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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별 탐방/충청도·대전·세종

충북알프스 구병산

by 즐풍 2019. 6. 5.

 

 

 

 

 

산행일자 2015.9.19.토 10:10-16:40(여섯 시간 30분 산행)    날씨: 그름 있으나 맑은 편

 

 

충북 보은군에 있는 속리산이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니 그 가치나 수려함은 이미 정부가 보증한 셈이다.

보은군에 속리산 말고도 속리산과 연결되다시피 한 구병산이 지나고, 비슷한 이름의 구봉산도 있다. 

뿐만 아니라 간원산, 금단산, 덕대산, 금적산, 시루산, 구룡산, 노성산, 거멍산을 비롯해 크고 작은 산이 많은 지역이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처럼 큰 산이라면 면적은 넓어도 능선으로 길게 연결 돼 있어 하나의 산으로 불리겠지만,

보은에 있는 이런 산은 마을에서 끊어지고 다시 생기다 보니 하나씩 이름을 갖게 된 모양이다.

'용의 꼬리보다 닭 대가리가 낫다'고 큰 산의 작은 줄기보다 이런저런 이름 하나를 갖는 독립된 산 이름이 좋을지도 모른다.

 

 

□ 구병산

속리산 남단에 위치하여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은 구병산은 최근 많은 등산객이 찾고 있다.

적암리 휴게소에서부터 산행이 시작되며 대략 다섯 시간 정도의 짧은 산행코스다.

예로부터 보은 지방에서는 속리산 천왕봉은 지아비 산, 구병산은 지어미 산,

금적산은 아들 산이라 하여 이들을 '삼산'이라 일컫는다.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설령 안다고 해도 구병산보다는 속리산에 더 마음 가는 게 당연하다. 당연히 순위에서 뒤로 쳐진다.

보은군청에서는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km 구간을 '99년 5월 17일 ‘충북 알프스’로 출원 등록하여 관광상품으로 적극 홍보하고 있다.

(보은군청 홈피 인용)

 

 

 

구병산 등산코스 

 

 

산행 들머리는 충북 보은군 장안면 서원리 300-3 번지에 있는 서원교를 지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등산화 끈 매고, 버프 정리하다 보니 벌써 다들 다리를 넘고 있다.

늦었다싶어 다리를 건너지 않고 바로 개울을 넘어가는 데, 갈대와 수풀이 앞을 가로막아 헤치고 나간다고 고생만 했다.

 

 

구병산은 그리 높지 않은 데다 남쪽이라 설악산부터 시작되는 단풍이 이곳까지 내려오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능선으로 올라서자 벌써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니 추석 명절 전후로 설악산 정상 부근엔 오지게 단풍 들겠다.

다들 고향으로 명절 쇠러가면  설악산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할 테니, 산악회를 따라 설악산이나 다녀와야겠다.  

 

 

처음 산행 시작할 때 고도 179m로 능선까지 치고 올라서면 약 510m 정도의 높이다.

이 구간까지 약 35도 전후의 경사도를 올라가야 하므로 쉬운 코스는 아니다.

 

 

앞으로 쭈욱 진행할 방향으로 저 뒤로 보이는 능선도 넘어야 한다.

 

 

구병산을 타는 동안 마을로 탈출할 길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설령 탈출한다 해도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콜택시를 불러야 한다.

하여 산행 안내를 할 때 대장은 도상거리 약 15km를 처음엔 17:30까지 시간을 줬다가

나중엔 18:00까지 약 여덟 시간을 주며 단 1분도 기다리지 않겠다고 엄포 아닌 엄포를 놓는다.

 

오른쪽 능선으로 진행하는데 경사도가 만만치 않고 도로로 내려갈 길도 거의 없어 오로지 전진하는 코스다.

 

 

얼마간은 순해보이는 육산이지만 가끔은 이런 바위 구간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

 

지나온 구간

 

 

좀 전의 바위 구간

 

 

이 지점부터 서서히 암릉구간으로 접어들며 산행길이 힘들어지니 본격적인 지구력 싸움이 시작된다.

 

 

나무 사이로 살짝 드러내는 암릉의 위용

 

 

좀전에 나무 사이로 암릉 사진을 찍던 암봉

 

 

 

 

 

들판은 점점 황금색 물결이 출렁인다.

멀리 북쪽부터 모내기가 시작되었으니 추수도 북쪽부터 내려온다.

보은군만 해도 서울 경기에 비해 한참 아랫녘이니 추수는 수도권 보다 한 1-2주 정도 늦겠다.

 

 

산은 점점 험한 암봉군락을 내보인다.

그럴수록 숨은 가빠지고 체력이 딸리는 회원들과는 거리가 멀어지기도 한다.

 

 

풍혈

서원계곡에서 구병상 오르기 약 30m 지점에 2005년 1월, 풍혈 4개가 발견되었다.

전북 진안군 대두산 풍혈과 울릉도 도동 풍혈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풍혈에 해당한다.

 

 

드디어 구병산 정상에 오르는 마지막 구간으로 정상답게 가파른 계단이 설치돼 정상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구병산 정상 직전인 쌀개봉에서 지나온 구간을 본다

 

 

쌀개봉은 일부러 올라가야 하고, 가봐야 별게 없어 쌀개봉을 경유하는 회원은 별로 없다.

 

 

구병산 정상

충북 알프스의 첫 번째 구간으로 힘든 것에 비해 볼거리는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다만, 몇 군데 암릉 구간이 있기는 하나 뛰어난 구간도 아니다.

모두 영남 알프스, 영남 알프스 하는데 영남 알프스를 뛰기 전에 충북 알프스부터 길을 내본다.

충북 알프스 중 속리산 구간은 지난 주에 다녀왔으니 다음 번엔 묘봉 구간을 다녀오면 충북 알프스는 종결된다.

세 번째 구간 중 일부인 묘봉 구간도 다녀왔지만,  묘봉 외 평소 벼르던 코스가 그때 나온다니 꼭 다녀와야 겠다.

 

 

 

앞으로 가야할 구간으로 가운데 있는 암봉이 853봉이다

 

 

한결 가까워진 853봉

 

 

내려가는 코스가 만만치 않다.

로프는 원래 적당한 길이었겠지만,

안전과 용이하게 잡기 위해 매듭을 만들어선지 길이가 짧아져 마지막 순간에 발 딛기가 영 마땅치 않다.

바위 좀 탄다는 나도 좀 쩔쩔맨 구간이다.

 

 

853봉 가며 보는 구병산 정상도 거리가 있어 이젠 대략적인 형태만 조망된다.

 

 

853봉은 옆으로 길게 위성 암봉을 거느린 대장이다

 

 

다른 위치에서 봐도 거대한 암봉이다.  

 

 

853봉 오르는 구간은 쉽지 않다. 오르면서 보는 계단은 구태여 올리지 않았지만,

이 바위 구간의 첫머리에 나무가 있어 저 사이로 올라가기도 불편하다.

더군다나 로프는 바위에 긁히고 긁혀 거의 끊어질 지경인 썩은 동아줄이다.

다행히 와이어로프가 보조 역할을 해 로프가 끊어져도 제 기능을 유지할 순 있겠지만 위험하다.

보은군은 충북 알프스라고 상표등록에 자랑은 잔뜩 해놓고 진작 등산로 정비는 허술하다.

 

 

어렵게 오른 853봉은 뻘쭘하게 스텐레스 판으로 된 정상표지판이라 더 쌩뚱맞다.

 

 

앞으로 걸어야 할 마지막 구간의 암봉

 

 

 

 

 

 

 

 

 

 

 

가파른데다 안전시설이 없어 매우 위험한 구간이다.

내려설 땐 똥줄이 타는 듯 짜릿한 느낌이 좋다.

사진은 경사도나 위험성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평면적 느낌이니 아쉽다.  

 

 

 

 

 

 

 

드디어 이 구간의 마지막 암봉인 신선대 구간

 

 

 

 

 

구병산 신선대다.

이 신선대를 기점으로 더 이상의 암봉은 없다.

이곳만 벗어나면 장고개까지는 무난한 육산으로 다소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신선대라고 해봐야 오가며 쉬기 딱 좋은 장소라는 것 외 별다른 느낌은 없다. 

물론 여기서 쉬며 신선의 느낌을 갖는다면 신선대가 맞다.

 

 

853봉을 지나 신선대로 가며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청원방향의 속리산휴게소가 보인다.

속리산휴게소에서 속리산 방향을 본다면 구병산에 막혀 보이지 않으니 구병산 너머의 속리산을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 헬리포트가 구병산 정상 능선의 마지막 구간이다.

이곳에서 9시 방향으로 30여 분 부리나케 내려가면 산행 종점인 장고개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면 하산길은 경사도가 높은 데다 모랫바닥이라 나가떨어질 수 있다.

회원 한 명은 마지막 구간에서 다리에 쥐가 나 모두가 걱정하는 가운데, 예정 시간보다 20여분 늦게 하산했다.

다른 산악회에서 보통 일곱시간 정도 준다는데 오늘 주어진 일곱 시간 50분도 부족했다.

체력이나 능력이 부족한 일부 회원은 장고개에서 구병산이나 853봉까지 올라갔다 온 회원도 있다.

어느 산이든 종주코스는 능력이 되는 회원들만 신청해야 다른 회원들의 피해가 없다.

 

 

오늘의 날머리인 장고개. 다음엔 이 장고개에서 시작해 속리산 문장대까지 2구간을 진행한다고 한다.

2구간은 속리산 주능선 구간으로 지난 주에 다녀왔으니 제3구간인 묘봉 구간을 진행할 때나 다녀올 생각이다.

 

 

충북알프스의 한 구간인 구병산은 좋은 코스다. 코스 전체가 15km 정도로 다 타기엔 다소 긴 구간이다.

보은군에선 암봉군락 중심으로 별도의 명품구간을 만들어 체력이나 시간이 부족한 산객들을 배려하면 좋겠다.

아울러 제3구간엔 해당하는 문장대에서 묘봉까지 등산로를 정비하여 충북 알프스 전 구간을 개방함으로써 

지역 경제도 살리고 등산의 기회도 더 제공하자.