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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경상도·부산·울산·대구

화왕산 억새와 관룡산

by 즐풍 2019. 5. 29.

 

 

 

2014.11.22.토 09:00-15:40(여섯시간40분 산행)    날씨: 청명

 

일산에서 창녕까지 오자면 네 시간 40여분 걸리니 달랑 화왕산만 등산하기엔 아쉽다고 하여 우포늪 탐방까지 욕심을 내 무박산행이

되었다. 밤길을 거침없이 달려 우포늪에 새벽 네 시 40분에 도착했지만 생활여명이 시작된 여섯 시 40분이나 되어 우포늪 탐방에 나

선다. 하지만 너무 짙은 안개로 제대로 보이지 않아 아쉽게 탐방을 끝내고 발길을 돌려 불과 30분 거리인 화왕산에서 산행을 시작할

땐 반대로 날씨가 너무 청명하다. 아침에 안깨가 끼면 날이 맑다더니 하루종일 맑은 날씨가 다행스러웠다. 우포늪 탐방할 시간에 원

주 간다며 집을 나선 아내는 일산엔 비가 온다며 전화로 알려왔으니 작은 나라도 지역별로 날씨 편차가 크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건너편 구룡산 암봉과 어울리는 아담한 관룡사를 통과한다.  관룡사에서 우측으로 진행하면 암릉구간인 구룡산

을 지나겠지만 우린 왼쪽으로 돌아 용선대 석불을 보고 관룡산을 찍는다. 용선대에서 관룡산 정상까지는 크게 볼 게 없어 우측으로

보이는 구룡산의 암릉으로 오르면 더 좋았겠단 생각을 잠시 가져본다. 관룡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크게 어려울 것도 없는 능선을

따라 화왕산 입구에 들어서자 갑자기 색다른 비경이 시작된다. 산 구릉 두 면에 가득한 억새와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른 암릉의 조화

가 보는 시선을 압도한다.

 

근교에서 억새군락은 명성산이 유명하여 두어 번 다녀오긴 했지만 규모면에선 화왕산이 서너 배 정도 커 보인다. 아쉬운 건 억새꽃

절정기가 지난 상태라 꽃잎이 거의 다 떨어져 바람결에 출렁이는 은빛물결의 비경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크다. 능선에서 보면 허준

드라마 세트장이 보이고 창녕조씨의 시조가 여기서 탄생했다는 세 개의 연못이 보이기도 한다. 전에는 정월 대보름에『억새태우기』

행사가 있었는데 2009년 행사 때 역풍이 불어 배바위에 있던 관람객들이 불길에 휩싸이거나 바위에서 추락해 7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치는 대형사고가 있고 난 이후 더 이상의 억새태우기 행사는 없어졌다. 그분들의 명복을 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날의 참상은 잊고 오늘도 여전히 화왕산의 발길은 이어진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산하에 수많은 애잔한 역사가

숨어있다. 가깝게는 6.25 동족상잔부터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전쟁까지 민초가 겪었어야 할 아픔이 수없이 많다. 오늘도 그 아픈 현

장을 지나지만 벌써 오래전 일인듯 무심히 지나며 지난 뉴스를 검색해 사건의 중심현장에 배바위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이런 슬픈 과거를 잊어버린다면 화왕산은 가을 억새산행지로 최고의 멋진 풍경을 안겨준다.

 

 

 화왕산 관룡산 연계산행 코스

 

관룡산과 구룡산이 품고 있는 관룡사는 아늑한 게 북풍한설도 저 기암절벽의 구룡산이 다 막아줄 거 같은 포근한 느낌이다

 

관룡사에서 10여분 올라오면 용선대에 통일신라시대의 석조여래불상이 있는데 전체적인 높이는 2.9m이다

 

관룡산 올라가며 보는 석조여래불상이 있는 용선대

 

다시 바라보는 구룡산, 이곳 관룡산(龍)에서 구룡산을 바라보니(觀) 관룡산(觀龍山)이다

병풍처럼 빙 둘러쳐져 있어 병풍바위로 불린다

 

창녕군 옥처리 방향

 

 

 

관룡산 정상까지 올라오며 건너평 구룡산의 병풍바위로 그림처럼 연결돼 있고, 멀리 가야할 화왕산 억새가 반긴다

 

관룡산 정상부터 화왕산 정상까지는 급격한 오르내림이 없이 무난한 등로라 산행은 여유롭게 이어진다

드디어 모습을 나타낸 화왕산은 규모에 압도된다. 이 고개를 하나 더 넘어야 화왕산 정상이 보인다

 

 

 

화왕산은 남쪽이라 생육환경이 좋은 지 키가 사람키만큼 훌쩍 큰 게 바람에 쓸리지 않고 잘 벼텨낸 모습이 보기 좋다

 

드넓은 고원의 한쪽은 초원이지만 능선을 경계로 진달래가 뒤덮여 봄철은 진달래가 장관이다

가을의 억새 장관과 봄철의 진달래 장관을 보여주는 화왕산을 언제 한 번 다시 와야겠다

 

바로 이 낙엽진 나무들 모두가 진달래로 보이니 봄철은 연분홍 향연이 펼쳐지지 않을까?

 

참 신기하다. 능선 한쪽을 불도져로 민듯 초원이 시작되니 초원과 산비탈의 경계가 확연하다.

 

이 초원을 감싸듯 가야시대로 추정되는 산성이 있었다는 데 지금은 현대적으로 복원된 성벽이 뱀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화왕산을 하산해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멀리 창녕고분군이 보이니 경주의 왕릉과 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이다.

 

언젠가 뉴스로 화왕산의 억새태우기 불꽃을 장관을 보며 그때 꼭 오고 싶었던 곳의 하나인데 이제야 겨우 발을 들여놓았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지각이다

 

화왕산엔 허준, 대장금, 상도의 촬열장 세트가 있어 이를 도울 목적인지 임도가 잘 닦여져 있다.

그 임도를 이용한 교통수단 때문인지 700m 높이인 이곳에 등산객을 위한 짐을 부리고 간이식당 차려놓고 있어 봄 가을 축제 땐 식수만 챙겨 올라와도 되겠다.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복원된 성벽

 

 

 

이곳에 오면 누구든 허준이나 대장금, 상도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건 어떨까?

 

700m가 넘는 이곳에 언제부터 초원이 생기고 억새가 자생하게 되었을까?

 

 

 

배바위다. 2009년 정월 대보름 억새태우기 행사에 이곳에 화마가 닥쳐 7명의 사망자와 81명이 크게 다치는 대형사고가 났던 바로 그 지점이다.

 

다른 위치에서 보는 배바위

 

하산은 배바위를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멀리 창녕읍이 보이고 한 칸 건너 긴능선인 비들재암릉을 따라 하산한다.

 

마지막으로 화왕산과 배바위를 보며 아쉬운 하산길에 나선다

 

 

 

멀리 창녕읍쪽으로 하산해야 하는데 왼쪽 비들재암릉 길을 따라가다 보면 753봉을 지나 장군봉이 있는 능선을 만난다.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르고 마지막 우둑 솟은 568봉을 앞두고 오른쪽 사선으로 낙엽송 길을 따라 하산하며 오늘의 화왕산 산행을 마무리 한다.

 

쉬운듯 보여도 막상 타게 되면 험한 암릉길이다

 

 

 

 

 

남 보다 더위 더먹고 눈, 비 더 맞고 비바람과 맞써 싸웠을 소나무가 잡고 버틴 건 오직 저 바위와 친구로 지낸 덕분일까?

 

 

 

장군바위 

 

 

 

마지막인줄 알았던 화왕산 초원을 다시한번 엿보게 된다

 

 

 

저 긴 암릉구간을 돌고돌아 여기까지 내려왔으니 화왕산은 얌전해 보여도 그 부드러움 속에 몇 개의 알통을 숨겨놓았다

관룡산에서 시작한 그리 힘들지 않은 산행은 산정은 초원인듯 보이는가 하면 비들재암릉 구간이 나타나며 마지막 이빨을 드러낸다

 

이 능선길 마지막에 568m 깔딱고개를 보며 저길 올라가면 죽겠구나 싶은데 다행이 그 목전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계곡으로 하산하여 함숨 돌린다.

하산길은 쉬워보여도 마지막 작은 개울을 지나며 진흙늪이 있어 까딱 잘못하다간 미끄러져 넘어지거나 발목까지 빠지는 불상사를 만나기 쉽상이니 조심하자.

 

 

 

올해 마지막 단풍을 화왕산 하산길에서 보게 된다.

한국의산하에서 발표한 "한국 100대 명산"에 경남은 남덕유산, 가야산, 황매산, 사량도지리망산을 비롯한 11개의 명산이 포진돼 있다.

서북지역 최북단에서 이곳 최남단까지는 큰맘 먹지 않고는 쉽게 오기 힘드니 아직 밟아보지 못한 즐비한 명산을 어찌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