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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경상도·부산·울산·대구

철쭉이 유명한 천성산

by 즐풍 2019. 5. 29.

 

 

 

산행일자 2015.5.4.월(연가)  08:15-17:05(8시간 50분 산행)     날씨: 맑은 후 흐림

 

 

천성산은 부산과 연접한 경남 양산시 웅상읍, 상북면, 하북면에 위치한 명산으로 해발 922m이다.

계곡이 깊은 데다 폭포가 많고 풍광이 좋아 경남의 소금강산으로 불린다.

원효대사가 이 산에서 당나라에서 건너온 1천명의 스님에게 화엄경을 설법하여 모두 성인이 되었다는 데서

성산이란 이름이 유래되었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장관이고, 가을이면 억새의 은빛 비늘 물결이 온 산을 뒤덮는 환상의 코스를 자랑한다.

경부고속철도를 건설하며 천성산 터널을 뚫을 때 지율스님이 도룡뇽을 보호하겠다며

단식투쟁을 하는 바람에 몇 달 동안 뉴스로 도배를 했던 바로 그 산이다. 

 

한때 천성산을 품고 있던 양산시 양산읍에 있는 직장에 서너 달 근무했던 적이 있다.

그때 출퇴근하며 차창 밖으로 보이던 천성산의 암봉군락이 퍽이나 우람해 보였다.

당시엔 등산의 등자도 모르던 시절이라 산 이름도 모른 채 지나갔다.

그로부터 30년의 시공을 넘어 오늘에야 비로소 천성산에 첫발을 디디니 지각도 이런 지각이 없다.

 

토요일인 그저께는 부산의 금정산을 9시간 20분 동안 산행하고,

어제는 비가 내려 오전에 잠깐 부산 이기대를 한 바퀴 조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금정산은 그리 어려운 산은 아니지만 근래에 드물게 아홉 시간이 넘는 산행으로 체력소모가 많았다.

비좁은 버스를 타고 장거리 이동에 따른 여독과 금정산 산행의 노곤함이 온몸에 남아있지만 30년도 넘게 밀린 숙제를 풀기 위해 산행에 나선다.

 

워낙 먼거리에 있다보니 자주 방문할 기회가 없어 한 번의 산행으로 알뜰하게 끝낼 등산코스를 알아본다.

그중에 눈에 띄는 코스가 공룡능선과 중앙능선, 철쭉동산, 억새군락이다. 

매표소를 지나 한참을 더 들어간 다음 공룡능선 들머리를 잡아야 하는 데 바로 산을 올라탄 게 정족산이다. 

산을 잘못 탄 걸 알고 하산해 공룡능선 입구에 도착하니 두 시간 20여 분이 경과했다.

이 두 시간으로 천성산 산행이 정신없이 흘러간다. 

 

 

내원사 매표소로 들어가는 도로변의 암벽 곳곳엔 이름 석자 남기겠다고 이렇게 새긴 글자가 꽤 많다.

벼슬 없이 산 양반들이 생년이나 고향 표시도 없이 달랑 이름만 새겼으니 누가 누군지 알 수 있을까?

 

내원사 계곡을 흐르는 계류

 

익성암을 지나 바로 산을 타고 올랐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정족산의 일부다

 

한 시간 50분 가까이 엉뚱한 산을 타다 건너편 능선을 보니 한 눈에 봐도 공룡능선임을 알고 30여분 없는 길을 어렵게 헤쳐 내려갔다.

 

물론 누구나 알 수 있는 건 아니고 나처럼 오랜 경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내려가다 보니 어느 암자에 비구니스님이 길이 없는 데, 어떻게 내려오냐며 의아해 하길래 길을 잘못 들어 부득이하게 하산한다며 양해를 구한다.  

 

암자에서 내려가는 길은 제법 긴게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 호젓한 작은 오솔길이다

 

공룡능선 들머리에 도착한 게 11:33이니 근 두 시간 20분을 엉뚱한 데서 소비했다. 결국 쉴 거 제대로 쉬어가지도 못하며 서둘러 길을 잡는다.

 

 

 

공룡능선이라길래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생각하며 어렵고 험하겠단 생각을 했지만, 중간중간 어려운 구간엔 로프를 설치해 조금만

 

조심하면 무난히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암봉이 많아 오르는 동안 다리힘 좀 써야하니 초보자는 다른 코스를 이용하는 게 상책이다.

 

 

 

 

 

그간 오른 암봉만 해도 제법 고되다고 생각했는데 저 고개를 또 몇 개 넘어야 하니 갈길은 먼데 속도가 안 난다

 

좀 전 사진의 첫 번째 봉우리  

 

그 첫 봉우리에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니 피라미드에 나무를 입힌 느낌이다

 

넘어선 봉우리 뒤돌아 보니...

 

바위가 이뻐서라기 보다는 어느새 짙어가는 나뭇잎의 산색이 좋다

 

공룡능선의 최고봉에 오르니 연분홍 철쭉이 맞아준다.

한참 내리막 끝에 짚북재를 만나면 다시 천성산 제2봉까지 고된 오름이 시작된다.

 

여기서 보니 지나온 공룡능선이 고생하며 오를 때와는 달리 무난한 능선으로 보인다

 

보기 드문 3단 바위

 

드디어 천성산 제2봉이 보이니 저 고지만 찍으면 하산길로 접어든다.

 

 

 

코앞에 닥친 정상 표지석

 

 

 

천성산 정산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출입금지 구역이므로 천성산 제2봉인 이곳이 실질적인 정상인 셈이다.

 

그저께 부산 금정산이나 오늘 양산의 천성산 산행을 하면서 남녀 가릴 거 없이 나처럼 버프를 쓴 사람은 보지 못했다.

 

금정산이야 번한 길이니 물어볼 필요도 없었지만 천성산은 웅상읍으로 하산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 지 여자나

 

남자들에게 물어봐도 대답이 쭈뼛쭈볏 하다. 웬일인가 싶다가 나중에야 시커면 버프를 뒤집어 썼으니 그들이 경계할

 

만 하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3시인데 부산동부종합터미널에서 일산 올라갈 버스예매 시간이 오후 6:50이라 늦을 지도

 

몰라 딸에게 그 시간대 이후로 버스시간을 변경하라고 하니 전부 매진되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길을 서두른 데다 하산길이라 크게 어렵지 않아 웅상읍에 하산하니 오후 다섯 시가 좀 지났다. 버스를 타고

 

동부터미널에 내려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도 시간이 좀 남았다. 하지만 정족산 알바를 하는 바람에 여덟 시간 50분이나

 

걸린 긴 산행이 되었다.

 

 

하산하면서 다시 보는 천성산 제2봉

 

 

 

건너편 암봉

 

제2봉에서 내려온 구간

 

하산길은 이 임도를 따라 내려가니 길이 편하다

 

이곳이 올해 제11회인 천성산 철쭉제를 하는 구간인 모양이다. 여기 말고도 더 많은 철쭉이 어디 있는지 몰라도 이곳만 갖고

 

철쭉제하기엔 규모가 좀 작다. 김포 가현산 진달래 보다 규모가 작거나 비슷한 편이다. 오늘은 60-70% 정도 피었는 데, 다음

 

주말쯤엔 철쭉제에 맞춰 절정이겠다.  그제 금정산 철쭉에 이어 여기서도 철쭉이 맞아주니 기분 좋은 산행이다.

 

 

 

 

 

건너편은 천성산 억새군락지인 데, 가을 제철에 다시 오면 멋지겠다

 

이정표에 큰바위석굴로 표시되어 있는데 시간에 쫒겨 보지 못한게 아쉽다

 

 

 

하산코스로 잡은 양산시 웅상읍, 천성산에서 이곳이 부산동부터미널로 가는 가장 빠른 지역이다  

 

 

 

1무2박의 부산여행에서 첫 날은 금정산성을 돌고, 둘째 날은 비가 오는 가운데 부산 이기대를 돌았다.

 

그리고 오늘, 30년 묵은 양산 천성산을 뒤늦게 돌았으니 꽤나 알찬 지방산행이 되었다.

이번처럼 3일 이상의 연휴가 있으면 평소 가보고 싶었던 지역의 산행을 계획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