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국립공원 탐방/월출산

월출산을 마지막으로 국립공원 모두 끝내

by 즐풍 2019. 6. 27.

 

 

 



산행일자 2014.04.26.토 09:50-16:40(여섯 시간 50분)    날씨: 흐림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월출산을 향해 떠난다.

국립공원 중 내륙에서 가장 멀리 있으니 달려가기도 쉽지 않은 산이라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눈으로만 감상하던 산이다.

그렇다고 월출산이 한계선은 아니다.

더 멀리 해남의 달마산이나 두륜산, 고흥의 팔영산과 장흥의 철쭉이 유명한 제암산, 사자산, 일림산 등을 다녀왔다.

특히 해남 강진의 주작산, 덕룡산은 두 번이나 탐방했으니 호남권에선 월출산보다 더 먼 산도 있었다.

2009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여 한동안 북한산 등 근교산행으로 등산의 기초를 닦은 후 

2011년부터 지방산행을 시작한지 만 3년 만에 월출산을 끝으로 16개의 국립공원의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는 셈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은 꼭 16개로 한정되진 않는다.

북한산만 하더라도 도봉산과 사패산을 거느리고 있다.

월악산은 금수산, 도락산, 북바위산, 포함산에 제비봉, 옥순봉, 구담봉, 만수봉 등 여러 산과 다양한 코스를 포함하고 있다.

속리산은 주능선 외에도 칠보산, 도명산, 군자산을 포함하고, 오대산은 동대산과 계방산, 소금강지구 등 범위가 넓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다도해 해상에 있는 섬과 해변뿐만 아니라 육지에 있는 금오산, 팔영산까지도 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한려해상국립공원도 마찬가지여서 금산, 가라산, 지리망산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소백산, 지리산, 한라산, 계룡산, 치악산은 단일 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설악산은 2011년 초 점봉산이 편입되었다.


 


이렇게 국립공원에 편입된 작은 산까지 완등하자면 등산을 주업으로 삼지 않는 한평생을 산악회를 따라 다녀야 한다. 

하지만, 산악회라고 국립공원만 돌 순 없는 일. 

교통 편의성과 산행의 난이도, 회원의 참여도, 회비 결정 등에서  제외되는 산이 태반을 넘을 테니 절반 이상은 포기하거나 혼자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대표 산으로 지정된 산만 다 다녀도  16개 산은 먹고 들어가니 적지 않은 산임이 틀림없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16개의 산 외에도 도립공원이나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을 포함하여 산림청이 지정한 100대 명산이나

한국의산하 100대 명산은 산꾼이라면 보편적으로 밟아보고 싶은 산이다. 

산림청의 100대 명산은 산악전문가와 학계, 언론계 등에서 산의 역사, 문화, 생태 등등 5개 항목에 가중치를 두어 선정한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산하는 홈페이지 접속 통계에 따른 선정이므로 등산객의 선호도가 반영되어 일견 보편·타당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월출산을 등산함으로써 한국의산하 100명산 중 61개 명산을 섭렵했다.

주작산이나 덕룡산, 구봉대산처럼 명산임에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 순위에서 뒤로 밀린  절대비경을 가진 산이 전국 곳곳에 숨어 있다. 

순위를 200대 명산으로 확장하면 개인적인 기호에 따라 순위가 뀌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새로운 명산 산행에 앞선 설레임과  그 산의 넉넉한 품에 안겨 비경을 헤쳐나갈 때의 행복감으로 산행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힘들게 산행할 때 에로틱한 신음이 나기 일쑤지만 산행하는 내내 긴 여운으로 즐길 수 있으니 이렇게 긴 황홀감을 어디에서 맛볼 것인가?


 


때로는 설악산이나 북한산, 관악산처럼 암봉의 화려함 속에 들어가 이를 즐기고 바위를 타는 긴장감에 많은 흥미를 느낀다.

그러기에 오늘 밟게 암봉이 화려한 월출산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시간적인 제약으로 일부 구간만 산행한다고 해도 끝없이 이어질 색다른 암봉의 비경을 생각하면 월출산을 밟기도 전부터 마음이 설렌다.


어디 그뿐인가?  

월출산을 마지막으로 국립공원을 모두 마치게 된다는 사실은 더 넓고 더 멋진 새로운 산행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된다.


 

 

월출산(月出山)

    전남 영암군에 있는 월출산(809m)은 198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총면적은 42㎢이다.

   산 전체가 거대하고 다양한 암봉군락으로 이루어져 호남의 금강산이라 칭한다.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 동백꽃이 기암괴석과 잘 어울려 봄철 상춘 산행으로 적격이며,

   가을엔 미왕재에서 펼쳐지는 광활한 억새밭이 장관을 보여준다. 

   지상 120m 높이에 길이 52m, 폭 60cm의 붉은색 구름다리는 여전히 월출산의 명물이다. 

   정봉엔 아홉 개의 물웅덩이에 항상 물이 있어 용이 살았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 아래로 500m쯤 내려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국보 제144호로 지정된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구정봉 아래에 있는 배틀굴과 마주 보이는 곳의 남근석은 월출산 산행의 흥미를 높인다.

   월출산은 불과 809m로 만만한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의 837m보다 낮아 높은 산에 속한다고 할 수 없지만,

   서해를 낀 낮은 들판에 솟아 있으므로 웅장하게 다가온다. 

   한국의산하에서 12위로 지정된 명산이자 산림청에서 정한 100대 명산에 속한다.

 

 

월출산국립공원 등산코스 

 

 

 

버스는 아침 9시 40분에 월출산 들머리인 도갑사에 도착했다. 

애초 3월 29로 예정됐던 월출산 산행은 불순한 일기로 취소되고  한 달을 다린 끝에 오늘에야 탐방하게 됐다.

3월이었다면 벌거벗은 나무에 말라버린 갈색 풀잎과 암봉군락의 황량함이 있었겠지만, 오늘은 연초록 새 옷을 갈아입고 청순하게 맞아준다.

 

도갑사 입구에 4백5십 년 된 팽나무가 나무의 특징이 그런 것인지 위로 자라지 못하고 옆으로 누워 자라는 모습이 이채롭다.

연두색으로 단장한 모습이라 4월의 방문의 훨씬 좋지만 온종일 흐린 날씨가 아쉽다.


 


 

도갑사


통일신라 말인 880년에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정유재란과 한국전쟁 때 대부분 소실되었으나 부흥과 중창을 거듭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해탈문은 국보 제 50호이며, 국가지정문화재 4점과 유형문화재 및 전라남도 지정문화재 5점이 있는 등 유서 깊은 사찰임을 알 수 있다.


 

거의 한 시간을 계곡을 통과한 다음에  능선인 미왕재 억새밭에 발을 들여놓자 우뚝 솟은 바위가 맞아준다.

월출산은 처음부터 강한 인상으로 다가온다.


미왕재의 억새밭은 능선으로 한참을 연결돼 있어 가을 억새꽃이 햇빛에 반짝일 때 일품이겠단 생각이며 주변에 큰 나무가 없어 미왕재 바위가 돋보인다.


 

 


 

 


 

 


 

 



같은 호남의 산이라도 지난 4월 12일에 다녀온 주작·덕룡산은 아기자기한 암릉이 가야산


만물상능선을 닮았다면 이곳 월출산은 설악산의 시원한 암봉을 닮아 선이 굵고 크다.


 

 

 


산 전체가 전라남도 기념물 제3호로 지정되어 절묘한 기암절벽에 아름다운 산세가 일품이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아침은 리안나님이 새벽에 고생하여 만든 팥이 첨가된 따끈한 호박죽으로 부드럽게 속을 풀고 산악회에서 준비한 떡으로 식사를 대신하여 속이 든든했다.

근 40명 분량의 호박죽을 만든 성의와 정성이 고맙다.


하지만 월출산이 그리 만만한 산이 아니니 여기까지 올 때 즈음 너도나도 배가 고팠는지 자연스럽게 식사장소가 마련된다.


 

 

 


먼저 도착해 식사를 끝내고 2진이 도착해 식사를 할 때 혼자 500m 거리에 있는 마애여래좌상을 보러 간다. 


도솔님이 월출산에 가면 꼭 봐야할 것 중 하나가 마애석불이라 했는데 왕복 1km의 길이니 혹여 늦어지면 안 되기에 뛰다시피 서둘러 본다.

그림은 가는 길의 풍경으로 나홀로 조망한다.



 

월출산 마애여래좌상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국보(제144호)로 벼랑에 있는 바위에 새겨진 불상이다.


얼굴이 원만하고 신체의 비례가 좋으며 여전히 살아있는 볼륨감이 좋다. 

몸 길이 8.6m, 무릎폭 4m, 어깨폭 2.5m로 그 크기가 웅장하고 정교하다.

처음 볼 때 이러한 전체적인 조형미와 사람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있어 감탄이 절로 나온다.


1972년 3월 전라남도 지역에서는 최초로 마애불이 국보로 지정되는 영광을 차지했다는 마애불상의 건립 시기는고려초기로 짐작된다고 한다. 

얼추 1천년의 세월도 훨씬 더 지났지만 사람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있어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다.


잘 보면 오른손 옆에 86cm의 협시보살까지 있어 흥미를 더해 기를 쓰고 보러오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이것도 마애석불을 보는 과정에 덤으로 보는 풍경이다

 


마애불상에서 불과 100여m만 더 가면 삼층석탑이 있다는 이정표가 있지만 급한 마음에 다음 기회로 미룬다.


어느 정도 능선으로 올라선 다음 뒤돌아 보니 거너편 능선의 삼충석탑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보아도 다소 특이한 풍경이다. 

자연석 돌받침을 기단으로 삼고 그 위  1단이 다소 균형이 안 맞는다 싶을 정도로 다소 긴 형태다.

지나간 일이긴 하지만 못 본 게 못내 아쉽다. 


 

 

 

 


구정봉과 오른쪽 장군봉?

 


구정봉에서 바라보는 향로봉이니 미왕재에서 오다보면 만나는 봉우린데, 구정봉에서 전체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이 암봉 두 개 중 하나는 노적봉이고 장군봉이라는 데 어느 놈이 그놈일까?


 

월출산의 정상인 천황봉능선이 장쾌하니 마치 동양화 한 폭을 보는 느낌이다. 동양화는 시를 읽는 느낌이라니 월출산의

아기자기한 능선을 볼 땐 서정시가 되고 향로봉이나 천황봉, 사자봉의 장엄한 암봉을 볼 땐 선 굵은 서사시를 읽는 느낌이다.

 



구정봉엔 아홉개의웅덩이가 있어 구정봉이라 하는 데 요즘 너무 가문 탓에 웅덩이가 말라버려 운치가 덜 하다.


그러고 보니 인천에 열우물인 십정동이 있어 우물로는 인천이 하나 더 많은 셈이다.


더 많기로는  두타산과 닿아 있는 쉰움산이 있다.  

쉰 개의 우물이 있다니  헤아리기도 만만치 않겠지만 가보지 않았어도 표면이 곰보같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월출산은 암봉이 많고 뾰족하여 화기가 많아 물 웅덩이가 그 화기를 잡아준다고 생각한 때문일까?

구정봉의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다시 보는 향로봉, 걸출한 월출산이다  

 


향로봉 지능선

 


 



 

구정봉 아래 있는 베틀굴


임진왜란 때 인근의 여인들이 이곳에 숨에 베를 짰다는 전설에 그렇게 불리지만 더 원색적인 표현이 어울린다.


굴의 깊이는 10m로 깊어 항상 음수가 고여있다는 데 구정봉과 마찬가지로 오늘은 그 음수조차 말랐다.


이 음혈은 천왕봉쪽의 남근석을 향한다고 하니 자연의 조화도 이런 조화가 없으니 조물주의 장난일까?  


 

건너편에서 보는 음혈, 휑하니 지금 막 대근(大根)이 빠진 형상이다

 


 

 


구정봉과 장군봉

 


천황봉은 가까이 보이지만 정상에 이를 때까지 암봉을 넘거나 돌고돌아 한참을 가야한다

게다가 남들 안 가는 마애석불을 보겠다고 뛰다시피 왕복했더니 다리 근육은 좀 풀린 상태다


 

 

 


왼쪽 향로봉과 오른쪽 구정봉이다


 

 

 


 

 


설악산이나 가야산, 관악산과 같이 월출산도 암봉이 많기에 양기가 많은 양산(陽山)으로 분류된다.

월출산은 양기 가득한 암봉군락도 모자라 남근석이 더해져 양기탱천한 기운을 여성을 상징하는베틀굴이 절묘하게 자리잡아 넘치는 양기를 아우르며 자연스


럽게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저 남근 끝에 철쭉꽃이 피면 양기가 절정에 이르겠지만 그날이 오늘이 아닌 게 아쉽다.


 

 


 

 

 


구정봉에선 가까이 보이던 천황봉이 벌써 몇 개의 암봉을 넘고 돌아도 내내 그 자리니 갈 길은 아직 멀구나

 


미왕재부터 끝없이 연결되는 암봉군락은 힘들긴 하지만 고단함도 잊게 만드는 끝 없는 마력이 있다

 


돼지바위라는 데 지금이라도 달려들 거 같은 느낌이다

 


이랬던 앞쪽의 바위가...

 


가까이 다가서자 하늘을 받치는 기둥처럼 커 보이니 보는 위치에 따라 변화무쌍함을 보여준다

 


가을이면 미왕재의 억새와 더불어 산자락 가득 수놓을 단풍의 아름다움도 좋겠다

 


암봉은 끝없이 이어지며 암릉능선으로 연결되니 기회가 있으면 몇 번이고 다시 저 능선을 다 타봐야 한다


 

아, 저곳이 향로봉 아닌가?

앞이나 뒤나 사방이 눈을 떼지 못 할 암봉비경이고 능선은 장엄하고 장쾌하다

 


지금까지 암봉과 다른 형태의 칼날 같은 새로운 형태도 보인다


 

 


 

 

 


천황봉 정상이 손에 잡힐듯 보이니 다시한번 힘을 내본다


 

정상 앞쪽에서 바라보는 지나온 풍경

하늘에서 새의 눈으로 본 입체감 있는 풍경이 정면에서 볼 때와 또 다른 느낌으로 살아있다


향로봉과 가까이 암봉 사이에 바람재가 있으나 암봉뒤에 숨어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천황봉을 받치는 비탈면


 

 

 


 

드디어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이다.

전국에 많고 많은 천왕봉이 있지만 이제 올라보는 월출산은 천황봉이라 이름지어도 결코 그 이름에 속되지 않음을 이제 알겠다.

불과 809m의 높지 않은 산이나 나즈막한 평야에 우뚝하니 길고 험한 암릉길을 돌고 돌아 힘겹게 도달했으니 환희에 찰만 하다.


 


천황봉에 처음 오른 사람들은 연신 감탄을 쏟아내며 스스로 감격한다.

한 바퀴를 돌며 사방으로 눈을 돌려도 망망무제로 기묘하게 돌충된 암봉이 사방을 가로지르는 가운데

능선이 끝나는 지점에 영암평야와 영산강의 지선인 영암천이 보인다.

평야는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잘 정리된게 보기 좋다.

전라도야 원래부터 평야지대니 경지정리가 잘 돼 있다지만 첩첩산중인 강원도 철원의 금학산 정상에서 보면 철원평야도 영암평야 못지 않게 크다.

그러기에 한 때 궁예가 수도로 삼을만 하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강진 앞바다가 보이겠지만 오늘따라 날씨가 흐리니 시야가 좁은 게 안타깝다.

가을에 다시 온다면  공활한 하늘과 맞닿는 스카이라인이 멋지겠단 생각을 해보지만 아직은 언제 다시 올 지 기약이 없다.

 

사자봉쪽으로 돌아 구름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왼쪽에 선이 굵게 뒷다리를 쭉 뻗은 놈이 사자봉이다

보기엔 쉬워보여도 경사가 가팔라 하산하는 내내 고생 좀 하는 코스지만 당장은 암봉능선의 아름다움으로 전혀 눈치채지 못 한다

 


 

 


사자봉 앞의 뽀족한 봉우리를 넘는 사람이 있는지 입구엔 공단직원이 앉아 통제를 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이 능선은 2018년까지 휴식년제로 통제된 구간이라지만 아는 사람은 알음알음 찾아다니는 구간인 모양이다

 


통천문, 천황사쪽에서 구름다리를 지나 천황봉으로 오르는 구간의 마지막 구간이 바위로 천황봉을 오르는 문 역할을 하기에 통천문이란 이름이 붙는다


 

암봉을 지나 바둑판처럼 잘 짜여진 농경지와 저수지가 있는 저 어디쯤에서 월출산을 바라본다면

평야지대에 우뚝하니 솟은 월출산의 기암기봉이 얼마나 장엄하게 보일까?!!   


 

언젠가 설악산 코스를 북한산처럼 다 돌겠다는 생각이 월출산으로 옮겨 이 산도 구석구석 살피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인다


 

 


 

왼쪽 암봉을 오른쪽으로 끼고돌아 다음 암봉을 좌측으로 돌아가면 사자봉을 만난다

하산길이 천황봉으로 오르는 긴 여정보다 더 힘든 코스라 다음엔 반대로 돌아 내려가는 길이 편하면 좋겠다


 

 


 

지나온 천황봉, 뒤쪽 암봉이 천황봉이다

 


설악산의 공룡능선이 설악산의 백미로 소공원에 마등령으로 올라 천불동계곡으로 한 바퀴 도는 데 열두세 시간 걸린다.


월출산은 도갑사에서 천황사까지 주능선을 종주하는 게 불과 일곱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공룡능선 못지 않은 감동을 받기에 충분하다.

공룡과 월출산 중 선택하라면 역시 공룡의 등뼈를 아작아작 밟는 기분이 좀 더 나은 건 사실이다.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월출산은 평야지대에  솟아오른 설악산 축소판으로 하루면 주능선을 완주할 수 있어 작은 노력으로도 큰 기쁨을 얻는 산이다.  



 

 

 


 

 


시골에 살았어도 활엽수는 다 참나무로 통하니 같은 활엽수이건만 연두색과 연초록이 다를진데 각각의 나무 이름을 모른다는 아쉬움  

 


왼쪽 암봉은 북한산 인수봉 삘이 좀 난다


 

 


 

 

 


사자봉으로 내려가며 다시보는 천황봉

 


아, 갑자기 나타난 사자봉은 너무 가까이서 맞닥뜨린 데다 그 크기가 너무 커 제 모습을 다 담기에 부족하다.

수직 암봉이라 한참을 돌아 구름다리로 간다.

 


사자봉의 꼬리가 긴만큼 돌아가는 길도 멀기만 하다


 

 


 

 

 


장군봉쪽 암릉과 암봉이 우람한 알통을 보여주고 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월출산의 명물인 구름다리를 본다


 

구름다리는 해발고 510m에 세워진 다리로 지상고 120m, 길이 54m, 폭 1m로 2006년 5월에 설치됐다.


탐방객의 안전을 위해 260톤의 인장역을 견딜 수 있는 신소재 재료를 사용했으며 통과하중은 350kg/㎡로


동시에 2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안전을 자랑한다.  

 


하산하며 보는 건너편 능선, 저 구간을 걷고 싶다  

     

                                    

하산후 자연관찰로에 설치된 조각작품을 살펴본다

 

 



 

 



 

 

월출산 공원 입구에 있는 국립공원 월출산 표지석 뒤로 월출산이 보인다

 

 

비록 오늘 월출산으로 마지막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을 모두 정복했다곤 하지만 여전히 미진하고 부족하다.

북한산과 도봉산은 최근 4년간 2백 번도 넘게 다녔으니 어느 코스든 눈에 선하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산은 많아야 너댓 번에 불과하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은 워낙 큰 산이라 계절별로 선호하는 코스가 정해져 있으니 적어도 열 번 이상은 다녀야 웬만한 코스의 비경을 즐길 수 있다.


그러자면 근력 떨어진 늙으막까지 발품 좀 팔아야 한다.


 


산은 높고 가야할 산은 많으니 바람이 불면 바람결에 머리를 빗고, 비가 오면 빗물에 목욕하는 한이 있어도 이를 마다하지 않는 그야


말로 즐풍목우(櫛風沐雨)의 산행은 앞으로도 쭈욱 이어갈 것이다. 


 


'달은 비록 지지만 하늘을 떠나지 않고, 천 번 이그러져도 본바탕은 변하지 않듯이(月落不離天, 月到千虧餘本質)' 혹여 한두 번 산행


에 빠진다 해도 산을 향한 내 마음은 영원히 변함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비바람을 뚫고 어떤 악천후에도 굴하지 않으며 산행을 감행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 닉인 "즐풍(櫛風)"으로 대신한다.


 

즐풍의 개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