬었다.
2주만에 산에 들어서니 초목은 온통 연록색 나뭇잎으로 갈아입고 신선하게 맞아준다.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고 불과 2주만에 산천은 싱그러운 봄기운으로 가득하다.
오늘은 이런 초봄의 싱그러운 봄 기운을 온몸으로 받는 행복한 산행이 될 것이다.
옥천매표소에서 1.5km 지점에 있는 관룡사까지 20여 분을 걸어 도착했다.
잠시 사찰 경내를 한 바퀴 돌며 주변 산세를 함께 본다. 관룡산 자락이 포근히 감씨니 아늑하고 좋다.
관룡사를 나와 등산을 시작하려면 길은 세 갈래로 나뉜다. 구룡산을 타기 위해 맨 우측길로 접어드니 세 명이 뒤따른다.
길은 한참이나 둘레길처럼 옆으로만 나간다. 사람들 흔적이 별로 없는 작은 오솔길로 운치가 좋아 한없이 걷고 싶다.
어느 곳에 "등산로 없음"이란 표시가 있는 걸 보니 전에 사용하던 길이지만, 지금은 막아놓은 길인가 보다.
다시 얼마쯤 가다보니 길은 아래쪽으로 계속 이어져 있으나 눈썰미가 좋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길의 흔적이 위쪽으로 나있다.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저 길은 이곳 사람들이 이용하는 둘레길 같은데 아래쪽으로 내려가니 구룡산을 오르자면 이제부터는 이 윗길로 가겠다.
나를 따를 거라면 알바할 수도 있으니 길을 잃더라도 원망하지 마라."고 얘기하니 알았다며 모두 뒤따른다.
다행히 길이 끊어진다싶어 주변을 살피면 누군가가 길을 잃지 말라며 리본을 달아놓았다.
낙엽에 묻힌 길을 리본을 의지해 찾아가며 바위를 타고 험로를 헤친 끝에 드디어 다시 제대로 된 길을 만났다.
길을 놓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밀려든다.
2.6km 지점에 있는 구룡산 능선에 올라설 때까지 58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능선에 올라서자마자 만나는 멋진 암봉이 지금까지의 수고를 보상이라도 하려는듯 반갑게 맞아준다.
구룡산능선에 올라선 이후 관룡산까지 약 1.8km 구간은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화려한 암릉구간이다.
방금 내려온 암봉이다.
지난 번 산행 때는 화왕산 억새를 보기 위한 산행이었고, 오늘은 진달래꽃을 보는 상춘 산행이다.
두 산악회 모두 관룡산으로 산행을 안내한다.
시간은 30~40여 분 더 걸리겠지만, 구룡산을 경유하면 볼거리가 화려하므로 다음에도 늘 이 구간을 함께 산행해야겠다.
조망하기 좋은 전망바위다.
마침 지나가는 산객이 있어 잠시 모델로 세워놓고 사진에 담아본다.
밋밋할 뻔 했던 바위가 모델로 크기도 가늠되고 분위기가 확 살아난다.
어딜 가나 곳곳에 이런 암봉이 화려하게 펼쳐져 다음엔 어떤 바위가 나타날까 기대가 된다.
좀 전에 내려온 바위를 세 번째 찍고 있지만, 찍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니 새롭게 보인다.
소나무 아래로 뻗은 바위는 끝도 없이 내려가고 바위에 올라선 사람은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앞쪽으로 내려오기 어렵다고 다시 뒤돌아 내려간다. 저 바위 뒤로 가면 오르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지나온 능선의 암봉이다.
맨왼쪽 바위는 좀 전에 등산객 혼자 올라가 있던 바위고, 오른쪽 원형으로 표시한 바위는 산객을 모델로 세웠던 전망바위다.
구룡산은 전부 이런 바위가 펼쳐진 숨어있는 명품코스인데, 점점 많이 알려져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코스가 되길 바란다.
저 봉우리 뒤로 좀 더 오르면 헬기장이 나타난다.
헬기장에 도착하기전 트랭글이 정상이 가까웠음을 알리는 알람이 울린다.
그 알람은 통상 정상과 70여 m의 거리 안에 들어왔을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구룡산 정상 표지석이 안 보여 트랭글을 보니 가는 방향 반대로 가야 하기에 100여 m 더 가서 구룡산 표지석 인증석을 찍고 온다.
구룡산이나 관룡산 표지석 인증석은 모두 찍었지만, 올려야 할 사진이 많기에 생략한다.
이 암봉의 한쪽 낭떠러지가 꼭 계룡산의 자연성릉 같은 느낌이 난다.
그 암봉 위로 양 옆엔 로프로 위험구간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게 설치한 걸 볼 수 있다.
이렇게 위험할수록 더 화려하게 보이는 걸 왜일까?
저런 화려함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저 암봉은 계룡산의 자연성릉을 보는듯 한 느낌이다. 계룡산 자연성릉 바로가기 ☞ http://blog.daum.net/honbul-/1080
좀 전의 칼날같은 암봉은 저기 보이는 바위 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어느 쪽이든 고개만 들면 화려한 암봉이 자연스럽게 맞아주니 오늘 구룡산은 알짜배기 덤이다.
저 바위는 바로 올라가도 되고, 위험하다싶으면 우측으로 우회해도 된다.
좀 더 위치를 바꾸니 좀 전에 보이지 않던 오른쪽에 거대한 암봉도 보인다.
방금 지나온 암봉은 숲에 가려 찍을 수 없기에 능선에서 떨어진 비탈길의 바위에 올라가 찍어본다.
이 사진 역시 비탈길의 바위에서 찍은 사진이다.
화왕산 진달래꽃을 보겠다고 산악회에서 안내한 관룡산으로 올랐다면 이런 비경을 다 놓쳤을 것이다.
이런 절경에 도취되다보니 산행 거리는 길어지고 정해진 시간은 짧으니 관룡산 정상표지석을 지나 화왕산까지는 속보로 걷는다.
드디어 나타난 화왕산 진달래군락지다.
허준세트장 건너편에 있으며 이 군락지를 보고서야 우리나라 3대 진달래꽃 군락지라고 하는 지 이제야 이유를 알겠다.
군락지 규모로만 본다면 우리나라 최대 진달래 군락지 중에 하나다.
다만 아쉬운 건 고려산이나 영취산, 천주산, 비슬산처럼 더 많은 지역을 덮고 있다면 금상첨화인데 한 군데 몰려있다는 게 다소 아쉽다.
지난 주말에 80% 정도 폈다기에 내심 기대를 하고 왔는데, 지난 주중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색깔도 벌써 물색이 많이 빠졌고 일부는 꽃이 져 화려함이 덜하다.
이 사진은 나무 위에 올라가 어렵께 찍은 사진이다.
허준 세트장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 화왕산성에 들어섰다.
나중에 올라가겠지만, 건너편 정상의 바위는 배바위다.
어느 해인가 억새태우기 행사 도중 화마에 휩싸여 저곳에서 몇 명의 사망사고가 있은 후 억새태우기 행사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
그들의 명복을 빌어본다.
좀 전에 본 진달래 군락지보다 이곳 화왕산 절벽에 핀 진달래가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화왕산 억새군락지와 절벽의 경계선을 가름하듯 붉게 수 놓은 진달래꽃은 화려하지 않으나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하더라도 오늘 창녕의 날씨는 오후 세 시부터 비가 오는 것으로 예보되었다.
날씨는 하루 사이에도 급변하여 비가 오는 대신 구름이 많은 날씨이나 산행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다만, 청명한 봄 날씨였다면 오늘 이 화왕산의 풍경에 푸른 하늘과 매치되는 진달래꽃이 더 환상적으로 빛났을 텐데....
이번엔 뒤돌아 반대방향의 진달래꽃을 담아본다.
진달래의 장관을 보기 위해 능선을 따라 난 길이 억새와 진달래군락지를 갈라놓는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 마지막에 화왕산 정상 표지석이 있다.
저 표지석에서 화왕산에서 다녀간 흔적을 남기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서 있다.
표지석 하나만 온전히 찍기엔 부담이 있는데다 산악회에서 정한 자하동천계곡이 아닌 바위능선길로 하산해야 하기에 생략한다.
억새꽃이 막 피어난 가을에 은빛물결이 출렁이면 더 멋질 화왕산 억새군락지
왼쪽 봉우리에 화왕산 표지석이 있다.
이 남자 뒤엔 배바위를 배경으로 진달래꽃이 살짝 수놓여 있어 사진이 멋지게 잘 나오겠다.
저 배바위와 산림감시초소를 지나 장군바위를 타고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구룡산을 경유한다고 보낸 시간이 많아 남은 시간이 빠듯하기에 제2등산로인 암릉능선으로 하산한다.
그런데 이 하산로가 지난 번에 내려갔던 장군봉능선 보다 더 암릉이 멋지다는 걸 알게 된다.
드디어 시작되는 하산구간에 있는 바위의 비경
건너편 장군봉 가는 길의 암봉구간
방금 내려온 암봉구간, 우측으로 내려왔다.
잠시 후 내려갈 암봉구간도 역시 구룡산의 암봉만큼 멋지다.
이런 암봉을 아뒤로 배치해 놓고 정작 화왕산 정상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완만한 구릉에 부드러운 억새를 깔아놓은 게 여인네 가슴같다.
저 암봉 뒤로 한두 개의 봉우리가 있지만, 여기서 보니 숨어있는 그 비경을 다시 볼 수 없다.
이제 이 구간의 암봉도 거의 끝나간다.
30분만 더 여유가 있다면 눈여겨 볼 풍경이 많은데, 스치듯 지나가는 풍경이 아쉽다.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나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는다.
저 희뿌연 구름대신 푸른 하늘에 몇 조각 흰구름이 떠 있다면 더 좋을 것을...
하산해서도 꽤 긴거리를 투덜투덜 걸어야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을 옆에 두고 가야시대의 왕릉이 있는 저곳으로 잠시 올라가 본다.
그 왕릉 아래 사찰에서 정리한 화원의 연산홍
크게 기대하지 않고 신청한 화왕산 진달래꽃 산행지다.
지난 번 유심히 봐 두었던 구룡산으로 오른 후 관룡산을 지나 화왕산 진달래꽃 군락지를 돌았다.
예상했던 대로 구룡산 암봉구간은 다시보기 힘든 비경이었고, 하산 코스도 마찬가지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비록 시간에 쫒겨 서두른다고 여유있게 즐기지는 못했지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멋진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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