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17. 토 11:30~16:20(이동 거리 약 11km, 이동 시간 04:50) 맑은 날씨
올 설명절은 4일 연휴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하루만 앞당겨졌어도 하루를 더 쉴 수 있었는데, 매우 아쉽다.
이런 연휴 타령도 이제 몇 년 안 남았다.
2021년 6월 말 정년퇴직에 앞서 1년 휴가를 들어갈 수 있으니 실제 근무할 날도 3년 남짓 남았다.
50줄을 넘기니 세월은 쏜 살보다 더 빠른 총알처럼 날아간다.
늘 그렇듯 오늘도 산이다.
여가 활동이 변함없이 등산이라니 이제 지겨울 만 하다.
산행 경력이 좀 되다 보니 골산이든 육산이든 어디를 가나 거의 비슷한 산세라 이제 특별한 걸 바랄 수도 없다.
그렇다고 전혀 없지도 않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 비탐지역으로 스며들면 까무러칠 만큼 멋진 곳도 많으나 길 안내와 용기가 필요하다.
20~30kg 정도를 아무렇지도 않게 짊어질 수 있다면 백패킹하며 자연을 즐기면 좋겠다.
하지만 마라톤 풀코스를 뛰며 나간 무릎 핑계가 아니어도 워낙 약골이라 그런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다.
몸이 가벼워 산행이 쉬울 순 있으나 딱 하루 정도 견딜 체력 밖에 안 되니 백패킹은 어림도 없다.
그러니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가벼운 등산을 할 요량으로 발길을 옮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은퇴로 출근 부담이 없다면 배낭 하나 매고 기한 없이 전국을 도보여행 할 날도 있을 것이다.
우두산 등산코스
이번 산행은 비계산과 우두산을 연계하는 A팀과 우두산만 도는 B팀으로 진행한다.
평소 같으면 한 번에 두 산을 타는 A팀으로 갔겠지만, 우두산 암릉이 멋지다기에 우두산으로 "선택과 집중"을 한다.
A팀은 고견사 주차장에서 반 시계 방향으로 도는 우두산 정상부터 찍는 코스를 이용한다.
반면에 함께 한 도솔님과 바리봉부터 도는 시계방향의 산행을 시작한다.
막상 들머리를 잡고 산을 오르니 길은 옆으로만 돌길래 잘못들었나 싶었는 데, 400m 걸었을 때 이정표를 보고 제대로 길을 든 것을 알았다.
산행 초입부터 기묘한 암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왼쪽으로 바리봉과 장군봉을 먼저 타고 두어 시간 후에 주능선에 있는 저 의상봉도 오르게 된다.
드디어 제법 높은 바위에 오르자 처음 만나게 될 바리봉이 큰 키를 내보이며 우람하게 솟아있다.
왼쪽으로 들머리를 잡다보니 산행 대장이 안내하지도 않은 바리봉을 타는 행운도 누린다.
결국, 45명 회원 중에 우리 둘만 바리봉을 타는 행운을 누린다.
바리봉이 가까워지자 한결 훤칠한 암봉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리봉
우두산의 기암괴봉으로 주봉인 상봉보다 더 많이 알려진 곳으로 의상봉, 장군봉, 바리봉이 있다.
웅장한 기세와 골격미를 자랑하는 남성적인 장군봉에 비해 바리봉은 여성적인 자태를 보인다.
하얀 주발을 엎어놓은 듯한 형상은 다소곳이 앉아 자애로운 눈길로 등산객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여인을 떠올리게 한다.
믿을만한 근거는 없으나 '바리' 명칭의 유래는 바리공주 설화와 불가의 발루공양이 언급되고 있다. (안내문)
거창의 주요 농산물로 딸기가 유명하여 딸기 모양을 형상화한 표지석을 세웠다.
바리봉이 800m이니 의상봉이나 우두산 정상은 해발 1,000m가 넘어 앞으로 약 200m 의상의 고도를 높이며 산행해야 한다.
바리봉까지 올라오기가 힘들었지 200m라면 별로 어려울 것도 없다.
바리봉에서 저 왼쪽 뒤로 보이는 장군봉까지 제법 먼 거리다.
멀다고 해도 워낙 눈에 들어오는 비경이 많아 어려운 줄 모르고 도착한다.
우두산 주 능선으로 왼쪽 장군봉부터 오른쪽에 툭 튀어나온 의상봉, 그 뒤로 작은 암봉 뒤가 우두산 정상이다.
주 능선을 걷는 동안 합천 가야산과 멀지 않은 이 지역도 가야산의 어느 한 지역을 지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때로는 남산제일봉의 한 구석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할 만큼 멋진 곳이지만, 아직은 일반에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바리봉을 오를 때 올라온 바위 구간
건너편 큰 바위
바리봉을 오르는 곳이나 내려오는 곳 모두 저런 나무 단이 설치되어 보다 안전해졌다.
우두산에서 이 정도 바위라면 아주 흔한 바위다.
한결 가까워진 우두산 주 능선
장군봉이다.
장군의 기개처럼 대단히 큰 암릉이 작은 암봉을 거느리며 남쪽을 바라보고 있다.
주능선을 만나면 장군봉까지 120m를 올라온 다음 주 능선의 의상봉으로 가자면 다시 되돌아 가야 한다.
장군봉이 거느린 왼쪽 바위
장군봉 정상 표지석
거창한 거창에서 세운 장군봉 표지석에 정성을 많이 들였다.
판옥선 위에 갑옷과 투구를 걸치고 왼손엔 칼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이순신 장군을 연상시킨다.
왼손에 칼을 들고 있으니 당장 오른손으로 칼을 뺄 듯 위급해 보이기도 하고 뭔가 작전을 구상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거창의 주요 농특산물로 사과와 오미자, 딸기가 유명하다.
내려다 보이는 농지엔 많은 비닐하우스가 보이는데, 딸기를 재배할 확률이 높다.
내가 어릴 땐 제철 과일만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젠 한겨울에도 딸기를 먹을 수 있다.
여름 딸기는 성장이 빨라 당도가 11브릭스인데 반해 겨울철 딸기는 천천히 익기때문에 13브릭스까지 오른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은 제철 과일 보다 하우스로 재배하는겨울 딸기 맛이 더 좋다는 얘기다.
겨울이라 농작물을 망치는 벌레도 없고 가격은 높으니 재배 농가에겐 일석이조인 셈이다.
의상봉 가는 길목엔 기기묘묘한 형태의 여러 바위가 잘 만든 악보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수놓고 있다.
우두산은 주능선에 이렇게 멋진 바위를 배치하고 지나가는 산객의 탄성을 불러 일으킨다.
조금 더 위로 올라왔을 뿐인데, 더 눈부신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반대 방향에서 올라왔다면 저 풍경은 일부러 뒤돌아 보기 전엔 결코 볼 수 없는 다이나믹한 풍경이다.
고견사에서 바로 올라와 우두봉을 찍고 의상봉으로 하산한다면, 이 풍경은 뒤로 돌아 보아야 하기에 거의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대부분의 블로그를 검색했을 때의 결과이니 그대가 우두산을 산행할 기회가 있다면 바리봉으로 올라갈 것을 추천한다.
좀 전의 사진에서 바위 하나를 넘은 후 보게 되는 바위의 비경
제법 암릉이 많은 산으로 알고는 왔으나 기대 이상의 풍경을 보여준다.
바위 하나하나를 넘을 때마다 전혀 새로운 풍경이 기다린다.
올라올 때 왼쪽 큰 봉우리인 의상봉이야 볼 수 있었지만, 능선 좌측인 북사면의 바위는 완전히 새롭다.
하나 하나가 다 독특한 모습인데, 전체를 한 번에 조망하게 되니 오늘 산행은 전혀 힘든 줄 모르겠다.
조금 더 확대해 보자.
우두산 주 능선의 한 구석에 지남산이 알박기를 하고 있다.
지남봉이라고 했어야 더 어울릴 이름인데, 山 자를 넣음으로써 쌩뚱맞게 우두산을 갈라내고 말았다.
그렇다면 장군봉과 바리봉은 지남산에 속한 것일까? 경계를 알 수 없으니 헷갈린다.
지나온 능선으로 앞쪽에 있는 비스듬한 능선을 따라 장군봉을 오른 후 이곳까지 왔다.
저 능선 아래쪽에 불쑥 솟은 봉우리가 제일 먼저 만난 바리봉이다.
방금 지나온 봉우리
저 의상봉은 오를 수 없을 만큼 절벽인 데, 봉우리 뒤로 설치된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갈 수 있다.
당겨본 의상봉과 의상봉이 거느린 위성 바위들
이 독특한 바위는 하경봉인데, 사람들이 이름을 잘 모르는 모양이다. 내려가면서 다른 각도에서 다시 잡는다.
여기서 다시 보는 더 멋진 모습의 하경봉
의상봉
해발 1,046m인 의상봉은 우두산 서쪽지맥으로 가조면 수월리에 있다.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참선한 곳이라 붙여진 이름으로 " 인간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 있다."고 할만큼 우뚝한 돌부리가 뛰어난 산이다.
산 아래에는 의상대사가 수도할 때 쌀을 얻었다는 쌀굴이 있고, 신라 때 세운 고견사가 있다.
고견사엔 최치원이 심은 은행나무가 유명하다. (안내문 편집)
의상봉 뒤로 돌아올 때 눈과 빙판이라 조심스럽게 걸었다.
상봉은 워낙 우뚝 솟은 봉우리라 계단을 타고 오르는 데, 거의 60~ 70m 높이가 되는 거 같다.
정상에 오르면 조망이 뚫려 사방이 일망무제로 보인다.
여기가 어느 구간일까?
방금 지나온 구간인데, 올 때 잘 보이던 바위의 비경도 나무 뒤로 숨었는지 보이지 않는 미스테리가 존재한다.
의상봉에서 하산하며 바라보는 우두산 방향의 바위들
드디어 우두산 정상이다.
바리봉이나 장군봉, 의상봉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 반면 우두산 정상은 거친 숨을 쉬어가기 좋다.
그래도 정상 옆에 작은 암봉 하나가 있으나 이미 수없이 많은 빼어난 바위를 보아왔기에 생략한다.
맨 뒤로 보이는 봉우리가 합천의 가야산 정상이다.
오른쪽 만물상능선도 먼 실루엣으로 보이는데, 오늘 이곳이 만물상 구간인 듯 많은 만물상을 만나고 또 만날 예정이다.
코끼리바위
저 구간도 가면 좋겠지만, 다음 기회로 미룬다. 뒤로 A팀이 다녀온 비계산이 보인다.
좀 더 가까이...
듬성듬성 박힌 바위가 파란 숲속일 때 또는 단풍든 무렵에 더 돋보이겠다.
왼쪽이 의상봉
우두산 산행의 마지막 구간인 하산 지점을 멋지게 만든 암봉군락이다.
대부분은 이곳이 등산 코스지만, 오늘 우리는 하산 코스로 잡는다.
올라가기도 애매한 높이의 바위
이런 곳은 눈이 왔을 때 매우 위험하겠지만, 등산하는 동안 눈은 거의 다 녹고 의상봉 뒤로 눈과 얼음이 있을 뿐 힘들지 않게 산행을 끝낼 수 있었다.
오른쪽 바위로 내려오는 데 보기와 달리 위험하지는 않다.
바위가 크고 높다고 하나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곳은 어렵지 않게 잘 다닐 수 있다.
국립공원이나 도립, 군립공원이 아니라도 요즘은 지자체에서 등산로를 잘 정비해 산행이 훨씬 쉬워졌다.
이름이 뭘까?
맨 우측은 의상봉이다.
좀 전에 내려온 바위로 왼쪽 첫 번째 V자형 바위 사이로 통과하여 설치된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또 얼마만큼의 바위 군락을 통과하기도 하고...
저쪽 경사면에도 바위를 배치해 등산객의 훌륭한 눈요깃감이 된다.
조금 더 가면 마장재까지 갈 수 있었지만, 혹시 몰라 서둘러 내려오니 마감 시간이 50분 남았다.
고견사는 200~300m 올라가야 하기에 생략함으로써 고견사가 자랑하는 1000년을 산 향나무를 보지 못했다.
비록 비계산을 오르지 않고 마장재까지 가지 않았어도 여느 산에서 느끼지 못한 비경을 본 멋진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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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두산 가는 길에 죽암휴게소에서 20분간 쉴 때 깜박 잊고 아이폰을 앞 좌석 뒤에 달린 그물망에서 꺼내지 않고 다녀왔다.
휴게소를 다녀오니 있어야 할 아이폰이 없어져 대장이 방송을 했으나 나타나지 않는다.
옆 좌석 회원의 핸드폰으로 통화를 시도하니 전원이 이미 꺼져 있다.
33개월 정도 잘 쓴 스마트폰인데, 이렇게 분실해 아쉽다.
그동안 산행에서 참 많은 물건들 분실했다.
썬글라스 너댓 개, 스틱, 안경, 모자 등 아이폰가지 분실물의 취득가액만 따져도 3백만 원이 헐씬 넘는다.
물건 관리를 잘했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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