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1. 일 12:04~16:58(전체 시간 04:54, 운동 시간 03:48. 전체 거리 8km, 평균 속도 2.0km/h) 많은 안개 점차 벗겨짐
설악산만큼 좋아하는 암릉 산이 제법 많다.
가깝게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이 있고, 멀리 월출산, 대둔산, 가야산, 팔영산 등이다.
더 생각하면 계룡산, 속리산이나 지리망산, 와룡산, 우두산, 팔각산 등 끝없이 올라온다.
그중 월출산은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그 위용이 더 대단해 보인다.
이런 지역 명산을 힘겹게 올라서면 그 찬란한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그간의 피로를 보상 받고도 남는다.
힘든 코스일수록 비경은 많기 마련이라 그런 비경을 보려고 험로를 찾아가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기회만 되면 등로와 떨어진 곳의 비경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지언정 일단 가 보고 만다.
그렇게 등로 이탈로 산악회 버스를 놓치고 개별적으로 귀가했던 경험도 두세 번 있다.
이번 월출산은 평소 가고 싶었던 경포대에서 올라 살짝 비탐 구간의 암릉을 타게 된다.
어제 덕유산 원추리꽃을 본다고 14km를 신청했는데, 태풍 다나스로 다들 취소하여 산행은 무산됐다.
오늘은 비가 그친다는 예보로 갑자기 신청자가 늘어 30명 넘게 채워 산행에 나서니 다행이다.
산행은 이렇게 열리지 않은 비경 코스로 다니며 자극을 많이 받아야 산행 동력을 더 키울 수 있다.
월출산 영주대 달구봉 장군봉 형제봉 등산코스
어제 태풍 다나스가 영호남을 관통하며 많은 비를 뿌렸다.
월출산 국립공원도 호우주의보와 태풍경보 발효로 7.19.(금) 02:00부터 오늘까지 전구간 탐방로가 통제되었다.
대장은 수시로 월출산 국립공원 사무실과 통화했는데, 12:00에 통제가 풀릴 예정이라며 월출산 산행을 포기한다고 한다.
대타로 완주 대둔산의 새천년릿지를 하겠다며 양해를 구한다.
어차피 산행을 못할 바엔 꿩대신 닭이라고 대둔산 새천년릿지도 괜찮겠단 생각이다.
신갈IC를 지날 때 회원 한 명이 월출산 못갈 바엔 내리겠다며 오산정류장에서 내린다.
대둔산으로 거의 접어들 즈음 대장은 기상특보 해제로 11:00부터 전구간을 개방한다며 다시 월출산으로 버스를 돌린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애초 월출산 도착 예정 시각 보다 40여 분 늦은 12시에 경포대 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도착했다.
경포대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데, A코스는 양자봉과 달구봉을 거쳐 정상 찍고 하산은 장군봉과 형제봉으로 하산하게 된다.
버스에서 내린 회원을 따라가다 뭔가 이상해 뒷사람에서 물어보니 비탐팀은 입구에서 능선을 치고 올라갔다고 한다.
서둘러 600~700m를 내려와 한참만에 일행을 따라 잡았다.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안개가 많이 껴 몇 군데 암봉 사진은 올릴 필요가 없어 이 바위부터 올린다.
왼쪽 소나무 쪽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경사가 가파른데다 발 디딜 공간이 없어 자일을 깔고 겨우 내려섰다.
가운데 보이는 바위 정상이 등로에서 조금 떨어진 양자봉이다.
이 바위를 오를 수 없어서 자일을 깔고 내려섰던 곳으로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이 바위도 아래쪽은 제법 경사진 곳으로 옆 바위로 오른 후 건너뛰어 잘 착지 후 올라야 한다.
아직 일부 습기가 남아있는데다 경사가 심해 앞서 가던 회원이 떨어질까 두려워 순서를 뒤로 미룰 만큼 긴장되는 곳이다.
그곳만 잘 건너뛰면 잠깐 이런 원추리꽃밭을 사뿐히 밟으며 지나게 된다.
그렇다고 이 길도 그렇게 만만한 건 아니다.
저 암봉 맨 위가 오늘 첫 번째 미션인 양자봉이다.
벌써 양자봉에 오른 회원
양자봉은 등로에서 살짝 떨어진 곳이라 건너갔다 와야 하는데, 오르기 어려워 보여도 왼쪽 소나무 숲을 지나면 큰 문제없다.
양자봉에서 좀 전에 조망하던 장소를 본다.
앞 바위는 양자봉에서 아래로 흐르는 암봉이다.
이 능선이 좀 전에 올라온 능선이다.
잠시 후 가야할 암봉을 양자봉에서 바라본다.
저 능선은 나를 포함한 다섯 명만 넘고 나머지 인원은 안전하게 우회한다.
이분과 함께 암봉을 타고 넘으며 달구봉을 제일 먼저 오르고 일행과 떨어져 장군봉과 형제봉으로 하산했다.
산성대를 타고 오를 때 내내 보이던 장군봉과 형제봉은 구름다리로 하산할 때도 삼삼하게 보여 언젠가 꼭 가고 싶던 곳이다.
그 명품 구간을 이분과 함께 하며 어렵지 않게 오래된 소원을 풀게 된다.
바라보아도 쉽지 않은 암봉이다.
좀 전 암봉은 어렵지 않게 내려섰으나 이 암봉은 가느다란 자일이 걸려있다.
자일을 움켜쥐었으나 발 디딜 공간이 없어 두어 번 허우적거리다 포기하고 우회한다.
뒤따라 온 이 여성이 나도 포기한 그 암봉을 오른 걸 우회한 후 알았다.
암벽을 배웠다니 뭐가 달라도 다르다.
좀 전 우회한 바위를 돌아가서 보면 이곳도 어렵게 내려올 수밖에 없다.
아직 습기가 있는데다 난코스라 내려서기도 쉽지않다.
월출산은 영암평야에 우뚝 솟은 바위 산을 선물했다.
오늘 우연찮게 월출산 명품 구간을 지나며 고생하는 만큼 비경을 고스란히 기억에 담는다.
가운데 바위만 우회했다.
지나온 구간을 뒤돌아 봐도 멋있다.
저 산위의 안개를 전부 뽑아 올려야 산 위를 수놓은 비경을 볼 수 있을텐데...
지나온 곳
지금까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던 달구봉이다.
가장 높은 바위가 닭 벼슬처럼 세 바위가 적당한 간격으로 모여있다.
드디어 달구봉으로 가는 능선에 올라서니 건너편으로 떨어지는 근사한 암릉구간을 보게 된다.
저곳에도 길은 있으리라.
드디어 달구봉을 조망할 수 있는 지근거리에 도착했다.
위 사진은 아이폰으로 거리를 좁힌 거고, 아래 사진은 카메라로 찍은 것으로 각각 일장일단은 있다.
앞서 건너편 능선에서 보던 것과 달리 닭 벼슬이 너무 가깝게 모여 있어 좀 부족한 느낌이다.
달구봉을 바라보며 쉬고 있는데 우회한 팀이 이 바위 뒤에서 올라오는 데 낙석 떨어지는 소리가 제법 요란한다.
마침 아래쪽에 아무도 없었으니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다.
달구봉을 보기 위해선 저 암봉을 오르내려야 한다.
제법 경사는 있으나 다닐만 하다.
왼쪽 두 번째 암봉 우측 안부를 지나 정상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런, 바위 사이에 쐐기가 박혀 있다니...
그새 안개는 또 한무더기로 몰려와 승천할 차비를 갖춘다.
얼릉 안개가 모두 사라져야 조망이 더 좋아질텐데...
드디어 경포대에서 오르는 등로와 만나 잘 다듬어진 계단을 타고 정상으로 오르게 된다.
이 계단을 거의 다 오를 쯤 목우가 전화를 준다.
옥수수 따러 간 원주는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우리는 옥수수를 많이 먹지 않아 동생과 누나에게 많이 덜어주고 조금만 가져왔다.
이 길로 가면 구름다리를 거쳐 천황사로 떨어지는 곳인데, 방향을 왼쪽 산성대길로 바꾼다.
그래야 중간에 바람골로 내려가다 장군봉으로 올라서야 하기 때문이다.
정상은 조금 더 가면 되지만, 천황봉까지 다녀오려면 시간이 걸리기에 바로 산성대길로 방향을 튼다.
잠시 후 가게 될 장군봉과 형제봉
장군봉으로 가는 길에 바라보는 산성대능선
형제봉인데, 줄줄이 달린게 자식 많은 집안의 형제처럼 보여 형제봉인가?
월출산이 자랑하는 구름다리를 보려면 이곳 형제봉과 장군봉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하산하는 내내 구름다리를 보게 된다.
과연 저렇게 가파른 산을 다닐 수 있을까싶어도 막장 등산로를 따라 가면 편하단 느낌이다.
물론 어렵게 지나가야 하는 구간도 있으나 그런덴 안전 시설이 설치되어 어렵지 않게 다닐 수 있다.
오늘 산행을 안내해주신 공산술님 이 장군봉능선을 몇 번 다니셨다고 한다.
길 안내를 해주신 공산술님께 감사드린다.
百聞이 不如一見이요, 百見이 不如一行일지니 登山은 이렇게 어렵고도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온몸 나뭇가지에 찔리고 바위에 긇혀
상처투성이가 될지라도 견뎌내고 올라야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런 위험과 고통을 감내한 결과, 이런 멋진 비경을 보게 된다.
더 가까워진 형제봉
이제 또 이 바위를 올라 가야 하니 이쪽 코스도 쉽지는 않다.
월출산 천황사에서 오를 기회가 있다면 구름다리는 제껴두고 이쪽 장군봉능선으로 오르리라.
이 능선을 내려가는 동안 월출산의 자랑거리인 구름다리를 계속 마주하게 된다.
저 구름다리가 놓이게 되면서 길을 낸 것일까?
없었을 땐 어떻게 다녔을까.
맨 우측 바위는 눈 감은 흑인같이 생겼다.
커다란 공기돌 두 개가 굴러떨어지지 않고 영겁의 세월을 용케 잘 버텨내고 있다.
다음에 올 때까지 그대로 있거라.
설악산 달마봉과 비슷한듯 다른 모습이다.
이 역시 백호가 영암뜰로 내려가는 형상이다.
점입가경이다.
그렇게 다니고싶던 이 형제봉능선을 회원님 덕분에 길 찾는다고 힘들이지 않고 통과하게 되니 시간과 체력의 절약은 덤이다.
바위는 위치따라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넘어와서 보는 형제봉
78년 처음 설치됐던 옛 구름다리는 주탑 부분이 부식되는 등 안전에 문제가 생겼다.
2006년 5월 새로 설치한 구름다리는 붉은색이 단풍과 잘 어울린다.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 때 이곳을 방문하면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
마지막 구간을 장군봉이 딱 버티며 등산객의 안전을 책임진다.
오늘 산행의 대미를 장군봉이 장식한다.
암봉이 두 개라 형제봉으로 오인할만 하지만, 등산지도 여려 개를 살펴보니 장군봉으로 표기되어 있다.
우람하고 훤출한게 생긴 장군봉이다.
장군의 위용에 맞게 잘 자란 턱수염까지 제대로다.
뒤로 넘어가면 비 온 뒤라 미끄러워 위험할 수 있기에 계곡으로 빠진다.
그 계곡은 북한산 파랑새능선의 바람골처럼 고도가 뚝뚝 떨어지는 곳이나 길이는 서너 배 더 길다.
태풍이 지나간 뒤라 아직도 물이 흐르고 바위엔 낀 이끼가 미끄러워 조심조심 내려섰다.
잘 있거라, 장군봉아!
다음에 올 때까지 월출산을 잘 지키며 등산객의 안전까지 책임지길 바란다.
장군봉능선에서 구름다리 방향을 바라보며 하직 인사를 나눈다.
평소엔 물이 흐를듯 말듯 할텐데, 물소리도 우렁차게 멋진 폭포를 보여준다.
아침엔 월출산 비경을 못 보는구나 싶었는데, 다행히 입산통제가 해제돼 장군봉능선을 타는 행운까지 누린 멋진 산행이었다.
걸음 빠르고 월출산 구석구석 잘 아는 회원님을 만나 양자봉, 달구봉은 물론 꼭 가고 싶었던 장군봉능선까지 두루 밟았다.
함께한 회원 중에 장군봉능선 우리 둘이 가장 빠르게 타고 내려왔다.
주어진 시간 보다 한 시간 30분 일찍 하산하기까지 했으니 그만큼 열심히 걸은 것이다.
월출산에 숨겨진 비경을 다 보려면 더 북한산 만큼 열심히 다녀야겠다.
함께 하신 회원님은 공산술님이시다.
산에 다닐 때 가끔 걸려있던 등산 리본에서 보던 닉인데, 드디어 그분과 함께한 산행이다.
다음 어느 산에서 뵙게될지 모르지만 함께 산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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