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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충청도·대전·세종

상주 삼악 중 제일 멋지다는 갑장산

by 즐풍 2019. 12. 24.

 

 

 

 

 

 


2019.12.22. 일 09:49~13:49 (전체 시간 03:51, 전체 거리 8.23km, 휴식 시간 25분, 평속 2.5km/h)  흐리고 미세먼지 가득

 

 

계절상 겨울이라고 해도 겨울 같지 않은 따듯한 날씨가 이어진다.

며칠 영하 4~6℃까지 떨어진 날이 있어도 어린 시절처럼 강추위는 아니다.

아직 겨울 초입이라 얼마든지 추운 날이 오겠지만, 겨울은 추워야 경기도 팍팍 돌아간다.

동장군이 엄습하면 겨울 의류, 전열기, 난방, 보온 등 동절기 산업이 원활히 돌아감으로써 생산 유발효과가 생긴다.

 

올해 홍천강 얼음 축제나 평창 송어축제, 청평 얼음꽃 축제는 얼음 두께가 부족해 축제가 연기되기도 한다.

강원도 내 스키장은 눈이 부족해 대부분이 슬로프 절반도 열지 못한 상황이라고 한다.

1년을 기다려 온 지역 상인들은 겨울답지 않은 날씨로 한 해 농사를 마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계절에 맞는 날씨가 이어져야 하는데, 온난화 현상으로 겨울은 점점 짧아지니 한 철 계절 사업은 죽을 맛이겠다.

 

겨울이 춥지 않다는 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세력이 약한 몽골고원의 찬 공기가 남하하지 못하면 계절풍 영향으로 중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들어오기 때문이다.

어제 장흥 수인산에 이어 오늘도 여전히 미세먼지로 산하가 뿌연 게 가까운 거리도 선명하지 않다.

산행은 날씨가 절반 이상 차지하는데, 오늘 산행도 선명한 풍경을 보기는 별로 기대도 안 한다.   

 

 

갑장산 등산코스

 

 

 

 

 

 

주차장에서 내려 연악산식당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바로 산으로 오른다.

어느 산이든 처음 오를 땐 몸에 시동을 걸자면 계곡으로 천천히 오르다 능선으로 오르는 게 부담이 적다.

이 산은 처음부터 치고 올라가는데, 제일 늦게 출발했으나 앞장선 갯버들 님의 걸음이 빠른 데다 보폭이 커 대부분의 등산객을 추월했다.

우리보다 앞서 하산한 대구의 어느 산악회마저 추월했으니 산행은 처음부터 속도전이다. 

 

 

 

 

올가을 설악산 용아장성과 북한산 비봉능선에 이어 이번에 갑장산까지 갯버들 님과 함산하게 됐다.

안내 산악회이다 보니 아는 사람이 없으면 혼산하게 되는데,

다행히 함산하며 같은 풍경을 보고 휴식은 물론 식사도 함께할 수 있어 좋다.  

 

 

 

 

 

보이는 건 산보다 미세먼지가 더 높고 깊고 넓게 퍼졌다.

미세먼지 밖에 안 보인다.

 

 

 

 

 

 

 

 

 

 

문필봉이다.

갯버들 님은 바위 세 봉우리가 흡사 붓으로 먹물을 찍기 전 세 갈래로 나뉜 모습이라고 한다. 

먹물을 찍고 나면 비로소 글쓰기를 기다리며 하나로 모아진다.

아무렇지도 않은 바위에 문필봉이란 이름을 붙였으니 이 지역엔 제법 문사나 선비가 많았던 모양이다.

 

 

 

 

 

문필봉과 갑장산 중간에 갑장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갑장가까지 거리는 200m, 내려갔다가 되돌아오면 정상에 많은 사람이 몰려 사진 찍기가 애매할 거 같아 정상을 본 후 내려가기로 했다.

막상 갑장산 정상까지 제법 시간이 걸리는 거리라 정상을 찍은 후 다시 내려갈 엄두가 안 난다.

하여 갑장사는 물론 갑장사를 가야만 볼 수 있는 상사바위 역시 포기해야 했다.

순간의 판단 착오로 두 풍경을 놓쳤다.

 

 

 

 

 

정상에서 제법 못 미친 곳에 정자가 있다.

안쪽엔 유리창까지 있어 겨울엔 한파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라 날씨 궂은 날엔 제법 쓸 만 하겠다.

아래쪽에 헬기장이 있으니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잠시 쉬어갈 수 있겠지만, 정상에 놓였다면 조망이나 휴식 장소로 쓸모가 더 많았겠다. 

 

 

 

 

 

사진 찍을 땐 별생각 없이 보다가 지금 표지석을 보니 개인이 세운 것이다.

글자색이 바래 8년 전 다른 사람 블로그로 "1989.2.26. 白龍純이란 분이 표지석을 세운(立石) 것을 확인했다.

이 표지석을 구입하고 운반하기까지 제법 많은 경비가 들었겠다.  

 

 

 

 

 

 

갑장산

 

갑장산은 경북 상주시에 있는 산으로 상주의 삼악(三岳) 중 제일 명산이다.

상주의 삼악(三岳)은 연악(淵岳) 갑장산, 노악(露岳) 노음산, 석악(石岳) 천봉산이다.

갑장산은 그리 길지 않은 능선이 사방으로 뻗어 있으며, 산세가 부드럽고 아름답다.

정상부에는 백길바위, 시루봉, 바람문, 상사바위, 나옹바위 등의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이중 백길바위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고, 시루봉은 떡시루를 엎어놓은 듯한 기이한 모양이다.

정상부에 오르면 동쪽으로는 발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이 그림처럼 조망되고,

서쪽으로는 영동의 백화산이 손에 잡힐 듯하며, 북쪽으로는 상주 시내가 바라다보인다.

정상 서쪽 바로 밑에는 서기 1373년(고려 공민왕 22년)에 나옹(懶翁)선사가 창건한 갑장사(甲長寺)가 있다.

갑장사에서 정상을 바라보면 연꽃 모양을 한 수려한 암봉들을 감상할 수 있다.

본래 이름은 연악산 이었는데, 고려 충렬왕이 상주 승장사에서 쉬다가 바라본 연악산이 너무 아름다워

"영남의 으뜸산"이라 불러 갑장산이라 명명됐다고 한다. (카페 안내문 편집)

 

 

 

 

 

 

갑장산 표지석 뒤쪽 능선의 바위

 

 

 

 

 

한 칸 아래 바위

 

 

 

 

 

정상을 뒤에서 받치는 암봉 

 

 

 

 

 

 

 

 

 

 

 

잠시 후 가게 될 방향의 암봉으로 뒤에 있는 큰 바위가 시루봉이다.

 

 

 

 

 

나옹선사가 수도하였다는 나옹바위이다.

나옹은 전국 어디서나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전국이 활동무대다.

지금까지 전국의 많은 산을 다니며 나옹선사와 관련된 일화나 흔적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

등산객 뿐만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나옹선사의 시 한 구절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말이 나온 김에 나옹선사의 시 한 편 보고 간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가 가라 하네

    세월은 나를 보고 덧없다 하지 않고

    우주는 나를 보고 곳 없다 하지 않네

    번뇌도 벗어놓고 욕심도 벗어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 하네.

 

나옹바위 정상의 모습

 

 

 

 

 

나옹바위 정상에서 내려다 본 아래쪽 바위

 

 

 

 

 

나옹바위 위에서 본 갑장사와 상사바위다.

상사바위 정상에 오르면 정작 제 모습을 이렇게 온전히 볼 수 없다.

갑장사와 상사바위를 가지 못한 아쉬움을 나옹바위에서 조망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내려와서 잡은 나옹바위 중상단부

나중에 시루봉에서 전경을 다시 잡을 기회가 있다.

 

 

 

 

 

시루봉

 

 

 

 

 

시루봉

 

 

 

 

 

시루봉에서 잡은 왼쪽 바위가 나옹바위 오른쪽은 갑장산 정상을 포함하는 백길바위다.

처음 시루봉에서 지도로 확인할 땐 왼쪽이 백길바위인 줄 알았으나 이렇게 사진을 보니 오른쪽이 백길바위란 생각이 든다.

결국 여기저기 찾아보니 느낌 그대로 오른쪽이 백길바위다.

백길이나 될 만큼 높고 긴 바위다.

 

 

 

 

 

갑장산에서 보는 대표 풍경이다.

오늘도 갑장산에서 암릉이 멋진 여러 풍경을 보게 돼 다행인데, 이놈의 미세먼지가 풍취를 반감시킨다.

괜히 애꿎은 중국이 미워진다.

 

 

 

 

 

왼쪽 돌탑엔 아직도 사다리가 있는 걸 보면 여전히 완성 전이란 느낌이...

 

 

 

 

 

 

첫 번째 석문

 

 

 

 

 

두 번째 석문은 좌측으로 우회했다.

지금 생각하면 석문을 빠져 나가며 여름 내내 햇빛으로 달궈진 양기라도 받을 걸...

 

 

 

 

 

두 번째 석문을 지나면 하산길로 접어든다.

쉬이 떠나기가 아쉬워 갯버들 님이 잠깐 이어지는 능선으로 가며 적당한 조망처를 찾았다.

마침 지나온 백길바위부터 시루봉까지 한눈에 조망되는 멋진 풍경을 카메라 프레임 속으로 모을 수 있었다.

맨 왼쪽이 시루봉, 그 외에는 좀 전에 본 대로 나옹바위와 백길바위도 한 화면에 잡힌다.

낙엽 진 갈색 일색인 겨울보다 녹음 무성한 여름이나 단풍 곱게 든 가을이 더 멋지겠다.

겨울이라면 백설이 뒤덮인 눈 온 뒤가 절경이겠다. 

 

 

 

 

 

 

 

 

 

 

 

 

 

 

 

 

 

 

 

 

 

 

 

하산길에 보는 나옹바위는 다소 밋밋해 보이니 위치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다시 보는 건너편 상사바위와 갑장사 

 

 

 

 

 

용흥사를 끝으로 산행을 마친다.

 

 

 

 

 

 

 

 

 

 

 

백운선원

 

 

 

 

 

 

 

 

 

 

갑장산의 유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주의 삼악(三岳)으로 일컫는 갑장산, 노음산, 천봉산 중에서도 제일 멋진 산이라고 한다.

언젠가 나머지 두 산을 갈 기회를 만들면 비교가 가능하겠으나 지금은 그저 좋다는 생각뿐이다.

상주시엔 국립공원인 속리산이 갑장산에서 직선거리 36km 지점에 있고,

백악, 청화, 백화, 도장산 외 상주 삼악으로 일컫는 산 외에도 명산이 즐비하다.

100대 명산을 끝내도 전국 각지에 이런 숨은 명산이 많아 하나씩 탐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겨울은 점점 깊어가니 한동안 설경과 상고대가 멋진 산행지를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