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흘산(主屹山)
문경의 진산(鎭山)인 주흘산은 ‘우두머리 의연한 산’이란 한자 뜻 그대로 문경새재의 주산이다.
남쪽의 중부내륙고속도로나 3번 국도를 타고 진남교반을 지나 마성면 너른 들판에 들어서면 앞쪽으로 기세 당당한 산이 하나 버티고 있다.
양쪽 귀를 치켜 세우고 조화롭게 균형미를 갖춘 산세이다.
영남(嶺南) 지방이라 할 때 영남이란 충청도와 경상도를 나누는 조령(鳥嶺)을 기준으로 영(嶺)의 남쪽에 있다하여 영남이라 불렀다.
주흘산은 10m 높이의 여궁폭포와, 혜국사, 팔왕폭포, 문경 1, 2, 3관문 등이 있다.
비구니의 수도 도량인 혜국사는 신라 문성왕 8년 846년 보조국사가 창건하였으며 창건시 범흥사라고 하였으나
고려 공민왕이 난을 피해 행재(行在)하여 국은(國恩)을 입어 혜국사로 개칭. 주흘산 등산로변에 있다.
주흘산과 조령산의 사이로 흐르는 조곡천 동쪽면에는 주흘관(조령 제 1관문), 조곡관(조령 제 2관문), 조령관(조령 제 3관문)의 세 관문과
원터,성터 등 문화재가 많으며 주막도 있고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새재계곡은 문경새재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한국의 산하 인용)
산행일자 2017.9.16. 토 10:50~18:20(산행시간 07:30, 휴식시간 32분, 이동거리 16.0km, 평균속도 2.5km/h) 날씨: 잔뜩 흐림
거의 두 달 반 만에 나서는 지방 산행이다.
그동안 주로 북한산 명소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코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언제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산을 다닐 때마다 주변에 이런 명산이 있다는 게 참 행복했다.
그렇게 많이 다녔어도 아직 못 가본 데가 있을 지경이니 앞으로도 여백을 채워가는 재미를 느껴봐야겠다.
언젠가 지방 산행을 처음 시작하면서 그 첫머리 즈음에 주흘산을 다녀왔다.
낙엽이 진 11월 중순에 비가 올 듯 흐린 날씨에 올랐던 주흘산은 결국 비를 맞으며 내려왔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조령산을 걸을 때 마주 보이던 주흘산의 멋진 암릉 구간을 다시 찾겠다는 다짐을 이제야 지키게 됐다.
벌써 6년 전의 기억이니 이젠 지방 산행 경력도 제법 되지만, 연어의 귀소본능처럼 주흘의 품속으로 뛰어든다.
신사동에서 출발하는 산악회의 대부분은 더 많은 회원 모집을 위해 흔히 조령산과 주흘산을 연계시켜 회원을 모집한다.
두 산을 연계하면 시간상 주흘산의 명품 코스인 암릉구간은 제외되기에 맛보기 산행이 될 수밖에 없다.
조령산은 진작에 두어 번 다녀왔으니 생략하고 이번엔 오로지 주흘산에 집중하기로 한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여궁폭포로 올라가 주봉과 영봉을 찍고 1봉에서 6봉까지 차례로 지날 생각이다.
이번 산행은 A, B 두 코스로 운영하고 있으나 혼자 별도의 코스를 따로 만들어 가게 되므로 함께 할 회원은 없어 보인다.
단체 행동을 중시하는 친목산악회와 달리 안내산악회는 정해진 시간 안에서 내 맘대로 산행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언젠가 친목산악회로 간 속리산에선 운영진에게 알리고 혼자 산수유릿지 암릉구간을 탔던 경험도 있기는 하다.
여성회원이나 산행 경력이 적은 초심자의 경우엔 코스를 잘 모르므로 친목산악회를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
사실 오늘은 홍천에 있는 가리산, 등골산과 이곳 조령산, 주흘산을 놓고 어디로 갈지 고심을 했다.
산행을 시작하고 일정 궤도에 오르면 누구나 가장 먼저 100대 명산을 끝내려는 욕심이 생긴다.
이제 한국의산하, 산림청, 블랙야크에서 정한 각각의 100명산 중에 90개를 넘기거나 그 언저리에 있어 얼른 끝내고 싶다.
하지만 100명산은 언젠가는 다 오를 테니 그보다 먼저 즐기는 산행을 하고 싶어 가리산은 뒤로 미루고 주흘산을 선택한다.
주흘산 등산코스
문경새재엔 영남의 선비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한양으로 시험 보러 가는 길이다.
그 길에 세 개의 관문을 지나야 하는 데 첫 번째인 주흘문은 제법 위풍당당한 게 보기 좋다.
충렬사
여궁폭포
10여 m 높이의 여궁폭포라니 다른 느낌으로 본다.
여궁폭포에서 남봉으로 올라가는 길은 막아놓아 여궁폭포 주변을 넓게 한 바퀴 돌아 올라간다.
나중에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남봉 쪽으로 바로 올라온 다음 방향을 틀어 여궁폭포 위 냇물을 지르면 크게 돌지 않고도 길과 만나겠다.
작은 계류
여기도 작고 귀여운 계류가 반긴다.
한동안 단풍나무와 참나무가 많은 계곡을 지난다.
가을 단풍들 때 들리면 제법 운치있는 코스가 될텐데...
아주 커다란 소나무가 길을 막고 쓰러졌다.
바위 위에 자라던 소나무 뿌리가 깊지 못해 바람에 쓰러진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넌 왜 그런 자연의 이치도 몰랐느냐?
4km를 좀 넘게 올라오니 지루한 나무계단이 한동안 계속된다.
그 나무계단 중간중간 있는 쉼터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고, 한 사람은 119와 통화를 하며 응급처치 지시를 받는다.
몇 명은 안절부절 못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소 태평스런 모습도 보이는 데 일부는 벌써 한 시간 넘었다며 맥이 풀린 표정이다.
정상을 지나서도 한참을 더 간 후에 헬기가 이쪽 언저리서 소리가 나는 걸 보면 헬기로 후송된 거 같다.
자신의 체력과 능력에 맞게 산행해야 하는데, 무리하게 산행하다 보니 위급한 상황이 왔나 보다.
주흘산 정상까지 5.2km 거리를 2시간 20분만에 도착했다.
올라오며 간단하게 점심 먹을 때만 쉬고 올라왔으니 이 정도로 빠르게 도착했다.
이 코스엔 여궁폭포만 하나 볼 게 있지 나머진 울창한 참나무숲과 이후 소나무숲을 지난다는 것 외엔 볼거리가 없다.
종주에 주어진 시간은 불과 7시간 40분, 거리가 머니 서둘러야 한다.
조흘산 주봉 표지석은 1,076m이지만, 트랭글에선 1,066m로 안내하고 있다.
오른쪽 남봉 우측에 보이지 않는 계곡과 능선을 타고 올랐다.
부봉으로 가는 길에 잠깐 나타난 암봉
저 봉우리가 주흘산 정상인데, 알고 보면 불쑥 솟은 바위 산이다.
월악산과 백두산에만 있는 줄 알았던 영봉이 주흘산에도 있다.
하긴 뭐 북한산에도 영봉이 있긴 하지만 의미는 한참 다르다.
이곳 영봉은 주봉 보다 높은 1,106m로 주흘산의 정상인 셈이다.
주봉에서 영봉까지는 약 1.3km의 거리로 30분 걸린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면 조령2관문으로 바로 하산하게 되는데, 부봉으로 가야하니 계속 직진한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이런 푸른 숲길이다.
푸른숲은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주지만,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지루한 느낌도 든다.
맨 뒤로 월악산 영봉이 조망되는 탁 트인 공간이지만,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꾸물거리는 날씨라 조망이 시원치 않다.
영봉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참 지루하게 걸었다.
때로는 부봉 가는 길로 제대로 들어섰는지 헷갈릴 만큼 오랜 시간을 걸었다.
영봉에서는 3.5km 거리인데 말이 쉬워 3.5km이지 산에서 3.5km는 굉장히 먼거리로 지금까지 총 이동거리는 9km이다.
아마 미륵바위라는 거 같은데...
바위가 분재 항아리인양 바위의 양기를 받아 잘 자라는 소나무가 언젠가 이곳의 마스코트가 될 날이 오길 기대한다.
부봉 오르는 암릉이 쉽지 않다.
부봉이다.
주흘산 영봉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이 부봉은 이쪽에 있는 여섯 개의 봉우리 중 첫머리 바위다.
1봉이 부봉인데, 2봉, 6봉에도 부봉이란 똑같은 한자를 쓴 바위가 있다.
어느 게 진짜 부봉인지 정리가 필요해보인다. 여기도 백두대간의 한 구간인 모양이다.
이쪽도 부봉이라 표시한 글자 아래 2봉이라고 별도로 표기했다.
최근에 만든듯 글자가 선명하다.
부봉이라면 가마솥 모양의 둥그런 바위 모습이 나와야 하는데 어디로 봐서 부봉이지?
오른쪽부터 3, 4, 5봉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좀 전 미륵봉과 비슷한 모양의 바위에 다시 나타났는데, 머리 두세 개가 겹쳐 보인다.
3봉 올라가는 길도 만만치 않게 높으나 이쪽 암봉은 느닷없이 나타나 먼 거리에서 잡을 수 없기에 끝까지 다 잡아내질 못한다.
이 바위야말로 솥뚜껑을 덮어놓은 듯 보이니 부봉이라 해야 맞을듯...
엿가락 휘듯 오른쪽은 바위가 아래로 흘러내린 모습이다.
거북이 머리에 앞다리까지 비슷해 보이니 차라리 구봉(龜峰)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아 보인다.
잠시 후 가게 될 4봉
지금까지 봉우리 중 4봉이 제일 오르기 힘들다.
1봉부터 6봉까지 거리는 불과 1km 남짓한 짧은 거리인데, 오르내림이 많다 보니 꼬박 한 시간이나 걸렸다.
앞쪽 바위가 3봉이다.
힘들게 올라온 4봉 정상은 의외로 밋밋한 편이다.
5봉 미리 보기
4봉과 5봉 사이 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의 잘 생긴 바위, 시간이 충분하다면 내려가 보겠지만 오늘은 사양한다,
5봉에서 보는 6봉은 사자바위로도 불리는 모양이다.
오늘의 목표는 저 6봉까지 오른 후 뒤돌아 내려와 왼쪽 2관문으로 하산하게 된다.
5봉의 독특한 바위
5봉 내려가는 수직 벽도 제법 높고 위험해 보이나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바위를 타겠냐?
가파르고 꽤 높은 철제 계단을 타고 오늘의 마지막 구간인 6봉 정상에 올랐다.
여기도 부봉 6봉이라고 쓴 걸 보면 1봉부터 6봉까지가 전부 부봉이란 말 같다.
여섯 개의 부봉은 팔봉산이나 구봉산처럼 적당히 조망이 가능하기 보다는 갑자기 툭 튀어나와 제모습을 담기 어렵다.
이로써 다섯 시간 18분만에 주흘산 산행을 끝내고 하산길에 오른다.
벌써 16:08이니 하산길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마감 시간인 18:30까지 도착해 버스를 타려면 서둘러야 한다.
건너편 조령산 신선암봉 조망
오늘 조령산과 주흘산을 탄 회원 40명, 주흘산은 겨우 네 명만이 산행했는데 나머지 세 명은 영봉에서 바로 하산했다.
혼자서 벌이는 조령산 종주는 거리와 시간과의 싸움이나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종료 시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하산길에 보는 5봉은 좀 전 정상의 모습과는 딴 판이다.
여기서 보는 5봉이 훨씬 멋지니 원거리 미인인 셈이다.
사자바위인 6봉은 나무에 가려 한참을 더 내려온 다음 겨우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담아본다.
하필이면 이때 해가 구름 속에 들어가 그림자가 생길게 뭐람...
드디어 문경새재까지 내려왔으니 이제부터는 편한 탄탄대로를 밟고 여유있게 내려갈 수 있다.
지난 번엔 6봉에서 3관문쪽으로 내려가 이 관문인 조곡관을 보지 못했다.
문경새재를 지나자면 이런 관문을 세 개나 지나야 하니 서울 가는 길이 녹녹치 않았겠다.
하산길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이제 마감 시간은 겨우 한 시간 반 남았으니 서둘러야겠다.
아마도 인공폭포인거 같은 데...
조심을 고어인 됴심으로 썼다.
초창기 신문에서도 볼 수 있는 고어로 그때는 이승만도 리승만이라고 했다.
뭐 지금도 이런 말은 북한에 남아 있어 성씨는 여전히 리로 쓰는데, 우리도 여권엔 여전히 Lee라고 쓰니 이럴땐 남북이 같다.
나들이 나온 가족이 옆에서 사진찍던 분들에게 한 컷 요청했다.
이젠 스마트폰이 있으니 언제 어디서나 즐거운 한 때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 참 좋은 시절이다.
용추
폭우가 내리쳐 수량이 많을 땐 용이 꿈틀거리며 당장이라도 하늘로 솟구칠 형세를 가졌을까?
아니다, 용은 끝내 오르지 못하고 주저앉아 바위가 되었다.
관공서에서 출장가는 관리들에게 숙식을 편의 제공하는 공익 시설인 조령원터
지름틀바위
기름 짜는 도구인 기름틀을 연상시켜 경상도 사투리로 지름틀바위라 한다.
드디어 다시 만난 조령1관문
이로써 일곱 시간 30분만에 산행을 마침으로써 조령산을 아주 아렵게 끝마쳤다.
주차장에서 여궁폭포로 올라가 부봉까지 도는 데 꼬박 16km를 돌았으니 의외로 먼거리다.
사실 더 멀게 생각했던 조령산에서 주흘산까지 연계하는 A코스도 16km가 채 안 되었다고 하니 내가 제일 많이 걸은 셈이다.
이제 주흘산은 더 오지 않아도 될 만큼 완벽하게(아니 관봉을 오르지 못했으니 무효)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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