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달산 수리봉
2018.06.02.토 09:45~15:33(산행 시간 05:49, 이동거리 11.3km, 휴식 시간 56분, 평균 속도 2.2km/h) 맑음
설악산 등 전국 명산의 숨겨진 코스를 자주 다니는 서울의 한 산악회가 있다.
지난 5월 설악에 망군대~소만물상 암릉코스를 다녀온다기에 신청하려고 하니 산행을 한 번 이상 해야만 가능하단다.
다음 주 토요일 또 다른 설악의 비경으로 들어간다기에 오늘 이 산악회를 따라 문경의 운달산을 오르고 다음 주 설악의 비경으로 간다.
지난 5월에 가려던 설악의 망군대 코스는 하필 그날 우천으로 취소되어 10월로 연기되었기에 갈 수 있게 됐다.
사실, 다음 주 토요일엔 솔담님, 도솔님과 함께 1년에 6월과 11월 딱 두 번만 열리는 달마봉을 가기로 했다.
달마봉이야 이미 작년 11월의 어느 날 좋은 날에 이미 다녀왔기에 나만 취소하고, 설악산의 노적봉 코스로 변경한 것이다.
설악산은 공룡능선이나 천불동계곡 등 다닐 수 있는 구간은 많이 다녔기에 식상하던 차에 새로운 코스나 나왔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설악의 비경지를 하나씩 알아가게 될 것이다.
오늘 산행하게 될 운달산은 100명산엔 들지 않으나 설령 든다고 해도 너무 어려운 산이라 많은 사람이 기피할 산이다.
산행 처음부터 100여m 정도 펼쳐진 대슬랩을 오르거나 이게 싫으면 계단을 이용해도 된다.
나도 대슬랩을 무난히 오른 후 호승심에 마지막 구간을 버티고 있는 직벽을 여성 회원 한 명을 포함한 넷이 겁도 없이 올랐다.
제법 홀더가 좋아 오를 순 있으나 워낙 가파르다 보니 많은 체력이 요구되는 구간이라 다 오르고 난 후 벌써 진이 다 빠졌다.
운달산 등산코스
마을 입구에서 보는 수리봉으로 오르는 첫 구간의 대슬립이 예사롭지 않은 긴장감을 갖게 한다.
이 산악회는 전국 명산의 비경지를 주로 탐방하는 산악회로 여성 회원들도 암릉구간을 거침없이 탄다.
M버스를 타면 한 번에 도착하는 신사역에서 출발하는 산악회를 주로 이용하지만,
이 산악회는 한 번 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초구민회관 앞이 출발 장소다.
양재역은 서울의 또 다른 산악회의 출발 거점으로 서초구청앞에서 서초구민회관까지 산악회 버스가 즐비하다.
처음부터 약 100여 m나 되는 대슬립을 오른다는 게 산행에 앞서 몸풀기란 느낌이 강하다.
아니, 산행 시작부터 이렇게 험하니 운달산 산행은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슬립을 거의 다 오를 즈음 수리봉 정상 부근엔 또 다른 직벽의 암봉이 기다린다.
누군가 저 암봉의 직벽을 오를 사람은 올라가도 되고 아니면 편하게 우회를 하라고 한다.
얼핏 올려다 보니 올라갈 수 있겠단 생각에 여성 회원 한 명을 포함해 셋이 함께 오르는 데, 나중에 한 명이 더 따라오른다.
군데 군데 홀더가 좋아 오르는 데 오르는 데 문제는 없으나 홀더의 간격이 넓고 직벽이라 고생이 말이 아니다.
결국, 이 직벽을 다 오르고 나니 진이 다 빠지는 게 벌써 다리가 후둘거리는 느낌이다.
이때 우회한 회원들은 한참이나 앞서 떠난 뒤라 그들을 따라잡기엔 제법 시간이 걸리겠다.
떨어질듯 아슬아슬했던 수리봉 직벽과 달리 마을은 고요한 평화가 흐른다.
건너편 능선 암릉구간
드디어 오른 첫 번째 봉우리인 수리봉
수리봉
조선시대 문인으로 알려진 권섭(1671~1759) 선생은 이 마을에 거주하였다.
문경새재 옛길 박문관에 선생의 관련 자료가 많이 소장되어 있다.
그 당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마을 고지도엔 이 수리봉이 "취봉(鷲峯)"으로 기록되어 있다.
취(鷲)는 독수리를 뜻하는 것으로 이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수리봉이라 부르고 있다. (안내문 편집)
수리봉에서 조망하는 마을 저수지와 건너편 산그리메
수리봉을 내려와 건너편에서 수리봉을 담아본다.
오른쪽엔 로프를 잡고 내려오는 세 명의 등산객이 보이고 그 밑으로 절벽은 한참이나 계속된다.
저 수리봉 왼쪽 뒤로 직벽으로 솟은 바위를 타고 올라오며 이 산에서 소비해야 할 에너지의 절반은 이미 초반에 다 써버렸다.
잠시 저 바위에서 지나온 구간을 다시 보는 회원들
수리봉을 지나 작은 암봉을 내려서며 건너편 성주봉 방향의 암봉을 바라본다.
이 암봉은 왼쪽 나무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르게 된다.
좀 전에 내려왔던 암릉구간 역시 긴 로프에 의지해 내려와야 하는 험란한 구간이다.
위험하다 보니 안전하게 한 사람씩 내려서야 하기에 대기 인원이 많다.
계단을 설치하면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겠으나 이렇게 로프를 이용하거나 맨몸으로 타야 산행하는 재미가 난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성주봉
성주봉이 가까이 있다고 해도 갈 길은 여전히 험하고 고되다.
초반에 너무 힘을 뺀데다 산 자체가 쉽사리 진행을 허용하지 않는 험란하기 이를 데 없는 산이다.
설악산 공룡능선은 워낙 길고 험하다 해도 그런가보다 하는 데, 이 운달산은 입구인 수리봉부터 성주봉까지 극한의 시험대다.
수리봉 직벽을 탄다고 잠깐 뒤쳐진 후 선두를 따라잡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산행 안내할 때 약 13.5km의 거리를 여섯 시간 준다길래 산이 쉽나보다 생각했는데, 회원들 수준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9:45에 시작해 오후 네 시에 마감하고 30여 분 막거리 타임이 있다니, 막걸리 타임까지 약 45분 정도 추가 여유가 있기는 하다.
이 산악회와는 첫 산행인데, 양재역에 있는 서초구민회관 앞이 탑승 장소다.
흔히, 구청과 구민회관이 거의 붙어 있기에 10여 분 일찍 도착해 기다리다 혹시나 해 구민회관을 찾아보니 안 보인다.
아래 쪽으로 이동해봐도 구민회관이 안 보이길래 여기저기 찾아나서는 데, 마침 총무님이 어디냐고 전화를 준다.
구청 앞이라니 거기가 아니고 구민회관 앞으로 오라기에 어디냐고 하니 양재역 9번 출구 앞이라고 한다.
얼른 지도를 검색해 부리나케 뛰어가 버스에 탑승했을 땐 5분이 경과한 뒤였다.
이렇게 첫날부터 늦었기에 산행마저 뒤질 수 없어 쉬지 않고 따라 붙어도 그들은 축지술을 쓰는 지 경공술이 뛰어난 지 늘 저만큼 앞서 간다.
성주봉
성주봉(912m)은 운달산(1,097m)에서 문경읍 당포리 쪽에 있는 높이 솟은 험준한 암릉이다.
기이하게 생긴 바위와 괴상하게 생긴 돌, 아름다운 소나무 등으로 멋진 조망을 자랑하는 산이다. (안내문)
912m의 높이인데 전엔 소숫점 이하까지 기재했다가 지운 흔적이 보인다.
성주봉을 넘어 작은 협곡을 오르면 또 다른 직각의 암봉을 만나게 되는 데, 우회하는 게 신상을 위해 좋다.
이 암봉도 앞서 가던 서너 명이 넘는 걸 봤으나 이번엔 따라가지 않는다.
이미 점심 시간도 지났기에 저 암봉을 조망하기 좋은 장소에서 점심을 먹으며 사진을 담아본다.
암봉이 너무 가까워 카메라로 찍었을 땐 바로 위에 사진처럼 전체를 다 담을 수 없으나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하면 이렇게 전체를 담을 수 있다.
산행하며 카메라와 폰카를 이용하면 보다 풍부한 사진을 많이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사진 역시 가야할 운달산 방향을 파노라마 기능을 이용해 담아봤다.
성주봉만 지나면 더 이상 험란한 구간은 없으나 그래도 운달산 정상까지 걷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오늘 불과 12km 남짓 걸었으나 지금까지 그 어떤 산 보다 어렵고 체력 소모가 많은 산이었다.
산행하며 수리봉 오를 때 누군가가 말하길, "산행기를 봐도 다시 온다는 사람이 없을 만큼 어려운 산인데, 저 회원은 두 번째 방문한다"고 했다.
두 번째 오는 사람도 대단하지만, 운달산은 그만큼 등산하기 어려운 산임에 틀림없다.
얼마간 시간이 흘러 망각의 강을 건넌 뒤 기억력 부족으로 다시 온다면 모를까, 지금 생각으로 다시 찾기 힘들겠다.
드디어 운달산 정상에 도착했다.
앞서 가던 회원이 카메라를 들고 있다가 사진을 찍어 달라고 카메라를 내민다.
둘이 번갈아가며 품앗이 사진을 찍어주는 데, 옆에서 진짜 정상석이 여기있다며 여기서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
여기서 인증 사진을 찍으며 들으니 몇몇 사람은 성주봉에서 먼저 내려간 사람도 있는 데,
이곳에 있는 사람을 포함해 뒤에는 몇 명 안되는 모양이다.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쉬지도 않고 서둘러 걸음을 재촉해 내려간다.
지금까지 운달산 정상까지 오는 길에 비하면 하산길은 날아갈 듯 가볍다.
하지만, 온 길 보다 더 많이 걸어야 하니 이제부터 남은 시간 두 시간으로 빠듯하겠단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산악회는 운달산 정상을 조금 지난 헬기장에서 김룡사 방향으로 내려가지만,
이번엔 석봉산을 지나 조항령에서 임도를 타고 원점회귀하는 코스라 더 멀다.
아직 갈 길이 머니 마음이 급해진다.
오른쪽 운달산 정상 표지석
운달산에서 한 시간 거리에 석봉산 정상이 있고, 조항령까지 또 40여 분을 서둘러야 한다.
운달산 정상부터 석봉산을 지나 조항령까지 내내 숲이라 특별히 볼만 한 풍경은 없다.
조항령 바로 위에 조그만 정자가 있다.
10여 명이 쉬고 있기에 그들을 따돌리고 내려서는 데, 마침 그들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하산을 시작한다.
조항령부터는 포장된 임도라 걷는 데 제법 불편을 느낀다.
임도를 따라 걷기 싫으면 질러가는 단축 코스가 있다고 했는데, 나중에 무전기로 들었을 땐 제법 내려온 뒤라 결국 임도를 따라 걸을 수밖에 없다.
단축 코스는 조항령 정자가 있는 지점 어딘가에 눈에 띄지 않게 작은 오솔길이 있나보다.
눈으로 임도를 훑으며 아래쪽에 임도가 지나가는 게 보이면 회원들과 달리 숲을 뚫고 질러 간다.
나뭇가지에 걸리고 긇혀도 단축하는 재미도 있고 포장도로를 걷는 불편이 해소되지만, 내내 힘들긴 마찬가지다.
불쑥 솟은 봉우리가 성주봉이고, 우측에 작은 봉우리는 몇 사람은 올라간 봉우리로 앞서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으로 찍은 암봉이다.
임도를 가로지르는 너덜지대로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이 구간을 통과할 때 돌이 몇 번 등산화를 따라 구르긴 했으나 무사히 통과했다.
이렇게 두어 번 단축 코스를 길을 내는 바람과 함께한 회원들 보다 산행 거리를 단축시켰다.
뭐, 거리를 단축하긴 했으나 쉽지 않은 길과 숲을 헤친다고 소모된 에너지는 비슷하겠다.
하산하며 다시 보는 수리봉
성주봉 일대
하산을 마치고 버스 주차장에서 바라본 수리봉과 성주봉 일대
다음 주말 설악산 비경지를 갈 생각에 처음으로 함께 나선 산악회는 다른 세상이었다.
요즘 웬만한 친목 산악회에서도 갖지 않는 하산 후 막걸리 타임도 있다.
볶은 김치와 산나물 무침, 두부와 막걸리 그리고 시원한 미역국에 오이냉채와 초를 넣어 시큼한 국이 일품이다.
마침 시장하던 터라 준비한 음식으로 허기를 재우고 에너지를 보충하며 회원들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회원들간 사이도 제법 돈독해 보여 느낌이 좋은 산악회로 남는다.
다음 주 설악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제법 기대가 되는 산악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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