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7. 토 09:52~15:30(전체 시간 05:37, 휴식 시간 00:52, 이동 거리 12.12km, 평균 속도 2.5km/h) 말고 바람 살살
오서산은 가을철 억새가 유명하다.
이곳 인근 주민들이 초봄에 말라비틀어진 억새 예초 작업을 하고 잡초를 제거하며 전국 5대 억새 명소란 명성을 얻었다.
억새라면 당연히 영남알프스의 신불산의 신불평원과 간월산의 간월재 억새군락을 제일로 친다.
이어 천관산의 암릉과 어우러진 억새, 화왕산, 민둥산, 명성산도 빠질 수 없다.
장마가 시작된 요즈음 자주 비가 내려 습할 때라 사람은 금방 지쳐도 수목이 성장하기 좋은 때다.
초봄에 제거된 억새가 썩어 문드러져 비옥해진 토지의 자양분을 빨아들인 억새는 한층 더 억세게도 잘 자랄 것이다.
가을이라면 갈색 억새의 은빛 찬란한 억새꽃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전국의 등산객을 끌어모으겠으나 아직은 멀었다.
그런데도 한여름에 이곳을 찾은 것은 청색 물결의 출렁거림이라도 먼저 보고자 하는 성급함 때문이다.
사실, 이번 산행은 암봉이 뛰어나거나 특별히 환상적인 풍경은 없다.
하여 무거운 디카 대신 사용 중인 아이폰 8+로 사진을 찍을 생각이다.
작년 연말에 렌즈가 16개나 달린 L16 카메라를 생산한 업체가 이번엔 렌즈가 9개 달린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한다.
간단한 사양을 살펴보면, 6,400만 화소의 우수한 저조도 성능에 정교한 심도 효과를 구현한다고...
아이폰이나 삼성 LG는 2개의 렌즈가 달렸지만, 올해 선보인 화웨이 P20프로는 3개의 렌즈를 내장하고 있다.
렌즈가 많으면 각각의 초점으로 잡아낸 결과물을 합성해 보여줄 테니 품질이 더 좋을 것은 자명하다.
스마트폰 파노라마 기능으로 카메라가 구현하지 못할 만큼 넓은 화각을 맘대로 조정할 수 있다.
이제 거리만 당길 수 있는 줌 기능에 화질만 보장된다면 디카를 삼키기는 건 시간문제다.
기존에 생산된 L16카메라 가격은 1,950 달러인데, 유저 사용기를 보면 아직 만족할만한 품질은 아닌 모양이다.
렌즈 9개나 달린 스마트폰이 나온다면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테니 1,000 달러 미만으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기존 폰을 쓰던 유저가 쉽사리 넘어가지 않을 건 분명하니 더 가격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
아직 급한 건 아니니까 2~3년 더 기다려 좀 더 기능이 보강된 혁신적인 제품이 나올 때 구매해야겠다.
오서산 등산코스
산행은 성연 마을에서 시작된다. 해발 125m...
오서산은 억새가 유명해 가을 한 철 반짝 밀려드는 등산객을 소화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이다.
조금 올라온 마을 밭에서 본 오서산 능선을 보니 부드러운 육산이다.
1.8km를 걸어 첫 번째 봉우리인 시루봉이다.
고도 559m로 50분 걸려 도착했다.
숲 속을 헤쳐 나오니 암봉이 멋지게 막아선다. 저 정도라면 뭐, 가볍게 오른다.
시야가 트인 능선에 올라서니 서해가 시원하게 조망된다.
보령도 해수욕장이 유명한 데, 여름이면 보령의 청정 갯벌에서 나온 진흙으로 선보이는 "머드팩 축제"는 세계인이 더 알아주는 축제가 됐다.
언젠가 아이들을 데리고 보령과 가까운 한가한 독산해수욕장에서 여름을 즐겼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제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억새 군락지
오서산 정상 표지석이 어렴풋이 보인다.
해발 125m인 성연 마을에서 등산을 시작했으니 정상까지 고도 차이는 불과 666m에 지나지 않아 수월한 등산이다.
마을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3.6km
우리나라 최대 오석(烏石) 생산지가 다름 아닌 보령이다.
오석은 벼루, 비석, 디딤돌 등에 많이 쓰였는데, 벼루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사양산업이 된 지 오래다.
까마귀가 많이 산다는 오서산에 까마귀처럼 검은 오석으로 정상 표지석을 만들어 더 특별하다.
한여름의 억새 산행이라니 계절 착오 산행이다.
그러기에 오늘 오서산은 우리가 온 산악회가 독점했다.
가을에 오서산을 오면 많은 인파로 붐벼 시간만 잡아먹는다.
그 푸른 하늘에 가야 할 산도 많은 데, 이 작은 산에서 시간을 보내긴 아까우니 이럴 때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거의 육산인 오서산에서 조그만 바위가 보이자 즉시 인증 모드로 돌입한다.
전망대
지나온 구간
점점 더 넓어지는 억새군락
오서산
서해안의 최고봉인 오서산은 예로부터 천수만의 뱃길을 이어주는 등대산이었다.
광천 토굴 새우젓, 조선김 대축제 기단 중 개최되는 오서산 억새풀 등반대회 때 정상에 펼쳐진 억새풀의 장관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고 뒷면에 쓰여있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억새군락으로 가을철 억새를 보러 오는 등산객으로 넘쳐나는 걸 상상할 수 있다.
혹자는 저 나무 데크를 만들어 불편하다고 하지만. 저렇게 큰 전망대가 있어 억새가 망가지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구경할 수 있다.
올라올 땐 참나무 숲이 우거져 조망이 없었는데, 능선으로 접어들면서 조망이 트여 햇빛을 온몸으로 받는다.
지나온 능선
오서산이 자랑하는 억새 군락지, 좀 전에 보았던 전망대
아래로 내려가 다시 보는 바위
오늘은 하늘이 맑아 조망이 시원스럽다.
늘 이런 하늘을 꿈꾸는 데, 서해 건너 성질 사나운 악당이 나쁜 공기를 우리 쪽으로 자꾸 내뿜어 늘 콜록대고 산다.
폰카의 파노라마 기능이 좋아 카메라로 찍은 사진보다 훨씬 좋다.
오서산이 이렇게 바위가 많을까 싶을 만큼 왜곡된 느낌이다.
처음 산행할 때보다 구름이 많아져 수평선 구분이 다소 어렵다.
28명이 함께 한 산행에서 나만 홀로 아차산을 가기 위해 던목고개로 내려왔다.
삼거리에서 이곳으로 내려가는 길은 거의 사람이 안 다녀 길은 호젓하고 솔잎이 깔려 걷기도 좋다.
던목고개라는 데, 던목의 의미를 풀어보려 했으나 도저히 의미를 알아낼 수 없다.
보이는 그림은 던목고개를 지나 아차산으로 올라가며 뾰족한 바위에서 찍은 오서산으로 중간 어느 지점으로 내려왔다.
보령 앞바다
아차산 정상에서 정상을 알리는 어떠한 표식도 보지 못했다.
정상에서도 한참을 걸어 드디어 상담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어 내려가다가 산행이 너무 일찍 끝난다 싶어 꿀꿀이봉으로 발길을 돌렸다.
꿀꿀이봉에서 내려가는 길이 주차장과 정반대로 내려가기에 주차장 쪽으로 없는 길을 만들며 내려간다.
길이 없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소나무 밑으로 가는 게 제일 좋다.
소나무는 경쟁자인 다른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하게 송진을 떨어트리므로 나무들이 잘 자라지 못해 공간이 많다.
없는 길이다 보니 나뭇가지가 바짓단을 잡아당기고 모자를 벗기는 게 다시는 이런 길로 다니지 말라는 경고 같다.
이 마을로 내려와 한참 후에 만난 주민에게 주차장 위치를 물어 찾아간다.
마침 버스가 보여 잘됐다 싶어 가보니 전혀 다른 차다.
그곳은 중담 주차장으로 상담주차장까지 약 800m를 더 올라간 다음에야 산악회 버스를 만났다.
아차산을 안 탄 회원들이 걸은 거리는 8km에 불과하지만, 좀 더 욕심을 내는 바람에 아차산에서 2km를 더 걸었다.
주어진 시간보다 30분 일찍 들어오긴 했으나 내가 마지막이므로 버스에 오르자마자 서울로 귀경했다.
이렇게 해서 오서산과 아차산까지 넉넉한 시간이 주어진 덕분에 알바를 하고도 30분 일찍 버스에 올랐다.
숙제를 앞당겨 푸는 것도 꽤 괜찮은 느낌이다.
정상에선 조망이 좋고 오르고 내려가는 길의 우거진 숲길도 좋은 오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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