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지역별 탐방/충청도·대전·세종

부소담악 정말 멋진 곳인데, 어쩌다...

by 즐풍 2019. 11. 1.

 

 

 

 

 

2018.11.18. 일 08:52~13:47(전체 시간 04:54, 전체 거리 13.23km, 휴식 34분)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한 지 만 9년이나 되었으니 이젠 제법 산 좀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산행을 시작하면 통과의례로 거치는 100 명산보다 어느 산이든 느낌이 좋은 산으로 간다.

세 곳에서 지정한 100 명산이라고 하면 대체로 보편타당한 산이 지정되었으니 어차피 조만간 완등할 날도 머지않았다.

미답 산은 울릉도 성인봉까지 해봐야 이제 여덟 개 남았으니 맘만 먹으면 금세 끝내겠지만, 넉넉히 2년을 잡는다.

 

주말 일기 예보와 연계해 갈 만 한 산행지를 여기저기 카페 산악회를 검색하며 유심히 본다.

이번 주엔 다행히 얼마 전 가고 싶었으나 성원 부족으로 무산됐던 회룡포가 나왔길래 잘됐다 싶다.

며칠 후 신청하려고 보니 회원 모집이 잘 안 됐는지 충북 옥천의 고리산과 부소담악으로 변경되었다.

산행 안내 사진을 보니 단풍이 멋지게 물든 부소담악이 대청호반을 한 줄로 지나가는 풍경이 가히 절경이다.

 

부소담악은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에 있는 병풍바위였으나 대청댐이 생기며 수몰되자 병풍바위만 남은 것이다.

이 부소담악(병풍바위)은 대청호반에서 수태극의 한 축을 이루며 마지막 구간에 불쑥 솟아 90m의 동산까지 만들었다.

보통 고리산을 오른 다음 방향을 틀어 대청호의 병풍바위를 타고 내려가야 하니 강을 가로지르는 셈이다.

대청호 가장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가되 다리가 아닌 병풍바위를 타게 되니 이건 산행 반에 놀이가 반이다.

 

이번 산행을 미리 하는 기분으로 지도를 놓고 지형을 살펴보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대전시 대덕구 미호동에 있는 대청댐은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다목적 댐으로 1981년에 준공되었다.

같은 이름으로 전라도의 금강이 더 커 금강댐이라 못하고 대전과 청주를 관통하기에 대청댐이라 한 걸까?

대청댐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8km밖에 안 되는 강 건너편에 한때 대통령 별장으로 유명했던 청남대가 있다.

  

대전 중심가에서 부소담악까지 18km에 승용차로 25분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근교임에도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시 지도를 펼쳐 보면, 댐이 생기자 거대한 용 몇 마리가 꿈틀거리며 대청댐으로 몰려드는 형상이 보인다.

용 꼬리가 다 접히지 못한 곳에 부소담악이 물길을 가르며 물에 떠 있는 형상으로 긴 다리가 되었다.

이번에 내가 부소담악을 다녀온 포스팅을 보고 부소담악이 드러날 때 많은 사람이 즐겨 찾아주길 기대한다.

 

 

 

고리산 부소담악 산책 코스

 

 

 

고리산(環山)583m

 


고리산은 충북 옥천군 군북면 항곡리, 추소리, 환평리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간 산줄기를 따라 동·서로 갈라놓는다.

큰 특징 없이 6개의 큰 봉우리로 이루어진 고리산은 대청호를 조망하는 풍경이 일품이다.

일본 강점기에 환평리(環坪里)의 環(고리) 자를 따 환산(環山)으로 지었다는 유래가 있으며 지도에도 환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곳 주민은 옛말 그대로 고리산으로 부르는 게 더 익숙하다고 한다.

산 정상부에는 백제에서 쌓았다는 고리산성 터와 조선 시대에 만든 봉수대 터가 자리 잡고 있다.
또 다른 설로 풍수지리에서 유래된 고리산은 배를 붙들어 맬 고리가 있는 산이라 하여 불렸다고 한다.

그 설을 뒷받침하듯 후에 대청호가 조성되어 선인들의 혜안이 현실화하니 새삼 놀라울 뿐이다. (펀글·편집)

     

 

방문에 앞서 고리산을 검색해 보니 특별히 빼어난 풍경은 없다.

어제 멀리 별뫼산을 다녀오면서 많은 고생을 했기에 고리산 산행을 포기한다.

고리산을 오르지 않고 들머리에서 부소담악까지 한 시간 반을 넘게 살방살방 걸으며 대청호를 감상할 생각이다.

 

 

 

부소담악(芙沼潭岳)


부소담악은 "추소리 부소마을이 수몰되자 물 위에 뜬 바위산"을 일컫는 말이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바위는 길이 약 700m, 너비 20m, 높이 40~90m로 대청호가 빚은 절경이다.
대청호가 생기기 전부터 옥천의 명소였던 부소담악은 물줄기를 가르며 낮지만 길게 뻗어 나온 암봉의 형태를 띠고 있다.

 

부소담악을 병풍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 중 여섯 번째에 선정됐을 정도로 경관이 수려하다.
조선 중기의 우암 송시열이 소금강이라 예찬한 추소 팔경의 첫 번째 절경이다. (펀글·편집)


※ 누군가 赴召潭岳이라 잘못 쓴 글자를 너도나도 복사하는 바람에 중앙일간지 기사마저 같은 오류를 범한 곳도 있다.

   芙沼潭岳이라야 '연못에 핀 연꽃처럼 호수에 피어 오른 바위산'이라는 뜻이 된다.

 

 

    한 사람이 잘못 쓴 글을 한자의 의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옮기다 보니 赴召潭岳이 주인의 자리를 밀어냈다.

    많은 사람이 芙沼潭岳으로 쓰기도 하지만, 내가 다시 길을 제대로 잡는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눈 내리는 벌판 한가운데를 걸을 때라도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  어지럽게 걷지 말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오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사의 시)

 

 

 

 

 

 

카페 산악회에 올라온 이 사진 두 장에 맘을 뺏겼다.

단풍이 잘 든 어느 날 헬기를 타거나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주인을 몰라 허락도 없이 퍼 날랐으니 많은 혜량 있으시기 바랍니다.

 

 

 

 

 

 

고리산 입구에서 하차한 회원들은 바로 산으로 오르고 나도 같이 하차하여 천천히 부소담악으로 걷다가 강변 산책로가 있다기에 들어가 본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국가생약자원관리센터다.

주변엔 한방에 필요한 한약재를 심어 관리하는 게 보이기도 한다.

 

 

 

강변 산책로가 있다기에 한참을 걸어 내려왔으나 이내 길이 끊긴다.

되돌아가자니 너무 멀어 산을 치고 올라가지만, 길이 없다 보니 낙엽 쌓인 산을 오른다는 게 쉽지 않다. 

 

 

 

 

 

 

 

대청호와 맞닿는 조그만 언덕이 부소담악으로 가는 길이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저 부소담악을 감상하면 좋겠는데, 배는 방치되고 사공은 자리를 비웠다.

 

 

 

 

 

 

 

불과 100여 m 건너편에 선착장이 있어 저곳까지 배로 이동하면 부소담악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겠다.

 

 

 

당겨 본 부소담악 가는 길

단풍 든 부소담악을 기대하고 왔으나 금방이라도 비가 올만큼 흐린 날씨에 낙엽도 다 진 상태라 아쉽다. 

 

 

 

부소담악 가는 길에 있는 추소정

 

 

 

드디어 부소담악 가는 길에 들어서니 "대청호 오백 리길"이라고 팻말이 붙었다.

대청호를 따라 걸으면 오백리 길이 될는지 모르지만,

좀 전에도 강변 산책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걸 보면 그 절반은 제대로 된 길이 없겠다.

 

 

 

 

부소담악은 최근에 만들어진 명칭이다.

대청호에 수백 미터 연결된 암릉 위로 노송과 기암절벽의 조화는 가히 비경이다.

이런 부소담악을 기대하고 왔으나 막상 도착하면 기대와 달리 전혀 볼 게 없다.

 

올여름에 비가 많이 와 대청호가 만수위라 병풍바위까지 전부 물이 찼기 때문이다.

가뭄이 극심한 봄에 모내기철에 농업용으로 물을 다 빼야 훤하게 바위가 드러난다고 한다.

혹여 병풍바위가 다 드러나 이곳에서 자랑하는 부소담악의 절경도 좀 전에 지나왔던 건너편에서나 볼 수 있다.

 

금년엔 부소담악은커녕 돌멩이조차 볼 수 없을 만큼 대청호는 만수위다.

부소담악을 볼 수 있는 강 건너 **농원에서 "도피안으로 가는 길"이란 명칭으로 길을 개설했다고 한다.

이 마저도 추후에 입장료를 받겠다고 하니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지자체에선 부소담악이 절대 비경이란 자랑만 하지 말고

만수위로 물에 잠겨도 끝까지 갈 수 있게 다리를 개설해야 한다.

오늘만 해도 부소담악으로 가는 암릉 구간은 절반 조금 더 가다 나머지 구간은 물에 잠겨 갈 수 없었다.

저 위 사진처럼 근사한 풍경은 가뭄으로 농민들 가슴이 타들어갈 때나 가능한 풍경이니 저런 풍경을 바라기도 염치없다.

 

 

 

좀 전 저 마을 아래쪽에서 이곳 추소정 일대를 찍었던 곳이다.

마을 뒤에 솟은 산이 고리산이다.

 

 

 

저기 보이는 농원에서 이곳 부소담악을 잘 볼 수 있게 탐방로를 개설했다는 얘긴데,

가봐야 부소담악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부소담악 가는 길은 만 수위라 이곳은 산책로를 겨우 1m 남짓 남길 만큼 물이 차 올랐다.

 

 

 

간혹 이런 바위도 보이고...

 

 

 

이곳은 전국 대부분을 덮은 화강암과 달리 이렇게 풍화돼 뾰족뾰족한 형태의 바위가 대부분이다.

 

 

부소담악인 병풍바위로 가는 길은 만수위로 여기서 끊겼다.

저 바위가 높아 잠깐 물에 드러나고 그 뒤로도 한참을 더 들어야 하는 데, 더 이상 건널 수 없는 호수다.

가뭄으로 물이 빠졌을 때 다리를 설치해야 건널 수 있겠지만,

관할인 옥천군은 다리를 개설할 수 없을 만큼 재정이 열악한가?

언젠가 멋진 다리가 놓여 수위와 관계없이 끝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되돌아 나가며...

 

 

 

참숯에 자란 풀을 보는 느낌

 

 

 

 

 

 

옥천만 해도 시골인지 유난히 주변에 보이는 산소가 많다.

세월은 이미 화장문화로 장례문화가 바뀐 지 오래전인데,

이곳은 아직 매장문화 그대로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잔뜩 기대를 품고 온 부소담악은 대청호 만수위로 평범한 산책에 지나지 않았다.

부소담악으로 가는 길에 다리가 놓이고 가뭄으로 온 나라 저수율이

뚝 떨어졌다는 뉴스가 들릴 때가 아니라면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

 

 

 

 

 

 

한가로운 낚시꾼과 수변 풍경

 

 

주어진 시간은 여섯 시간, 산에 올라가지 않았으니 시간은 차고 넘친다.

천천히 걸어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기로 한다.

 

 

 

대청호가 생기고 마을이 수몰되며 옥천이 자랑하던 병풍바위마저 잠겨 연중 볼 수 있는 날은 며칠 되지도 않는다.

강수량이 많은 해는 전혀 못 볼 때도 많겠다.

그런 대청호가 만수위로 계곡 물을 다 받고도 모자라 하늘까지 담았다.

 

 

 

마을버스는 보현사 올라가는 이곳 삼거리까지만 다닌다.

위로 올라가 잠깐 보현사를 본 후 다시 걸어 올라가다 보니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 도로가 나온다.

지도를 검색하고서야 버스가 보현사 삼거리에서 회차하는 걸 알 수 있어 차를 타고 나오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보현사

 

 

 

날이라도 좋았으면 그나마 호수 풍경으로 위안을 받기라도 했을 텐데, 날씨마저 흐려 내 마음도 꾸물꾸물하다.  

 

 

 

 

 

 

 

인천대공원에서 6시에 출발해 중간에서 30분 쉬었어도 현지 도착 시간이 빠르다.

덕분에 여유롭게 시간이 주어졌어도 귀가 역시 빠르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