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국립공원 탐방/다도해해상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한 팔영산

by 즐풍 2019. 6. 12.

 

 

 

 

 

 

2018.08.25.토  11:47~17:27(전체 시간 05:40,  전체 거리 9.56km,  휴식 시간  00:48,  평균 속도 1.9km/h)  흐린 후 비 살짝

 

 

산행하자니 당연히 날씨에 민감하게 되어 일기예보를 주시하게 된다.

솔릭이 역대 최고급 태풍이니 뭐니 하며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다행히 큰 피해 없이 지나갔다.

우리나라 기상청과 폰에 깔린 미국 기상 정보인 weather.com에서 제공하는 예보가 많은 차이가 있다.

기상청에선 팔영산 소재지인 고흥은 토요일 구름 조금, weather.com에선 비가 오는 것으로 일관되게 예보를 한다.

솔릭이 금요일 오전에 남해안을 빠져나간다고 하니 기상청을 믿고 팔영산 산행을 신청했다.

 

팔영산은 2012년 11월 말에 다녀왔으니 거의 6년 전이라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언제든 다시 꺼내 읽고 싶은 명작소설이 있듯이 몇 번이고 다시 오르고 싶은 명산도 많다.

여러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을 포함해 수없이 많은 산 중에 팔영산이 그렇다.

우리나라는 산림이 전 국토의 70% 가까이 되는 데다, 4,400개가 넘는 많은 산이 있으니 명산도 많다.

특이하게도 팔영산은 산지로 유일하게 해양국립공원에 속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팔영산지구로 불린다.

  

사실, 이번에 팔영산을 다시 찾는 이유는 강산리에서 선녀봉을 거쳐 여덟 봉우리를 오르기 때문이다.

전엔 주 능선에서 선녀봉을 왕복했으나 이번엔 마을에서 시작해 선녀봉을 거치므로 전에 못 밟았던 구간의 궁금증을 해결한다.

그깟 크게 새로울 것도 없는 짧은 거리지만 산은 크게 계절마다 다르고 짧게는 시시각각 다를 테니 지난번과 많이 다를 것이다.

주 능선으로 산행한다면 각각의 봉우리를 한눈에 다 조망할 수 없는 반면 이번 산행은 시작부터 전 구간을 조망할 수 있다.

그러니 이번 산행은 전보다 더 다양한 시각으로 전체를 조망하는 멋진 산행이 될 게 분명하다.

 

 

등산코스

 

 

 

서울 신사동에서 출발해 휴게소에서 20분 쉬고 11:45에 강산리 들머리에 도착했다.

6년 전 11월에 이곳에 올 땐 무박 산행으로 진행했는데, 아직은 날이 길어 당일치기로 산행한다.

 

들머리에서 바라보는 선녀봉 일대

 

 

 

오를 때 강산폭포가 있었으나 엊그제 태풍이 지나갔어도 물이 흐르지 않는다.

폭포의 위용이 없으니 사진은 생략

 

선녀봉 도착하기도 한참 전부터 거대한 바위에 압도되는 풍경이다.

이렇게 즐비한 봉우리가 연속으로 보이니 선녀봉 구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런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면 등산도 경쟁처럼 속도전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오늘처럼 멀리까지 와서 산행한다면 귀경 후 지하철이 끊기지 않게 시간을 조정해야 하므로 주어진 시간은 여섯 시간이다.

선녀봉 구간은 능가사에서 원점회귀하는 산행보다 1km가 더 길어 어차피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산행도 중요하지만, 점점 허기를 느껴 이 바위를 바라보며 여기서 점심을 먹을 때가 12:40이다.

아는 사람이 있다면 끼리끼리 먹겠지만, 대부분 산행은 혼자 하기에 이 전망 좋은 곳에 자릴 잡고 점심을 먹으니 꿀맛이다.

 

워낙 경사가 높아 왼쪽으로 난 가드레일을 잡고 오르는 코스는 꼭 도봉산 Y계곡을 오르는 느낌이다.

보기엔 경사가 심해 보여도 막상 오르려면 무난히 오를 수 있다.

 

 

 

내려가는 구간과 건너편 왼쪽으로 오르는 난간이 살짝 보인다.

 

 

 

바로 전 사진에서 본 구간을 오르며 점심 먹었던 장소를 담아본다.

팔영산은 선녀봉 한 구간만 갖고도 다시 찾고 싶은 명산임을 알겠다.

지난번에 선녀봉을 다녀가긴 했어도 이 구간까지 내려오지 않아 이렇게 멋진 줄 몰랐다.

 

 

 

한 칸 옆에서 다시 보면...

 

 

 

드디어 선녀봉에 도착했다.

선녀봉 보다는 신선봉이 더 어울릴 이름인데, 이쪽 사람들은 선녀에 대한 애정이 더 많은 가 보다.

 

 

 

선녀봉에서 좀 더 내려온 곳에서 팔영산 봉우리 전체를 담아본다.

날씨 좋은 가을이라면 봉우리를 불태우듯 붉게 물든 단풍이 일품일 텐데, 오늘은 비가 내릴 듯 흐린 날씨가 유감이다.

 

 

 

숲을 지날 땐 엊그제 지나간 태풍 솔릭이 얼마나 나무를 할퀴고 갔는지 나뭇잎이나 가지가 많이 떨어졌다.

대지는 눅눅하고 습기가 많아 산행 내내 땀 범벅이다.

 

선녀봉을 지나 주 능선 2봉과 1봉 사이로 들어서면 저기 보이는 1봉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 8봉을 지나 깃대봉까지 올라야 한다.

지금까지 지나온 선녀봉의 3km 구간은 맛보기였고, 이제부터 주 능선의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1봉 유영봉과 뒤로 보이는 선녀봉

 

 

 

선녀봉에서 이 주 능선을 탈 때 앞에 사람들이 보이는 곳으로 들어섰다.

뒤에 왼쪽 봉우리가 2봉 오른쪽 봉우리가 3봉이므로 1봉까지 내려왔으므로 저 구간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

 

 

 

제2봉인 성주봉에서 여러 사람이 인증사진을 찍는 데, 하필이면 뒤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때문에 모두를 난감하게 만든다.

좀 비켜달라고 해도 요지부동이라 지워버렸다. 몹쓸 사람같으니...

 

 

 

제3봉인 생황봉과 그 뒤로 잡히는 선녀봉

 

 

 

4봉 가는 길에 모습을 나타낸 6봉인 두류봉

 

 

 

팔영산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하다 보니 위험한 곳엔 안전장치를 많이 설치해 좀 더 안전하고 편한 산행이 된다.

 

 

 

자꾸만 눈이 가는 선녀봉

 

 

 

제4봉

 

 

 

제5봉

 

 

 

뒤돌아 본 제5봉

 

 

 

6봉은 왼쪽으로 난 가드레일을 따라 사진으로는 잘 구분이 안 되지만 역시 맨 왼쪽 바위를 타고 오른다.

 

 

 

위에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너무 가까워 주변을 담아내지 못해 이 사진은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으로 다시 잡아낸 것이다.

 

 

 

 

 

 

 

 

이곳 고흥의 팔영산이나 홍천, 서산의 팔봉산, 영덕의 팔각산은 지역이나 이름만 다를 뿐 산세가 거의 비슷하다.

봉우리를 넘으면 또 다른 봉우리가 이내 나오고 힘들게 오르내린다 싶어도 금세 정상을 만나니 산 타는 재미가 있다.

진안의 구봉산이나 영월의 구봉대산 역시 팔봉산과 거의 마찬가지 산세를 가졌다.

이에 비해 원주나 동두천의 칠봉산은 겨우 한두 봉우리 차이인데도 크게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두 끗발 차이인데도 춘천 소양호반에 있는 오봉산은 제법 산세가 가파르고 조망이 좋다.

봉우리로 된 산 이름이야 훨씬 많겠지만, 더는 오른 기억이 없다.

 

6봉에 오르며 지나온 5, 4, 3, 2봉을 담아본다.

제법 간격이 가까운 봉우리여도 오르내림이 심해 결코 쉽지 않다.

 

 

 

6봉 정상은 오를 때 보이던 위험한 구간과 달리 정상은 의외로 순하게 생겼다는...

 

 

 

7봉 오르는 구간 중 일부  

 

 

 

지나온 6봉

 

 

 

칠성봉 오르기 전 통천문

 

 

 

제7봉인 칠성봉

 

 

 

뒤돌아 본 7봉

 

 

 

팔영산의 마지막 봉우리인 제8봉이다.

이 8봉을 지나 팔영산의 정상인 깃대봉이 있으니 구영산이라 해야 옳을 듯 한데, 팔영산이라 한 이유가 뭘까?

 

 

 

8영봉 아래쪽 위성으로 거느린 작은 암봉

 

 

 

 

 

 

 

8봉 정상처럼 느껴지는 전위봉

 

 

 

제8봉은 적취봉이란 다른 이름을 갖고 있다.

오늘 산행은 습기가 많아 끈적거리다 보니 쉽게 지친다.

블야 100명산을 뛰는 사람들은 깃대봉 인증사진을 찍어야 하니 다녀오기가 귀찮아 푸념들이다.

8봉을 오를 때부터 안개가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비가 내린다.

그러고 보면 오후 세 시부터 40%의 비를 예보한 weather.com이 훨씬 정확한 편이다.

 

 

 

8봉을 밟았으니 이젠 깃대봉만 남았다.

힘든 산행도 거의 끝나가기 때문인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인다.

 

 

 

8봉을 지나 하산길에서 400m를 더 와야 깃대봉을 만난다.

깃대봉은 왕복해야 하는 800m 길이다 보니 오기는 귀찮고 안 오자니 100명산 인증이 안 된다.

나야 100명산 인증을 안 해도 상관없이 오지만, 깃대봉은 팔영산의 계륵인 셈이다.

6봉인 두류봉이 596m, 7봉인 칠성봉은 598m, 8봉인 취적봉 591m, 마지막으로 이 깃대봉인 608m다.

그러니 팔영산을 왔다면 정상인 이 깃대봉은 반드시 다녀감이 맞다.

 

 

 

아까 선녀봉에선 8영산 8봉 전부를 정면에서 봤다면 이 깃대봉을 내려가며 비스듬히 볼 수 있으나 1봉은 보이지 않는다.

 

 

 

8봉에서 깃대봉을 바라보며 오른쪽의 암봉에 눈이 갔다.

시간이 충분할 거 같다는 생각에 깃대봉을 다녀올 때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암봉을 내려가는 잘 눈에 띄지도 않는 샛길을 찾아 내려가는 데 길 찾기도 어려울 만큼 숲이 우거졌다.

 

 

 

어렵게 숲을 헤치고 암봉에 올라오니 팔영산이란 표지석은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무슨 봉우리인지 이름이 없다.

 

 

 

 

 

 

 

이때 비가 조금 더 내려 사진 찍는 순간에도 렌즈엔 빗방울이 묻기도 한다.

 

 

 

 

 

 

 

이름 없는 암봉 구간을 내려왔으나 계속 직진하면 날머리와 엄청나게 다른 곳으로 하산하게 생겼다.

지난 연초에 조계산에서 길을 잘 못 들어 결국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했던 불길한 경험이 뇌리를 스친다.

다시 올라가자니 너무 멀리 온 느낌이라 등산앱을 이용해 가야 할 방향으로 숲을 헤쳐나간다.

 

그러나 이곳 숲엔 칡넝쿨처럼 늘어진 나무에 가시가 달려 길을 뚫을 때마다 바짓단을 잡아 당긴다.

이리저리 긁히며 상처에서 올라온 핏기가 바지를 붉게 물들이고 바지는 결국 가시에 걸려 찢어지고 만다.

어허~ 이 몸은 부모님께 받았으니 몸을 상하지 않는 게 효의 시작이라는 효경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부모님이 아시면 얼마나 속상하실까.

 

하지만 이미 부모님이 더 계시지 않으니 내가 아무리 다쳐도 걱정하실 수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보니 상처가 나고 옷이 찢어지건말건 오직 숲을 헤쳐나갈 뿐이다.

다리엔 극한의 피로가 쌓이고 숨은 턱턱 막히지만 산악회 버스를 타야 하기에 쉴 틈이 없다.

 

얼마나 내달렸을까, 드디어 하산길을 만났다.

산에서 길을 만나다는 게 이렇게 감격스러울 수 없다.

고작 45분간의 악전고투일 뿐인데, 몇 시간의 악몽처럼 길게 느꼈던 지옥 탈출기이다.

 

신체의 반은 새이고 반은 사람인 사이렌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난파시켰다는 그리스 신화가있다.

내게 산은 바다인 셈이고 화려한 암봉은 사이렌의 아름다운 노래처럼 큰 유혹이 느껴진다.

그 유혹에 벗어나느니 앞으로는 위험은 피하며 안전하게 산행하는 방법을 취해야겠다.

 

 

 

 

 

아직은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이 바위를 끝으로 험람했던 여정을 끝내며 정상적인 등로로 들어선다.

비록 등산로에 접어들었다고 하나 버스 출발 시각에 맞추자니 쉬지도 못하고 내쳐 걷는다.

서둘러 하산하지만, 함께 한 산악회 회원들은 보이지 않으니 모두 더 하산을 마친 모양이다.

그래도 하산했을 땐 마감 시간 13분 전이라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

 

 

 

드디어 능가사에 들어섰으니 조금만 더 가면 주차장일 것이다.

이제야 한숨 놓인다.

 

 

 

화려한 배롱나무꽃이 격하게 환영하는 느낌이다.

 

 

 

 

상처뿐인 산행

바지는 찢어지고 나무에 스쳐 먼지가 까맣게 묻었다.

바지를 뚫고 들어온 가시에 긁힌 상처

 

 

 

쉬운, 아니 어떤 계절에 와도 결코 쉽지 않을 팔영산을 이런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끝냈다.

영원히 기억에 남을 산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